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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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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두 번째 페스티벌
정신을 차린 건 그로부터 대략 한 시간이 지난 뒤였다.
얼굴에 말라붙은 피를 떼어내고 주변을 살펴보니, 관리 컴퓨터는 도시의 정돈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더 이상 내가 손쓸 만한 부분은 달리 없었기에, 나는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자리를 떠나 블랙 존으로 향했다.
“별……?”
길을 막는 폭주 로봇들을 격파하며 보스룸으로 향하는 내내, 컴퓨터가 보여준 영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칠흑 같은 존재가 내뱉은 알 수 없는 한마디, 그리고 컴퓨터가 그것을 지칭하며 사용한 단어. 별.
그리고 ‘별’이 이 세계에서 앗아간 것으로 추정되는 자원, ‘아스트라’의 정체까지. 신경 쓰이는 것들이 너무 많다.
“인류의 1%를 영구 존속시킬 수 있는 에너지원……그게 말이 되는 건가.”
곰곰이 생각해보면, 컴퓨터가 설명한 유토피아 프로젝트는 애초에 이상한 점이 많았다.
인류 일부를 낙원에 격리해 영구적으로 존속시키겠다는 계획.
아무리 대단한 자원이라도 결국 소모성일텐데, ‘영구히’ 존속시킨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
아마 ‘반영구적’이라는 걸 과장한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 동력은 미지의 에너지원인 ‘아스트라’에서 나온다.
아스트라를 잃은 후 시스템이 인류의 영구 존속은 불가능하다고 계산했으니, 그것이 존속의 핵심이라는 건 분명하다.
그런데 그렇게 중요한 자원이 미지의 에너지원이라고? 수천만 인구를 지탱할 에너지에 대해 아는 게 없다고?
게다가 ‘별’이라는 존재가 아스트라를 노리고 나타난 것도 틀림없다. 내가 들은 그 한 마디가 그 증거다.
하지만 정신을 차린 후 컴퓨터에게 ‘아스트라’와 ‘별’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신경 쓰이는데.”
나는 이 모든 것들의 정체야말로, 시련의 탑을 무너뜨리기 위한 열쇠가 될 것이라는 직감을 받았다.
아마 ‘별’이란 존재는 성위와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아스테리오스의 도끼를 포함해, 드물게 언급되던 그 단어.
성위- 무언가 극한에 이른 경지를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하고, 신적인 존재를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어느 쪽이건, 아마도 그건 이 탑의 GM이라는 녀석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화면 너머로 본 ‘별’이 내게 안겨준 고통은, 15층에서 GM이 개입했던 때에 느꼈던 것과 똑같았으니까.
하지만 오픈 커뮤니티를 뒤져봐도 마땅한 정보는 없고, 아무리 고민을 해도 뾰족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새삼스레 깨닫는다. 시련의 탑의 도전자들조차, 정작 이 탑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다는 걸.
-끼이익.
천천히 걷다 마침내 보스룸에 도착해 문을 열었다. 깜빡이는 조명등이 차례로 불을 밝혔다.
[신종 20레벨 전투병기의 제작을 위해 만들어진 인공지능은, 계획이 중지된 이후에도 계속 작동했다.]
등장한 보스는 수십 개의 추진체가 달린 날개 형태의 비행 장치를 장착한 거대한 로봇.
[BOSS - 키메라 드론 페어리]
기름 냄새를 풍기는 기괴한 키메라 로봇의 모습에 나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의문은 내버려 두고, 눈앞에 닥친 일에 신경을 쏟도록 하자.
내가 아무리 강해졌다고 한들, 상대가 아무리 약해 보인다 한들, 전투 중에는 절대 한눈을 팔아서는 안 된다.
“좋아, 해 보자.”
전자발경의 기본 원리이자 내가 새롭게 습득한 패시브 스킬, [파동 제어]는 일종의 마력 제어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마력 지배]가 마나의 입자 하나하나를 정밀하게 다루는 것이라면, 이건 입자의 움직임이 만드는 여파를 제어하는 것.
정밀함은 내가 본래 사용하던 마력제어 기술에 미치지 못하나, 지금 같은 상태에서 사용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다.
[라이트닝 차지]
번개 속성의 마력을 오른팔에 흘린다. 많은 마력을 소모해도, 회로가 손상된 탓에 온전한 출력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마력을 직접 흘려 넣는 것이 아닌, 마력이 만들어내는 파동을 이용해 간접적으로 힘을 전이시킨다면.
마력회로의 손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양팔을 통해 100%에 가까운 출력을 구현해 낼 수 있다.
-타닥!
번개 속성의 마력이 만들어내는 전격의 파동을 손바닥에 집중시키며, 보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대로 손바닥을 드론의 머리통 부분에 갖다 대며, 맺어두었던 파동을 그대로 상대의 내부로 전이시킨다.
침투한 번개의 마력은 격하게 요동치며, 적을 체내에서부터 헤집어 데미지를 준다.
“전격장.”
-콰르릉!
최대 위력으로 시전한 전격장이 붉은 이펙트를 터트리며, 로봇의 머리통을 작살냈다.
**
완벽하게 터득한 전자발경- 전격장의 위력은 내 생각 이상으로 강력했다.
상성이 극도로 좋은 기술이라는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미궁의 보스를 한 방에 정리하는 위력이라니.
거기에 파동을 제어한다는 묘리는 다른 기술에 접목하는 것도 그렇게 어렵지 않아 보인다.
-우웅!
가볍게 시험 삼아 오른손에 오러를 둘러보았다. 확실히 전개 속도와 강도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마력회로가 손상되기 이전과 비교하면 역시 아직 모자라지만, 그래도 크게 부족하다는 인상은 안 드는 정도.
[파동 제어]의 스킬 레벨이 아직 1레벨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다른 스펙업 요소까지 포함하면, 어찌저찌 페스티벌 직전까지 예전만큼의 힘을 되찾는 것은 성공한 셈이다.
이 정도면 토너먼트 결과가 안 좋아도 ‘아 내가 그때 도끼만 안 썼어도’ 하며 후회할 일은 없을 거다.
물론 토너먼트 결과가 안 좋을 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안 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까, 대진표 확정됐었지.”
페스티벌이 열리기까지 몇 시간을 앞두고, 나는 커뮤니티를 둘러보며 잠시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24층으로 향하는 전이문 앞에서 화이트롤로 가볍게 요기를 마쳤을 때쯤, 눈앞에 포탈이 출현했다.
[지역 통합 이벤트 : 시련의 탑 페스티벌이 개최됩니다!]
[포탈을 통해 공용 서버로 이동하실 수 있습니다.]
[이벤트 서버 : A 구획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예.”
생겨난 포탈에 손을 대고, 알림창의 메시지를 수락했다.
보스룸의 전이문을 사용할 때와는 미묘하게 다른 감각이 느껴지고.
곧, 3년 만에 다시 보는 페스티벌의 세계가 펼쳐졌다.
**
3년 전의 페스티벌 지역은 중앙에 분수대가 있는 유럽풍의 광장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번에도 기본적인 분위기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오히려 살짝 차분해진 느낌인데.
“잠깐만요! 좀 지나갑니다! 비켜요 비켜!”
그 때였다. 노점을 차리려는 도전자인지, 여러 가지 기물을 들고 바쁘게 달려가는 중년의 남성이 보였다.
아, 그러고 보니 저번 페스티벌은 포탈이 열리고 조금 지나서 들어갔었지.
이번에는 오픈런을 한 셈이니까, 노점을 준비하는 도전자와 대형 길드의 관계자들이 많이 보이는 거군.
다른 서버에서는 길드 관계자들이 먼저 출입해서, 뒤에 들어오는 도전자들의 교통정리를 할 예정이라고 했으니까.
그러면 곧 지금보다 훨씬 혼잡해질 거다. 그나저나, 축제 분위기랑은 별개로- 이거 진짜 심각하네.
지난 페스티벌때는 마력을 느낄 줄도 몰랐던지라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와, 못 봐주겠네.”
이 새끼들, 이놈이고 저놈이고 죄다 마력을 병신처럼 질질 흘리고 다닌다.
가진 마력량은 제법 많은데, 그걸 제어할 줄 모르는 채 흘리고 다니는 놈들이 너무 많다.
이런 것 때문에 거북함을 느끼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꼴사나운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다른 탑 도전자들의 평균 수준이 낮을 거라는 건 예상했지만, 뭔 모지리 새끼들이 이렇게 많은 거야?
설마 토너먼트에 나오는 놈들도 이렇게 등신처럼 마력을 다 흘리고 다니는 건 아니겠지.
[초감각]
나는 결국 스킬을 사용해, 상시 전개하고 있던 마력감지의 수준을 반대로 낮춰 버렸다.
마력이라고는 한 움큼도 존재하지 않는 사이버펑크 세계에서 넘어왔다 보니, 괜히 더 예민해진 것 같다.
그래도 계속 감지 수준을 낮춰둘 수는 없으니까, 적응되면 천천히 수준을 다시 높이자.
“저기요.”
그 때였다, 다른 모지리들과는 다르게 그럭저럭 정돈된 마력을 가진 남자 한 명이 내게 다가왔다.
“노점 등록하신 분 아니시죠? 어디 서버 분이신데 벌써 들어오셨어요, 공지 안 보셨어요?”
말하는 걸 보니 교통정리를 맡은 길드의 일원인 것 같았다. 나는 본능에 따라 남자의 신체를 훑어보았다.
걸음걸이도 불규칙하고 무게중심도 엉망이다. 허리춤에 검을 찬 걸 보니 검사인 것 같은데, 딱 봐도 기량이 처참하다.
전에 봤던 창기능사 최길현보다는 아슬아슬하게 낫지만, 검술이나 박투술 스킬은 있어봤자 초급 수준이겠어.
“큰 문제는 아니긴 한데…서버랑 성함 좀 말씀해주세요, 기록해 놔야 해서.”
“2661서버, 서진혁이요.”
“네, 2661……잠깐만요, 어디 서버라고요? 지금 서진혁이라고 했어요?”
남자는 별생각 없이 들고 있던 펜을 끼적이나 싶더니, 퍼뜩 고개를 쳐들고 그렇게 물었다.
이야, 이런 식으로 새삼스럽게 내 인지도를 체감하게 되는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