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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은 은밀히 검종문의 영역에 잠입했다.
이미 그의 잠입은 하나의 경지를 이룬 상황. 모습을 감추는 것이라면 몰라도, 기운을 감추는 것에 있어서 서준을 따라올 자는 이 중원에 없다.
어느 세력의 영역이건 잠입 자체는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검종문은 소수 정예의 성격을 띤 문파다.’
검종문의 영역이 아닌, 아예 그 내부에 잠입하려면 문도의 얼굴을 가져올 필요가 있다.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겠지.’
잠입은 목표가 아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검종문을 멸문시키기 위함이다.
문파의 경계에서 어슬렁거리던 서준은 차분히 생각을 정리했다.
‘유념해야 할 건 하나다. 속전속결.’
마주치는 대로 베고, 검현이 나오면 놈도 벤다. 이후 나머지 놈들마저 베고, 빠르게 검종문을 빠져나간다.
어렵게 생각할 일은 아니다.
이후 검종문에 도착하는 지원이 있을 테니 그것을 역으로 이용한다면….
‘대흑산파에도 인사 정도는 해야지.’
대흑산파의 전대 고수 려원이라 했던가? 놈 역시 장인어른의 죽음에 일조한 것은 마찬가지다.
애초에 사흑련 자체가 위험 요소다. 남궁을 위협할 여지가 있는 이상 그 뿌리를 뽑아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서준은 생각을 정리하는 것과 동시에 땅을 박찼다.
검종문의 담벼락에 깃든 진법이 침입자를 막아서려 했으나,
화악-!
서준의 손짓 한 번에 의미를 잃었다. 진법은 아무런 일조차 없었던 것처럼 서준의 침입을 허용했다.
‘다른 문파에도 잠입해서 슥삭하고 나오면 좋긴 하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위험하다. 이번 작전은 검현을 빠르게 죽일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에 가능한 일.
“음? 누…!”
콰직-!
마주친 문도 하나의 가슴을 꿰뚫은 서준의 눈이 붉게 빛났다.
사아아-, 북명신공으로 놈의 진기를 흡수하니 신체가 형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흩어진다.
‘빠르게.’
검을 뽑아든 서준이 땅을 박찼다. 아무런 소음조차 나지 않았다.
땅 위를 떠다니듯 이동하며 기척이 뭉쳐있는 곳을 찾았다.
‘넷인가.’
위치는 건물 안. 덜컹-! 문을 열어젖히며 들어서니 시선 넷이 서준에게 모여든다.
“누구…. 큽…!”
빠르게 접근해 베었다. 머리부터 가랑이 사이 틈이 생긴 시체가 반으로 쩍 갈라진다.
챠앙-!
나머지 셋이 급히 검을 뽑아들었다. 아니, 하나는 뽑지 못했다.
검 손잡이를 쥔 손목을 눌러 저지하고, 그대로 목에 검을 꽂아넣었다.
“컥…!”
신형이 허물어진다. 한 사내가 외쳤다.
“침입자다…!”
내공이 실려 거대한 목소리다. 허나 목소리는 퍼져나가지 못했다.
“안 되지.”
서준이 펼친 기막이 사내의 목소리를 틀어막았다. 동시에 앞으로 나아간다.
남은 둘은 초절정. 넷이서 검에 대한 토론이라도 하고 있던 모양인데.
‘같잖다.’
그렇게 검이 좋으면 산에 틀어박혀 검이나 휘두를 것이지. 검끝을 남궁으로 향한 순간 이들은 이미 적이다.
스읏-, 서준이 미끄러지듯 이동했다. 한 사내가 마주 검을 휘둘렀다. 붉은 눈이 그 궤적을 낱낱이 파악했다.
쉬익-!
검이 허공을 가른다. 서준이 손을 뻗었다. 사내의 눈이 부릅 뜨였다.
“검벽…!”
다른 여인이 급히 검을 휘두른다. 콰직-! 서준의 손이 사내의 가슴을 꿰뚫었다.
여인의 검이 서준의 목을 노렸으나, 우웅-, 이기어검이 그녀의 검을 흘려냈다. 백하귀양이다.
“흐읍…!”
따아앙-! 여인이 검끝을 튕기듯 진동시켜 백하귀양의 흐름을 떨쳐냈다.
어느 정도 수준이 있다. 초절정 중에서도 제법.
탁! 서준이 허공의 검을 잡아챘다. 마검이 쾌활하게 검명을 흘린다.
역천일월강기(逆天日月罡氣).
쉬익-! 여인의 눈이 부릅 뜨였다. 본능일까. 자신의 검을 궤적 사이에 밀어넣으며 급히 허리를 젖혔다.
서억-
여인의 검이 강기째로 베였다. 코끝을 아슬아슬하게 역천일월강기가 스친다. 그녀는 이를 악물며 허리를 젖힌 자세 그대로 땅을 박찼다.
파라락-! 몸이 회전하며 장포가 흩날린다. 파악-! 여인은 그 기세를 고스란히 담아 발을 휘둘렀다.
붉은 눈이 그 모습을 가만히 보았다. 피핏-, 허공에 수 개의 점이 생겨난다. 역천일월공이다.
여인이 다급히 피하려 했으나, 늦었다. 내뻗은 발을 회수하며 피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퍼버벅-!
결국 여인의 몸을 역천일월공이 꿰뚫었다. 구멍이 숭숭 뚫린 여인이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문주께서….”
서억, 검을 휘둘러 목을 베었다. 서준은 그대로 건물을 나섰다.
은밀하게 퍼진 기감이 문도들의 위치를 파악했다.
이후로 아홉의 문도를 더 베었다. 그렇게 기척을 쫓아 움직이다 보니 지하의 공간을 발견했다.
‘마검이라도 만드는 건가?’
사람의 시체 서넛을 꼬챙이처럼 꿰뚫은 검이 십수 개 정도. 뭔가 수를 썼는지 검에 묘한 힘이 깃들었다.
별 관심은 없다. 이곳에 온 것은 나름 거대한 기척이 존재하는 까닭이다.
“누구냐.”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허리춤에 네 자루의 검이 걸렸다.
‘초절정의 극.’
서준이 땅을 밀어내며 접근했다.
“헙…!”
놀란 사내가 즉시 발검했다. 챠앙-! 뽑아낸 검이 서준의 검을 막았다. 서준의 눈이 사내의 검을 살폈다.
‘과연.’
역천일월강기가 실린 검을 막아냈다. 사내의 실력 덕도 있으나, 검 자체의 위력 역시 한몫했다.
허나 그것이 영원하진 못하다.
쩌적-, 검에 금이 새겨진다. 사내의 눈이 부릅 뜨였다.
서준이 검을 거둔 뒤 다시 한 번 내질렀다. 째앵-! 사내의 검이 완전히 부서졌다.
“안 돼…!”
사내가 절규하며 두 자루의 검을 뽑아들었다. 쌍검이다.
서준은 허공의 자연지기를 뭉쳐 기검을 만들었다. 역천일월강기로 이루어진 기검이 넷.
쉬익-!
사내의 사방을 점한 채 공격하자 사내가 포효했다.
“흐아아아아…!”
사내의 검에서 탁한 색의 검강이 줄기줄기 흘러나온다. 콰과과광-! 두 자루의 검을 미친듯이 휘둘러 서준의 기검을 막아냈으나, 오래 가지는 못했다. 힘에 부친다.
“크윽…!”
땅을 박찬 사내가 천장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콰앙-! 바위로 이루어진 천장이 무너져내리며 햇빛이 든다.
지하를 벗어난 사내는 왼손에 든 검을 쏘아냈다. 쐐액-! 날아드는 검에 붉은 기운이 맺혔다. 검 자체의 공능이다.
쿠우우우웅────────!!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붉은 기운이 휘몰아치며 범위 내의 모든 것을 갈아냈다.
휘릭-! 폭발에 휘말린 검이 튕겨지듯 사내의 손에 돌아갔다.
“이런…!”
허나 사내는 이를 갈며 검을 크게 당겼다. 바람에 흩어지는 흙먼지. 그 사이로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은 서준이 달려들고 있었다.
서준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이 정도 소란이면 그놈도 눈치 챘겠지.’
쌍검을 쓰기에 잠시 관찰했으나, 이제 더 볼 건 없다. 더 이상 자중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콰르륵-!
서준의 검에서 새카만 마기가 솟구쳤다. 사내의 눈이 부릅 뜨였다.
“마교…!?”
허공을 짓밟고, 허리를 비튼다. 천지인의 깨달음이 검에 깃든다. 남궁수아 덕분에 얻은 깨달음이 검에 힘을 더했다.
천마신검(天魔神劍), 횡소천군(橫掃千軍).
쩌어어억─────────!!
횡으로 휘둘러진 검격이 눈앞의 풍경을 양단했다. 경사진 단면을 타고 풍경이 미끄러진다.
쿠우웅-!
뿌옇게 이는 흙먼지 사이로 사내가 비틀댔다.
“커억…!”
부러진 두 자루의 검. 마지막 남은 검을 뽑아들려 했으나, 어느새 서준이 그의 눈앞에 있었다.
콰직-!
움켜쥔 손이 사내의 머리를 박살냈다. 서준이 손을 털었다. 손에 묻은 온갖 찌꺼기 따위가 바닥에 붉은 흔적을 남겼다.
“…여전히 화려하게 날뛰는군.”
바람에 걷혀가는 흙먼지 사이로 검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허공에 선 채 서준을 내려다보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건방지게.”
서준이 손을 뻗어 펼쳤다.
“반이상향(反理想鄕).”
희미하게 공간을 점하던 영역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 속도가 이전에 비해 확연히 빠르다.
처음부터 펼쳐내는 것이 아닌, 상시로 유지 중이던 영역을 짙게 만든 까닭이다.
“아검여일(我劍如一).”
치리링-! 검현 역시 천화검에 영역을 덧씌웠다. 동시에 서준이 손을 까딱였다.
태산압정(太山壓頂).
쿠우우우웅─────────!!
하늘이 떨어져내린다. 천마신검의 초식이지만, 그 근본은 제왕검형.
즉시 알아본 검현이 일천 개의 칼날을 쏘아냈다.
타악-! 서준이 땅을 박찼다. 하늘로 쏘아지는 칼날. 검현에게 달려드는 서준.
‘이기어검을 내게서 떼어놓는다?’
노림수를 알아차린 검현이 수중의 검을 휘둘렀다. 콰앙-! 서준의 검을 맞받아친 검현의 신형이 하늘 높이 솟구쳤다.
동시에 천 개의 칼날이 하늘을 갈라냈다. 쩌억-! 하늘로 솟구친 검현과 하늘을 베어낸 천 개의 칼날이 합류했다.
검현이 일천 하고도 하나의 검으로 서준을 겨누었다.
“그런 얕은 노림수는 통하지 않는다.”
달려드는 서준을 향해 일천의 칼날이 쏘아졌다. 검현 역시 노리는 바가 있었다.
장기전은 절대적으로 불리. 상대의 영역에 어울려주는 것이 아닌, 그 본신을 빠른 시간 내에 베어낸다.
타악-! 일천의 칼날 뒤로 검현 역시 서준을 향해 마주 달려들었다.
‘통하지 않는다?’
서준이 웃었다. 찢어진 입꼬리가 호선을 그렸다.
“그럴리가.”
검을 쥐지 않은 왼손. 움켜쥐었다. 콰악-! 동시에 거대한 파동이 영역 내부를 휩쓴다.
파검(破劍).
오직 검현 하나만을 위한 파해 무공.
우우우우웅──────────
거센 파동이 천 개의 칼날을 쓸어내자, 칼날들이 일순 제자리에 멈춰섰다.
검현의 눈이 찢어질 듯 뜨였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짓을…!”
자신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이기어검을 멈춰세운다? 터무니없는 짓이다.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비록 짧은 찰나라고는 하나, 화경의 무인에게는 충분하고도 넘친다.
서준이 일순 정지한 일천의 칼날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검현이 급히 검을 내찔렀다. 그의 머리가 바쁘게 다음 수를 계산했다.
‘두 번 당하지 않으면 된다.’
즉시 영역을 보강한다. 이기어검이 다시금 파해당할 일은 없다.
이번 위기를 넘겨낸다면….
푸욱-!
“허?”
검현의 검이 서준의 가슴을 맥없이 꿰뚫었다. 검현의 눈에 의심이 깃들었다. 이렇게 당할 상대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분신인가? 혼란도 잠시.
푸욱-!
서준이 웃으며 마주 검을 찔러넣었다. 검현이 제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본신이었다고…?’
쿨럭-! 피를 토한 검현이 서준을 노려보았다.
“동귀어진이라도 할 셈이냐…?”
서억-! 검현이 서준의 가슴을 관통한 검을 휘둘렀다. 묘한 곡선을 그린 검이 가슴을 헤집고 머리로 빠져나왔다.
푸화악-! 피가 터져나온다. 뇌, 심장에 더해 온갖 중요한 혈관들이 모조리 베였다. 가슴부터 머리가 갈라져 쩍 벌어졌다. 살 수 있는 부상이 아니다.
그리고,
쯔르륵-
허공의 핏방울들이 다시금 서준에게 스몄다. 상처가 순식간에 낫는다. 핏줄기가 이어지며 반으로 갈라졌던 머리와 가슴이 하나로 붙었다.
서준이 검현에게 얼굴을 바싹 붙였다. 희미하게 남은 붉은 선이 서준의 안면 한복판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나는 이 정도로 죽지 않아.”
그 붉은 눈동자. 검현의 동공이 확장된다. 형용하기 힘든 공포가 심장을 옥죄였다.
“너 혼자 죽는 거야.”
서준이 입꼬리를 찢어올리는 것과 동시에, 그의 검 위로 수십 번의 음양이 교차했다.
십중음양반전(十中陰陽反轉).
파바바박-! 빛이 번쩍였다. 검현의 몸통이 터져나간다.
사지와 함께 떨어지는 머리. 허공에서 붙잡은 서준이 그것을 움켜쥐었다.
콰직-!
후두두둑-! 검종문에 붉은 핏물이 비처럼 내렸다. 서준은 허공에 선 채 검현의 잔해들을 보았다.
‘아직 살아있을지도 모른다.’
몇 번 더 확인사살을 마친 뒤 주변을 둘러보았다.
“흐음….”
아직 다른 화경들이 도착할 때까지는 시간이 남은 듯싶다.
‘완전히 지울 수 있겠어.’
서준의 손에 거대한 기운이 몰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