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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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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패진광이 서준을 내세우자 당연하게도 방장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분명 이립 이하의 무인이라 하지 않았나?”

“그렇지. 이립 이하.”

패진광이 서준을 가리켰다.

“얘가 스물넷인가? 아마 그랬던 거 같은데. 맞냐?”

“맞죠. 스물넷. 완전 젊은이.”

묘한 표정을 짓던 방장이 끝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겨우 이런 일로 거짓을 말하진 않을 테고….”

스물넷에 저런 무위?

말도 안 되는 일이나, 그런 일이 종종 일어나는 곳이 무림이다.

무신 주운천만 해도 나이 40에 화경에 이르지 않았나.

그러니 스물넷에 화경에 근접한 무위를 갖고 있을 수도 있는 법이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럴 수 없을 것 같긴 하지만….

‘눈앞에 있는 것을 의심하는 것도 미련한 짓이지.

아무래도 다음 세대에는 남궁세가의 위명이 한층 크게 울려퍼질 것 같았다.

“허…. 내 자네에게 이리 당할 줄이야. 말도 안 되는 패를 쥐고 있었군.”

“네놈도 머리 잘 쓰는 놈은 아니잖나.”

“그래도 자네보다는 낫네.”

서준은 소림의 방장과 허물 없이 대화하는 패진광을 새삼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나이가 많은 건 알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소싯적에 방장과도 꽤 교류가 있었던 모양이다.

하긴, 저 나이쯤 먹으면 같은 세대에 살던 사람들은 대부분 늙어 죽었을 테니 남은 사람들끼리는 꽤 친할 법도 했다.

아니면 아예 사이가 나쁘거나.

“이미 꺼낸 말을 무를 수도 없으니 별수 없지. 혜운아.”

“예, 방장스님.”

“기왕 이리 된 것 가능한 한 배워보거라. 아마 한 수에 끝내거나 하진 않을 게다.”

한 수에 끝내지 말라는 소리다.

물론 자신이 그런다고 해도 별 말은 못 하겠지만, 서준도 나름 양심이라는 것이 있는 사람인지라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이 조금 펴진 방장이 고갯짓했다.

“우선 이동하지.”

일행은 연무장으로 향했다.

주변에 넘쳐나던 승려들은 다들 제 할 일을 하러 떠났다.

아직까지 남아 대련을 지켜보는 이들은 전부 안면이 있는 이들이었다.

지백과 지암을 말하는 거다.

꽤 오랜만에 보는 듯한 지암의 리버스 장발은 여전했다.

그는 이전 ‘내가 천마다’ 선언 당시 까마득한 후배에게 머리를 만져졌던 것이 분한지, 서준을 아니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이야, 오랜만입니다?”

서준이 해맑게 웃으며 살짝 손을 흔들자 지암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홱 고개를 돌리는 꼴이 안 어울리게 새침하다.

연무장에 남은 승려가 그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아미파의 보연신니 역시 연무장까지 따라왔는데, 그녀는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던 끝에 입을 열었다.

“청송.”

“아, 보연신니님.”

“그래, 오랜만이구나.”

청성파와 아미파 모두 사천에 있었기에 둘은 안면이 있었다.

특히 청성파의 유망주로 손꼽히는 청송이었던지라, 보연신니는 청송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하나 물을 것이 있는데 괜찮겠느냐.”

“물론입니다.”

“저 사내, 도대체 뭐 하는 자더냐?”

보연신니는 서준을 기억했다.

감히 아미파를 두고 여성 할당제니 뭐니 망발을 지껄이던 사내.

허나 화경으로 추측되는 기세에 더불어, 자신들이 먼저 무례를 저지른 까닭에 그 자리에서는 순순히 물러났었다. 무림의 선배인 줄 알았으니까.

그런데 뭐? 이립이 안 돼?

스스로의 신원을 밝힌데다 권왕이 보증까지 했으니 거짓은 아닐 터인데, 이게 도통 무슨 일인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저도 잘은 모릅니다. 제 친우의 매형이라 하더군요.”

“음. 남궁세가의 사위라는 얘기는 들었다.”

그 말과 함께 보연신니의 시선이 청송의 옆에 있던 남궁명을 향했다.

남궁명이 그녀에게 포권하며 말했다.

“좋은 분이십니다. 무척 뛰어나신 분이기도 하고요.”

“그렇다기에는….”

전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정상적인 모습으로는 보이지 않는데….

보연신니가 침음을 흘리자 남궁수아가 쿡쿡 웃었다.

보연신니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아서였다.

“그저 장난기가 조금 많을 뿐이랍니다.”

“아, 자네는.”

보연신니와 눈을 마주친 남궁수아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남궁수아예요.”

“그래, 남궁세가에 꽃이 한 송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 과연 그 애기가 허황되지 않구나.”

“과찬이세요.”

남궁수아가 옅게 웃으며 대련 준비를 마친 서준을 바라보았다.

“착하고 상냥한 아이예요. 자신의 사람이라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넘치게 베푸는 심성을 가지기도 했고요.”

“음….”

보연신니는 차마 남궁수아의 앞에서 그 지아비 욕을 하지는 못했다.

그 모습에 남궁수아가 샐쭉 눈웃음 지으며 말했다.

“두고 보시면 보연신니께서도 아시게 될 거예요.”

그녀는 정말로 자신 있었다.

서준은 혜운과 마주 보고 선 채 저편의 대화를 엿들었다.

누나의 신뢰가 부담스럽다.

‘내 성격이 그렇게 좋진 않은데.

자신을 아는 만큼 괜히 머리를 긁적이며 혜운을 바라보았다.

“준비되는 대로 시작해도 돼요.”

“아미타불…. 그리 하겠습니다.”

혜운이 기수식을 취했다.

왼손을 편 채 앞으로 뻗고, 오른손은 주먹을 쥔 채 뒤로 당긴다.

발 사이의 간격은 넓되,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게끔 다리에 충분한 탄력이 깃들었다.

뚱하니 이쪽을 쳐다보는 춘봉을 일별한 서준은 그저 양손을 편하게 늘어뜨렸다.

혜운이 권장을 쓰는 만큼 맞춰줄 생각이었다.

“가겠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혜운이 달려든다.

그의 전신에 금빛 기운이 어리더니, 공중을 부유하듯 날아든다. 그 형세가 꽤나 사납다.

혜운은 동시에 뒤로 당겼던 주먹을 쏘아냈다.

서준은 왼손을 들어 주먹을 흘려내고, 곧장 오른손으로 패력괴신무를 펼쳤다.

즉시 반응한 혜운이 흘려진 주먹의 힘을 이용해 회전하며 마주 주먹을 내질렀다.

꽈아앙────────!!

커다란 소리와 함께 혜운의 몸이 주욱 밀려난다.

“으음….”

충격을 견뎌낸 혜운이 곧바로 주먹을 내질렀다.

주먹은커녕 창조차 닿지 않을 먼 거리.

터엉-!

허나 종소리와 함께 쏘아진 금빛 권기가 서준을 향해 빠르게 날아들었다.

‘백보신권?

대충 짐작한 서준이 손을 크게 휘둘렀다.

콰앙-!

권기를 쳐부순 손등이 살짝 아릿하다.

“오…. 역시 소림.”

천하공부출소림(天下功夫出少林).

세상의 모든 무공은 소림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오만한 말이다.

허나 그런 말이 널리 퍼진 데는 이유가 있는 법.

슬쩍 엿본 소림의 무공은 과연 일절이라 평할 만했다.

물론 서준은 그 말에 아주 동의하지는 않았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 천하공부출남궁(天下功夫出南宮)이라는 말이 대신 쓰일 테니까.

“조금 빠르게 갈게요?”

꽈드득-! 서준이 주먹을 쥐었다.

주먹에 깃드는 것은 하늘. 창궁무애검법의 묘리를 움켜쥐고, 패력괴신무의 투로를 따라 권을 내지른다.

어느새 눈앞에 다가온 주먹에 혜운이 급히 양손을 뻗었다.

꽈아아앙────────!!!

쌍장으로 막아냈음에도 혜운의 몸이 크게 밀려났다.

“으윽…!”

분명 수준을 맞춰주고 있다. 서준의 주먹에 어린 권기는 희미하고, 속도나 힘 역시 혜운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크게 밀린다.

이유는 혜운도 알았다.

무공에 대한 이해 자체가 다르다.

수싸움 따위가 아니라 무공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말하는 것이다.

한 번의 주먹질에 담겨있는 검과 같은 예리함. 닿았을 때 터져나오는 경력(勁力). 물 흐르듯 전환되는 각 초식들.

투로가 단순함에도 감히 막아서는 것조차 쉽지 않다.

단순히 무식하게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혜운의 입꼬리가 치솟았다.

“아미타불…!”

그의 전신에서 웅혼한 내공이 뿜어져나온다.

황금빛 기운에 감싸인 승려가 사납게 웃었다.

“하──────!!”

사자후.

내공의 물결이 서준을 때린다.

동시에 혜운이 달렸다. 그의 눈이 바쁘게 움직이며 서준의 움직임을 좇는다.

그려지는 투로. 그 위로 주먹을 얹어 내지른다.

서준은 사자후를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내고, 차분하게 주먹을 막아냈다.

이어지는 혜운의 움직임에는 끊어짐이 없었다.

절도 있는 끊음은 결국 이어지는 주먹에 힘을 싣고, 때때로 치솟는 발끝은 예리하게 빈틈을 노린다.

특히 백보신권이 매섭다.

백보신권은 먼 거리를 타격하는 무공이 아니다. 그건 그저 부가적인 요소에 불과하다.

백보신권의 요체는 백 보 바깥의 상대를 타격할 정도의 권력.

그 가공할 위력의 권법이 서준의 전신을 노려온다.

“오.”

서준의 수를 읽고 파고드는 일권.

허리를 크게 젖히니 주먹이 코끝을 스치고 지나간다.

서준은 그대로 뒤로 돌며 발을 뻗었다.

퍼억-!

발끝이 혜운의 턱을 후려쳤다. 허나 버틴다.

단련된 신체로 타격을 무시한 혜운이 기세를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무섭네.

무슨 불도저 같다.

혜운과는 수준 차이가 나서 여유를 가질 수 있지만, 상대가 동급이라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듯싶다.

서준의 기공을 버텨내며 날아온 승려가 미친듯이 주먹을 내지를 것 아닌가.

어찌 보면 패진광과 비슷한 부류라 볼 수 있었다.

물론 확연히 다른 점 역시 존재했다.

화아악──────────

천수여래장(千手如來掌).

성취가 미흡하여 혜운의 등 뒤로 비치는 손의 환영은 열 개 남짓이었으나, 그 기세마저 무시할 것은 아니었다.

분명 권기 따위는 아니다. 실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절정 수준에서 펼치는 천수여래장은 그저 그뿐이었다.

서준은 의아함을 느끼며 날아드는 손 하나에 일부러 몸을 가져다 댔다.

화악-!

그러자 어느새 환영이 있던 자리에 혜운의 손이 있었다.

“아니, 이건 진짜 신기한데?”

혜운의 장법이 서준이 어깨를 때렸다.

서준은 장법에 담긴 경력을 어렵지 않게 해소하고, 어깨를 크게 뒤로 빼 타격마저 흘려냈다.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뒤로 물러난 서준을 보며, 혜운은 막막함을 느꼈다.

‘어찌 해야 할까….

방장스님께서 승리를 기대하고 자신을 내보낸 것이 아님을 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혜운은 무인이었고, 또 무승이었다.

무승(武僧). 그것은 무(武)에서 부처의 가르침을 찾는 수도자들의 이름.

패배가 확정된 싸움일지라도 승리를 향한 열망을 놓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흘려내지 못할 일격.

수가 읽히더라도 상관없다.

견뎌내고, 주먹을 꽂아넣으면 된다.

“아미타불….”

천수여래장의 환영이 혜운의 등 뒤에서 꽃처럼 피어난다.

동시에 도약. 공중을 부유하듯 미끄러지며 나아가는 혜운의 주먹에 휘황찬란한 황금빛 기운이 맺혔다.

눈앞의 서준은 가만히 서서 그것을 지켜본다.

그 모습에 혜운은 생각했다.

지금껏 해왔던 대로라면 흘려낸 뒤 반격이 들어올 터.

대반야금강공(大般若金剛功)을 극성까지 운용하며, 백보신권.

터엉────────!!!

거대한 종소리와 함께 쏘아진 주먹이 흘려진다. 서준의 손바닥이 혜운의 주먹을 감싸듯 밀어낸 것이다.

예상했다.

곧바로 들어오는 반격. 주먹이 복부를 노린다.

여기까지도 예상했다.

피하지 않고 맞는다.

콰앙-!

혜운의 몸이 흔들린다.

“흐읍…!”

버틴다. 내상을 입어 입가에서 핏줄기가 흘러내리나, 끝내 물러서지 않았다.

혜운은 끊임 없이 불경을 외었다. 고통 또한 그저 지나가는 것.

모든 것을 주먹에 담고, 앞발이 축이 되어, 단번에 앞으로.

“아미타불….”

희미한 형상을 갖춰 권강에 가까워진 황금빛 권기가, 소림의 가르침에 따라 쏘아진다.

터어엉────────!!

그것을 마주한 서준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어렸다.

“대단하네요.”

대련 중에 성장한다니, 무슨 소설 주인공 같다.

허나 자신의 민머리조차 남을 위해 가꾸는 혜운이라면 충분히 그럴 만한 자격이 있었다.

“그러면 이건 선물.”

코앞까지 다가온 주먹을 바라보며, 몸과 함께 뒷발을 크게 뒤로 뺀다.

그렇게 벌어낸 약간의 시간.

주먹에 대충 따라한 불가의 내공을 담고, 얼핏 깨달은 백보신권의 묘리를 움켜쥔다.

부처의 가르침은 모르나, 다만 그곳에 하늘과 같은 자비심이 있음을 아니.

대신하여 담아내는 것은 남궁의 하늘로 충분하다.

그곳에 무궁한 포용력이 있음을 이미 알기에.

그리하여 천담신권(天膽神拳)이라.

하늘을 담아 주먹을 내지른다.

꽈아아아앙──────────!!!

두 주먹이 맞부딪히며 거대한 기파가 일었다.

뿌옇게 인 흙먼지가 바람에 걷히고, 연무장에 서있는 것은 한 사람뿐이었다.

서준이 쓰러진 혜운을 향해 합장했다.

“아미타불…. 좋은 곳으로 가시길.”

당연하지만 안 죽였다.

보여주려 펼친 무공이었기에 세게 때리지도 않았다.

과연 혜운이 곧 정신을 차렸다.

“끄응…. 한 수 배웠습니다.”

비틀대며 일어난 혜운이 합장한다.

그를 보며 웃던 서준의 입꼬리가 살짝 굳었다.

몸에 담았던 불가의 내공. 묘하게 머리가 맑아지는 듯하면서도 불쾌한 기분에 재빨리 그것들을 털어냈다.

‘뭐지.

묘한 느낌.

불가의 내공이 잘못됐다기보다는, 스스로의 몸에서 거부 반응이 이는 듯하다.

불가 쪽 무공을 한 번 제대로 보면 뭔가 달라지려나?

기회가 된다면 역근세수경 같은 무공을 한 번 베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대련의 끝을 지켜보던 방장의 표정이 굳었다.

마찬가지로 옆에서 지켜보던 패진광은 슬쩍 그의 눈치를 살폈다.

그야 아무리 봐도 마지막 일격은 백보신권의 묘리를 정확히 관통하고 있었으니까.

다만 남궁혁은 그냥 신났다.

“오오…! 역시 우리 복덩이! 남궁의 미래가 밝구나!”

사방에서 눈총이 날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