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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 이틀차의 첫 번째 대련은 소림의 혜운과 하북팽가의 팽도진의 대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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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는 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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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도진 역시 상당한 실력자였으나, 그 실력이 혜운에 미치지는 못했다. 결국 혜운이 이변 없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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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두 번째 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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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과 무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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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자세를 고쳐앉자, 근처에 있던 허도진인이 슬쩍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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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히 그와 친한 몇몇 인물들 역시 다가왔고, 원래 서준과 친분이 있던 홍안개, 패진광, 은유도 등의 인물들과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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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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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파벌이 생기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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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지회는 후기지수들을 위한 대회일 뿐만 아니라, 그들의 보호자 역으로 따라온 초절정 무인들의 사교장이기도 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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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사교에 큰 관심이 없었기에 곧 춘봉이 나올 연무장에 모든 감각을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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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검금가의 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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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의 목소리와 함께 춘봉이 연무장 위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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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오늘도 여전히 신검금가의 예복을 갖춰 입은 상태였다. 그 모습이 엄마 옷 뺏어입은 딸내미 같아서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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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당파의 무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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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혜가 춘봉의 맞은편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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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한 표정으로 춘봉을 바라보던 그녀가 포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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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부탁드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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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한 수 배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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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생활 모드 금춘봉이 마주 포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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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실실 웃으며 그 모습을 보고 있자 허도진인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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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진기재천 자네는 이후 어찌 할 생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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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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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남궁세가의 장로로 있는 것 같은데, 신검금가의 전승자라면 훗날 금가를 재건할 때 위치가 애매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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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할 것까지는 없죠. 어차피 남궁세가건 신검금가건 가족이나 마찬가진데. 아마 애초에 두 세가가 가깝게 지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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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은 몰라도 집단의 일이 되면 그렇게 쉽게 굴러가진 않을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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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도진인의 말에 서준이 잠시 머리를 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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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남궁세가. 신검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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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은 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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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 없을 것 같은데요? 저희 장인어른이 워낙 쿨하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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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 아, 그렇지. 확실히 현 남궁가주는 시원시원한 면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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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도진인은 잠시 미래의 모습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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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천하제일인에 가장 가까운 남궁진천, 젊은 나이에 말도 안 되는 성취를 이룬 진기재천, 남궁세가와 신검금가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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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파가 크게 한 번 뒤집어지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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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와 신검금가가 하나의 가문처럼 가깝게 지낸다면 그 세력이 지금에 비해 훨씬 강대해지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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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이야 신검금가가 몰락해 별다른 세력이 없다지만, 과연 나중에도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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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가(神家)라는 배경에 진기재천이라는 고수, 정통성 있는 금가의 후계자까지 있으니 자리만 잡는다면 그 세력이 금세 불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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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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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도진인은 살아온 세월을 바탕으로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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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친하게 지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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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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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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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 대답할 틈도 없이 대련이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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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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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일단 대련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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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혜는 한 손에 검을 쥔 채 눈앞의 여인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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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검금가의 후예. 진기재천이 아끼는 여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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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들을 뒤로한 채 그녀의 이전 대련들을 빠르게 복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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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그 환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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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무공인지는 모른다. 허나 황실의 주양일을 농락할 정도의 고절한 무공임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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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기를 잡으려면 그 무공을 공략해야 함이 자명한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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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혜는 시작부터 절초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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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혜검(太極慧劍), 선류(旋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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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르륵-! 무혜의 묵빛 내공이 물처럼 흐르며 연무장의 공간을 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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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그녀의 검이 부드럽게 원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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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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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은 시작이자 끝. 만물을 포용하며 끝없이 퍼져 다시 만물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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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의 검법을 단순히 반격에 능한 검이라 착각하는 이들이 있지만, 큰 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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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에 휩쓸린다면 그 또한 태극의 일부가 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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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의 검 역시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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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울너울 퍼져나간 검기가 춘봉을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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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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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은 겁먹지 않았다. 무당? 태극? 기껏해야 후기지수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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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저것은 기를 다루는 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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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과 함께한 춘봉에게는 우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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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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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의 검이 태극을 양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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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과 양. 조화를 이루던 태극이 나뉘어 정순한 음과 양으로 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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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은 달려들며 검에 청운신공의 공력을 휘감았다. 태극에서 나뉜 음기가 춘봉의 검을 따라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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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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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혜는 흥미로 눈을 반짝이며 마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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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의 검이 청룡의 형상을 취하며 덮쳐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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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혜는 환검을 주의하며 검을 펼쳤다. 정확한 움직임을 파악할 수 없다면, 선이 아닌 면을 베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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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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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과 무혜의 검이 맞부딪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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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춘봉의 검이 작은 원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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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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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글-, 흐름을 빼앗긴 검이 통제를 벗어나 젖혀진다. 청운신검의 운류청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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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혜는 멍하니 그 광경을 보았다. 춘봉이 삐죽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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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춘봉신공만 의식하는 게 아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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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의 주력은 춘봉신공이 아닌 청운신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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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혜가 급히 몸을 틀었으나, 춘봉의 검이 무혜의 목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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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한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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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 속에는 치밀한 수싸움이 있었다. 무혜의 실책은 춘봉신공을 너무 경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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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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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신공과 청운신검 둘 모두 절세의 무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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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하나를 경계한다면 다른 하나에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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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패를 두 개나 들고 있는 춘봉이 말이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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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자…! 신검금가의 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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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흥을 내기도 전에 끝나버린 대련에 관중들이 머뭇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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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은 당황하지 않고 납검한 뒤, 한 쪽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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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는 바람에 황금빛 용포가 휘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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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이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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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검금가의 위명은 영원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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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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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관중들이 목이 터져라 함성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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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당의 후기지수를 한 초식만에 꺾은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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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무혜가 보여준 모습이 있었던 만큼, 관중들은 흥분해 떠들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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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검금가가 그리 대단하다더니 참말이었나 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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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아니겠나! 이거 금가가 너무 쉽게 우승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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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지! 아직은 봐야 알지. 남궁의 후기지수 역시 대단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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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서준이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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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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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래도 저렇게 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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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춘봉을 얕보고 있었던 건 자신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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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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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춘봉이 완전 슈퍼스타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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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보기에 슈퍼스타의 자질이 있다. 잠잠하던 관중들을 단번에 흥분시키는 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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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태어났다면 필히 세계제일의 아이돌이 되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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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허허 웃자 침묵하던 허도진인이 침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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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응…. 흥분하면 시야가 좁아지는 버릇을 아직도 못 고쳤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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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어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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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서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을 것 같긴 하지만, 일단 무림 기준으로 어린 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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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렇지. 차라리 이제라도 깨달아 다행일지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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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도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꽤나 아쉬워 보이는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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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아쉬워하는 것은 그 혼자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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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장로들 역시 순식간에 끝나버린 대련에 웅성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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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군. 한 번 더 붙는다면 정말 좋은 대련이 될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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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의 장기를 보기도 전에 끝나버렸으니 별수 있나. 실수 역시 실력인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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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되었건 금가의 승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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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또 한 걸음, 춘봉의 위대한 야망이 현실에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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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춘봉을 잔뜩 축하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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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것도 사먹이고, 높다높다도 시켜주고, 머리까지 한껏 쓰다듬어주니 춘봉은 그날 만족스럽게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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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높이 뜬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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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지붕 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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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 생각해 보면 한밤중의 지붕이야말로 영감이 솟아나는 베스트 스팟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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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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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드높이 걸린 달을 보았다. 마침 둥글게 뜬 만월이 은은한 빛을 땅에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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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그 달을 향해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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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지와 중지를 펼쳐 달을 겨누고, 사일의 묘리를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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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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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심상 속, 달에 둥그런 구멍이 뚫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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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사일이 아니라 사월(射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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낄낄 웃으며 몰아치는 영감을 따라 심상을 흩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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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절정에 오르고 시간이 지나 굳건해진 하나의 세계. 그 모든 만물이 서준의 손짓 아래 흩어져 손끝에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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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 그것은 해를 쏘아 떨어뜨리고자 하는 인간의 열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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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속도는 빛과 같으며, 제아무리 멀리 떨어진 목표라도 단숨에 꿰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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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위룡은 달리 생각하는 것 같으나 서준에게는 이쪽이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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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어차피 하늘에 오를 수 있으니, 기왕이면 남을 끌어내리는 쪽이 짓밟기에 편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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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자잘한 것들을 쳐내고 필요한 요소들만을 손 안에 담았다. 어느덧 재구축된 심상이 그를 보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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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천(貫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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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토대는 역천일월공. 음과 양이 역태극을 그려 하늘 위로 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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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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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말없이 웃으며 스스로 이루어낸 장관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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꿰뚫은 심상 속의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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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커다란 구멍이 뚫린 밤하늘이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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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았다.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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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보다도 검은 구멍. 별들조차 빛을 발하지 못하는 무저갱 속, 하늘의 파편들이 힘없이 떨어져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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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을 수 없을 것만 같던 저 빌어먹을 하늘조차 부수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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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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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하늘을 발아래 둘 때까지,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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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무공에 열심인 것은 좋으나 다른 사람들도 조금은 생각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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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옙….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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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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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남궁세가의 별장에 수많은 무인들이 모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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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의 대장군이 암살당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기, 하늘에 구멍이 휑하니 뚫려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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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들이 기겁해 달려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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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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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별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 다행이군. 이번에는 어떤 미친놈들인가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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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래도 스님이신데…. 미친놈은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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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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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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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궁시렁댔다. 방장은 혀를 차면서도 때아닌 소란에 놀라 뛰쳐나온 춘봉을 깊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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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검금가를 노린 습격은 아니었나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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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검금가를 멸문시킨 미지의 세력. 그에 대해서는 방장조차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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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흑련이 엮여있는 것은 틀림없어 보이나, 마냥 사흑련의 소행이라 여기기에는 탐탁찮은 구석이 많은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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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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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지. 방장이 고개를 내저었다. 섣불리 판단해서 좋을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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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다음부터는 주의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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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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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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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의 눈동자 속 깊은 곳. 황금빛 광망이 짙게 일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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