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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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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16강 이틀차의 첫 번째 대련은 소림의 혜운과 하북팽가의 팽도진의 대련이었다.

승자는 혜운.

팽도진 역시 상당한 실력자였으나, 그 실력이 혜운에 미치지는 못했다. 결국 혜운이 이변 없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리고 두 번째 대련.

춘봉과 무혜.

서준이 자세를 고쳐앉자, 근처에 있던 허도진인이 슬쩍 다가왔다.

자연히 그와 친한 몇몇 인물들 역시 다가왔고, 원래 서준과 친분이 있던 홍안개, 패진광, 은유도 등의 인물들과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었다.

서준은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이런 식으로 파벌이 생기는 건가?

용봉지회는 후기지수들을 위한 대회일 뿐만 아니라, 그들의 보호자 역으로 따라온 초절정 무인들의 사교장이기도 한 듯했다.

서준은 사교에 큰 관심이 없었기에 곧 춘봉이 나올 연무장에 모든 감각을 집중했다.

  • 신검금가의 금희…!

심판의 목소리와 함께 춘봉이 연무장 위에 오른다.

그녀는 오늘도 여전히 신검금가의 예복을 갖춰 입은 상태였다. 그 모습이 엄마 옷 뺏어입은 딸내미 같아서 귀엽다.

  • 무당파의 무혜…!

무혜가 춘봉의 맞은편에 섰다.

맹한 표정으로 춘봉을 바라보던 그녀가 포권했다.

“잘 부탁드리오.”

“네, 한 수 배우겠습니다.”

사회 생활 모드 금춘봉이 마주 포권한다.

서준이 실실 웃으며 그 모습을 보고 있자 허도진인이 물었다.

“그나저나 진기재천 자네는 이후 어찌 할 생각인가?”

“네? 뭘요?”

“지금은 남궁세가의 장로로 있는 것 같은데, 신검금가의 전승자라면 훗날 금가를 재건할 때 위치가 애매할 것 아닌가.”

“애매할 것까지는 없죠. 어차피 남궁세가건 신검금가건 가족이나 마찬가진데. 아마 애초에 두 세가가 가깝게 지내지 않을까요?”

“개인은 몰라도 집단의 일이 되면 그렇게 쉽게 굴러가진 않을 걸세.”

허도진인의 말에 서준이 잠시 머리를 굴렸다.

미래. 남궁세가. 신검금가.

고민은 길지 않았다.

“상관 없을 것 같은데요? 저희 장인어른이 워낙 쿨하셔서.”

“쿨? 아, 그렇지. 확실히 현 남궁가주는 시원시원한 면이 있지.”

허도진인은 잠시 미래의 모습을 그렸다.

현 천하제일인에 가장 가까운 남궁진천, 젊은 나이에 말도 안 되는 성취를 이룬 진기재천, 남궁세가와 신검금가의 관계….

“정파가 크게 한 번 뒤집어지겠군….”

남궁세가와 신검금가가 하나의 가문처럼 가깝게 지낸다면 그 세력이 지금에 비해 훨씬 강대해지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당장이야 신검금가가 몰락해 별다른 세력이 없다지만, 과연 나중에도 그럴까?

신가(神家)라는 배경에 진기재천이라는 고수, 정통성 있는 금가의 후계자까지 있으니 자리만 잡는다면 그 세력이 금세 불어날 것이다.

‘지금이 저점.

허도진인은 살아온 세월을 바탕으로 결론 내렸다.

“우리 친하게 지내세.”

“예?”

  • 시작…!

뭐라 대답할 틈도 없이 대련이 시작했다.

‘뭔데 갑자기.

서준은 일단 대련에 집중했다.

무혜는 한 손에 검을 쥔 채 눈앞의 여인을 바라보았다.

신검금가의 후예. 진기재천이 아끼는 여동생.

사소한 것들을 뒤로한 채 그녀의 이전 대련들을 빠르게 복기했다.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그 환검.

어떤 무공인지는 모른다. 허나 황실의 주양일을 농락할 정도의 고절한 무공임은 확실하다.

승기를 잡으려면 그 무공을 공략해야 함이 자명한 바.

무혜는 시작부터 절초를 펼쳤다.

태극혜검(太極慧劍), 선류(旋流).

콰르륵-! 무혜의 묵빛 내공이 물처럼 흐르며 연무장의 공간을 점한다.

동시에 그녀의 검이 부드럽게 원을 그렸다.

스아악-!

태극은 시작이자 끝. 만물을 포용하며 끝없이 퍼져 다시 만물을 이룬다.

무당의 검법을 단순히 반격에 능한 검이라 착각하는 이들이 있지만, 큰 오산이다.

태극에 휩쓸린다면 그 또한 태극의 일부가 될 뿐.

무당의 검 역시 그러하다.

너울너울 퍼져나간 검기가 춘봉을 덮쳤다.

“후읍…!”

춘봉은 겁먹지 않았다. 무당? 태극? 기껏해야 후기지수 수준이다.

심지어 저것은 기를 다루는 무공.

서준과 함께한 춘봉에게는 우스웠다.

슷-

춘봉의 검이 태극을 양분한다.

음과 양. 조화를 이루던 태극이 나뉘어 정순한 음과 양으로 화했다.

춘봉은 달려들며 검에 청운신공의 공력을 휘감았다. 태극에서 나뉜 음기가 춘봉의 검을 따라 흐른다.

“어떻게?”

무혜는 흥미로 눈을 반짝이며 마주 달렸다.

춘봉의 검이 청룡의 형상을 취하며 덮쳐든다.

무혜는 환검을 주의하며 검을 펼쳤다. 정확한 움직임을 파악할 수 없다면, 선이 아닌 면을 베어낸다.

콰륵-!

춘봉과 무혜의 검이 맞부딪혔다.

그리고, 춘봉의 검이 작은 원을 그렸다.

“어?”

빙글-, 흐름을 빼앗긴 검이 통제를 벗어나 젖혀진다. 청운신검의 운류청천이다.

무혜는 멍하니 그 광경을 보았다. 춘봉이 삐죽 웃었다.

“너무 춘봉신공만 의식하는 게 아닌지요?”

춘봉의 주력은 춘봉신공이 아닌 청운신검이다.

무혜가 급히 몸을 틀었으나, 춘봉의 검이 무혜의 목에 닿았다.

허무한 결말.

허나 그 속에는 치밀한 수싸움이 있었다. 무혜의 실책은 춘봉신공을 너무 경계한 것.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춘봉신공과 청운신검 둘 모두 절세의 무공이다.

어느 하나를 경계한다면 다른 하나에 당한다.

그런 패를 두 개나 들고 있는 춘봉이 말이 안 되는 것이다.

  • 승자…! 신검금가의 금희…!

채 흥을 내기도 전에 끝나버린 대련에 관중들이 머뭇댔다.

춘봉은 당황하지 않고 납검한 뒤, 한 쪽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부는 바람에 황금빛 용포가 휘날린다.

춘봉이 외쳤다.

“신검금가의 위명은 영원하리!”

와아아아아────────!!!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관중들이 목이 터져라 함성을 내질렀다.

그 무당의 후기지수를 한 초식만에 꺾은 여인!

그동안 무혜가 보여준 모습이 있었던 만큼, 관중들은 흥분해 떠들어댔다.

“신검금가가 그리 대단하다더니 참말이었나 보구만!”

“어찌 아니겠나! 이거 금가가 너무 쉽게 우승하는 것 아닌가?”

“아니지! 아직은 봐야 알지. 남궁의 후기지수 역시 대단하지 않았나!”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서준이 감탄했다.

“오….”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 쉽게?

어쩌면 춘봉을 얕보고 있었던 건 자신일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우리 춘봉이 완전 슈퍼스타구만?

척 보기에 슈퍼스타의 자질이 있다. 잠잠하던 관중들을 단번에 흥분시키는 저 모습.

현대에 태어났다면 필히 세계제일의 아이돌이 되었으리라.

서준이 허허 웃자 침묵하던 허도진인이 침음을 흘렸다.

“끄응…. 흥분하면 시야가 좁아지는 버릇을 아직도 못 고쳤군.”

“아직 어리니까요.”

아마 서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을 것 같긴 하지만, 일단 무림 기준으로 어린 건 맞다.

“…그래, 그렇지. 차라리 이제라도 깨달아 다행일지도 모르겠어.”

허도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꽤나 아쉬워 보이는 표정이다.

허나 아쉬워하는 것은 그 혼자가 아니었다.

주변의 장로들 역시 순식간에 끝나버린 대련에 웅성댔다.

“아쉽군. 한 번 더 붙는다면 정말 좋은 대련이 될 터인데….”

“무당의 장기를 보기도 전에 끝나버렸으니 별수 있나. 실수 역시 실력인 게지.”

어찌 되었건 금가의 승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게 또 한 걸음, 춘봉의 위대한 야망이 현실에 가까워졌다.

서준은 춘봉을 잔뜩 축하해줬다.

맛있는 것도 사먹이고, 높다높다도 시켜주고, 머리까지 한껏 쓰다듬어주니 춘봉은 그날 만족스럽게 잠에 들었다.

달이 높이 뜬 밤.

서준은 지붕 위에 올랐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한밤중의 지붕이야말로 영감이 솟아나는 베스트 스팟일지도 모른다.

“보자….”

서준은 드높이 걸린 달을 보았다. 마침 둥글게 뜬 만월이 은은한 빛을 땅에 내린다.

서준은 그 달을 향해 손을 뻗었다.

검지와 중지를 펼쳐 달을 겨누고, 사일의 묘리를 되새긴다.

“빵.”

서준의 심상 속, 달에 둥그런 구멍이 뚫렸다.

이러면 사일이 아니라 사월(射月)인가?

낄낄 웃으며 몰아치는 영감을 따라 심상을 흩어냈다.

초절정에 오르고 시간이 지나 굳건해진 하나의 세계. 그 모든 만물이 서준의 손짓 아래 흩어져 손끝에 맺힌다.

사일. 그것은 해를 쏘아 떨어뜨리고자 하는 인간의 열망.

그 속도는 빛과 같으며, 제아무리 멀리 떨어진 목표라도 단숨에 꿰뚫는다.

은위룡은 달리 생각하는 것 같으나 서준에게는 이쪽이 편했다.

자신은 어차피 하늘에 오를 수 있으니, 기왕이면 남을 끌어내리는 쪽이 짓밟기에 편하지 않겠는가.

서준은 자잘한 것들을 쳐내고 필요한 요소들만을 손 안에 담았다. 어느덧 재구축된 심상이 그를 보조한다.

“관천(貫天).”

그 토대는 역천일월공. 음과 양이 역태극을 그려 하늘 위로 쏘아졌다.

쩌어억──────────

서준은 말없이 웃으며 스스로 이루어낸 장관을 바라보았다.

꿰뚫은 심상 속의 하늘.

그것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커다란 구멍이 뚫린 밤하늘이 그곳에 있었다.

“…닿았다. 하늘.”

밤하늘보다도 검은 구멍. 별들조차 빛을 발하지 못하는 무저갱 속, 하늘의 파편들이 힘없이 떨어져내린다.

닿을 수 없을 것만 같던 저 빌어먹을 하늘조차 부수어냈다.

‘나는 오늘도 나아갔다.

저 하늘을 발아래 둘 때까지,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자네, 무공에 열심인 것은 좋으나 다른 사람들도 조금은 생각해줘야지.”

“옙…. 죄송합니다…”

혼났다.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남궁세가의 별장에 수많은 무인들이 모여들었다.

황실의 대장군이 암살당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기, 하늘에 구멍이 휑하니 뚫려버린 것이다.

무인들이 기겁해 달려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방장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별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 다행이군. 이번에는 어떤 미친놈들인가 했네.”

“아니, 그래도 스님이신데…. 미친놈은 조금….”

“뭐라고?”

“아닙니닷….”

서준이 궁시렁댔다. 방장은 혀를 차면서도 때아닌 소란에 놀라 뛰쳐나온 춘봉을 깊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신검금가를 노린 습격은 아니었나보군.

신검금가를 멸문시킨 미지의 세력. 그에 대해서는 방장조차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

사흑련이 엮여있는 것은 틀림없어 보이나, 마냥 사흑련의 소행이라 여기기에는 탐탁찮은 구석이 많은 탓이다.

‘어쩌면….

아니지. 방장이 고개를 내저었다. 섣불리 판단해서 좋을 게 없었다.

“아무튼 다음부터는 주의하게.”

“옙.”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

방장의 눈동자 속 깊은 곳. 황금빛 광망이 짙게 일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