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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용술의 원리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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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말해 내공으로 성형수술을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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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화한 내공으로 뼈대를 덧붙이거나 피부를 당기고 밀어 고정시키거나 하는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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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고차원적인 역용술은 조금 다를 테지만, 당장 그 정도 수준까지는 필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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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보기에 얼굴이 달라 보이기만 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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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서준은 절정 시절부터 내공으로 실뜨기를 하고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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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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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욱-! 얼굴 근육과 살가죽이 이리저리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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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코앞에서 마주한 홍안개가 입을 쩍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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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징그러우니까 얼굴 저리 치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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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꼴을 다 본 홍안개였지만, 실시간으로 얼굴이 이리저리 기괴하게 반죽되는 꼴은 조금 비위가 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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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실 웃으며 감을 잡던 서준은 금세 얼굴 하나를 완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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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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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안개는 감고 있던 눈을 찔끔 뜨더니, 서준의 얼굴을 보고 껄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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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얼굴인지 참 못생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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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그쪽 얼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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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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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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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가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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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무룩해진 홍안개가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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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둘 모두 진심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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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공을 다루는 실력과 별개로 서준의 예술 감각이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었던지라 홍안개의 얼굴을 그대로 재현해내지는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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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안개가 툴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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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미 익히고 있는 역용술은 대체 왜 물어본 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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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뻔뻔하게 구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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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할 줄 아나 물어본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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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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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윽, 당당하게 트림한 홍안개가 표주박에 든 술을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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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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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서준에게도 권했으나, 서준은 입 닿는 부분에 묻은 기름기를 보고 즉시 사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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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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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흘, 그러면 나야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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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있자니 얼마 안 있어 심판의 커다란 목소리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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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방의 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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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이라는 말에 서준이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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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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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삼구. 곧 있으면 이립인데, 어찌 시기가 딱 잘 맞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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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살이라고? 형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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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형이라 불러줄 생각은 없다. 아무리 겉모습만 보면 40줄쯤 된 듯한 노안의 소유자라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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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우면 초절정 찍고 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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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산파의 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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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서준이 아는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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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백? 그 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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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력을 돋워 살피니 그 운백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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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서를 떠나기 전 같이 술을 마셨던 백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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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 비무 대회의 예선에서 심판을 맡았던 인연이 여기까지 이어질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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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작도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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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백, 운작, 춘봉, 서준 자신까지 해서 술을 마셨던 기억이 꽤나 좋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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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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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안개의 물음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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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친할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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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는 또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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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형도 친하다고 생각할지는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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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어린 놈이 그렇게 사회성이 없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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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흘 웃던 홍안개가 삼구를 보며 푹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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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그냥 호되게 한 번 당했으면 좋겠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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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요? 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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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자네 말고 삼구 저놈. 개방에서 곱게 자랐더니 아주 그냥 오만이 하늘을 찔러. 무림에서 제 수준을 모르면 일찍 죽기 마련인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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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자랐다고? 개방에서? 그게 가능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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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적인 의문을 느끼던 서준이 픽 웃으며 연무장을 턱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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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백 형 응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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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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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그러면 알아서 하시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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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련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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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의 삼구와 화산의 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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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삼구의 선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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껄렁한 걸음으로 다가가다가, 일순 허리를 비틀며 쏘아내는 곤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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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백은 침착하게 이십사수매화검법을 펼쳐 방어와 동시에 반격을 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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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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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대련에서 눈을 떼지 않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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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기 하나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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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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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에 누가 이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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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화산에 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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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제가 걸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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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흘, 텄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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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련은 얼핏 삼구가 유리한 듯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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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곤봉이 빠르게 휘둘러지며 공간을 점했고, 개방 특유의 자유분방한 투로 탓에 운백이 흐름을 놓치는 일도 몇 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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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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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삼구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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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제대로 들어가는 일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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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성가신 매화가 퍼져나가며 삼구의 행동반경을 제한하고, 운백의 검은 느긋하게 삼구의 목을 조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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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답지 않은 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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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화산의 검이라 함은 화려하면서도 공격적인 태세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운백은 그렇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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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에 집중하며 매화를 이용해 서서히 승기를 굳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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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집처럼 뭐 하는 짓거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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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구가 이를 갈며 타구봉법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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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때려잡는 몽둥이질이라는 이름과 달리, 삼구의 타구봉법은 오히려 사나운 맹견을 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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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턱대고 달려드는 것은 사내다운 것이 아니라 무식한 것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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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백이 작게 웃으며 검끝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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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를 향해 빠르게 떨어지는 몽둥이. 그 옆면에 닿은 검이 잘게 진동하고, 매화가 피어나며 몽둥이가 밀려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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쐐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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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껏 내리찍은 탓에 자세가 흐트러진 삼구가 눈을 부릅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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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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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찍는 힘을 이용해 몸을 허공에 띄우고, 그대로 비틀어 수 차례 발을 차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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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바바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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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이 희끗한 잔영을 남기며 허공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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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백이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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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 하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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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반 발자국 물러나 발이 닿지 않는 거리. 곧바로 초식을 펼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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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분분(梅花紛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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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연무장에 퍼져있던 무수한 붉은 매화가 일렁인다. 서서히 흐려져가던 꽃잎들이 검끝의 바람에 이끌리고, 어지러이 흩날리며 삼구를 에워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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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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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워 보이는 매화라 하나, 그 본질은 검기의 파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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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에 휩싸인 삼구의 비명과 함께 대련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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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자, 화산의 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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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련장 위에는 어느새 뛰어들어 매화를 흩어낸 소림의 장로와, 전신에서 피를 흘리며 주저앉은 삼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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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백이 포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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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대련이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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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윽…! 니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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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못해 마주 포권한 삼구가 거친 발걸음으로 비무대를 떠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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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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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에 혀를 차던 서준은 문득 스스로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자세를 바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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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으로 남말 할 처지는 아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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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수에는 유독 인재가 많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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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안개의 말에 서준이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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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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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고 말고. 삼구 저놈이 성격은 개판이어도 실력 하나는 있는 놈인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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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삼구가 싸우던 모습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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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과 본능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싸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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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반해 운백의 검은 차분하고 절제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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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뜩이는 재능의 편린보다는 지독할 정도의 수련과 노력이 엿보이는 그런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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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재능이 없었다면 저 나이에 저 정도 수준에 닿기는 어려웠겠지만, 척 보기에도 단순히 재능으로 올라온 경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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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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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가끔 다른 사람들을 재능으로 놀릴 때가 있긴 하지만, 저런 노력의 산물을 볼 때면 내심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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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자신은 노력을 비웃지 않는다. 사람을 비웃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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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꼬운 사람을 비웃을 때 그럴 건덕지가 보이면 괜히 재능을 끼워넣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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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왜 못 하지? 그냥 무공 접는 게 어때요?’라는 말은 그냥 ‘난 네가 너무 싫어요.’라는 뜻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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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으로 놀릴 때는…. 뭐, 아무튼. 그건 장난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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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잊어버리는 가해자 이서준은 잠자코 용봉지회를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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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대련과 세 번째 대련에서는 아는 사람이 나오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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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따지자면 황보혜지라는 이름의 여인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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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긴 했지만, 황보세가 정도면 반쯤은 아는 사이라 해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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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지의 상대는 처음 들어보는 문파의 무인이었는데, 무난하게 황보혜지의 승리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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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의 마지막 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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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궁세가의 남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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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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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미파의 영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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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 소림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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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밀지는 않았고, 질끈 묶은 머리칼이 허리쯤에서 늘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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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용술로 만들어낼 얼굴을 조금씩 연습하던 서준이 다시 한 번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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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진짜 내기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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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말하지만 나는 남궁세가에 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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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저도 남궁세가에 걸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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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남궁세가 사람이 남궁에 거는 게 맞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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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벅벅 긁던 홍안개가 인심 썼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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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흘, 그래. 아미파가 그리 쉽게 지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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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심판이 대련의 시작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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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작은 꽤나 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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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 모두 검을 뽑아든 채 서로를 견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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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서지 않은 채 흔들리는 검끝을 읽어내고, 작은 발걸음으로 서로의 수를 파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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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일순, 남궁명이 발을 크게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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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그려내는 검로에 서준의 눈썹이 들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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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제왕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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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우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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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소리와 함께 일순 연무장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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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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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으로 잘린 채 바닥을 구르는 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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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파의 영령이 꿀꺽 침을 삼켰다. 남궁명의 검이 그녀의 검을 베어내고 목에 닿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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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져, 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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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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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령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포권하고, 남궁명이 마주 포권하자 심판이 크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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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자! 남궁세가의 남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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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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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없던 화끈한 승리에 관중들이 목이 터져라 함성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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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뚱히 바라보던 서준은 눈만 깜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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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우리 아우 엄청 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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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제왕검형도 제왕검형이지만, 그냥 검술에서 너무 큰 차이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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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령은 남궁명의 검을 전혀 읽어내지 못했고, 남궁명은 영령의 움직임을 완전히 파악해 끊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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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뒤늦게 박수를 치자 옆에 있던 홍안개가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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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어이가 없구만. 이런 치사한 놈. 이런 내기를 하자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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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저도 몰랐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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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럽다! 에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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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안개가 툴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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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낄낄대며 의자에 몸을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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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밥이나 한 번 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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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한테 밥 얻어먹으니 좋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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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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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못돼먹은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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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지회 도중에도 노골적으로 날아드는 대장군의 시선을 깔끔하게 무시한 서준은 대련이 끝나자마자 자리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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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들에게는 이미 말을 전해둔 상태다. 일이 있어서 조금 늦게 돌아가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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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이 무엇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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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큭큭, 버러지가. 아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하나 둘. 음…. 아니지. 조금 더 굵게 해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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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드문 곳에서 역용술로 생김새를 바꾸고, 그것을 응용해 목소리까지 바꾼 서준이 제 모습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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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은 없지만 초절정쯤 되면 스스로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는 정도는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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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살핀 스스로의 모습은 과연 썩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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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평하자면 중년 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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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감각이 부족해 실제 인물을 좀 참고하고, 거기에서 약간 어레인지를 가했더니 썩 괜찮은 모습이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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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한 인물은 과거 통 크게 흡성대법을 기부해주신 탈혼마 대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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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40대 정도 되는 외형을 한다면 이렇지 않을까, 싶은 모습에 약간의 창작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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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하게 바르작대는 꼴이 썩 볼 만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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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은 오만하고 재수 없는 무림 꼰대 대마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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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썩 나쁘지 않다.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편이 이상한 오해도 덜 받을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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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천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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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천마 서준으로 진화할 전설적인 인물이라는 설정이다. 일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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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한 건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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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분탕 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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