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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당!”
세계수는 마카롱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양쪽 볼에 하나둘씩 다람쥐 마냥 마카롱을 가득 채워 넣었다.
겉면의 미친듯한 달콤함, 그 사이 쿠션 같은 크림은 그야말로 최고의 조합이었다.
맛의 윤곽만 기억하던 세계수의 형태완 달리, 본모습으로 맛본 디저트는 극상의 맛이었다.
“하음.”
하나가 사라지게 무섭게 하나가 또 들어갔다.
세계수의 중심부에 자리를 잡고 앉은 지 어느덧 몇 시간 째.
현신 후 처음으로 맛본 마카롱은 도무지 손을 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세계수는 분홍빛 마카롱을 하나 집어다 빤히 바라봤다.
깜찍한 크기에 몽글몽글한 생김새까지.
“주딱이 만든건가영? 이것은 세계 최고의 귀여움이에영...”
눈까지 즐거운 최고의 디저트였다.
세계수는 엘프들이 떠받드는 신적인 존재였다.
엘프들의 서적에서 세계수는 항상 자애롭고 거대한 존재로 인식되어 왔고.
실제로 세계수는 오랜 세월 생명들의 문화를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이번 세기의 말투는 신기해영. 쓰다보니 중독될 것 같습니당.”
문제는 이번 세기는 갤러리 세기라는 것.
갤러리 말투에 중독되어 버린 세계수는 현실 갤러리 말투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새로운 마카롱을 집으려던 그때였다.
-후다닥
“잉.”
줄기 너머 바깥에서 무언가 후다닥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세계수는 마카롱을 집다 말고 고개를 줄기 밖으로 빼꼼 내밀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는 건 없었다.
“이상하네영, 분명 뭔가 있었습니당.”
분명 저 끝에서 무언가 쫑긋하던 게 보였던 것 같은데...
세계수는 곧 자신이 잘못 봤겠거니 여기며 도로 몸을 돌릴 순간이었다!
“쉿.”
“호엑.”
복면을 쓴 검은 형체의 무언가.
세계수 내부로 침투한 그것이 그대로 세계수를 보따리에 홀라당 담아버렸다.
세계수는 그만 저항할 틈도 얻지 못한 채 납치당하고 말았다.
인생은 타이밍이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면, 확신히 생기면 과감하게 투자할 줄 알아야 한단 소리였다.
“흠.”
처음으로 곧죽흡이 내게서 떨어진 순간.
나는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폐성 탈출 계획을 실행으로 옮겼다.
방을 벗어나, 기다란 복도를 향해 무작정 달리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5분 째.
나는 드디어 폐성 정문으로 보이는 곳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주딱은 자유에요.”
힘찬 마음으로 방문을 열어젖힌 순간!
-포옥
무언가 품 속에 들어왔다.
아니, 무언가 나를 품 안에 가뒀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어디 갔다 와?”
곧죽흡이 고개를 들어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나보다 작은 주제에, 그녀는 나를 깃털마냥 가볍게 안아들었다.
“자, 다시 누으러 가자.”
“주흐흑.”
에르제베트는 나를 가볍게 공주님 안기로 안아다 침대에 던졌다.
나는 그대로 침대 위로 반강제로 다이빙을 당하며, 처음으로 돌아갔다.
1차 탈출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탈출하는 시간 동안 갤질 손해 봤네.”
게다가 곧죽흡의 경비가 한층 더 삼엄해졌다.
나를 빤히 바라보는 시선에, 절대로 혈액팩이 도망가게 두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결국 깔끔하게 포기하고 개념글부터 들어갔다.
무수히 많이 올라오는 글들이 독서라면, 개념글은 내게 있어 필독서였다.
놓치는 글 없이 바로 개념글 활동에 들어가려는데 이상한 글 하나가 보였다.
[제목: 우리가 세계수를 납치했다!]
“뭐지?”
어그로라기엔 너무 빈약한 제목.
념글을 차지할만한 어그로는 아니었다.
어떻게 개념글까지 갔나 싶었더니, 수많은 추천의 비결은 하나였다.
[개념글: 우리가 세계수를 납치했다!]
작성자: 어둠조아
(녹색 머리 여자애가 갇혀 있는 짤)
주딱은 당장 협상 테이블에 나와라
그렇지 않으면 세계수는 영영 볼 수 없을 것이다!
[추천5231] [비추천4121]
-
1점
-
어휴 믿는 갤럼 없제? ㅋㅋ
-
갤러리 초창기에도 이런 어그로글은 안썼다 둠조 갤럼갤럼아...
ㄴ 어둠조아) 똑바로 이름으로 불러라!
물론 아무도 안 믿었다.
해당 념글 댓글에 세계수 아이피 137.7.32가 나타나기 전까진.
- 137.7.32) (이 글은 세계수가 추천!)
ㄴ 뭐야 본인 등판했네
ㄴ 저거 진짜 님임?
ㄴ 우리 세계수님이 동네 꼬마로 보여요? ㅋ
ㄴ 세계수님이 저런 하급 어그로꾼들한테 납치되셨을 것 같아요? ㅋㅋ
하지만 엘프들만큼은 작성자를 비웃으며 외면했다.
세계수가 누군가?
살아있는 역사서이자 엘프 전체에 마나를 공급하는 마나 대주주였다.
적어도 몇 명 모여 작당한답시고 납치할만한 상대가 아니란 것이다.
- 137.7.32) (본인인데 개추 눌렀다 콘)
ㄴ ?
ㄴ 어라
ㄴ (이게 무슨 상황임??? 엘프 콘)
문제는 진짜라는 것.
머지않아 같은 작성자로부터 새로운 념글이 나타났다.
[개념글: 세계수임을 인증하겠다!]
작성자: 어둠조아
(납치범이 녹색 머리 여자애에게 부탁하는 짤)
(녹색 머리 여자애가 마법을 쓰자 방 내부가 온통 식물로 뒤덮히는 짤)
우린 장난 안 한다!
주딱은 협상테이블에 당장 나와라!
세계수를 영영 보고싶지 않은 것이냐!
-
아니 와 ㄹㅇ이네요
-
어캐 납치함? ㅋㅋㅋㅋ
-
아니 그럼 엘라드에 있는 세계수는 어쩜
“뭐야, 진짜였네?”
어떻게 납치했지?
세계수의 인증에 곧 개념글에 모여 있던 갤럼들의 반응이 터져나갔다.
-
(머리를 감싸쥐는 엘프 도자기 콘)
-
너 어디 살아요?
-
헤에엑 세계수님!!!!
-
비상! 비상! 초 비 상!!!
특히 세계수 원툴 엘프들은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세계수가 납치당했다.
오바 좀 더하자면 한 종족의 존망이 걸려 있는 최악의 상황이었인 것이다.
-
다, 당장 세계수님을 찾아야 해요!
-
흩어져서 지역별로 보고하도록 하세욧!!
-
지금 구하러 갈게요!!!
이에 자연스레 엘프들이 격분하며 갤러리에 도움을 요청했고...
-
? 내가 왜
-
ㅋㅋ 재밌긴 하네
-
념글 알찼다. 도파민 충전 굿~
-
(알빠인가? 드워프 콘)
자연스레 씹혔다.
아니, 오히려 세계수의 납치를 소소하게 축하하는 분위기까지 형성되었다.
- 137.7.32아, 거기선 납치범들 말 잘 듣고 건강해야 한다~
ㄴ 137.7.32) (감사함니당 세계수 콘)
-
해방됐네 ㅊㅊ
-
이제 해충 안 나오는 집에서 사는 거임?
-
ㅅㅂ 존나 부럽네; 나도 이사가고 싶다
-
이사 집들이 선물줄 건 없고, 뭐 축하한다누.
ㄴ 137.7.32) (눈물을 머금고 따봉하는 고양이 콘)
무려 수 세기 동안, 엘프의 소굴에서 평생을 고통 받던 세계수였다.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는 갤러리 답지 않게, 순수하게 축하해주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
이, 이런 법이 어딧서요!
-
세, 세계수님? 저희 버리시는 거 아니죠?
ㄴ 137.7.32) (새로운 신목 짤)
ㄴ 137.7.32) (세끼얏호우~! 콘)
그 속에서 혼란과 당혹감에 빠진 건 오직 엘프 뿐이었다.
- 어둠조아) 아니 이게 아닌데
ㄴ 어둠조아) 세계수님 평생 안 보고 싶어? 얼른 협상에 나오라고!
ㄴ ? 세계수님?
ㄴ 어둠조아) 아, 아무튼 협조하라고!
아니, 하나 더.
납치범들도 있었다.
“그러게 협박할 장소를 잘 골랐어야지.”
하필이면 맑눈광으로 진화한 세계수를 납치하고 협박하려 들어?
상대를 잘못 골라도 한참 잘못 골랐다.
“내가 분탕 한 두 번 보나?”
어둠조아 닉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아무래도 갤러리에 이번에 유입된 것 같은데, 제대로 매운맛을 보고 정신을 못차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놀리는 건 여기서 그쳐야지.”
더 하면 뉴비 탈갤할 위험이 있다.
나는 장난은 이쯤두고 납치범과 대화를 시도했다.
- 주딱*) 그래서 뭘 원함?
“뭐 총기라도 바라나?”
나를 협박하려 드는 협박범들이야 다 비슷한 패턴으로 굴러갔다.
나를 중심으로 갤러리 장악을 노리거나, 현대 무기들을 자신에게 공급하란 것.
당연히 이 납치범들이 원하는 것도 그런 것일 줄 알았다.
-
어둠조아) 우리에게 세모난 밥을 줘라!
-
어둠조아) 오늘 저녁 시간 되기 전까지 시간을 주겠다!
그런데 납치범들이 요구하는 건 예상과 달랐다.
“세모난 밥?”
삼각김밥 말하는 건가?
예전에 삼각김밥 수량을 잘못 더해 구매한 적이 있었다.
10개만 구매하려고 했는데, 0를 잘못 붙여 100개를 주문한 것이다.
그래서 남는 90개를 장터에 올렸는데, 쥐도새도 모르게 팔렸던 적이 있었다.
“그땐 갤러리에 별다른 반응도 없었지.”
하지만 갤러리엔 그 누구도 삼각김밥에 대한 후기를 올리지 않았다.
그래서 자연스레 잊고 지냈었는데, 그걸 샀던 애들이 이 납치범들이었구나.
- 어둠조아) 우리에게 세모난 밥을 줘라!
“달라는데 주지 뭐.”
세계수 납치극을 벌이고 한다는 게 삼각김밥을 달라는 거라니.
나는 대충 10개 정도 주문해 배송시켰다.
- 주딱*) ㅇㅋ
ㄴ 어둠조아) ...진짜로?
당당하게 내놓으라고 말한 것 치고는 쭈글거리는 채팅창이 인상적이었다.
[삼각김밥 10개를 배송했습니다!]
삼각김밥을 배송시키자, 잠깐 채팅이 없는가 싶더니 납치범으로부터 새로운 답글이 달렸다.
- 어둠조아) 고, 고맙다!
실력은 뛰어난 것 같은데, 이상하리만치 갤러리에 어리숙하고 낯선 납치범들.
“왠지 알 것 같은데...”
닉네임부터 짤에서 스치듯 보였던 뾰족한 귀까지.
정체를 유추하던 와중에 파딱, 풀피엘프가 깨달았다는 듯 채팅을 보냈다.
풀피엘프: 아, 누군지 알겠다에요
주딱*: 오 ㄹㅇ?
풀피엘프: 쟤네 다크엘프다에요
“다크엘프요?”
다크엘프면, 엘프들이 과거에 내쫓았다던 종족 아닌가?
어렴풋이 듣기만 했지, 한 번도 나타난 적 없어서 새삼 놀랐다.
그때 삼각김밥을 다 먹었는지 몇 분 지나지도 않은 시점에 새로운 답글이 달렸다.
- 주딱*) 맛이 어때?
ㄴ 어둠조아) 자, 잘먹었다. 최고의 맛이었다!
ㄴ 어둠조아) 아무튼! 이런 뻔한 요구에 속다니 멍청한 주딱 같으니!
“뭣.”
그런데 마냥 어리숙한 줄 알았던 다크엘프(추정) 어둠조아가 본색을 드러냈다.
-
어둠조아) 세계수를 돌려주는 일 따윈 없다!
-
어둠조아) 우리의 땅에서 새로운 신목을 길러낼 거다!
엘프들의 고향, 엘라드를 버리고 자신들의 땅에서 신목을 길러내겠다는 것.
어둠조아는 초대형 떡밥을 갤러리에 투하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