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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2 KiB

서준은 스스로의 영역인 ‘이상향’을 표현하길 하나의 세계라 하였다.

세계는 모든 요소의 조화다.

하늘과, 땅과, 구름과, 벼락과, 비와, 바다와, 강과…

하나하나 떼어놓고 봤을 때 각각의 이름을 지닌 것들이 한데 뭉쳐 하나의 세계를 이룬다.

그렇기에 이상향은 그들 간의 조화가 필수적이다.

하나의 요소가 거대한 변화를 일으킬 수는 있지만, 그것이 조화를 깨뜨릴 정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예컨대 태양이 떨어져내려 세계가 불바다가 될 수는 있다. 허나 세계 자체가 태양이 되어선 안 된다.

이상향 자체가 그러한 영역이다.

그렇기에 서준은 국소전개에 흥미를 느꼈다. 세계를 이루는 요소 중 하나만을 뚝 떼어내 이루어낸 영역.

그곳에서는 그 요소 하나만이 세계를 이룬다.

이상향 내부의 설원을 뚝 떼어낸 팔한지옥 따위가 그렇다.

만약 빙백신공 하나만을 제대로 쓰고자 한다면, 이상향 대신 팔한지옥을 펼치는 것이 옳다. 그냥 그 편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심상 속 각각의 요소들을 떼어내, 진법의 형식을 빌려 동시에 펼쳐낸다면 어떨까?

콰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서준이 쌓아둔 수천의 혼원일월공이 단번에 터져나가며 공간을 이지러뜨리고, 깨뜨리고, 쥐어 뜯었다.

섬세한 계산을 통해 본인에게는 그 여파를 미치지 않도록 한 서준은 느긋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악-!

손짓 한 번에 거센 바람이 일며 흙먼지가 걷혀나간다.

백윤의 은신처는 산 중턱에 있었고, 방금 일어난 폭발은 산 여럿을 거뜬히 날려버릴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폭발이 인 산의 형태는 어떻게 됐을까?

뻔한 일이다.

산이 있던 자리. 중턱만큼의 높이를 가진 바위 기둥 하나만이 남았다.

서준은 그 위태로운 기둥 위에 선 채 검광의 모습을 찾았다.

“살아는 있냐?”

물음에 대한 답은 검으로 돌아왔다.

쉬익-!

찢겨나가는 공간. 서준이 재빨리 뒤로 물러나자 검격이 바위 기둥을 지나쳤다.

쩌억-!

위태롭게 서있던 바위 기둥이 세로로 잘려나간다.

그 기다란 바위가 반으로 잘려 넘어가고, 스스로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뭉텅이로 조각난다.

꽈르릉────────!!

커다란 바위 덩어리들이 땅에 내리꽂히며 거대한 흙먼지가 일었다.

서준은 허공에 선 채 검광을 보았다.

“이야, 멀쩡하네?”

“네놈…!”

검광이 눈을 번뜩였다.

“황운신검을 가지고 있는 건 확실하겠지!”

검광은 약간의 작은 상처들이 생겼을 뿐, 전체적으로는 멀쩡했다. 애초에 상처 따위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 듯했다.

“황운신검이 없다면 당장 네 목을 뽑아버리겠다!”

“있다면?”

“살려주마.”

“그래?”

서준이 픽 웃으며 공간 자체에 고정시켜둔 진법들을 발동시켰다.

쿠우우웅-!

산이 사라진 자리에 거대한 백팔 개의 얼음기둥이 솟는다.

그것을 축으로 한 빙설천라진과 백팔나한진, 이어서 새로이 고안한 형태의 진법들이 그 공능을 드러낸다.

“으음…!”

거대한 압박과 환상, 추위, 내공 수발의 제한 따위의 온갖 요소들이 검광을 짓누른다.

동시에 북명신공과 제왕검형을 토대로 한 진법들 역시 그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우웅-

북명신공을 깃들인 공간이 서서히 검광의 내공을 앗아가고, 그 위로 더해진 제왕검형이 검광의 심령을 짓누른다.

검광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게 뭐 하자는 거지?”

서준은 말없이 역용술을 해제했다. 백윤의 모습을 하고 있던 몸뚱이가 다시금 제 모습을 찾았다.

멸사천군 이서준이 서늘한 눈으로 검광을 보았다.

“원수를 갚겠다는 거지.”

검광의 눈이 부릅 뜨였다.

“너…! 백윤이 아니구나!”

그리고는 이를 갈며 외쳐댄다.

“그러면 황운신검은! 그것도 거짓이었나!?”

다급한 외침이었다. 일견 초조해보이기도 했다.

주변을 둘러싼 무수한 진법들이며 이미 한 번 쳐맞았던 혼원일월공 따위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 듯했다.

도대체 무엇이 저 사내를 저렇게 맹목적이게 만들었는가.

딱히 궁금하진 않았다.

대신하여 서준은 검광에게 약간의 희망을 보여주고자 했다.

“황운신검?”

스릉-, 오랜만에 뽑혀나온 마검이 부르르 몸을 떨며 환희한다.

마검은 이기어검을 통해 스스로 떠올라 가볍게 몇 줄기의 선을 그었다.

그 자리로 선명한 황룡의 형상이 드러나며 거칠게 포효했다.

───────────!!

검광의 눈이 부릅 뜨였다. 그의 표정에 환희가 어렸다.

초조함이 모습을 감추고, 대신하듯 터져나온 기쁨의 기색이 그의 만면을 물들였다.

“정말이었구나! 정말이었어!”

그는 아이처럼 기뻐하며 전율했다. 수정구를 통해 보았던 하나의 검로와, 지금 눈앞에서 본 또 하나의 검로를 영혼에 쑤셔박았다.

“당장 내놔라! 그건 내 거야!”

쩌어어억─────────!!

검광이 검을 크게 가로로 휘둘렀다. 횡을 그리는 검격이 공간을 갈라내며 진법의 축이 되는 백팔 개의 얼음 기둥을 노린다.

서준은 손을 까딱였다.

관천, 혼원일월공, 역천일월공.

진법의 형식을 빌려 미리 준비해두었던 무공들이 일제히 터져나왔다.

───────────!!!

수백의 혼원일월공이 좁은 공간을 잡아 늘리듯 터뜨리고, 덩굴처럼 얽혀든 역천일월공이 검광의 검격을 걷어낸다.

동시에 관천.

태양을 떨어뜨리는 수십의 일격이 검광의 몸뚱아리를 노리고 쏟아져내렸다.

“사일검법?”

검광의 눈이 부릅 뜨였다. 그의 입꼬리가 주욱 치켜올라간다.

“아아…!”

검광은 검을 휘둘렀다. 그가 휘두르는 검로는 기이했다. 구불구불하고 불규칙적인 선들이 마구잡이로 그려진다.

쩌어어억────────!!

허나 그 선들은 태을무형검의 이치 아래 의미를 찾아냈다. 복잡하게 얽힌 선들이 수십 다발의 관천을 대부분 찢어발겼다.

퍼억-!

허나 막아내지 못한 나머지. 관천 두 줄기가 각각 검광의 옆구리와 허벅지를 꿰뚫었다.

관천의 공능에 의해 끌어내려진 검광의 몸뚱이가 저 아래 대지를 향해 처박힌다.

“하!”

그럼에도 검광은 사납게 웃으며 두 다리를 땅에 처박았다. 쿠웅-! 착지와 동시에 그 힘을 두 팔뚝에 쑤셔박고, 부릅 뜬 눈으로 주변 공간을 보았다.

검광. 검에 미친놈. 허나 그 이름과 달리 검광은 아주 미치진 않았다.

검을 제대로 휘두르려면 명확한 이성이 필요하다.

그의 날카로운 직관이 상대의 수법을 꿰뚫고, 광인 특유의 상식을 무시한 사고방식이 정답을 찾아냈다.

“공간 자체에 진법을 숨겨뒀구나!”

그것은 검광의 감각으로도 찾아낼 수 없었다.

서준이 작정하고 감춘 기를 찾아내는 건 선계에서 남궁진천을 데려와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검광이 그 사실을 알 턱이 없었으나, 그는 그저 본능대로 행동했다.

“츠읏…!”

잇사이로 숨을 흘려내며 검을 휘두른다.

쩌저저저적─────────!!!

불규칙한 선들이 마구잡이로 퍼져나가며 공간을 베어낸다. 그 사이에 숨은 진법들이 검광의 검에 걸려 깨져나갔다.

서준이 즉시 대응하여 남은 진법들의 위치를 조정했으나, 결국 절반가량의 진법들이 의미 없이 허공에 흩어졌다.

그때, 깨어진 공간 사이로 구슬 하나가 검광의 눈앞에 툭 튀어나왔다.

검광은 망설이지 않고 베었다. 서억-, 구슬이 반으로 쪼개진다.

허나 그 안에 깃든 심상은 부서지지 않고 세상을 물들였다.

국소전개, 제왕검형.

“공천멸하(空天蔑下).”

하늘을 비우고 발밑을 멸시한다.

화아아악─────────!!

세상이 푸르게 물들며 만물을 짓이긴다. 제왕의 시선 아래 만인이 평등하니. 세상을 이루는 모든 것들이 제왕의 발밑에 넙죽 엎드린다.

검광은 그렇지 않았다. 다리를 넓게 벌리고, 허리를 곧게 세운 채 제왕을 향해 사나운 이를 드러냈다.

“제왕검형까지…!”

쯔르륵-! 그는 환희하며 옆구리와 허벅지의 상처를 메웠다.

혈공 자체에는 큰 관심이 없었으나, 부서지지 않는 몸은 검을 다루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본디 인간은 피와 함께 태어나는 존재.

다른 어떤 무공보다도 혈공은 그 경지를 이루는 것이 간단하다.

중원 무림은 혈공을 사도라 여기나, 기실 혈공이야말로 인간에게 가장 걸맞는 무공이니.

어렵지 않게 혈인경을 이루었던 검광은 비로소 그 성취를 드러냈다.

콰르륵-!

검광의 형체가 무너져내리며 피로 화한다.

머리 하나, 팔 두 개, 다리 두 개.

인간의 형상을 벗어나지는 않았으나, 제멋대로 일렁이는 액체를 인간이라 칭하기는 어렵다.

[황운신검, 사일검법, 거기에 제왕검형까지…! 너야말로 이 중원의 보물 창고였구나! 더, 뭔가 있다면 더 꺼내보아라…!]

서준은 그 기대에 응했다.

쩌억-

공간의 틈에서 모습을 드러낸 구슬 하나가 깨져나간다.

화르륵─────────!!

국소전개, 천일양제극화신공.

“겁화도래(劫火到來).”

깨어진 구슬을 중심으로 새빨간 불꽃이 휘몰아친다.

세상을 붉게 물들이며 맥동하던 겁화가 이내 하나의 점으로 수렴하고,

두근-!

일순 크게 부풀어오르며 하늘을 밀어낸다.

만물을 불사르는 황실의 태양이 영역의 형상을 한 채 세계를 물들였다.

우우웅-!

두 영역이 겹친 곳.

서로 다른 두 영역이나, 하나의 인간에게서 비롯된 개념이 남궁일맥의 깨달음 아래 한데 뒤섞인다.

하늘은 태양을 품지 않고, 태양은 하늘을 불사르지 않는다.

서준은 자신에게 종속되지 않은, 오롯이 공간의 한 점을 축으로 펼쳐진 영역의 안에서 아직 부서지지 않은 진법 수십을 꺼내들었다.

화아악-!

인간의 혈도를 그리는 수십의 진법들이 붉게 휘몰아치는 공간에 복잡한 궤적을 그린다.

[오오…!]

검광은 피로 된 몸을 출렁이며 환희했다. 천일양제극화신공. 황실의 검법.

아니, 사실은 검법이라 하기 애매하지만, 어찌 되었든 저 또한 검의 묘리를 담은 무공이다.

애시당초 저 놈은 검법을 검법으로 쓰지 않는다. 그 이치를 고스란히 기에 담아 기공으로써 다룬다.

[역시, 너보다는 내게 더 어울리는 검법들이다!]

하늘 위에 선 채 자신을 내려다보는 서준을 바라보며, 검광은 검을 잡은 오른팔을 길게 늘였다. 늘어난 팔이 피로 된 채찍처럼 출렁인다.

[그러니 당장 내놓아라!]

쐐애애액────────!!

이전보다 한층 더 불규칙한 궤적을 그리며 날아드는 검.

서준은 복잡한 혈도를 그리는 진법들과, 영역 내에 가득한 불꽃, 다시 스스로 피워올린 겁화를 의식했다.

화륵-

타오르는 불길이 전신에 휘감긴다. 그는 불꽃이 휘몰아치는 하늘을 검처럼 꼬나쥐고, 그의 동생인 희에게 사사한 검을 내리꽂듯 휘둘렀다.

황운신검.

그 고절한 검법이 제왕검형과 천일양제극화신공의 힘을 품은 채 펼쳐진다.

콰아아아아───────!!

붉게 타오르는 하늘을 몸뚱이에 휘감은 황룡이 검광에게로 떨어져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