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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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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비무의 승자는-!”

방장의 목소리.

주철약의 머리를 짓밟은 발에 힘을 주려던 서준은 슬쩍 발을 뗐다.

‘까비요.

여기서 머리를 부수려 해도 방장이 막으려 들 터.

굳이 방장과 반목하면서까지 이놈을 죽이려 들 필요는 없다.

영 아니꼬우면 백서준이 죽여줄 테니까.

“남궁세가의 장로이자, 신검금가의 전승자. 이서준이다.”

와아아아아────────!!

방장의 선언과 동시에 거대한 함성이 울렸다.

범인에게는 평생에 한 번조차 보기 드문 초절정끼리의 비무요, 그 화려하면서도 압도적인 모습은 감탄을 금할 수 없게 했다.

비록 속도가 너무 빨라 무언가 번쩍이는 것밖에 볼 수 없었다고는 하나, 불이 솟아나고 황금빛 용이 튀어나오는데 놀라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에 반해 어느 정도 수준에 다다른 무인들은 오히려 조용해졌다.

서준이 보여준 압도적인 모습. 그보다 훨씬 충격적인 것은 파해식이다.

한 문파의 무공을 완벽히 파해해 어이가 없을 정도로 간단하게 상대를 농락하던 모습은….

“위험하군….”

당가의 장로 하나가 가라앉은 눈으로 서준을 바라보았다.

다른 이들 역시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비슷한 생각들이었다.

물론 순진하게 저 자리에서 당장 파해법을 만들었다고 믿는 사람은 없었다.

어떤 방식을 썼는지는 몰라도 파해법을 미리 준비해두었겠지.

그러면 이제 문제는 둘.

도대체 황실의 천일양제극화신공을 무슨 수로 구했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어떻게 파해식을 만들었기에 주철약을 저렇게까지 꼼짝도 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었는가.

“내가 이겼네?”

서준은 신경 쓰지 않았다.

사람들이 묘한 반응을 보이건 말건, 그는 실실 웃으며 주철약을 내려다보았다.

“내기, 안 까먹었지?”

패자는 무릎을 꿇고 사과한다.

표정이 잔뜩 굳은 주철약이 몸을 일으켰다.

당장이라도 검을 휘두를 듯 분노에 찬 표정이었지만, 그도 알았다.

여기서 승복하지 못하고 추하게 날뛰는 것은 황실의 명예에 먹칠을 하는 셈이다.

힘이 들어가 불거진 턱근육과 핏발 선 눈. 몸을 덜덜 떨던 주철약이 끝내 무릎을 꿇었다.

“…금가를 모욕한 것에 대해 사과하는 바요.”

“신검금가.”

“신검…, 금가를, 모욕한 것에 대해 사과하는 바요….”

“아니, 누가 사과를 하오체로 하지? 존대 어디 갔어.”

뿌드득-!

섬뜩한 소리와 함께 주철약의 입술 사이로 피가 새어나온다. 핏발 선 눈에서는 아예 피눈물이 줄줄 흘러내리기까지 했다.

누가 봐도 주화입마 직전이다.

그는 한동안 거칠게 숨을 몰아쉬더니, 초인적인 인내를 발휘해 다시 한 번 사과했다.

“신검금가를…, 모욕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싶, 습니다….”

서준은 잠시 고민했다.

내가 사과를 왜 받아줘야 되지? 로 시작해서 스무 번 정도 사과를 더 시키고 싶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보는 눈이 너무 많다.

“그래그래. 앞으로는 처신 잘 하라고.”

결국 적당히 타협한 서준은 무릎 꿇은 주철약의 머리를 툭툭 두드렸다.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살기가 피부를 간질이지만, 우습지도 않다.

서준이 낄낄 웃으며 방장을 바라보았다.

“이제 끝이죠?”

“…그래.”

방장은 묘한 눈으로 서준을 바라보았다.

백보신권의 이치를 눈으로 보고 따라했을 때부터 그랬지만, 이번 비무에서 보여준 파해식 역시 상식을 벗어나는 종류의 것이었다.

저 아해는 분명 어떤 방식으로든 무림에 커다란 폭풍을 몰고 올 터.

‘다행인 일이지.

마교나 사흑련에서 이런 인재가 나왔다면 지금의 열 배는 더 머리가 아팠을 것이다.

다시 말해, 일단 지금도 아프긴 하다는 소리다.

“하아….”

방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무수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한다는 것.

자존심에 금이 가는 걸 넘어서 아예 박살날 정도의 일이다.

자긍심 넘치는 초절정 고수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이럴 줄 알았지.

서준은 연무장을 내려가며 등을 찌르는 살기에 혀를 찼다.

몰아치는 분노에 약한 주화입마까지 겹쳐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주철약의 살기였다.

자존심이 꺾여서 방구석에 틀어박히는 엔딩이라면 참 좋았으련만, 어찌나 튼튼한 자존심인지 사과를 하고도 저런 살기를 품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일을 본 이상 괜히 시비를 걸거나 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상당히 껄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저러다 중요한 순간에 뒤통수라도 치면 어쩌려고.

저걸 방치해두는 건 뒤통수를 얻어맞으며 쾌감을 느끼는 마조히스트 변태 새끼 정도밖에는 없을 거다.

정상인이라면 미리 처리해둔다는 판단을 내릴 터.

‘어라?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던 서준이 고개를 털어냈다.

‘에이, 설마. 그건 좀 아니지.

아무리 수아 누나라도 그 정도로 변태는 아니리라 믿었다.

아니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하남이 떠들썩해졌다.

  • 진기재천이 천양대장군을 압도적으로 꺾었다!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멋모르는 밑바닥 무인들은 그저 새로운 고수가 등장했거니 하며 떠들어댔지만, 십육명문쯤 되는 이들은 달랐다.

진기재천이 천일양제극화신공의 파해식을 펼쳐 무공을 완전히 무력화시켰다는 정보를 모른다면 머리든 귀든 둘 중 하나는 문제가 있는 이였다.

당연히 그 소문은 당사자인 주철약 역시 질리도록 들었다.

거리의 이야기에 조금만 귀를 기울여도 진기재천의 이야기가 들려왔고, 황실에서는 정말로 천일양제극화신공이 파해당한 것이냐며 주철약을 심문했다.

주철약은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

도대체 왜 자신이 이런 꼴을 당해야 한단 말인가.

그놈이 감히 황실을 모욕하였고, 자신은 불의를 참지 못해 나선 것뿐인데.

사필귀정이라는 말이 그저 허울뿐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사무치는 억울함은 어떻게 풀어낼 길이 없었다.

“빌어먹을!”

와장창-!

날아간 술병이 벽에 부딪히며 산산이 부서졌다.

주철약은 크게 숨을 내쉬었다. 가슴 속 울화가 스스로를 태우기 전에.

“그 빌어먹을 애송이가….”

어떻게 방도가 없을까?

이대로 있다가는 자신이 죽게 생겼다.

비무에서 지고 화병으로 죽은 무인이라니.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우습기 짝이 없다.

주철약은 그런 추한 인물로 남고 싶지 않았다.

“복수해야 한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라도.

주철약의 눈에 귀화가 타올랐다.

미뤄졌던 용봉지회는 당장 다음날부터 다시금 개최되었다.

용봉지회의 32강쯤 되면 일단 어설픈 사람은 없다.

앞선 3번의 대련 모두 썩 나쁘지 않았고, 서준은 의자에 반쯤 드러누워 마지막인 4번째 대련을 기다렸다.

‘오늘 밤으로 할까.

다른 생각을 하며 시간을 때우자니 금방 심판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 용호문의 양소홍!

정말 살면서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의 문파다.

하지만 양소홍이라는 이름 자체는 기억에 남아있었기에 서준이 슬쩍 몸을 일으켰다.

와아아-!

사람들의 환호와 함께 한 사내가 연무장 위로 올라선다.

썩 준수한 외모에 큰 키. 팔다리도 길쭉길쭉한 것이 거리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좋은 신체조건이다.

그리고 등에 맨 창을 끌러내는 양소홍의 정면, 한 여인이 연무장 위로 올라섰다.

  • 사천당가의 당소소!

음울한 낯빛의 여인이다.

두 남녀는 연무장 위에 마주 보고 선 채 포권했다.

서준은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주변의 시선에 혀를 찼다.

‘얼굴에 구멍 뚫리겠네.

대장군과의 비무 이후 가는 곳마다 따라붙는 시선이다.

그 수많은 시선을 받고 나서야 깨달았다.

아, 고수들이 괜히 고고한 컨셉을 잡는 게 아니구나!

이름 있는 고수들은 주로 위엄 있는 모습을 연출할 때가 많다. 그러면 이제 시선에 대한 대응이 편해지는 것이다.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그야 주변 사람들이 웅성거리면서 쳐다볼 때, 기세 한 번 딱 뿜으면서 눈길 좀 주면 다들 알아서 조심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 친근한 동네 고수 컨셉을 잡은 사람들은….

어지간히 귀찮은 인생이 되지 않을까?

사람들이 전부 눈치 있게 선을 지키면 참 좋은 세상이 되겠지만, 안타깝게도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별별 희한한 사람들이 넘쳐나는 것이다.

서준은 그런 불행한 미래를 방지하기 위해 슬며시 기세를 드러냈다.

“크흠…!”

“어이쿠, 너무 빤히 봤나 보오.”

주변 사람들이 시선을 돌린다. 몇몇 남의 눈치 안 보는 인간들의 시선은 여전했지만, 그건 어쩔 수 없었다.

다들 십육명문 출신 고수들이라 그럴 수 있지 하고 넘어가는 쪽이 속 편하다.

서준은 적당히 만족하며 어느새 시작한 대련을 구경했다.

딴짓하는 사이 이미 대련은 중반.

바닥에 널브러진 비수며 비도들 사이에 양소홍이 굳건히 서있다.

“후우….”

당소소는 그런 양소홍을 차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용봉지회의 특성상 치명적인 독은 사용할 수 없지만, 후유증이 없는 마비독 따위는 사용할 수 있는 바.

이대로 시간을 끈다면 당소소의 승리가 될 확률이 높았다.

양소홍도 그 사실을 알았다.

조금씩 굳어가는 손끝. 최소한의 공기만을 들이마셔 호흡한 양소홍이 앞발을 크게 내밀었다.

쿠웅-!

발을 딛는다. 그 힘이 허리로 전해지고, 힘껏 비틀렸던 허리가 되돌아가며 창을 쏘아낸다.

쐐액-!

쾌속하게 쏘아진 창이 당소소의 가슴을 노린다.

당소소는 뒤로 물러나며 단검을 휘둘렀다. 단검이 창을 후려쳐 궤도를 틀어내려는 순간, 양소홍의 손목이 회전했다.

후웅-!

손목과 함께 창이 휘어진다. 날붙이 아래에 붙어있는 붉은 술이 어지러이 휘날린다.

창술의 기본이라고들 하는 란나찰(攔拿扎). 그중 란이다.

창이 원을 그리며 당소소의 단검을 휘감아 쳐냈다.

“아…!”

예상치 못한 한 수에 당소소의 팔이 위로 크게 튕겨나갔다.

양소홍은 즉시 앞으로 나아가며 창을 회수하는 동시에 반 바퀴 회전시켰다.

창날이 뒤로 빠지고, 그 반대편의 창준이 위로 치솟으며 당소소의 턱을 가격했다.

뻐억-!

당소소의 몸이 붕 떠오른다.

짧은 체공 후 바닥에 쓰러진 당소소의 몸은 움직임이 없었다.

  • 승자! 용호문의 양소홍!

중소문파의 무인이 사천당가의 무인을 이겼다.

독과 암기를 사용하는 탓에 대련 형식의 대회에서 불리함을 안고 있는 사천당가라지만, 다른 이들이 그것을 알아줄 필요는 없다.

민중들은 약자가 강자를 이겨내는 모습에서 희열을 느낀다.

그 결과 고막이 터질 듯 거대한 환호성이 연무장을 울렸다.

와아아아아────────!!!

연무장보다 높은 곳. 십육명문의 인원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그들을 내려다보던 서준이 몸을 일으켰다.

‘오늘도 안 나왔네.

양소홍이 대단한 건 알겠다. 재능과 더불어 치열할 정도의 노력이 그의 창에서 보인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서준은 춘봉과 남궁수아의 대련을 보러 온 것이지 다른 대련을 보러 온 것이 아니었다.

‘방장한테 슬쩍 대진표 알려달라 하면 알려주려나?

이거 아주 좋은 생각인 것 같다.

아는 사람 나오는 대련만 보러 와야지.

그날 밤.

서준은 조용히 남궁세가의 별장을 나섰다.

사박-

허공에 피어난 눈꽃을 밟으며 도착한 곳은 황궁의 별장.

서준은 마지막으로 스스로의 얼굴을 다시 한 번 점검했다.

‘괜찮네.

백서준의 차가운 눈매가 살짝 휘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