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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진광이 서준을 내세우자 당연하게도 방장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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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이립 이하의 무인이라 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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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이립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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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진광이 서준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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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가 스물넷인가? 아마 그랬던 거 같은데. 맞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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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죠. 스물넷. 완전 젊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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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표정을 짓던 방장이 끝내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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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겨우 이런 일로 거짓을 말하진 않을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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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넷에 저런 무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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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는 일이나, 그런 일이 종종 일어나는 곳이 무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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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 주운천만 해도 나이 40에 화경에 이르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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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스물넷에 화경에 근접한 무위를 갖고 있을 수도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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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럴 수 없을 것 같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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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있는 것을 의심하는 것도 미련한 짓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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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다음 세대에는 남궁세가의 위명이 한층 크게 울려퍼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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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내 자네에게 이리 당할 줄이야. 말도 안 되는 패를 쥐고 있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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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놈도 머리 잘 쓰는 놈은 아니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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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자네보다는 낫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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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소림의 방장과 허물 없이 대화하는 패진광을 새삼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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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많은 건 알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소싯적에 방장과도 꽤 교류가 있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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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저 나이쯤 먹으면 같은 세대에 살던 사람들은 대부분 늙어 죽었을 테니 남은 사람들끼리는 꽤 친할 법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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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아예 사이가 나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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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꺼낸 말을 무를 수도 없으니 별수 없지. 혜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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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방장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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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 이리 된 것 가능한 한 배워보거라. 아마 한 수에 끝내거나 하진 않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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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수에 끝내지 말라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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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자신이 그런다고 해도 별 말은 못 하겠지만, 서준도 나름 양심이라는 것이 있는 사람인지라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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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이 조금 펴진 방장이 고갯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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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동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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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은 연무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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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넘쳐나던 승려들은 다들 제 할 일을 하러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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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남아 대련을 지켜보는 이들은 전부 안면이 있는 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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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백과 지암을 말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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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랜만에 보는 듯한 지암의 리버스 장발은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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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전 ‘내가 천마다’ 선언 당시 까마득한 후배에게 머리를 만져졌던 것이 분한지, 서준을 아니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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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오랜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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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해맑게 웃으며 살짝 손을 흔들자 지암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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홱 고개를 돌리는 꼴이 안 어울리게 새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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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무장에 남은 승려가 그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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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파의 보연신니 역시 연무장까지 따라왔는데, 그녀는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던 끝에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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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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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보연신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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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오랜만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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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성파와 아미파 모두 사천에 있었기에 둘은 안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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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청성파의 유망주로 손꼽히는 청송이었던지라, 보연신니는 청송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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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물을 것이 있는데 괜찮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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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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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내, 도대체 뭐 하는 자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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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연신니는 서준을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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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아미파를 두고 여성 할당제니 뭐니 망발을 지껄이던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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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화경으로 추측되는 기세에 더불어, 자신들이 먼저 무례를 저지른 까닭에 그 자리에서는 순순히 물러났었다. 무림의 선배인 줄 알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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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뭐? 이립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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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신원을 밝힌데다 권왕이 보증까지 했으니 거짓은 아닐 터인데, 이게 도통 무슨 일인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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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잘은 모릅니다. 제 친우의 매형이라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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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남궁세가의 사위라는 얘기는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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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과 함께 보연신니의 시선이 청송의 옆에 있던 남궁명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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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명이 그녀에게 포권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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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분이십니다. 무척 뛰어나신 분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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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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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정상적인 모습으로는 보이지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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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연신니가 침음을 흘리자 남궁수아가 쿡쿡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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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연신니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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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장난기가 조금 많을 뿐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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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자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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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연신니와 눈을 마주친 남궁수아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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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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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남궁세가에 꽃이 한 송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 과연 그 애기가 허황되지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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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찬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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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수아가 옅게 웃으며 대련 준비를 마친 서준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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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고 상냥한 아이예요. 자신의 사람이라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넘치게 베푸는 심성을 가지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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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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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연신니는 차마 남궁수아의 앞에서 그 지아비 욕을 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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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에 남궁수아가 샐쭉 눈웃음 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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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보시면 보연신니께서도 아시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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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정말로 자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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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혜운과 마주 보고 선 채 저편의 대화를 엿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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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의 신뢰가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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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성격이 그렇게 좋진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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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아는 만큼 괜히 머리를 긁적이며 혜운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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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되는 대로 시작해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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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타불…. 그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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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운이 기수식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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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을 편 채 앞으로 뻗고, 오른손은 주먹을 쥔 채 뒤로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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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사이의 간격은 넓되,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게끔 다리에 충분한 탄력이 깃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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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하니 이쪽을 쳐다보는 춘봉을 일별한 서준은 그저 양손을 편하게 늘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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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운이 권장을 쓰는 만큼 맞춰줄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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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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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끝나기 무섭게 혜운이 달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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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전신에 금빛 기운이 어리더니, 공중을 부유하듯 날아든다. 그 형세가 꽤나 사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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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운은 동시에 뒤로 당겼던 주먹을 쏘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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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왼손을 들어 주먹을 흘려내고, 곧장 오른손으로 패력괴신무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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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 반응한 혜운이 흘려진 주먹의 힘을 이용해 회전하며 마주 주먹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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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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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소리와 함께 혜운의 몸이 주욱 밀려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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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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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을 견뎌낸 혜운이 곧바로 주먹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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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은커녕 창조차 닿지 않을 먼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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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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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종소리와 함께 쏘아진 금빛 권기가 서준을 향해 빠르게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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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보신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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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짐작한 서준이 손을 크게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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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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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를 쳐부순 손등이 살짝 아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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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역시 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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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공부출소림(天下功夫出少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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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무공은 소림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오만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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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런 말이 널리 퍼진 데는 이유가 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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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엿본 소림의 무공은 과연 일절이라 평할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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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서준은 그 말에 아주 동의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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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멀지 않은 미래, 천하공부출남궁(天下功夫出南宮)이라는 말이 대신 쓰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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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빠르게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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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드득-! 서준이 주먹을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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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에 깃드는 것은 하늘. 창궁무애검법의 묘리를 움켜쥐고, 패력괴신무의 투로를 따라 권을 내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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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눈앞에 다가온 주먹에 혜운이 급히 양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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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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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장으로 막아냈음에도 혜운의 몸이 크게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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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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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수준을 맞춰주고 있다. 서준의 주먹에 어린 권기는 희미하고, 속도나 힘 역시 혜운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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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크게 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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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혜운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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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에 대한 이해 자체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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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싸움 따위가 아니라 무공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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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주먹질에 담겨있는 검과 같은 예리함. 닿았을 때 터져나오는 경력(勁力). 물 흐르듯 전환되는 각 초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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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로가 단순함에도 감히 막아서는 것조차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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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무식하게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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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혜운의 입꼬리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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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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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전신에서 웅혼한 내공이 뿜어져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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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기운에 감싸인 승려가 사납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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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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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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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공의 물결이 서준을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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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혜운이 달렸다. 그의 눈이 바쁘게 움직이며 서준의 움직임을 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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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려지는 투로. 그 위로 주먹을 얹어 내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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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사자후를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내고, 차분하게 주먹을 막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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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혜운의 움직임에는 끊어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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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 있는 끊음은 결국 이어지는 주먹에 힘을 싣고, 때때로 치솟는 발끝은 예리하게 빈틈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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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백보신권이 매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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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보신권은 먼 거리를 타격하는 무공이 아니다. 그건 그저 부가적인 요소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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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보신권의 요체는 백 보 바깥의 상대를 타격할 정도의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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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공할 위력의 권법이 서준의 전신을 노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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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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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수를 읽고 파고드는 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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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를 크게 젖히니 주먹이 코끝을 스치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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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그대로 뒤로 돌며 발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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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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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끝이 혜운의 턱을 후려쳤다. 허나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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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련된 신체로 타격을 무시한 혜운이 기세를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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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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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불도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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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운과는 수준 차이가 나서 여유를 가질 수 있지만, 상대가 동급이라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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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의 기공을 버텨내며 날아온 승려가 미친듯이 주먹을 내지를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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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패진광과 비슷한 부류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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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확연히 다른 점 역시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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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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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여래장(千手如來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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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취가 미흡하여 혜운의 등 뒤로 비치는 손의 환영은 열 개 남짓이었으나, 그 기세마저 무시할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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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권기 따위는 아니다. 실체가 있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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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 수준에서 펼치는 천수여래장은 그저 그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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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의아함을 느끼며 날아드는 손 하나에 일부러 몸을 가져다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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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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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어느새 환영이 있던 자리에 혜운의 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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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건 진짜 신기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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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운의 장법이 서준이 어깨를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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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장법에 담긴 경력을 어렵지 않게 해소하고, 어깨를 크게 뒤로 빼 타격마저 흘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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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뒤로 물러난 서준을 보며, 혜운은 막막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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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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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스님께서 승리를 기대하고 자신을 내보낸 것이 아님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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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혜운은 무인이었고, 또 무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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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승(武僧). 그것은 무(武)에서 부처의 가르침을 찾는 수도자들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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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가 확정된 싸움일지라도 승리를 향한 열망을 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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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것은 흘려내지 못할 일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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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 읽히더라도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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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뎌내고, 주먹을 꽂아넣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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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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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여래장의 환영이 혜운의 등 뒤에서 꽃처럼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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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도약. 공중을 부유하듯 미끄러지며 나아가는 혜운의 주먹에 휘황찬란한 황금빛 기운이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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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서준은 가만히 서서 그것을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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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에 혜운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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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해왔던 대로라면 흘려낸 뒤 반격이 들어올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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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반야금강공(大般若金剛功)을 극성까지 운용하며, 백보신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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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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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한 종소리와 함께 쏘아진 주먹이 흘려진다. 서준의 손바닥이 혜운의 주먹을 감싸듯 밀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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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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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바로 들어오는 반격. 주먹이 복부를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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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도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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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하지 않고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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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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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운의 몸이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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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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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틴다. 내상을 입어 입가에서 핏줄기가 흘러내리나, 끝내 물러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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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운은 끊임 없이 불경을 외었다. 고통 또한 그저 지나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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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을 주먹에 담고, 앞발이 축이 되어, 단번에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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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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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미한 형상을 갖춰 권강에 가까워진 황금빛 권기가, 소림의 가르침에 따라 쏘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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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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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어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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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을 마주한 서준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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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단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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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련 중에 성장한다니, 무슨 소설 주인공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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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자신의 민머리조차 남을 위해 가꾸는 혜운이라면 충분히 그럴 만한 자격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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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건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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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앞까지 다가온 주먹을 바라보며, 몸과 함께 뒷발을 크게 뒤로 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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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벌어낸 약간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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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에 대충 따라한 불가의 내공을 담고, 얼핏 깨달은 백보신권의 묘리를 움켜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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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의 가르침은 모르나, 다만 그곳에 하늘과 같은 자비심이 있음을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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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신하여 담아내는 것은 남궁의 하늘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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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무궁한 포용력이 있음을 이미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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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하여 천담신권(天膽神拳)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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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을 담아 주먹을 내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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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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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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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주먹이 맞부딪히며 거대한 기파가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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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옇게 인 흙먼지가 바람에 걷히고, 연무장에 서있는 것은 한 사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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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이 쓰러진 혜운을 향해 합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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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타불…. 좋은 곳으로 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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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만 안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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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주려 펼친 무공이었기에 세게 때리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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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혜운이 곧 정신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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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응…. 한 수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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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대며 일어난 혜운이 합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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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보며 웃던 서준의 입꼬리가 살짝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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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담았던 불가의 내공. 묘하게 머리가 맑아지는 듯하면서도 불쾌한 기분에 재빨리 그것들을 털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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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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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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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의 내공이 잘못됐다기보다는, 스스로의 몸에서 거부 반응이 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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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 쪽 무공을 한 번 제대로 보면 뭔가 달라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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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된다면 역근세수경 같은 무공을 한 번 베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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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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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련의 끝을 지켜보던 방장의 표정이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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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옆에서 지켜보던 패진광은 슬쩍 그의 눈치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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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아무리 봐도 마지막 일격은 백보신권의 묘리를 정확히 관통하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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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남궁혁은 그냥 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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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역시 우리 복덩이! 남궁의 미래가 밝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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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에서 눈총이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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