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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직! 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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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절벽을 오른다는 행위는 절벽의 올라갈 발판을 찾아 손과 발로 짚어야 하는 게 상식적인 행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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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과 발로 틈을 오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솔직히 버거운 행위가 아닐 수 없기에, 상식적이라기 보단 당연한 행위이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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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가 절벽을 타는 방식은 타인과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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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상식과 괴리된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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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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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후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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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과 발을 억지로 박아버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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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이 무슨 모래산도 아닐진대, 절벽을 오르는 그는 오를 때마다 거침없이 발로 절벽을 차서 디딤대를 만들고, 손날을 세워 박아 넣는 것으로 잡을 곳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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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맨발과 맨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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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장비도 없이 그저 무식하게 나아갔으나, 그를 보고 있자면 무식하기보단 우직하단 용어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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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정말 우직하게 위만 바라보았으며, 그렇게 절벽을 모두 올랐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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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하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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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대자로 뻗어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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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이 땀으로 가득했으며, 발과 손, 그리고 살결 등에도 쓸린 자국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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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그가 오르면서도 몇 번이나 미끄러질 뻔했고, 얼마나 위험천만한 절벽 등반을 했는지 알려주는 증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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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아마 사람들은 모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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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무려 다섯 번이 넘도록 절벽 등반을 했고, 한 번은 떨어지기까지 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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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살아 있는 게 신기했지만, 사내의 불가사의한 회복력과 그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단단해지도록 노력한 육체가 그를 보듬어주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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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이한은 체력을 모조리 소모한 상태였고, 움직일 마음이 추호도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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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오르기란 건, 생각보다 더욱 험난한 훈련임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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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를 때마다 온몸의 근육이 쓰이는 건 물론이요, 체력과 심력도 장난 아니게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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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방심이 큰 화를 부르며, 얼마든지 다쳐도 이상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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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절벽 등반을 할 때 무수한 장비가 필요한 게 아니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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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이한이 하는 행동은 객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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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 봤을 때 죽으려고 발광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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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한은 이토록 한계를 넘었다고 여겼을 때 육체가 좀 더 성장한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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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아직은 그다지 효력이 보이진 않았지만. 이것이 반복 숙달 된다면 언젠가는 그 성과가 나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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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노력이란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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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거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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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자고 싶을 만도 하건만, 이한은 수면 대신 움직이는 걸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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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분을 가볍게 섭취해주곤, 곧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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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악! 타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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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기술’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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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에서 대충 남들을 보고 배웠던 간단한 기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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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서브미션과 같은 관절기 위주의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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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그다지 연습하지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 이한은 관절기 연습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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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 대상은 모래를 가득 넣어 만든 인간 체형의 인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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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게 가장 좋은 연습 수단이지만, 없으니 이렇게라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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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식으로 관절기와 태클 연습, 그리고 유도를 하듯 고목에 줄을 묶고 엎어치기 연습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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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부사관 시절 배워 놓은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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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그다지 사용하지 않았지만, 이 또한 단련하다 보면 쓸 데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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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검과 창술 연습, 도끼질이랑 비수(匕首) 날리기도 연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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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기사처럼 열 개가 넘는 무기를 자유롭게 다루진 못해도, 할 수 있는 건 다 연습해놔야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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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4시간이 모자라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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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하루가 너무 짧다며 투덜댔으나, 그는 묵묵히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차근차근 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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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오각성까진 아니지만, 어젯밤 일들이 사내의 가슴에 불을 지피기엔 충분했고. 이한은 가슴속에 독심을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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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타르, 그 영감을 제외하고도 이겨야 할 양반들이 더 증식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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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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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몸에선 각오 어린 파공성이 짙어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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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한은 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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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첫날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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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었어? 그 사람 첫날부터 지각해서 또 학장님한테 불려갔다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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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식 때도 그랬지만, 진짜 여러 의미로 역대급인 사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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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은 대단해 보이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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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이 대단해도 행동이 불량하고, 예법을 배운 흔적이 없다. 기사가 아니라 그저 용병에 불과한 자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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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 때문에 좌천된 것일 수도 있겠군. 윗분들 눈에는 마음에 들지 않을 만도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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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렇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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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는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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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동시에 좁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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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아직 여러 의미로 활발한 생도들이니, 저들끼리 무리를 지으며 다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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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의미가 뭐냐면 소문이 퍼지기 쉽고, 비밀이 없다는 뜻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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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있던 일조차 10분이면 퍼지고도 남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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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교관, 괜찮은 거 맞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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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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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학부의 생도들은 걱정이 역력한 기색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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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그들을 가르칠 교관이 영 불안스러웠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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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80명의 생도가 모인 연무장에는 불안감 섞인 떠들썩함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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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학년 생도들도 있긴 했지만. 그들은 대부분 수업에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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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학년부터는 대부분 검술학부에 다니기보단, 가문에서 개인수련을 통해 모든 걸 해결하려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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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검술대회가 잡히면 그제야 스리슬쩍 모습을 드러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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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이 말은 1학년 생도만 대략 모인 건데 80명이나 된다는 뜻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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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중엔 투기법을 익힌 수련기사 수준도 있다면, 검사란 이름을 내는 것도 민망한 부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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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평민 출신들이 그러했는데, 동네 검술학관 같은 곳에서 기초만 대략적으로 배운 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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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저걸 보고 기초를 배웠다고 해도 되는 될까 싶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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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런 이들은 양반인 게, 아예 검술이나 기사도 뒷전이고, 그냥 미래의 기사가 될지 모르는 이들과 친분을 다질 생각으로 찾아온 이들도 제법 많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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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저분이 수업에 나올 줄 몰랐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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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말이야. 개인 수련에 시간을 쏟는 편이 저분한텐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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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올해는 나름 풍년인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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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인원이 많아도, 대부분 쭉정이인 경우와 달리, 올해는 거물급이 더러 섞여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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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올해 입학생 중 독보적인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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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 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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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기사와 싸워도 밀리지 않는다는, 유력한 차기 대공 후보 중 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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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밖에도 쟁쟁한 이들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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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총합의 총수, 또는 용병왕이라 불리는 위대한 용병의 제자라든지, 아니면 검술 명문가인 오펜 가문의 장남이라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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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사막과 초원, 밀림 등에 산다고 전해지는 신비종족, 혹은 야만 전사라 불리는 바바리안의 후손이라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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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주문세계를 확립하면 신비로운 힘 마력을 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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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라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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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분은 왜 여기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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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부의 수업은 자율적인 게 대부분이니 이리로 온 게 아닐까? 학점이나 채울 겸. 아니면 다른 이들처럼 안면이나 트러 온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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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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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치곤 특이한 행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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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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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처럼 아름다운 천재 여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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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린 윈들러를 보며 사람들은 이채 섞인 시선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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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검술학부 수업에 마법사가 있는 경우는 드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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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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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녀, 아이린 윈들러는 이러한 관심이 어색하기 그지없는지 쭈뼛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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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또한 이 자리가 영 껄끄러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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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 괜히 신청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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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린 윈들러는 본인도 정작 자기가 신청하고도 이게 맞나 싶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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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는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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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그의 뇌리에서 떠드는 유령 탓이 아니라, 이번에는 온전히 그녀가 수강신청기간 때 실수를 한 탓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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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 수업이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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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린이 바보. 그러니까 미리미리 하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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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 따지고 보면 집구하느라 시간이 부족했었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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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가 좁아서 그래, 바보 아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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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면 단 줄 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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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몇 번이고 다투는 유령과 오늘도 싸우는 그녀였으나, 내심으론 다행이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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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안면 있는 교관의 수업을 듣게 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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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의외로 신경 써 주실 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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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기도 하고, 밥도 같이 먹은 사이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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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린은 내심 일이 잘 풀리란 기대감을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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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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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모두 여기 있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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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드디어 연무장에 모습을 드러냈고, 아이린은 그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반가운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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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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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이하려고 했으나, 아이린을 포함하여 나머지 생도들은 눈을 끔뻑거리며 의문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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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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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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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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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청 음량 좀 줄여. 시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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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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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떨지 말고. 누가 보면 내가 너 잡아먹는 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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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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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좀 낫네. 응? 의자가 뭐가 이렇게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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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익! 죄,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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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하면 아카데미 생활 끝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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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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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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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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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백작가의 공자가 하인으로 전직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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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폴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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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입학식 사고의 시발점을 연 철없는 도련님이 그의 수발을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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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은 무슨 불어터진 라비올리마냥 부푼 것이 영 볼썽사납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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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도들은 눈을 끔뻑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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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오늘도 본의 아니게 학장에게 혼나고 돌아온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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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회의 시간부터 지각을 했으니, 혼나도 이상할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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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만 몇 번째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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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는 교장실조차 가 본 적이 없는데, 이상하게 이번 생은 학장실을 들락날락 거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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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자초한 것이기에 억울한 건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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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이토록 불성실한 놈이었나 싶어 죄의식 비슷한 게 생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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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학장 얼굴 보면 좀 미안함부터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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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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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안녕하십니까,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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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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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미안하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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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터진 만두, 아니 라비올리 녀석이 그를 아는 척하는 것에 이한은 아침부터 기분 잡쳤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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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식이 감히 내 앞에 나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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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이 또 맞고 싶어서 왔나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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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눈을 반개하며 장갑도 없는 손을 매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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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번엔 구리 동전이라도 던질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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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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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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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를 경의 종자(從者)로 삼아주십시오! 조, 종기사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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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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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 놈은 무릎을 꿇으며 종기사로 받아달란 미친 소리를 지껄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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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기사, 그거 내가 알기론 분명 말만 종기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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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가 되겠다는 신체포기 선언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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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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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슬그머니 놈에게서 벗어나랴 뒤로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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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취향 한 번 거지같은 놈이란 경멸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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