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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하얗게 물들었다.
땅이 하늘이고, 하늘이 땅인 것 같았다.
“으으...”
온몸이 통제권을 잃고 축 늘어져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던 걸까.
서서히 정신을 차린 묘란이 앙증맞은 토끼발로 천천히 몸을 일으킬 무렵이었다.
“촌장님!”
근처에 있던 토끼 수인 한 명이 다급히 묘란을 부축해주었다.
그 목소리에 묘란은 뒤늦게 이전까지 자신이 뭘 했는지 기억해낼 수 있었다.
“맞아! 싸움은? 싸움은 어떻게 됐지?”
주딱이 건네준 마법 응축기를 샌드웜 무리 사이에 던졌다.
그 이후로 모든 기억이 끊어졌다.
아직 싸우고 있을지 모른다.
이럴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 다급히 묻는 순간, 부축하던 토끼 수인의 표정이 어색해졌다.
“그게...”
설명 대신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 손짓을 따라 목책 너머로 시선을 돌렸을 때였다.
“...!”
묘란은 그만 헛숨을 들이키고 말았다.
수많은 샌드웜들이 바글거리는.
아니 분명 바글거렸던 풍경이.
그대로 멈춰 있었다.
바닥에 쓰러질 새도 없었다.
“어, 어떻게...”
샌드웜들은 죽는 즉시 사후경직이 일어나 굳은 채 죽어버린다.
그래서 어떻게 죽었는지 대략적으로 추측이 가능했다.
섬광탄이 터졌던 장소.
샌드웜들은 전부 그곳을 멍하니 바라본 채 몰살당해 있었다.
“아니, 음...”
섬광탄의 효과는 확실했다.
시야에 민감한 눈알벼룩들은, 섬광탄의 빛을 보는 순간 죽어버렸으니.
이에 기생당했던 샌드웜들은 말 그대로 그 풍경 그대로 몰살당했다.
문제는 너무 효과가 뛰어났단 것이다.
-
크아아악 크아아악!!!
-
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
-
(두 눈을 부여잡는 엘프 콘)
-
으아악 주딱 개새끼야!!!!!
“엄.”
묘란은 당시 상황을 내게 공유하기 위해 갤러리에 실시간 업로드를 하고 있었다.
문제는 지금이 새벽 시간이라는 것.
한밤중에 안자고 갤질하던 모든 갤럼들의 눈에 본의 아닌 섬광탄을 던지고 말았다.
“사과해야 하나?”
갤러리에 공지하지 않았다.
내가 주의를 준 건 오직 묘란과 토끼족들 뿐이었으니.
주딱이 분탕을 쳤다.
그 사실에 순간 사죄글이라도 올릴까 싶다가, 도리어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제목: 나다]
작성자: 주딱*
ㅇㅇ 내가 트롤짓한 거 맞음
(씨익 웃는 개구리 짤)
근데 너가 뭘 할 수 있는데?
너네도 매일 수천개 이상 전술핵 올리잖아
나도 트롤 좀 되어보면 안됨? ㅋㅋㅋ
[추천5512] [비추천5002]
갤질 어디 원투데이 하나.
만약 갤러리에서 용서를 구한다?
= 아! 이 사람은 욕을 해도 되는구나.
하지만 반대로 뻔뻔하게 군다면?
-
미친새끼 ㅋㅋㅋㅋㅋ
-
(트롤 옆에 주딱 마크 합성한 짤)
-
여긴 주딱이...
-
팩트) 주딱이 작정하고 혐짤 던지면 갤럼들 모두 중상입는다
대유쾌마운틴으로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확실히 느낀 건 있었다.
섬광탄 사용에는 주의가 필요하단 것.
“매번 침입해 올때마다 쓸만한 건 아니네.”
특히 토끼 수인족은 소리에 민감했다.
섬광탄은 빛만 내뿜는 게 아니었다.
고막을 터뜨릴만한 폭음 또한 동반했다.
이번은 어찌저찌 넘겼어도 토끼 수인족에게 줄만한 무기는 아니었다.
-주딱*) 마을 상태는 좀 어떰?
ㄴ 묘란) 밭이 망가지긴 했지만 복구 가능한 수준이라 괜찮습니다
ㄴ 묘란) 부상자들도 금방 회복이 되는 수준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묘.
다행히 사상자는 없었다.
이번 습격에는 큰 피해 없이 넘겨서 결과적으론 잘 됐다고 볼 수 있었다.
“그래도 뭐 당장 위기는 넘겼네.”
그리고 갤러리엔 곧 당연하다는 듯 이런저런 글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 그래서 이번엔 또 새로운 마법인가?
ㄴ 빛 계열 마법인 것 같은데 아는 법붕이 있는가?
ㄴ 구조적으론 비슷한 양상을 띄는데, 형태는 아예 제각각이군
ㄴ 아오 이 십 법사충들이 또
ㄴ 딸피햄들 제발 토론판 그만 펴라고;
현대 무기하면 무조건 등장하는 마법사들부터 시작해서.
[새로운 물물교환 알림이 도착했습니다.]
-
주딱님만 몰래 봐요///
-
심심해요ㅠㅠ 언제 다시 놀러올 거예요?
-
<...
-
주딱 형님, 그때 이후로 제 마음이 가라앉지가 않습니다. 이를 어찌해야...
잠잠했던 토끼 수인들의 메시지 폭탄까지.
본래 기능은 진작 상실한 채, 야짤 폭탄이 되어버린 물물교환 알림을 끄고 고민에 잠겼다.
“섬광탄, 좋지. 좋긴 한데...”
토끼 수인족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당장의 문제는 해결했어도, 아직 샌드웜들은 여전히 남아 있었으니.
[제목: 퓨ㅠㅠ 무서워서 밭을 못 가겠어요.]
(밭에 돌멩이를 던지는 짤)
(귀신같이 샌드웜이 뛰쳐나오는 짤)
사방에서 나오는데 어떻게 해야 해요? ㅠㅠ
배고파요...
-
괜찮으시다면 저희 집에 오실래요
-
누나 제가 마당에서 잘게요
-
(으흐흐 기사 콘)
[제목: 오늘두 강제 집콕... ᴗ_ᴗ̩̩]
(시무룩한 채 귀를 잡고 올려다보는 짤)
돈두 없구...
일두 못하구...
옆구리도 시린뎅...
어디 지나가는 주딱 없낭
에효! 슬푸당
[추천9999+] [비추천0]
-
안녕하세요 인간 기사입니다~ 와~
-
아니 ㅅㅂ 추비추 뭐임? ㅋㅋ
ㄴ 씨발 주딱 찬양글에나 나올법한 추천수가 나오네 ㅋㅋㅋㅋ
- ㅎㅎ 제가 또 몸이 뜨거운데...
ㄴ 줄
ㄴ 2222
ㄴ 작성자) 다 끄져 ㅗㅗㅗ
ㄴ 주딱*) 까비
ㄴ ㅋㅋㅋㅋ 이새끼
ㄴ 작성자) 헉헉헉ㄱ헉! 주딱님 언제 우리 마을 다시 놀러와용!!!
샌드웜들이 다 죽은 게 아니었다.
언제든지 다시 쳐들어올 수 있었다.
특히나 지하는 사방뿐만 아니라 바닥과 천장마저도 튀어날 수 있어 위험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새로운 글 하나가 올라왔다.
[제목: 주딱님! 균열 찾았어용!]
(땅 속에서 발견된 균열 짤)
^^...
그런데 어떻게 뿌수징...
문제는 땅 속에서 발견되었다.
“아니 땅 속에서도 균열이 나온다고.”
생각해보면 이상할 건 없었다.
물 속에서도 생기는 균열이야 땅 속에선 당연히 생길 수 있었지.
보아하니 저 균열들도 샌드웜들을 여태껏 만들어낸 게 분명했다.
문제는 어떻게 저걸 처리할 거냐는 것이다.
- 대기타면 되는 거 아님?
물론 지상에선 대처법이 있었다.
균열 앞에 병력을 모아두는 것이다.
균열은 한번에 다량의 마수를 토해낼 순 없었다.
게다가 균열에서 마수가 나올 때면 무방비 상태가 되니, 나올 때 곧바로 죽이는 것이다.
ㄴ 어떻게요?
ㄴ 아니 그러니까 대기를 하라고
ㄴ 그러니까 어떻게 대기를 할 건데요 \- /
ㄴ 아
ㄴ ㅋㅋㅋ ㅂㅅ
문제는 여긴 땅 속이었다.
일단 먼저 거리가 너무 멀었다.
목책으로 둘러싼 마을은 어떻게 안전하다고 해도, 균열은 아예 밭 너머에 있었으니.
“저 정도 거리면 총으로도 안 맞겠는데?”
대한민국 육군 특급사수를 데려와도 어렵다.
그렇다고 주변에 병력을 대기시킬 수도 없었다.
기껏해야 몇십에서 몇백.
그 정도로 대기하는 것도 어렵고, 아직 잔여 샌드웜들이 어디서 습격할지도 모른다.
“괴물랜턴이면 되려나.”
자동차 헤드라이트보다 강렬한 괴물랜턴.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걸로도 부족하다.
더 큰 빛, 더 강렬한 조명이 필요했으니!
나는 곧 상점을 뒤져보다 해답을 찾아낼 수 있었다.
[탐조등] - 450p
“어? 이건...”
탐조등, 다른 이름으론 서치라이트.
특정 방향으로 강력한 광선을 투사하기 위한 반사체를 갖는... 어쩌고저쩌고.
“배트맨?”
쉽게 말해, 배트맨 부를 때 하늘에 비추는 그 배트 시그널 맞다.
무려 사람 몸보다 거대하고.
쳐다보는 것만으로 실명 스피드런을 달릴 수 있는 괴랄한 조명 기구.
조명을 전쟁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탐조등이 눈에 들어왔다.
그걸 발견한 순간, 내가 해야 할 일은 하나뿐이었다.
“조명을 알려주겠다.”
샌드웜, 죽어야겠지?
- 묘란) 주딱님 이것은...?
ㄴ 주딱*) 그냥 조명인데 좀 많이 쌘 조명?
ㄴ 묘란) ?
ㄴ 주딱*) 설명보단 써보는 게 빠를 듯
나는 곧바로 물건을 사 묘란에게 배송했다.
“뭐, 많을수록 좋지 않을까?”
게다가 가격도 싸다.
나는 한 개만 보낼까 하다가 확실하게 여러개를 보냈다.
[‘탐조등’10개를 묘란에게 배송했습니다!]
그것도 좀 많이.
“촌장님 촌장님, 주딱님이 뭐라고 하세요?”
“주딱님은 우리 안 그리우시데요?”
“저거 이름은 뭐래요?”
주딱, 주딱.
당근 먹다가도 주딱.
밭 갈다가도 주딱.
묘란은 귀에 딱지가 앉는 게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만들 좀 해라. 묘.”
토끼 수인 종특상, 호의에 약하다.
다만 이 호의엔 조건이 붙는다.
보답을 바라지 않을 것.
조건없는 순수한 호의일 것.
‘그런 건 이 세상에 없다 묘.’
하지만 물질적 보답과 목적을 바라지 않는 생물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묘란은 오랜 세월 토생을 살았다.
더군다나 토끼 수인을 향한 수많은 욕망을 느끼는지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대가 없는 호의란 그저 어린 나날의 망상이라고 여겼다.
주딱이 나타나기 전까진.
“촌장님 얼른 대답해주세요!”
“혼자만 톡하고 미워요!!!”
“질투나질투나질투나질투나질투나.”
그런 존재는 처음이었다.
먹물처럼 어둡게 짙었던 머리카락.
항상 나른해 보이던 눈매.
그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관리자임에도 토끼 수인들에게 바라는 것이 없었다.
‘아니, 아예 없진 않으셨지.’
딱 하나.
굳이 꼽아보자면 자신의 베품으로 상대가 다치지 않고 살아나, 갤질에 몰두할 것.
오직 그것뿐이었다.
마치 토끼 성자와 같았다.
때 묻지 않는 순수한 바램과 호의에, 토끼 수인들은 순식간에 매료되고 말았다.
‘다음에 또 놀러오라고 말씀드리긴 했지만...’
토끼들 상태를 보면 차라리 안 오는 게 주딱에게도 이로울지 몰랐다.
묘란은 작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탐조등이라고 하셨다. 묘.”
“저희에게 바라시는 건요?”
“아무것도...”
아직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아으.”
“하윽.”
몇몇이 심장을 부여잡았다.
누군가는 식은땀을 흘리며 귀를 마구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무섭군 묘.’
보답을 바라지 않는 순수한 호의.
그것이 가진 힘을 목격한 묘란은 이젠 무서워질 지경이었다.
그것이 얼마나 토끼족에게 미치는 영향이 거대한가?
한 종족이 이렇게 온전히 미쳐가는 건 처음이었으니.
그때였다.
-쿵!
육중한 울림이 바닥을 타고 전해졌다.
묘란과 묘란을 둘러싼 토끼족들이 쫑긋 귀를 세우며 옆을 돌아볼 때였다.
-끼에엑!
거기엔 저 먼 발치서 균열을 타고 기어나오는 샌드웜들이 눈에 들어왔다.
“슬슬 시작할 때인가... 묘.”
묘란은 차갑게 식은 표정으로 토끼발로 땅을 짚고 일어났다.
그에 따라 묘하게 달뜬 얼굴의 토끼 수인들이 탐조등 앞으로 달려갔다.
사람만큼 커다란 이상한 강철 도구.
“주딱께선 절대 정면을 응시하지 말라고 하셨지. 묘.”
그리고 경고했다.
이건 절대 밈 같은 게 아니라고.
그냥 절대 보지도 호기심을 갖지도 말라고.
“...얼마나 위력이 강하면.”
그 말에 오싹 소름이 돋은 묘란은, 이윽고 쏟아지기 시작한 샌드웜들을 보며 소리쳤다.
“시작해! 묘.”
묘란의 앙증맞은 토끼발이 땅을 구르는 순간.
일제히 탐조등을 가동시켰다.
그리고 주딱이 보냈던 탐조등은, 전시 상황에 군용에서 사용하는 탐조등이었으니.
-파아앗
기껏해야 밝은 빛이 잠깐 터져나오겠지.
그렇게 생각했던 토끼들의 눈앞에.
“...세상에.”
어두운 지하 세계에.
광채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