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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마종주의 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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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만 해도 흉흉한 단어에 사람들의 표정이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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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신경 쓸 이성이 없었다. 자연에 가까워진 무언가가 춘봉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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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몸에서 꺼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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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미 싹이 아닌가? 꽃봉오리 정도는 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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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지 않는다면 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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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구만. 어찌 저런 상태로 육신을 유지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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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할 말만을 하는 대화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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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몸에서 기운이 일어남과 동시에 검이 움직였다. 이기어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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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머리 뒤에 핀 세 송이의 꽃, 그것에 달린 수백의 눈알에서 수백 줄기의 역천일월공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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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 잠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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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극이 기겁해 몸을 날렸다. 저 안에 다른 무언가가 깃들어있다고는 하지만, 몸 자체는 서준의 여동생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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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걸 맞는다면 흔적조차 남기지 못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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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늦었다. 그의 속도로는 저 상태의 서준을 감히 따라잡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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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극의 눈이 부릅 뜨였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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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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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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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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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줄기의 역천일월공과, 날아들던 검이 멈췄다. 춘봉이 한 일이 아니다. 서준이 직접 멈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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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은 눈앞에서 멈춘 공격들에 기꺼운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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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신기(神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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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어검이야 그렇다 쳐도, 쏘아낸 수백의 기를 제자리에 멈추는 일은 어지간한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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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눈동자에 닿을 듯 말 듯한 검을 밀어 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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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을 한다기에는 살기조차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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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 멈췄던 수백의 역천일월공이 점의 형태를 취한 채 주변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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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저 사내의 정체가 무엇인가. 춘봉의 안에 깃든 존재가 서준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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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의 눈동자가 자신을 바라보는 감각은 썩 유쾌하지 않다지만, 겨우 그런 일로 치워버리기에는 눈앞의 상대가 너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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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너는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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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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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여전히 수백의 시선이 춘봉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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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아닌, 그 안에 깃든 자신만을 향하는 살기에 무언가가 껄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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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내 소개를 먼저 해야겠지. 나는 금휘제. 무림에서는 검신이라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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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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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을 들은 모두가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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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가를 진정 신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자가 검신 금휘제다. 이미 등선한, 말 그대로 신적인 존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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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준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저 가라앉은 눈으로 춘봉을 바라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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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건 뭐건, 다시 한 번 말하지. 그 몸에서 꺼져라. 그렇지 않으면 베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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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그치지 않았다. 주변을 맴돌던 수백의 역천일월공이 흐릿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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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게 아니다. 기에 의념을 담아 유형화되었던 것이 다시금 순수한 기로 돌아가며 더욱 높은 계위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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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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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곳에 닿은 기가 무수한 검의 형태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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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검신 역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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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그 수준에서 명의 계위를 바라보는가? 천고의 기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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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곳에 손을 뻗은 결과가 좋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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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육신 태반이 기로 화하며 신체가 반투명해지고, 그 존재가 서서히 세상과 합일되며 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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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닿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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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바라는 것과 동시에 수백의 기검(氣劍)이 검신에게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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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란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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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신이 쓰게 웃었다. 육신이 아닌, 그 안에 깃든 자신만을 노리는 공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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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때보다도 흥미가 동했지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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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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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신이 허리춤의 검을 뽑아들었다. 느릿한 동작이었다. 허나 그 누구도 이어지는 동작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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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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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가 베였다. 날아들던 기검들이 일제히 소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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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 중 검에 한해 가장 높은 경지에 도달한 남궁혁만이 그 편린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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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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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담은 것만으로 상식이 어긋난다. 검을 휘둘러, 무언가를 베었다. 그 단순한 이치가 형용할 수 없는 괴리감이 되어 남궁혁의 기혈이 비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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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입에서 피를 쏟던 남궁혁이 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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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신이 껄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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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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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달려들었다. 의식한 순간 검신의 코앞에 나타났다. 그의 여섯 손에 깃든 기운에 검신이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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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네놈은 정신을 좀 차리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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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신의 검이 움직였다. 기껏해야 절정에 불과한 춘봉의 육체. 허나 검신에게는 그 정도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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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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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휘저어진 검을, 서준은 피하지 못했다. 검이 그의 가슴을 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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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육신에 상처가 새겨지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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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신의 검은 서준의 정기신을 강제로 분리시켜 균형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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쐐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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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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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신이 예상하지 못한 것은, 서준의 기에 대한 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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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의 육신에 깃들어 기감이 제한됐다고는 하나, 검 한 자루로 신의 영역에 이른 사내가 검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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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조차 감지하지 못한 일격이 옆구리를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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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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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계에 있는 검신의 본체와 춘봉의 육신 사이의 연결이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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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신은 애써 그 연결을 유지하며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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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이 고얀 놈. 정신을 차렸으면 예를 갖추지는 못할 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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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달려들고 있었다. 이성이 돌아온 그의 눈이 검신을 사납게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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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신이고 자시고, 이 씹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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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기억은 흐릿하지만, 어렴풋이는 기억 난다. 지금 춘봉의 육체를 다른 존재가 차지하고 있다는 것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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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어지러움을 참아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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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끝내 내지르지는 못했다. 검신이 강제로 정기신의 균형을 맞춰버린 탓이다. 전과 같이 검신만을 타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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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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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다시 한 번, 한계를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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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춘봉이를 앗아가려 한다면, 신을 찢어 죽이고 그녀를 되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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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눈이 번뜩이자 검신이 손을 내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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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라. 여기서 더 무리했다가는 내 손녀의 몸이 상할 거다. 너도 그걸 바라진 않지 않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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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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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몽롱한 의식이 그 말을 해석했다. 춘봉이가 손녀. 그러고 보니 검신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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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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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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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신이 눈을 끔뻑였다. 서준이 머리를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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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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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가득 채우던 살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서준은 우선 검신이 강제로 맞춘 정기신의 균형을 비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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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웅-! 억눌려있던 기가 터져나오며 균형이 어긋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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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기껏 맞춰놓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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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신이 탄식했지만, 서준은 할 일부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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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유형화되어 중단전 어림에 맺히고, 정과 신을 보하며 새로이 정기신의 균형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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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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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신이 감탄했다. 내단을 이용해 정기신의 균형을 맞추다니. 인간이라기 보다는 요괴의 방식에 가깝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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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서준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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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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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숨과 함께 체내를 지배하던 마기의 기운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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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파의 깨끗한 기운에 가까운 혼원기가 서준의 단전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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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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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검신도 경악했다. 내공의 성질을 아예 뒤바꾼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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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니. 잠시만. 정말 어떻게 한 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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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검신도 하려면 할 수 있다. 능통한 분야는 아니지만, 등선하여 온전한 신이 되었으니 내공의 성질을 바꾸는 것 정도야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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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놈은 등선은커녕 화경조차 되지 못했다. 아니, 극마조차 되지 못했다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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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마종주의 싹이고 꽃봉오리고 저런 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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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신의 눈이 혼란을 담은 채 흔들렸다. 서준은 태평한 척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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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뭐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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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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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신은 서준의 반응으로 대충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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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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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하니 스스로도 자세한 이치는 모르는 듯싶다. 그저 되니까 하는 것일 뿐. 이 주제를 이어가봤자 아무런 소득이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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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신은 탄식하며 본론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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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시 한 번 물으마. 너는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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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오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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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그 춘봉이 누구를 말하는 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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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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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손바닥을 주먹으로 탁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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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요. 금희. 금춘봉. 마이 시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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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거니. 이제 보니 정신이 성한 놈은 아니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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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신이 대충 납득했다. 하지만 서준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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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하나 물어봐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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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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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 춘봉이 몸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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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한 질문이지만, 검신은 그 속에 깃든 끔찍한 살의를 엿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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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은 어느 방향으로도 나타나지 않지만, 여차하면 저것이 온전히 자신에게 쏟아질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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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재밌는 놈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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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신은 크게 웃으며 서준의 어깨를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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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걱정하는지는 알겠으나, 그리 걱정할 필요 없다. 애시당초 내가 하계에 내려올 수 있었던 것은 나의 피를 이은 희가 무의식 중에 그것을 바랐기 때문이다. 오래 있을 수도 없을 뿐더러, 때가 되면 희도 자연스레 깨어나게 될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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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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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춘봉의 도움 요청에 할아버지가 후다닥 달려온 것이라는 말이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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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가능한 것은 아마 시혈만천이 주구장창 찾아대던 신혈 때문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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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저 말이 사실이라면 경계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감사하는 것이 맞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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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계까지 가셔서 우리 춘봉이를 챙겨주시다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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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나야 와서 한 것도 없는데 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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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신이 손녀(정확히는 아득히 먼 후손)의 몸에 깃들었을 때는 이미 상황이 끝나있었다. 그로서는 딱히 감사를 받을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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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금백유 이놈은 어디서 뭘 하길래 희가 이런 데 혼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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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신이 끌끌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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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백유요? 그게 누군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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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긴. 희 애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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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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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데굴 눈을 굴렸다.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다 경계를 푼 패진광이 대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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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금가는 멸문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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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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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신이 미간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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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내가 등선한 지 얼마나 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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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신은 입을 다물고 잠시 무언가 고민하더니, 별다른 반응 없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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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 일은 됐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본래라면 조금 더 머물 수 있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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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신이 서준을 빤히 바라보았다. 서준이 머쓱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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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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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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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멍청한 반응을 보이는 놈이 아까 살벌하던 그놈이 맞는가? 검신이 끌끌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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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물어라. 하늘이 허락하는 한에서 답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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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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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안 쓰여요? 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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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별다른 정을 주지도 않았다. 내 미련이라 할 만한 것은 희뿐. 그동안 황운신검을 제대로 익히는 놈 하나 나오지 않았으니 멸문할 만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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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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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니 더 할 말은 없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필요한 정보나 얻으면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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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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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허락하는 한이라는 건 무슨 소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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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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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라 할지라도 무언가 제약에 얽매여 있는 건가? 정확한 답변을 얻지 못하니 무어라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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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제가 화경에 오르려면 뭐가 더 필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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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그것이 가장 궁금했다. 왜 자신이 아직 화경에 닿지 못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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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딱히 부족한 건 없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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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경지조차, 닿고자 한다면 당장이라도 다시 닿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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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째서 화경에는 닿을 수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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