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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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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봉신공.
오로지 춘봉 자신만을 위한 무공.
그 말만으로도 가슴이 뛰는데, 오빠가 언제나 그랬듯 그걸 제외하더라도 춘봉신공은 평범한 무공이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그걸 제외하면 말이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춘봉 자신의 신체, 혈맥, 심상, 그 외에도 모든 것에 꼭 들어맞게 만들었으니 이만한 무공이 튀어나온 걸지도….
“으음…!”
춘봉은 잔뜩 들뜬 채 검을 뽑아들었다.
아까 오빠가 보여주었던 그 일검. 이제는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은 화려하다 했으나, 언니는 묵직하고 담백하다 평하지 않았던가.
둘 모두 맞는 말이다.
허나 그러면서도 둘 모두 틀리다.
사아악────────
가볍게 내리그은 검이 바람을 갈라낸다. 그걸 본 서준이 씩 웃었다.
“벌써 꽤 잘 쓰네?”
“응!”
춘봉이 히히 웃으며 남궁수아를 바라보았다.
“어땠어?”
“화려하네. 변검(變劍)이야?”
“아니, 굳이 따지면 환검(幻劍)이지.”
“으응…, 그랬나?”
춘봉은 새삼 감탄했다. 남궁수아 수준의 무인마저도 제때 알아차리지 못하다니.
“정확히는 언니가 보고 싶은 대로 보이는 거야. 내가 펼친 건 태산압정이었거든.”
“응? 태산압정?”
“응. 근데 이제 춘봉…, 신공을 곁들인.”
춘봉신공은 검법이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보조공에 가깝다.
춘봉의 동작에 춘봉신공의 묘리가 깃들면 그 자체로 마치 환술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이다.
상대의 마음에 깃든 자신의 모습을 상대의 감각에 새긴다.
아마 대성한다면 모든 동작에 깃들여 진정한 의미의 이형환위(移形換位)를 펼칠 수 있을 터.
정말 말도 안 되는 무공이다.
춘봉신공의 주목적이 그러한 환술에 있지 않음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춘봉은 현재 청운신공을 익히고 있으나, 무공과 완벽히 합일하지 못해 그만큼의 빈틈이 있는 상태.
춘봉신공의 주된 목적은 그 빈틈을 채우는 것이다.
그저 채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자체로도 신공 수준의 무공일 뿐.
“내가 검을 휘두를 때, 언니가 무의식 중에 품은 생각이 그대로 언니의 눈에 보인 거야. 내가 검을 어떻게 휘둘렀는지와는 별개로.”
“그런 게…, 어떻게 가능해?”
“나도 모르지?”
춘봉과 남궁수아가 서준을 빤히 바라보았다.
서준은 뿌듯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나의 행동임에도 주체가 달라짐에 따라 느끼는 바가 달라지니, 그 또한 마음 먹기 나름이라.”
커피 한 잔에 담긴 깨달음으로 만든 무공이다.
“응. 그래서 그걸 어떻게 무공으로 구현한 건데?”
춘봉의 질문에 서준은 조금 난감해졌다.
“영감을 무공에 풀어낸 거지. 너한테 딱 맞게.”
“그니까 그걸 어떻게.”
“애초에 네가 평소에 쓰는 검법이 화려한 편이니까, 이렇게 저렇게 잘 해서…?”
아마 춘봉신공에 편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영감대로 무공을 만들었으면 이 정도 무공까지는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오직 한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무공이라는 특이성에, 막 떠오른 생생한 영감, 그 둘이 시의적절하게 맞아떨어지며 우연처럼 튀어나온 무공이라 할 수 있다.
열양지체의 소유자가 열양 계열의 무공을 쉽고 빠르게 익힐 수 있듯, 춘봉의 특성에 딱 맞는 무공을 만든 셈이다.
“사실 나도 쓸 수 있긴 한데, 아마 네가 쓰는 것만큼 위력이 나오진 않을걸? 진짜 네 몸에 다 맞춘 거라.”
듣고 있던 춘봉은 이마를 탁 쳤다.
“납득이 안 되네 진짜. 어떻게 무공이 이렇게 그냥 턱턱 나오지?”
“궁금해?”
“응.”
“나도 궁금해. 이렇게 쉬운 걸 왜 다들 못 할까.”
“오….”
춘봉이 검을 치켜들었다.
“무공도 몸에 익힐 겸 우리 대련이나 한 판 할까?”
“…오빠를 찌르고 싶다는 말을 그렇게 돌려서 해야겠니?”
“그럼 찔려줄 거야?”
고민하던 서준이 양팔을 활짝 벌렸다.
“자…! 우리 춘부이가 원한다면…!”
곧장 춘봉이 달려들었다.
드롭킥? 서준이 눈을 감은 채 씩 웃었다.
‘춘봉 드롭킥은 오히려 포상이지.
하지만 예상했던 타이밍에 충격이 들어오질 않는다.
서준이 찔끔 눈을 떴다.
“엇….”
춘봉이 바로 앞에서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오빠.”
“응?”
“…고마워.”
쪽, 부드러운 감촉이 뺨에 내려앉았다.
“커억…!”
서준이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졌다.
“훌륭하다 금춘봉…. 예상하지 못한 공격이라니…. 하산하거라….”
“시끄러.”
흥, 콧방귀를 뀐 춘봉이 통통 가벼운 발걸음으로 멀어져간다.
귀끝까지 새빨갛게 물든 것이 어지간히 부끄러운 듯했다.
후다닥 도망가는 뒷모습이 여간 귀여운 것이 아니다.
“천하제일효녀….”
우리 기특한 금춘봉…!
서준이 찡한 가슴을 부여잡고 비틀비틀 일어났다.
“등선할 뻔했네….”
“후후, 정말로?”
“정말로.”
쿡쿡 작게 웃던 남궁수아가 서준에게 성큼 다가섰다.
“이러면?”
쪽, 반대편 뺨에 와닿는 입술.
흠칫 놀란 서준이 제 양뺨을 붙잡았다.
“보, 보여….”
“뭐가?”
“선계가….”
“푸흡, 그게 뭐야.”
남궁수아가 과감하게 다가와 팔짱을 꼈다. 과연 팔뚝에 전해지는 촉감은 인세의 것이 아니었다.
“…그렇군. 여기가 선계였어.”
“아하하!”
남궁수아는 밝게 웃으며 팔짱을 낀 채로 서준을 이끌었다.
도망친 춘봉이 방에서 안절부절 못하며 서준을 기다리고 있을 터.
금방 돌아가야 하겠지만, 그때까지는 그녀가 서준을 독점할 수 있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걷던 그녀가 가볍게 내뱉었다.
“꿈만 같아.”
“지금이?”
“응. 막연히 상상만 했었는데.”
가벼운 발걸음으로 걷는 밤길. 옆에는 팔짱을 낀 연인.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발걸음이 느려져서, 집으로 돌아가기 싫은 밤.
과연 연인이 맞을까?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중요하진 않았다.
그저 이 순간이 너무 좋아서.
“그냥 이대로 이런 날들이 계속됐으면 좋겠어. 전쟁이니 뭐니 빨리 끝내버리고, 셋이서 같이.”
“그거 좋지.”
“그치? 그러면 아이는 몇 명이나 낳을까?”
“엇….”
흠칫, 놀라는 반응에 남궁수아가 또 한 번 꺄르르 웃었다.
뭐든지 해낼 것처럼 대단한 남자가 이런 말 한 마디에 당황하는 게 좋았다.
자신이 뭐라도 된 것 같지 않은가.
하지만 시간은 매정하게도 흘러 꿈결 같던 찰나도 이걸로 끝.
느릿하던 걸음이 끝내 멈추고, 남궁수아는 아쉬움을 담은 채 서준의 팔을 놓아주었다.
“…내일 봐.”
“응.”
“잘 자고.”
“응.”
“누나 꿈 꿔야 돼?”
“야한 꿈은 좀….”
“건전한 꿈 꾸면 되지.”
“노력해볼게.”
서준이 픽 웃으며 남궁수아의 양뺨을 꾹 누르듯 잡았다.
“아니, 어차피 같은 건물에 있는데 뭐 어디 멀리 가는 것처럼 그래?”
“으응…. 그냥. 아쉬워서.”
남궁수아가 눈을 살짝 내리깐다. 오늘따라 평소와는 달리 말투니 행동거지에 어리광이 묻어나온다.
서준은 홀린 듯 움직였다.
쪽, 살짝 드러난 이마에 입을 맞추니 남궁수아의 몸이 덜컥 굳는다.
“으에…?”
“잘 자.”
“으, 으응….”
남궁수아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양손으로 제 이마를 살살 매만진다. 그 표정이 멍하다.
매번 공격만 하다 얻어맞은 반격이 꽤 뼈아파 보였다.
서준이 씩 웃었다.
“오늘 이상한 짓 하지 말고 빨리 자야 돼?”
“응….”
“어휴, 왜 갑자기 고장이 났어?”
등을 쭉쭉 밀어 그녀의 방에 집어넣으니, 그녀가 문틈으로 살짝 고개를 내민다.
“…잘 자.”
그리고는 쏙, 재빨리 고개를 집어넣어 사라졌다.
“오호….”
확실히 신선한 반응이다.
공격력은 높은데 방어력이 밑바닥이라….
뭐 거의 유리대포 수준인데?
서준이 실실 웃었다.
‘나, 어쩌면 연애 고수일지도?
오늘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나쁘지 않았다.
*
다음날 아침.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서준은 이리저리 몸을 풀었다.
그렇고 그런 꿈을 꿨더니 몸이 꽤 뻐근하다.
옆에서는 춘봉이 세상 모르고 도롱도롱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며칠 정도 따로 잔다고 각방을 쓰더니, 어느 순간부터 그냥 포기하고 같이 자는 중이다.
남궁세가에 있던 방도 슬금슬금 짐을 원상복귀시켜서 춘봉의 방은 다시금 텅 비게 되었다.
“하암….”
기지개를 켜며 방을 나서니 남궁수아의 모습이 보인다.
서준이 씩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잘 잤어?”
“응. 후후, 푹 잤더니 엄청 개운한 거 있지?”
하룻밤 사이에 원래의 태도를 되찾은 걸까?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니 뺨이 살짝 붉다. 손끝도 조금씩 떨리고.
얼굴이 조금 퀭해보이는데, 혈색은 좋은 것이 어젯밤에 뭘 한 건지 모르겠다.
‘흠.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는 게 괜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전문용어로 심통이 났다고 할 수 있겠다.
슷-
서준의 신형이 빠르게 이동해 남궁수아의 뒤를 점했다.
“응?”
남궁수아도 반응하긴 했지만, 아무런 대응도 없이 고개만 갸웃.
서준은 히죽 웃으며 그녀를 뒤에서 끌어안고 정수리 위에 턱을 얹었다.
“하나도 못 잔 거 같은데? 밤에 뭐했어?”
“으음….”
얼굴을 붉힌 남궁수아가 속삭였다.
“네 생각…?”
서준이 흠칫 몸을 떨었다. 슬쩍 몸을 떨어뜨리고는 흠흠 헛기침.
손이 마구 뒤틀리는 것 같다.
분위기에서 오는 참을 수 없는 간지러움이라는 게 있다.
베베 꼬이는 몸을 애써 가눈 서준이 어색하게 웃었다.
“어, 뭐. 그거 좋네.”
“후후…, 그래?”
그렇게 어색하게 시선을 교환하고 있으니 목소리 하나가 불쑥 끼어들었다.
“둘이 뭐 하냐?”
흠칫 놀란 서준이 시선을 돌렸다. 패진광이 둘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깜짝이야. 뭔데요?”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둘이 어제 뭐 있었냐?”
“아뇨, 뭐. 일은 무슨 일.”
“흠….”
가늘게 뜬 눈으로 서준과 남궁수아를 번갈아 바라보던 패진광이 한숨을 내쉬었다.
“더러운 세상. 그냥 다 해 처먹어라 핏덩아. 아주 그냥 사흑련 대가리도 부수고, 현경도 찍고, 기왕 하는 김에 무림일통도 하고.”
“예예. 그러려고요. 그러는 김에 천마도 한 번 해보고 하는 거지.”
“…미쳤냐?”
“현경 찍으면 천마 해도 누가 뭐라 할 건데.”
“흠. 그건 그렇군. 그때는 내 이름 팔지 마라.”
“천마가 권왕 제자라고 소문내고 다닐 건데?”
“그건…,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턱을 쓰다듬던 패진광이 쯧 혀를 찼다.
“아무튼. 네 손님이라는 놈이 왔던데.”
“네? 손님이요? 저 친구 없는데.”
“그래 보인다.”
“진짜 쳐맞을래요?”
“대련이냐? 그건 환영이지.”
“생사결인데요.”
“그것도 나쁘지 않고.”
투닥대며 걷다가 슬쩍 시선을 돌리니 남궁수아와 눈이 마주쳤다.
샐쭉 눈웃음.
거참. 괜히 간지러운 뺨을 긁적이며 별장의 정문을 확 열어젖혔다.
“손님이 누구…, 오?”
“허어, 역시 남궁세가. 별장도 대단하군.”
“직접 왔네요?”
손님, 현월이 씩 웃었다.
“이런 기회에나 외출 한 번씩 하는 게지.”
현월도 왔겠다…. 혈오문 이 새끼들, 목숨줄 카운트다운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