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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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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원보의 속도는 서준조차 쉬이 제어할 수 없을 정도였다.
콰아아앙────────!!!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서준의 신형이 하늘을 가로지른다.
터무니없는 압박감. 부서질 듯한 몸을 패력괴신무와 거령신공으로 지탱한다.
곁을 스치는 구름을 만끽하며 서준이 해맑게 웃었다.
“하하…!”
말도 안 되는 속도에 가슴이 쿵쿵 뛰어댄다.
더. 조금만 더.
혼원보를 펼치며 무공의 수정을 동시에 진행한다.
혼원보가 스스로의 몸에 최적화될수록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압박감 역시 강해진다.
그러다 어느 순간, 확신이 들었다.
‘이 정도면 일단 완성이라 할 만하다.
환하게 웃으며 발밑에서 혼원일월공을 터뜨렸다.
콰아아아앙──────────!!!!
제어할 수 없는 속도에 주변 풍경이 선처럼 스친다.
하지만 아직 완벽히 숙달하지 못한 까닭일까? 방향이 조금 틀어졌다.
서준이 깨달았을 때는 몸이 지상으로 처박히기 직전이었다.
“좆됐…!”
우우웅────────
주변의 기가 격렬하게 반응한다.
진법? 왜 진법이?
의문과 별개로 몸은 본능을 따라 움직였다.
진법의 압박감을 풀어헤치고, 날아드는 철그물 따위를 권법으로 쳐낸다.
일순 주변 풍경이 뒤바뀌었다.
‘환각?
이 또한 진법의 일종이다.
서준은 쏘아지는 몸을 비틀며 잠시 집중했다.
진법을 이루는 기. 그 흐름을 파악하고, 자신의 내공을 끼워넣어 터뜨린다.
쿵!
작은 소리와 함께 환각이 사라진다. 동시에 서준의 몸이 어딘가에 처박혔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흙먼지가 일었다.
“콜록…! 어우, 뭐야.”
서준은 뻐근한 몸을 가누며 손을 휘저었다. 가벼운 손짓에 바람이 일며 흙먼지가 걷힌다.
그리고 드러난 것은 수많은 승려들.
“어라?”
“백팔나한진을 펼쳐라!”
승려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진을 형성한다.
108명의 나한들이 서준을 둘러싸고, 깨닫는 순간 거대한 압박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백팔나한진?
서준도 안다. 소림의 유명한 진법이다.
그걸 왜 나한테?
의문보다 먼저 서준의 눈이 백팔나한진을 꿰뚫었다.
108개의 톱니바퀴가 정밀하게 얽힌 듯한 모습. 그 사이로 자신의 내공을 끼워넣고, 비틀었다.
“크웁…!”
“윽…!”
승려 몇이 비틀거린다.
허나 백팔나한진은 부서지지 않았다. 다른 이들이 빈곳을 채우며 진법을 유지시킨다.
“오.”
서준은 깨달았다.
이 백팔나한진이라는 거, 무공과 진법, 주술까지 섞인 꽤 대단한 무언가다.
진법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대충 축을 이용해 주변 기를 다루는 공부라는 것 정도는 안다.
게다가 마침 무공과 주술은 꽤 잘 안다.
셋 중 둘에 정통하고 하나는 기를 다루는 공부다?
그쯤 되면 파해법 역시 눈에 보인다.
서준의 눈이 황금빛으로 빛나며 백팔나한진의 정수를 꿰뚫었다.
“이렇게?”
철컥, 열쇠로 자물쇠를 여는 듯한 소리.
동시에 백팔나한진의 축이 비틀리며 승려들의 눈이 크게 떠졌다.
“이, 이건…!”
“막아라…!”
하지만 부질없다.
무너지려는 백팔나한진을 유지해보려 하지만, 서준의 내공이 연쇄적으로 작용하며 모든 톱니바퀴를 헝클어뜨렸다.
“커헉…!”
108명의 나한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는다.
스스로 축이 되었기에 진법의 파괴와 동시에 내상을 입은 것이다.
서준은 무릎 꿇은 승려들 중앙에 멀쩡히 선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이 떨어지며 크게 파인 구덩이. 그 주변으로는 박살난 건물들.
‘혼원보 이거 그냥 생체 미사일처럼 써도 되겠는데?
무슨 폭격이라도 맞은 모양새다.
“워메….”
“그만.”
웅혼한 목소리와 동시에 창백하던 승려들의 낯에 혈색이 돌아온다.
서준의 시선이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향했다.
반쯤 부서진 건물.
내부에 앉아있던 한 노인이 몸을 일으켰다.
“네놈은 누구이기에 소림 한가운데서 소란을 피우는가?”
“소림?”
서준의 눈이 빠르게 굴렀다.
확실히 주변 건물들이(대부분 부서지긴 했다.) 절 건물 비슷하게 생겼다.
또 몸을 일으킨 노인의 앞, 낯익은 여인이 자신을 두 눈 크게 뜨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 여자다. 아미파 빡빡이.
“엇….”
대충 상황을 파악한 서준이 머쓱하게 웃었다.
“어…. 하하. 그게…, 일부로 그런 건 아니고요? 일종의 안타까운 사고라 할 수 있는데….”
깨달았다. 지금 딱 좆되기 일보직전이다.
저 노인의 기세가 공간과 합일되어 있는 것으로 보건대, 무조건 화경이다.
소림의 화경?
누군지 몰라도 여기서 한 판 뜨면 온갖 대머리들이 몰려와 자신을 두드려 팰 터.
그런 대형사고는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이게 그, 새로운 경공을 시험하다가 속도를 주체 못 하는 바람에….”
서준의 말에 노인의 눈이 주변 승려들을 훑었다.
그러면 얘네는 왜 이꼴로 만들었느냐, 하는 듯한 눈빛이다.
이건 변명거리가 있었다.
“갑자기 진법이 펼쳐지니까 습관적으로….”
생각해보니까 제대로 된 변명은 아닌 것 같다.
재빨리 덧붙였다.
“재밌어 보여서 조금 진심으로 했더니 그만…. 하하…. 되게 잘 부서지네 이거….”
“허….”
아미타불…. 노인이 눈을 감고 염불을 왼다.
서준이 데굴 눈을 굴렸다.
“방장스님!”
그때, 승려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방장스님이라고?
서준이 알기로 소림의 장문인쯤 되는 포지션을 방장이라 부른다고 알고 있다.
“오….”
진짜 좆되기 일보직전!
큰 거 하나 터뜨리고 튀어야 되나? 고민할 때, 구세주가 등장했다.
“엇…! 이 소협?”
서준이 퍼뜩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서는 지백이 눈을 크게 뜬 채 서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 영감님…!!”
지인의 등장으로 일단 얘기할 시간 정도는 벌었다 판단한 서준이 재빨리 상황을 설명했다.
혼원보라는 경공을 만들어서 시험을 하다가 속도를 주체하지 못해 여기 떨어졌다. 그 과정에서 건물도 조금 부수긴 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백팔나한진을 부숴버려서 나한들이 조금 내상을 입었다….
방장에게 한 변명과 크게 다를 건 없었지만, 일단 신원이 밝혀진 이상 말에 신빙성이 더해진다.
자신의 신원, 그러니까 남궁세가의 사위이자 장로라는 것까지 밝힌 서준이 머쓱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이번 일은 죄송합니다. 부순 건물들은 사비로 배상할게요.”
“으음…. 악의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면 괜찮다.”
“아뇨, 그래도. 좀 많이 부순 것 같아서요.”
게다가 나한들에게 내상까지 입혔다.
나한은 나름 소림의 주요 전력.
나한들이 약해빠져서 한꺼번에 쓰러진 게 아니다.
차라리 그냥 덤볐다면 모를까, 진법을 펼쳤다 맥없이 부서지는 바람에 너무 쉽게 당한 감이 있었다.
톱니바퀴 하나 하나를 부순다기 보다는 이음새를 비틀어놓은 터라 더욱 그런 감이 컸다.
차라리 108명이 다구리를 쳤다면 오히려 상대하기 까다로웠을지도 모른다.
나한이 잘못한 게 아니라 백팔나한진이 잘못한 셈이다.
원래 무인들이 펼치는 진법이라는 것이 보통 강자를 상대하기 위한 약자의 전술이라지만, 그 위명에 비해서는 서준의 눈에 빈틈이 너무 잘 보였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 나쁜 뜻이 있는 건 아니고. 사람들 다치게 한 게 죄송해서 그런데…, 혹시 백팔나한진 손 좀 봐드릴까요?”
“백팔나한진을?”
미간을 찌푸린 방장이 고개를 저었다.
“그럴 것 없다. 외부인에게 백팔나한진을 알려줄 수도 없는 법이고, 백팔나한진은 이미 그 자체로 완벽에 가까우니.”
완벽? 아닌 것 같은데….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서준은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싫다는데 억지로 해줄 수도 없는 법이다.
그때, 커다란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오빠아아…!!”
“응?”
춘봉의 목소리다.
뒤를 돌아보니 서둘러 달려오는 여러 인영들이 보인다.
말해 뭐 할까. 당연히 남궁세가 사람들이다.
미친듯이 달려온 춘봉이 훌쩍 뛰어 몸을 비틀며 서준의 곁에 착지했다.
그리고는 곧장 검을 뽑아들고 주변을 경계한다.
“무슨 상황이야…? 싸우는 거야?”
조용히 속삭이는 그녀의 눈이 주변을 훑는다.
서준의 주위를 포위한 나한들, 그외에도 가득한 승려들, 반쯤 부서진 건물(누가 봐도 꽤 중요한 건물 같았다.) 사이로 보이는 노인.
서준은 춘봉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아서 그냥 냅다 그녀를 번쩍 들어올렸다.
“역시 춘봉이야! 구하러 왔구나…!”
“뭐, 뭐 하는…!”
춘봉은 빠르게 깨달았다. 이거 딱히 심각한 상황은 아니구나?
그러면 할 일은 정해져 있다.
“야 이 씹! 내가 사고 좀 치지 말랬지 이 화상아!”
공중에 들린 상태에서 몸을 비틀며 돌려차기.
“어억…!”
얻어맞은 서준이 쓰러졌다. 그대로 그를 잘근잘근 밟고 있으니 또다른 승려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별일은 아니었다.
급했던 춘봉 일행이 반쯤 강제로 소림의 정문을 돌파했고, 그에 따라 후속 병력이 모여든 것이다.
간단히 말해 남궁세가가 소림을 침공했다 표현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워메….”
이 정도면 살면서 친 사고 중에 제일 큰 사고 같은데?
대충 분위기로 상황을 파악한 서준이 꺄르륵 웃었다.
“우리 좆된 거야?”
“그런 거 같은데.”
“그러면 여기서는 영감님들을 쓰자.”
무리 중에 패진광과 남궁혁도 끼어있는데,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됐으면 좋겠다.
*
얼떨결에 사람들을 따라왔던 무혜와 청송, 월망은 있었던 일들을 사건만 나열해 간단히 설명했다.
그 내용이 일전에 서준이 말한 것과 차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방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불가피한 상황이었음을 알겠다. 또한 나한들의 내상이 심하지 않고, 그들의 수행이 부족한 탓이라 할 수 있으니 그 또한 별말 않겠다. 허나 소림의 문을 힘으로 열고 들어온 일에 대해서는 쉬이 넘어갈 수 없겠군.”
“거, 쩨쩨하게. 일이 급한데 뭐 어떡해? 다친 사람도 없구만.”
패진광이었다.
방장이 미간을 찌푸렸다.
“권왕, 아까부터 궁금했네만 자네는 왜 거기 끼어있는 겐가?”
“내가 저놈이랑 좀 친해.”
패진광이 가리킨 것은 서준이었다.
방장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자 서준이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렇대요.”
“흐음…. 자네는 어찌 생각하나, 보현신니.”
보현신니라 불린 것은 아미파 빡빡이였다.
그녀는 상황을 따라가기 어려운 듯 미간을 찌푸리고 있다가, 서준과 시선이 마주치자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개인적으로는 선처하심이 어떨까 싶습니다. 나쁜 뜻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크게 다친 이도 없으니 구태여 엄벌을 내릴 이유는 없지 않겠습니까.”
전에 잘못한 것이 있으니 편을 들어준 걸까?
지금쯤이면 저번에 속았다는 걸 깨달았을 텐데 의외로 속이 넓다.
아니면 이번에 빚을 갚고 다음에 조지겠다는 속셈이든가.
어찌 됐든 당장은 감사한 일이다.
서준은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내심 의문이 들었다.
‘소림은 금녀의 공간이라 하지 않았나?
그런데 보현신니나 춘봉, 남궁수아가 여기 있어도 되는 건가?
특히 수아 누나는 스님들 정신 건강에 별로 안 좋을 것 같은데….
보아하니 여기가 소림사의 아주 한가운데까지는 아니고 외곽 쪽 같긴 한데, 어쩌면 그래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뭐, 사실 딱히 알 바 아니긴 했다.
“허나 소림의 계율을 어지렵혔으니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않겠나.”
서준이 고민하는 사이에도 대화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패진광이 방장의 말에 투덜거렸다.
“땡중이라는 놈이 자비심 하나 없나? 사람이 살다보면 실수도 하고 그러는 거지.”
“실수를 했다면 그에 마땅한 처벌을 내려 다음부터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지.”
“소림 사정까지는 알 바 아니고, 얘네는 남궁세가 애들인데 자신 있냐? 남궁진천 그놈 장난 아니던데.”
“그도 사정을 듣는다면 이해할 터. 애초에 그리 심한 처벌을 내릴 생각도 없네.”
그러다 문득 패진광이 탄성을 터뜨렸다.
“오호, 생각해보니 그러면 되겠군.”
그가 씩 웃으며 말했다.
“소림에서도 이번 용봉지회에 참가할 거 아니야.”
“그렇지.”
“애들이 사고친 거니까 애들끼리 해결하는 게 좋겠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게지?”
“무인은 무(武)로 말하는 법. 이립(30세) 이하의 후기지수끼리 대련해서 이쪽이 이기면 그냥 봐주는 거 어때? 용봉지회 연습 겸 해서.”
방장의 표정이 묘해졌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나쁘진 않군.”
“그렇지? 어차피 이게 그렇게 심각해질 일까지는 아니잖아.”
보통이라면 심각해질 일이 맞지만, 소림과 남궁세가라는 이름이 들어가면 사정이 조금 달라진다.
육대세가와 구파일방은 서로 나름의 교류가 있어 어느 정도의 친분이 있는 사이.
일을 크게 만들 필요는 없으니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서로 좋은 일이다.
무엇보다 마지못해 방장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 큰일을 만들고 싶지도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적당히 넘기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는 바….
“그러면 그리 하지. 만약 소림이 승리한다면 어찌할 텐가?”
“그건 쟤가 알아서 하겠지.”
패진광이 서준을 가리켰다.
서준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남궁세가 사람들이 소림에 멋대로 쳐들어오게 된 건 자신의 잘못인데다, 춘봉이나 남궁수아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건 그냥 병신짓이다.
“요즘 시국에 소림도 인력이 넘쳐날 것 같지는 않은데, 제가 일 몇 개 해결해드릴게요.”
방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백팔나한진까지 돌파한 고수의 도움이라면 오히려 소림 쪽에서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다.
“그러지.”
방장은 모여든 승려들 쪽을 바라보며 호명했다.
“혜운아, 네가 나서면 되겠구나.”
그의 부름에 혜운이 앞에 나와 합장했다.
“아미타불…. 그리 하겠습니다.”
그리고 패진광이 씩 웃었다.
“그럼 우리는 얘가 하면 되겠네.”
턱, 그가 서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넹?”
서준은 그를 미친놈 보듯 바라보다 이내 깨달았다.
“아!”
나도 서른 안 됐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