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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2 KiB
Raw Blame History

진기재천, 광혈괴마 이서준.

창천대해 남궁혁.

권왕 패진광.

화려한 교수진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놓고 보니 대문파에 속한 무인과 그렇지 않은 무인 사이에 왜 그리 큰 차이가 나는지 알 수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초절정 고수들의 한 마디는 성장에 큰 보탬이 된다.

그런 가르침을 평소에도 받아먹는 이들과, 아예 밑바닥에서 고만고만한 가르침을 받는 이들의 성장이 같을 수가 없다.

지금 이 자리만 해도 그렇다.

전 녹림 총채주 장극도 어디 가서 무시당할 수준의 고수는 아닌데, 이 자리에서는 명함도 못 내민다.

그런 초특급 교수 셋의 집중 강의?

돈을 아무리 쏟아부어도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영광으로 아세요.”

서준이 씩 웃으며 검을 뽑아들었다.

“일단 누나부터.”

“…….”

“…금 씨. 그런 눈으로 쳐다보면 곤란해.”

“내가 뭐.”

“아니, 그냥….”

춘봉이가 아닌 누나부터 시작하는 이유는 별게 아니다.

“창궁무애검법 있잖아. 여기 아재가 쓰는 걸 보고 나도 조금 깨달은 게 있거든?”

아재, 남궁혁의 눈썹이 들썩였다.

“한 번 보고 무언가를 깨달았단 말이냐? 과연 천하의 기재로고….”

“여러 번 봤잖아요.”

서준의 말에 패진광이 코웃음쳤다.

“대련 한 번이면 한 번 본 거지.”

“예예.”

서준은 대충 무시하고 강의를 이어나갔다.

“내가 창궁무애검법 쓰는 사람을 세 명 봤거든? 장인어른이랑, 누나랑, 여기 아재. 근데 확실히 장인어른이랑 아재는 기본형이랑 검법이 꽤 다르더라고.”

남궁진천의 경우 텅 빈 하늘이자 하늘 그 자체, 남궁혁의 경우 바다를 투영한 하늘이었다.

그렇다면 남궁수아는 어떨까.

“솔직히 조금 애매해.”

“으음…. 그래?”

“응. 아, 별로라는 건 아니야. 절정 수준에서는 괜찮은데 내가 보기에 그렇다는 거지.”

모든 무공은 끝에 수렴하면 하나로 이어진다고는 하지만, 그 끝이 좀 많이 멀다. 아마 현경보다 조금 더 가야 하지 않을까?

그 전까지는 보통 하나의 궁극점이 아니라, 특정한 심상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예를 들자면 혼원일월강기와 무당의 태극혜검이 그렇다.

“태극혜검을 본 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장인어른이 그렇다니까 그게 맞겠지. 대충 들어도 태극이랑 관련된 거잖아? 혼원일월강기도 결국 태극을 지향하는 무공이라 꽤 비슷한 부분이 많을 거야.”

“음…. 그러니까 아버지의 창궁무애검법은 하늘, 종증조부의 창궁무애검법은 바다라는 심상을 지향한다는 거지? 나도 그런 주축이 될 심상을 찾아야 한다는 거고.”

“와, 천잰가?”

“후후, 너무 띄워주면 건방져진다?”

건방진 남궁수아?

  • 으응, 서준아? 물 좀 떠올래?

  • 그래 거기. 꾹꾹 눌러봐.

흠. 나쁘지 않은데?

“핏덩아, 자꾸 다른 데로 새지 마라.”

“아차.”

정신을 차린 서준이 강의를 이었다.

“그래서 과제를 하나 줄 거야.”

“지향점을 찾아라?”

“그렇지.”

서준이 씩 웃었다.

“예시를 보여줄게.”

사실 이걸 보여주고 싶어서 깔아둔 밑밥들이다.

검을 뽑은 서준이 창궁무애검법을 펼쳤다.

그의 심상 속에서 창궁무애검법의 구결들이 흩어지고 재조립되며 백하귀양의 심상을 품었다.

콰르륵-!

하늘을 흐르는 실개울이 올올이 풀려나온다.

부드럽게 휘둘러진 검이 공간을 수놓자, 그대로 남은 푸른 궤적들이 한데 모여 거대한 해일을 이루었다.

온통 푸르게 물든 공간을 보며 남궁혁이 감탄했다.

“허어…. 창천낙하성대해를 스스로의 방식으로 풀어낸 건가….”

남궁혁의 말대로다. 서준은 그가 세상에 새겼던 대해(大海)를 자신의 방식대로 심상에 새겨넣었다.

백하귀양은 정확히 말해 ‘강’에 집중한 심상. 그것들이 모여 이룰 바다가 부재했으나, 이 기회에 좋은 걸로 하나 들였다.

성공적인 심상 꾸미기라 할 수 있겠다.

“자, 여기서부터가 중요해.”

서준이 남궁수아와 눈을 맞췄다.

“잘 봐.”

창궁무애검법의 구결을 다시 한 번 흩어낸다. 대해의 심상을 대신해 새로이 자리를 차지한 심상은 다름 아닌 매화.

창궁무량(蒼穹無量).

하늘이 분분히 흩어진다. 하늘의 조각들이 서준의 검을 따라 휘날리고, 이내 서준이 검을 하늘로 뻗자 드높이 치솟았다.

화아아아악─────────!!

하늘을 담은 꽃잎 사이, 서준이 히죽 웃었다.

“봤지? 전에 봤던 천매(天梅)랑은 또 조금 다를 거야.”

천매는 매화검법에 하늘의 심상을 담아낸 것이고, 창궁무량은 창궁무애검법에 매화의 심상을 담아낸 것이다.

“천매는 결국 매화지만, 창궁무량은 결국 하늘이야. 대충 알겠지?”

남궁수아가 방긋 웃었다.

“후후, 미안해. 하나도 모르겠어.”

“뭣.”

이건 예상 외였다.

의기소침해진 서준이 구석에 틀어박혔다.

남궁혁에게 가르침을 받는 남궁수아를 흘끗거리는 그를 장극이 위로했다.

“거 주군. 보통 사람들은 주군 설명을 못 알아듣는다 하지 않았소.”

“아니, 누나는 보통 사람 아니잖아요.”

“주군 기준이 조금 이상한 거라니까? 그 왜, 섬전창뢰심공이었던가? 그거 만들 때는 다 알아듣게 잘 한 것 같더만 이번에는 왜 그러셨소.”

“그건 못 알아들으면 무공을 배우면 안 되는 거고요. 동네 바둑이도 그건 알아듣겠다.”

“흠. 한 대 때려도 괜찮소?”

“되겠냐예요.”

“아쉽군.”

서준은 툴툴대면서도 생각을 정리했다.

‘섬전창뢰심공이라….

그건 말 그대로 기본공이라 그런 식으로 만들 수 있었던 거다.

수준 높은 무공은 그런 식으로 이유식마냥 떠먹여줄 수가 없다.

그랬다가는 더이상의 발전 없이 영영 제자리를 헤매게 될 터.

훗날 남궁수아의 원망을 받고 싶지는 않았다.

“뭐 별수 없지.”

누나가 이해할 때까지 차근차근 진도를 나가는 수밖에.

어차피 아직 그녀만의 심상을 찾는 것도 아직이겠다, 깨달음을 얻는 순간 폭발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니까 다음은 우리 춘부이 차례야.”

떡하니 팔짱을 끼고 뾰로통하니 서준을 바라보는 춘봉. 서준이 씩 웃었다.

“원래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하는 거야.”

“뭐라는 거야.”

“진짠데.”

서준이 헛기침하며 목을 가다듬었다.

“이름하여 춘봉신공…!”

정확히는 춘봉신공 프로토타입이다.

아마 최종 완성본은 ‘춘봉신공 최종진짜완결이걸로끝111123쯤 되지 않을까 싶다.

“그건 또 뭔….”

춘봉은 여기서 화를 내야 하나 기뻐해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자신의 이름을 넣어서 무공을 만든다? 솔직히 기쁘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춘봉신공이라니. 그게 말이 되는 이름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너도 알겠지만 무공의 이름은 중요해.”

서준이 설명했다.

“어떻게 보자면 기본이 되는 심상을 요약해서 적어놓은 게 무공의 이름이라고도 볼 수 있는 거니까.”

이십사수매화검법, 창궁무애검법, 제왕검형. 이름만 들어도 그 무공이 무엇을 추구하고자 하는지 단번에 알아들을 수 있다.

“그러니까 이 무공은 춘봉신공이 아니면 안 돼.”

오직 그녀만을 위한 무공. 다른 사람이 익힌다면 제 위력이 나오지 않음은 물론이요, 곧바로 주화입마에 들 수도 있는 무공.

“오로지 너만을 위한 무공인 거야.”

서준의 눈이 춘봉을 담았다. 그의 눈에 담긴 스스로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춘봉이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쿵, 쿵, 괜스레 심장이 뛴다.

요 근래 자꾸만 뜨겁게 달아오르는 뺨을 챱챱 두드려 식힌 춘봉이 새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흥. 뭐, 그래.”

그 모습.

일순 서준의 숨이 멎었다.

부끄러운 듯 시선을 내리깐 채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는 춘봉의 모습이….

“왜 이렇게 귀여운데 우리 춘봉이!”

“으앗!?”

춘봉을 번쩍 안아들어 물 흐르듯 목마까지 연계한 서준이 땅을 박찼다.

“동네 사람들…! 우리 춘부이 좀 보세요!”

“좀 진지한가 싶었더니 이 새끼가…!”

“내가 금춘봉 오빠닷…!”

우다다 달려나가는 서준의 뒷모습을 장극이 신기한 듯 쳐다봤다.

“저게 그때 그 사람이랑 같은 사람이란 말이지….”

다시 떠올려도 섬뜩한 살귀의 상. 팔을 떼었다 붙였다 염병을 하던 그 기괴한 모습을 떠올린 장극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래. 그건 분명 마귀라 칭해도 모자라지 않을 그런 모습이었는데….

저 춘봉이라는 아이 앞에서는 저렇게 모자라 보일 수가 없는 모습이라니.

“어쩌면 무림의 미래가 저 아이에게 달렸을지도….”

아니지. 그건 좀 너무 나간 생각인가?

장극이 고개를 저었다.

춘봉이랑 놀다가 하루가 다 가버렸다.

그렇게 다음날, 미뤄뒀던 춘봉신공의 전수를 시작하려던 서준에게 손님이 찾아왔다.

“오, 또 보네요?”

“오랜만…, 은 아닌 것 같군요.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시주.”

혜운이 빙긋 웃으며 합장했다.

자비롭게도 춘봉이에게 머리를 내어줬던 그 비밀 친구 스님이다.

다시 생각해보니 이 사람이 부처에 제일 가깝지 않을까? 대머리 챱챱은 평범한 사람의 아량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종류의 것이다.

잘은 몰라도 마음에 부처 한두 명쯤은 살고 있을 게 분명했다.

한편 그와 함께 온 다른 승려의 얼굴 역시 꽤나 익숙했다.

지백이라고 했던가? 기련문주가 튀어나왔던 전장에서 같이 싸웠던 승려다.

“요즘은 좀 괜찮아요?”

“허허, 그저 정진할 뿐이지요.”

전장에서는 곧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더니, 그래도 이제 보니 조금 낫다.

서준이 픽 웃으며 물었다.

“그나저나 갑자기 무슨 일이에요?”

“무림맹의 전언을 전하기 위해 왔습니다.”

혜운이 주변을 살피더니 말을 이었다.

“비밀스러운 얘기까지는 아닙니다만…, 혹시 안에서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아무래도 사안이 사안인지라.”

“그럼요.”

서준이 앞장서 그들을 안내했다.

적당한 방에 들어선 뒤, 차라도 한 잔 내어줄까 했는데 생각해보니 살면서 차를 우려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래도 내가 초절정 고순데, 차 하나 못 내리진 않겠지.

그래서 그냥 느낌대로 차를 우렸다.

“여기요.”

“감사합니다.”

“잘 마시겠습니다.”

혜운과 지백이 차를 한 입 맛보더니 슬쩍 탁상에 내려두었다.

묘한 반응에 서준도 차를 한 입 마셨다.

“흠.”

차를 멀찍이 치워둔 서준이 멋쩍게 웃었다.

“그래서 무슨 얘기길래 그러는 거예요? 안 좋은 얘긴가?”

“어찌 보면 그렇지요. 사실 무림맹에서 아쉬운 말을 해야 하는 처지 아니겠습니까. 이 소협과 안면이 있는 저희 둘이 온 것도 그래서입니다.”

지백의 말에 딱히 무림맹과 얽혔던 기억이 없는 서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림맹이 뭐 한 게 있었나요?”

“음…. 그게 문제지요.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보상이라 봐도 무방합니다.”

“아하.”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무림맹 이 새끼들. 지원도 제때 안 보내는 개새끼들이 아니던가.

“그래도 의외네요. 말도 안 했는데 보상씩이나.”

“모르고 계셨습니까? 남궁 소저께서 장문의 서찰을 여러 통 보내셨다 하던데.”

“엇.”

아무래도 누나가 말은 안 했지만 상당히 빡쳤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