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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멋진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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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신에 도움을 주는 망토를 걸치고, [암영] 스킬을 사용해 모습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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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의원을 잡으며 엘리시온의 주요 전투병력을 작살내 놨기 때문인지, 화이트 존 안쪽으로 잠입하는 것은 아주 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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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입 후에는 먼저 미궁 지역인 블랙 존으로 이동했다. 블랙 존의 환경은 커뮤니티에 작성된 정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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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폭주 로봇과 생체실험으로 생겨난 뮤턴트가 바글거리는 지하도- 솔직히 그냥 하수구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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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분하고, 어두침침하고, 가끔씩 더러운 시궁쥐(로봇) 같은 게 나오고, 이 정도면 거의 비슷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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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커뮤니티에서 이런 소리를 하면, 도전자들은 그 시궁쥐들이 미친 살인병기지 않느냐고 따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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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균 보유 개체, 일급 질병 유발 개체, 오염, 소독, 제거합니다, 정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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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제일 더러워, 로봇청소기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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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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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는 이 살인 로봇들이나 진짜 쥐새끼나 크게 다를 것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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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커뮤니티에 뿌려져 있는 지도를 토대로 블랙 존을 탐험하고- 오래 걸리지 않아 보스룸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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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안쪽에 있는 키메라 드론만 처치하면 전이문을 활성화하고 다음 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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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토피아 시티를 한 번 확인하고 가기로 했으므로, 일단은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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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블랙 존에서 빠져나와 [암영]을 사용해 은신하고, 화이트 존의 거리를 빠르게 지나 ‘벽’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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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시티와 화이트 존을 나누는 경계문, 하지만 이 게이트는 사실 겉모습만 이렇게 꾸며놓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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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의원이 말하기를, 필요에 의해 문처럼 보이도록 꾸며놨지만- 사실은 절대 열리지 않는 그냥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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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시온보다 먼저 존재했던 인류를 위한 낙원의 경계선, 나는 [강철 직검]에 오러를 둘러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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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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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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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벽에는 굵은 흠집이 하나 생겼을 뿐이다. 이거 대체 뭘로 어떻게 만든 벽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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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오러였다지만 고작 흠집이라니, 이 정도 단단함은 미스릴 같은 최상급 소재에서나 나오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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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예 못 자를 정도는 아니다. 나는 시간을 들여 최대한 마력을 집중시키고, 더 강한 오러를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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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가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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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벽은 결코 쉽게 잘리지 않았다. 결국, 간신히 몸만 지나갈 수 있는 통로를 뚫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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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구멍으로 유연성을 발휘해 몸을 욱여넣고, 마침내 입성한 유토피아 시티의 모습은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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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황폐했다던가, 사실 낙원 따위는 없었다던가- 그런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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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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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안쪽에 펼쳐진 것은 널따란 마당이 딸린 주택이 주욱 늘어선 극도로 평범한 길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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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빌딩이나 화려한 전광판, 날아다니는 로봇이나 비행선 같은 사이버펑크적인 요소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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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문을 타고 다른 층으로 넘어왔는가 의심이 될 정도로, 유토피아 시티 안쪽은 그냥 평범한 주택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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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평범한 주택가에는- 정말로 평범하게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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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여자, 아이, 노인-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비슷한 옷차림을 하고 각자의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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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산책을 하기도 하며, 일터로 떠나는 사람도 있는 것 같고, 집 안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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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평범한 일반 주택가의 모습이라 오히려 황당했다. 분명 뭔가 거대한 비밀이 숨어 있을 줄 알았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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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기다려 봐도 퀘스트가 발생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주변을 둘러봐도 이상한 점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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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해야, 주택의 모습이나 사람들의 옷차림이 다 비슷비슷하다는 것 정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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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비슷한 건물이 쭉 늘어서 있는 건 대한민국에서도 흔한 일이고, 옷차림이 비슷한 것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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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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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마력감지까지 펼쳐 봤지만, 뭔가 특이한 기척이 감지된다거나 하는 일도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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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민 끝에, 이번에도 현지인에게 물어보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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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행인 하나를 붙잡고, 바깥에서 온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안내를 해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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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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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서 온 사람을 경계하거나 적대한다고 해도 상관없다. 친절하게 굴어 주면 더더욱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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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잘 몰라서……경찰서에 가보시는 게 어때요? 저쪽으로 쭉 가시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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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돌아온 것은 너무나 무난하고 평범한 반응이었다. 행인은 그대로 기척도 없이 지나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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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퀘스트는 생기지 않은 채고, 커뮤니티를 열어서 유토피아 시티에 대해 검색해봐도 나오는 건 딱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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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나, 일단은 움직여 보는 수밖에. 경찰이라면 뭔가 좀 더 그럴듯한 반응을 해 주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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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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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하며 앞으로 한 걸음 내디딘 순간, 나는 뒤늦게 위화감을 느끼고 고개를 돌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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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하게 생활하는 지극히 평범한 주택가- 하지만 이곳에는 중요한 것이 하나 빠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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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지나간 그 사람도, 주변에서 움직이는 다른 사람들도, 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아니, 조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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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게 아니다. 사람들에게서 생명반응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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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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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을 활성화해 청각을 강화시켰다. 개미 걸어가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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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 두근, 두근.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심장박동 소리가 들린다. 침을 삼키는 소리까지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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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러면서도 생명반응은 느껴지지 않는다. 분명히 모든 기관이 살아 있는 것처럼 소리 내고 있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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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을 사용해 [초감각]스킬을 더 강화하고, 광역으로 정밀도가 높은 감지를 다시 펼쳐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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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그런 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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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박동 소리, 위장이 음식물을 소화하는 소리, 혈관에 피가 흐르는 소리- 모두 들리는 한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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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미세한 다른 소리가 섞여서 함께 들려온다. 위잉위잉 돌아가는 엔진의 구동음이, 사람들에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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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시티의 주민들은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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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일부를 기계로 대체한 사이보그나, 인간과 닮은 휴머노이드- 그 어느 쪽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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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도 뇌나 심장을 비롯한 주요 신체기관은 남아 있기에, 마력을 퍼트려 생명반응을 감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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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들의 경우도 복제된 클론이면서 신체 대부분이 기계로 개조된 사이보그였지만, 제대로 생명반응이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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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곳의 시민들은 아니다. 심장 비슷한 것이 뛰고 있지만 심장이 아니다. 뇌조차도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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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고 대가리를 터트려 보면, 그 안에는 뇌가 아닌 기계부품이 들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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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의 도시……뭐 그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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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렇게까지 사람과 비슷한 행동을 하면 그냥 사람이 아닐까 싶지만- 뭔가 생각이 턱턱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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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행동대로만 움직이는 NPC를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것과 같은, 기묘한 불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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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반응을 잡아내는 마력감지 없이, 단순히 [감각 강화]같은 스킬만 있었으면 눈치채지 못했을 텐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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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기묘한 로봇들의 존재에, 어째서인지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다. 소름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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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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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게 심호흡하며, 일단은 계속 걸었다. 그리고 동시에 마력감지의 범위를 더욱 넓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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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내 마력감지의 최대범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넓으면 넓을수록 정밀도는 떨어지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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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토피아 시티의 전경을 간략하게 파악하는 것뿐이라면 대단한 정밀함은 필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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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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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 탐지를 사용해 뭔가 딱 봐도 중요해 보이는 시설물 하나를 찾는 데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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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을 연상시키는 외견의 건물, 그 지하에 무언가 숨겨진 공간 같은 것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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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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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을 사용해 재빨리 그 건물이 있는 방향으로 달렸다. 동시에 이 도시의 이상한 점을 하나 더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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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사는 주택의 모양과 구조가 모두 거의 똑같다. 사람들의 외모와 체형과 옷차림 역시 거의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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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몇 종류의 NPC를 복제해서 이곳저곳에 풀어놓은 느낌. 도시의 전체적인 구획과 구조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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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똑같은 일을 하고, 똑같은 방식으로 여가를 보내고, 똑같은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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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의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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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한 건물은 정말로 국회의사당이었고, 건물 안팎으로는 또 비슷한 얼굴의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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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차림새는 조금 다른 면이 있는데, 배지를 달고 있는 걸 보면- 국회의원이나 정치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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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들 역시 생명반응을 내는 생명체는 아니었다. 나는 그들을 무시하고 의사당 안쪽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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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요, 여긴 함부로 들어오면 안 되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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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지해오는 경비원을 밀쳐내자, 경비원은 그대로 정지하더니 제자리로 돌아갔다. 버그가 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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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이 쓰였지만, 일단 이 아래에 뭐가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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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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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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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토리에서 꺼낸 대형 망치로 바닥을 깨부수고, 숨겨진 공간에 발을 들여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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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있는 것은 수천 개는 되는 전선과 코드가 연결된 거대한 컴퓨터와- 작은 디스플레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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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퀘스트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디스플레이가 담긴 컴퓨터는 스피커로 소리를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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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십시오, 유토피아 관리 시스템 A2-33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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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윙거리는 구동음과 함께 눈을 뜬 컴퓨터는 작은 디스플레이로 나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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