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509 lines
13 KiB
Markdown
509 lines
13 KiB
Markdown
|
||
세상이 하얗게 물들었다.
|
||
|
||
땅이 하늘이고, 하늘이 땅인 것 같았다.
|
||
|
||
“으으...”
|
||
|
||
온몸이 통제권을 잃고 축 늘어져 있었다.
|
||
|
||
얼마나 시간이 흘렀던 걸까.
|
||
|
||
서서히 정신을 차린 묘란이 앙증맞은 토끼발로 천천히 몸을 일으킬 무렵이었다.
|
||
|
||
“촌장님!”
|
||
|
||
근처에 있던 토끼 수인 한 명이 다급히 묘란을 부축해주었다.
|
||
|
||
그 목소리에 묘란은 뒤늦게 이전까지 자신이 뭘 했는지 기억해낼 수 있었다.
|
||
|
||
“맞아! 싸움은? 싸움은 어떻게 됐지?”
|
||
|
||
주딱이 건네준 마법 응축기를 샌드웜 무리 사이에 던졌다.
|
||
|
||
그 이후로 모든 기억이 끊어졌다.
|
||
|
||
아직 싸우고 있을지 모른다.
|
||
|
||
이럴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 다급히 묻는 순간, 부축하던 토끼 수인의 표정이 어색해졌다.
|
||
|
||
“그게...”
|
||
|
||
설명 대신 어딘가를 가리켰다.
|
||
|
||
그 손짓을 따라 목책 너머로 시선을 돌렸을 때였다.
|
||
|
||
“...!”
|
||
|
||
묘란은 그만 헛숨을 들이키고 말았다.
|
||
|
||
수많은 샌드웜들이 바글거리는.
|
||
|
||
아니 분명 바글거렸던 풍경이.
|
||
|
||
그대로 멈춰 있었다.
|
||
|
||
바닥에 쓰러질 새도 없었다.
|
||
|
||
“어, 어떻게...”
|
||
|
||
샌드웜들은 죽는 즉시 사후경직이 일어나 굳은 채 죽어버린다.
|
||
|
||
그래서 어떻게 죽었는지 대략적으로 추측이 가능했다.
|
||
|
||
섬광탄이 터졌던 장소.
|
||
|
||
샌드웜들은 전부 그곳을 멍하니 바라본 채 몰살당해 있었다.
|
||
|
||
*
|
||
|
||
“아니, 음...”
|
||
|
||
섬광탄의 효과는 확실했다.
|
||
|
||
시야에 민감한 눈알벼룩들은, 섬광탄의 빛을 보는 순간 죽어버렸으니.
|
||
|
||
이에 기생당했던 샌드웜들은 말 그대로 그 풍경 그대로 몰살당했다.
|
||
|
||
문제는 너무 효과가 뛰어났단 것이다.
|
||
|
||
- 크아아악 크아아악!!!
|
||
|
||
- 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
|
||
|
||
- (두 눈을 부여잡는 엘프 콘)
|
||
|
||
- 으아악 주딱 개새끼야!!!!!
|
||
|
||
“엄.”
|
||
|
||
묘란은 당시 상황을 내게 공유하기 위해 갤러리에 실시간 업로드를 하고 있었다.
|
||
|
||
문제는 지금이 새벽 시간이라는 것.
|
||
|
||
한밤중에 안자고 갤질하던 모든 갤럼들의 눈에 본의 아닌 섬광탄을 던지고 말았다.
|
||
|
||
“사과해야 하나?”
|
||
|
||
갤러리에 공지하지 않았다.
|
||
|
||
내가 주의를 준 건 오직 묘란과 토끼족들 뿐이었으니.
|
||
|
||
주딱이 분탕을 쳤다.
|
||
|
||
그 사실에 순간 사죄글이라도 올릴까 싶다가, 도리어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
||
|
||
[제목: 나다]
|
||
|
||
작성자: 주딱*
|
||
|
||
ㅇㅇ 내가 트롤짓한 거 맞음
|
||
|
||
(씨익 웃는 개구리 짤)
|
||
|
||
근데 너가 뭘 할 수 있는데?
|
||
|
||
너네도 매일 수천개 이상 전술핵 올리잖아
|
||
|
||
나도 트롤 좀 되어보면 안됨? ㅋㅋㅋ
|
||
|
||
[추천5512] [비추천5002]
|
||
|
||
갤질 어디 원투데이 하나.
|
||
|
||
만약 갤러리에서 용서를 구한다?
|
||
|
||
= 아! 이 사람은 욕을 해도 되는구나.
|
||
|
||
하지만 반대로 뻔뻔하게 군다면?
|
||
|
||
- 미친새끼 ㅋㅋㅋㅋㅋ
|
||
|
||
- (트롤 옆에 주딱 마크 합성한 짤)
|
||
|
||
- 여긴 주딱이...
|
||
|
||
- 팩트) 주딱이 작정하고 혐짤 던지면 갤럼들 모두 중상입는다
|
||
|
||
대유쾌마운틴으로 넘길 수 있었다.
|
||
|
||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확실히 느낀 건 있었다.
|
||
|
||
섬광탄 사용에는 주의가 필요하단 것.
|
||
|
||
“매번 침입해 올때마다 쓸만한 건 아니네.”
|
||
|
||
특히 토끼 수인족은 소리에 민감했다.
|
||
|
||
섬광탄은 빛만 내뿜는 게 아니었다.
|
||
|
||
고막을 터뜨릴만한 폭음 또한 동반했다.
|
||
|
||
이번은 어찌저찌 넘겼어도 토끼 수인족에게 줄만한 무기는 아니었다.
|
||
|
||
-주딱*) 마을 상태는 좀 어떰?
|
||
|
||
ㄴ 묘란) 밭이 망가지긴 했지만 복구 가능한 수준이라 괜찮습니다
|
||
|
||
ㄴ 묘란) 부상자들도 금방 회복이 되는 수준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묘.
|
||
|
||
다행히 사상자는 없었다.
|
||
|
||
이번 습격에는 큰 피해 없이 넘겨서 결과적으론 잘 됐다고 볼 수 있었다.
|
||
|
||
“그래도 뭐 당장 위기는 넘겼네.”
|
||
|
||
그리고 갤러리엔 곧 당연하다는 듯 이런저런 글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
||
|
||
- 그래서 이번엔 또 새로운 마법인가?
|
||
|
||
ㄴ 빛 계열 마법인 것 같은데 아는 법붕이 있는가?
|
||
|
||
ㄴ 구조적으론 비슷한 양상을 띄는데, 형태는 아예 제각각이군
|
||
|
||
ㄴ 아오 이 십 법사충들이 또
|
||
|
||
ㄴ 딸피햄들 제발 토론판 그만 펴라고;
|
||
|
||
현대 무기하면 무조건 등장하는 마법사들부터 시작해서.
|
||
|
||
[새로운 물물교환 알림이 도착했습니다.]
|
||
|
||
- 주딱님만 몰래 봐요///
|
||
|
||
- 심심해요ㅠㅠ 언제 다시 놀러올 거예요?
|
||
|
||
- ><...
|
||
|
||
- 주딱 형님, 그때 이후로 제 마음이 가라앉지가 않습니다. 이를 어찌해야...
|
||
|
||
잠잠했던 토끼 수인들의 메시지 폭탄까지.
|
||
|
||
본래 기능은 진작 상실한 채, 야짤 폭탄이 되어버린 물물교환 알림을 끄고 고민에 잠겼다.
|
||
|
||
“섬광탄, 좋지. 좋긴 한데...”
|
||
|
||
토끼 수인족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
||
|
||
당장의 문제는 해결했어도, 아직 샌드웜들은 여전히 남아 있었으니.
|
||
|
||
[제목: 퓨ㅠㅠ 무서워서 밭을 못 가겠어요.]
|
||
|
||
(밭에 돌멩이를 던지는 짤)
|
||
|
||
(귀신같이 샌드웜이 뛰쳐나오는 짤)
|
||
|
||
사방에서 나오는데 어떻게 해야 해요? ㅠㅠ
|
||
|
||
배고파요...
|
||
|
||
- 괜찮으시다면 저희 집에 오실래요
|
||
|
||
- 누나 제가 마당에서 잘게요
|
||
|
||
- (으흐흐 기사 콘)
|
||
|
||
[제목: 오늘두 강제 집콕... ᴗ_ᴗ̩̩]
|
||
|
||
(시무룩한 채 귀를 잡고 올려다보는 짤)
|
||
|
||
돈두 없구...
|
||
|
||
일두 못하구...
|
||
|
||
옆구리도 시린뎅...
|
||
|
||
어디 지나가는 주딱 없낭
|
||
|
||
에효! 슬푸당
|
||
|
||
[추천9999+] [비추천0]
|
||
|
||
- 안녕하세요 인간 기사입니다~ 와~
|
||
|
||
- 아니 ㅅㅂ 추비추 뭐임? ㅋㅋ
|
||
|
||
ㄴ 씨발 주딱 찬양글에나 나올법한 추천수가 나오네 ㅋㅋㅋㅋ
|
||
|
||
- ㅎㅎ 제가 또 몸이 뜨거운데...
|
||
|
||
ㄴ 줄
|
||
|
||
ㄴ 2222
|
||
|
||
ㄴ 작성자) 다 끄져 ㅗㅗㅗ
|
||
|
||
ㄴ 주딱*) 까비
|
||
|
||
ㄴ ㅋㅋㅋㅋ 이새끼
|
||
|
||
ㄴ 작성자) 헉헉헉ㄱ헉! 주딱님 언제 우리 마을 다시 놀러와용!!!
|
||
|
||
샌드웜들이 다 죽은 게 아니었다.
|
||
|
||
언제든지 다시 쳐들어올 수 있었다.
|
||
|
||
특히나 지하는 사방뿐만 아니라 바닥과 천장마저도 튀어날 수 있어 위험했다.
|
||
|
||
그리고 머지않아 새로운 글 하나가 올라왔다.
|
||
|
||
[제목: 주딱님! 균열 찾았어용!]
|
||
|
||
(땅 속에서 발견된 균열 짤)
|
||
|
||
^^...
|
||
|
||
그런데 어떻게 뿌수징...
|
||
|
||
문제는 땅 속에서 발견되었다.
|
||
|
||
“아니 땅 속에서도 균열이 나온다고.”
|
||
|
||
생각해보면 이상할 건 없었다.
|
||
|
||
물 속에서도 생기는 균열이야 땅 속에선 당연히 생길 수 있었지.
|
||
|
||
보아하니 저 균열들도 샌드웜들을 여태껏 만들어낸 게 분명했다.
|
||
|
||
문제는 어떻게 저걸 처리할 거냐는 것이다.
|
||
|
||
- 대기타면 되는 거 아님?
|
||
|
||
물론 지상에선 대처법이 있었다.
|
||
|
||
균열 앞에 병력을 모아두는 것이다.
|
||
|
||
균열은 한번에 다량의 마수를 토해낼 순 없었다.
|
||
|
||
게다가 균열에서 마수가 나올 때면 무방비 상태가 되니, 나올 때 곧바로 죽이는 것이다.
|
||
|
||
ㄴ 어떻게요?
|
||
|
||
ㄴ 아니 그러니까 대기를 하라고
|
||
|
||
ㄴ 그러니까 어떻게 대기를 할 건데요 \- /
|
||
|
||
ㄴ 아
|
||
|
||
ㄴ ㅋㅋㅋ ㅂㅅ
|
||
|
||
문제는 여긴 땅 속이었다.
|
||
|
||
일단 먼저 거리가 너무 멀었다.
|
||
|
||
목책으로 둘러싼 마을은 어떻게 안전하다고 해도, 균열은 아예 밭 너머에 있었으니.
|
||
|
||
“저 정도 거리면 총으로도 안 맞겠는데?”
|
||
|
||
대한민국 육군 특급사수를 데려와도 어렵다.
|
||
|
||
그렇다고 주변에 병력을 대기시킬 수도 없었다.
|
||
|
||
기껏해야 몇십에서 몇백.
|
||
|
||
그 정도로 대기하는 것도 어렵고, 아직 잔여 샌드웜들이 어디서 습격할지도 모른다.
|
||
|
||
“괴물랜턴이면 되려나.”
|
||
|
||
자동차 헤드라이트보다 강렬한 괴물랜턴.
|
||
|
||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
||
|
||
그걸로도 부족하다.
|
||
|
||
더 큰 빛, 더 강렬한 조명이 필요했으니!
|
||
|
||
나는 곧 상점을 뒤져보다 해답을 찾아낼 수 있었다.
|
||
|
||
[탐조등] - 450p
|
||
|
||
“어? 이건...”
|
||
|
||
탐조등, 다른 이름으론 서치라이트.
|
||
|
||
특정 방향으로 강력한 광선을 투사하기 위한 반사체를 갖는... 어쩌고저쩌고.
|
||
|
||
“배트맨?”
|
||
|
||
쉽게 말해, 배트맨 부를 때 하늘에 비추는 그 배트 시그널 맞다.
|
||
|
||
무려 사람 몸보다 거대하고.
|
||
|
||
쳐다보는 것만으로 실명 스피드런을 달릴 수 있는 괴랄한 조명 기구.
|
||
|
||
조명을 전쟁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탐조등이 눈에 들어왔다.
|
||
|
||
그걸 발견한 순간, 내가 해야 할 일은 하나뿐이었다.
|
||
|
||
“조명을 알려주겠다.”
|
||
|
||
샌드웜, 죽어야겠지?
|
||
|
||
- 묘란) 주딱님 이것은...?
|
||
|
||
ㄴ 주딱*) 그냥 조명인데 좀 많이 쌘 조명?
|
||
|
||
ㄴ 묘란) ?
|
||
|
||
ㄴ 주딱*) 설명보단 써보는 게 빠를 듯
|
||
|
||
나는 곧바로 물건을 사 묘란에게 배송했다.
|
||
|
||
“뭐, 많을수록 좋지 않을까?”
|
||
|
||
게다가 가격도 싸다.
|
||
|
||
나는 한 개만 보낼까 하다가 확실하게 여러개를 보냈다.
|
||
|
||
[‘탐조등’10개를 묘란에게 배송했습니다!]
|
||
|
||
그것도 좀 많이.
|
||
|
||
*
|
||
|
||
“촌장님 촌장님, 주딱님이 뭐라고 하세요?”
|
||
|
||
“주딱님은 우리 안 그리우시데요?”
|
||
|
||
“저거 이름은 뭐래요?”
|
||
|
||
주딱, 주딱.
|
||
|
||
당근 먹다가도 주딱.
|
||
|
||
밭 갈다가도 주딱.
|
||
|
||
묘란은 귀에 딱지가 앉는 게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였다.
|
||
|
||
“그만들 좀 해라. 묘.”
|
||
|
||
토끼 수인 종특상, 호의에 약하다.
|
||
|
||
다만 이 호의엔 조건이 붙는다.
|
||
|
||
보답을 바라지 않을 것.
|
||
|
||
조건없는 순수한 호의일 것.
|
||
|
||
‘그런 건 이 세상에 없다 묘.’
|
||
|
||
하지만 물질적 보답과 목적을 바라지 않는 생물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
||
|
||
묘란은 오랜 세월 토생을 살았다.
|
||
|
||
더군다나 토끼 수인을 향한 수많은 욕망을 느끼는지도 알고 있었다.
|
||
|
||
그래서 대가 없는 호의란 그저 어린 나날의 망상이라고 여겼다.
|
||
|
||
주딱이 나타나기 전까진.
|
||
|
||
“촌장님 얼른 대답해주세요!”
|
||
|
||
“혼자만 톡하고 미워요!!!”
|
||
|
||
“질투나질투나질투나질투나질투나.”
|
||
|
||
그런 존재는 처음이었다.
|
||
|
||
먹물처럼 어둡게 짙었던 머리카락.
|
||
|
||
항상 나른해 보이던 눈매.
|
||
|
||
그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관리자임에도 토끼 수인들에게 바라는 것이 없었다.
|
||
|
||
‘아니, 아예 없진 않으셨지.’
|
||
|
||
딱 하나.
|
||
|
||
굳이 꼽아보자면 자신의 베품으로 상대가 다치지 않고 살아나, 갤질에 몰두할 것.
|
||
|
||
오직 그것뿐이었다.
|
||
|
||
마치 토끼 성자와 같았다.
|
||
|
||
때 묻지 않는 순수한 바램과 호의에, 토끼 수인들은 순식간에 매료되고 말았다.
|
||
|
||
‘다음에 또 놀러오라고 말씀드리긴 했지만...’
|
||
|
||
토끼들 상태를 보면 차라리 안 오는 게 주딱에게도 이로울지 몰랐다.
|
||
|
||
묘란은 작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
||
|
||
“탐조등이라고 하셨다. 묘.”
|
||
|
||
“저희에게 바라시는 건요?”
|
||
|
||
“아무것도...”
|
||
|
||
아직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
||
|
||
“아으.”
|
||
|
||
“하윽.”
|
||
|
||
몇몇이 심장을 부여잡았다.
|
||
|
||
누군가는 식은땀을 흘리며 귀를 마구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
||
|
||
‘정말이지 무섭군 묘.’
|
||
|
||
보답을 바라지 않는 순수한 호의.
|
||
|
||
그것이 가진 힘을 목격한 묘란은 이젠 무서워질 지경이었다.
|
||
|
||
그것이 얼마나 토끼족에게 미치는 영향이 거대한가?
|
||
|
||
한 종족이 이렇게 온전히 미쳐가는 건 처음이었으니.
|
||
|
||
그때였다.
|
||
|
||
-쿵!
|
||
|
||
육중한 울림이 바닥을 타고 전해졌다.
|
||
|
||
묘란과 묘란을 둘러싼 토끼족들이 쫑긋 귀를 세우며 옆을 돌아볼 때였다.
|
||
|
||
-끼에엑!
|
||
|
||
거기엔 저 먼 발치서 균열을 타고 기어나오는 샌드웜들이 눈에 들어왔다.
|
||
|
||
“슬슬 시작할 때인가... 묘.”
|
||
|
||
묘란은 차갑게 식은 표정으로 토끼발로 땅을 짚고 일어났다.
|
||
|
||
그에 따라 묘하게 달뜬 얼굴의 토끼 수인들이 탐조등 앞으로 달려갔다.
|
||
|
||
사람만큼 커다란 이상한 강철 도구.
|
||
|
||
“주딱께선 절대 정면을 응시하지 말라고 하셨지. 묘.”
|
||
|
||
그리고 경고했다.
|
||
|
||
이건 절대 밈 같은 게 아니라고.
|
||
|
||
그냥 절대 보지도 호기심을 갖지도 말라고.
|
||
|
||
“...얼마나 위력이 강하면.”
|
||
|
||
그 말에 오싹 소름이 돋은 묘란은, 이윽고 쏟아지기 시작한 샌드웜들을 보며 소리쳤다.
|
||
|
||
“시작해! 묘.”
|
||
|
||
묘란의 앙증맞은 토끼발이 땅을 구르는 순간.
|
||
|
||
일제히 탐조등을 가동시켰다.
|
||
|
||
그리고 주딱이 보냈던 탐조등은, 전시 상황에 군용에서 사용하는 탐조등이었으니.
|
||
|
||
-파아앗
|
||
|
||
기껏해야 밝은 빛이 잠깐 터져나오겠지.
|
||
|
||
그렇게 생각했던 토끼들의 눈앞에.
|
||
|
||
“...세상에.”
|
||
|
||
어두운 지하 세계에.
|
||
|
||
광채가 떠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