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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알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한에겐 어쩌다 보니 회귀자 못지않은 정보통이 한 명이 있었고, 덕분인지 이한은 본의 아니게 검둥이의 연애사…가, 아니라 ‘이혼사’에 대해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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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아 피에르는 설정상 순례 도중 라파엘 추기경이 구해준 고아 중 한 명입니다. 그녀는 추기경에게 구원받은 은혜를 갚기 위해 신전에 들어왔지만, 여차저차해서 이단 심문관이 되었고, 또 여차저차해서 남장까지 했다는 설정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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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차저차’가 되게 궁금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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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도 알려드리고 싶긴 한데…, 안타깝게도 저도 그 여차저차를 잘 몰라요. 설정이랑 기본적인 것만 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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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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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게임 스포일러를 싫어해서 그냥 기획팀이 만들어달란 것만 해줘서 세세한 걸 모르는 것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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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가끔 쓸모 있는 것 같으면서도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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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너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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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핑계는 듣지 않는 이한은 매몰찼고, 그는 울상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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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고, 그래서 쟤들은 어쩌다 결혼까지 하게 된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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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건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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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것만 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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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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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릭은 자신이 아는 것을 입에 담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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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신전의 이단 심문관이 된 주디아 피에르는 혁명군, 그러니까 로엔 공자가 이끄는 군대에 잠입하는 스파이 캐릭터라고 보면 되며, 스파이답게 정보를 빼내어 혁명군에 대한 정보를 신전에 갖다 바치죠. 그러던 중 주디아 피에르가 맡은 새로운 임무는 로엔 공자를 유혹해서 ‘제거’하는 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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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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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 입장에선 혁명군의 리더인 로엔 공자가 상당히 거슬렸을 테니까요. 그리고 예로부터 미인계는 고전적인 수법이지만, 가장 잘 먹히는 수법 중 하나잖아요?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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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 당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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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아는 한 검둥이가 미인계에 당할 일은 없을 것 같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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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쉽지는 않았지만, 또 여차저차 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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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 여차저차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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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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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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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렇게 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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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을 놈의 여차저차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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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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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창이는 눈치를 살며시 보며 자신이 아는 한에서 주디아 피에르에 대한 스토리를 언급했고, 이한은 대충 듣는 것 같으면서도 집중을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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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로엔 공자가 유혹 당한 과정에도 이런 저런 이유가 있어서였고, 나중에는 결혼식 직전에 주디아 피에르의 정체가 스파이인 게 밝혀지면서 허무하게 퇴장하고 말아요. 즉, 극후반에 등장하는 악역 캐릭터인 셈이죠. 그런데도 3대 악녀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전개상 로엔 공자에게 가장 피해를 많이 준 캐릭터이기 때문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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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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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한이 만만치 않을 거예요. 그녀가 저지른 죄 중에는 이간질부터 정보 교란까지 있었고, 그 때문에 혁명군이 입은 피해는 천문학적이었으니까요. 무엇보다 로엔 공자가 아끼는 몇몇 기사들도 주디아 피에르 때문에 죽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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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복수심이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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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다만 결국 그것도 지금 시간대가 아닌, ‘미래의 일’인 셈이잖아요? 그것으로 분노를 태운다는 건 좀 불합리한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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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되게 오만한 발언을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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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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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제 발언 중 무어가 이상한 줄 모르며 어리둥절 하는 그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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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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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린이란 애가 죽었어도 넌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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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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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말대로 딜레마일 수도 있을 거야. 미래의 일일 뿐이고, 현재는 일어나지 않은 일이니까. 하지만 사람은 그렇게 합리적인 동물이 아니야, 지금 네 표정이 되게 무서운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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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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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이나 봐, 자식아. 네 얼굴 지금 되게 살벌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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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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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의 말대로 뒤늦게 제 얼굴을 매만지는 것으로 확인한 데릭은 제 스스로에게 놀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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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도록 경직된 상태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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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런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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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릭은 자신이 오만하다는 것을 인정했으며, 왜 로엔이 아직 한없이 어린 소녀를 저토록 죽여 버릴 듯 살기 어린 시선을 주는 건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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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란 타인이 함부로 내뱉어선 안 될 경솔한 충고임을 깨닫는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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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잘못한 걸 빠르게 받아들여서 다행이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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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창이가 나쁜 놈이라 저런 경솔한 언행을 보인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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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세상을 좀 낙천적이게 보는 경향이 있어서 문제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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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저런 악의 없는 발언이 가끔 큰 싸움으로 번지게 하는 경우가 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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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에서만 저러지, 다른 놈들한텐 안 저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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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다른 녀석들이랑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떨어지는 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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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앞에서나 말을 제대로 하지, 남이랑 대화할 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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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 마사지기나 다름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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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타인 앞에서 말실수할 일은 그다지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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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니 되게 안쓰러운 녀석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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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대화가 통하는 친구조차 없다는 뜻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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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정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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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여자 친구는 있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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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똑똑하고 예쁘기까지 한 여자 친구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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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불쌍할 것 없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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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급격히 배가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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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행복이 이렇게 꼴 보기 싫었던 것이었구나 싶은 마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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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런 배알이 꼴리는 심경도 잠시 집어둬야 했는데, 다름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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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의 사냥개가 이러고 있는 걸 보니 웃기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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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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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고 보니 사냥개란 말도 너희에겐 아깝군. 주인을 얼마든지 갈아치울 수 있는 놈들이니 말이다. 역겨운 쥐새끼 같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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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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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로 일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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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에게 갑자기 시비를 거는지 모르겠군, 어린 사자. 난 너에게 원한을 산 적이 없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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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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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이 있다면 덤벼도 좋다. 물론, 기사의 허락이 떨어져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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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칼을 맞댈 날이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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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날을 기대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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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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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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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빨 나가겠다, 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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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들을 어찌 하면 좋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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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냉정함을 유지하던 모습은 어디 가고 미간에 핏대마저 세우며 시비를 거는 검둥이와 이를 덤덤히 받아들이는 빨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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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니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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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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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끝이 좋지 않게 깨진 커플의 형태란 것은 끔찍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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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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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만 딱 말하자면 이한은 로엔의 제안을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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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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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별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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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물건이 아니야 검둥아. 쟤들이 진짜 노예인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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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하는 행위만 봤을 땐 노예보다 처지가 안 좋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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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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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인턴이란 게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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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어, 조교보다 지위가 낮은, 어쨌든 저것들은 지금은 내 밑에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한테 소유권이 있는 게 아니야. 나중에 잘 쓰고 돌려줘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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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사람 취급하는 거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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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집 그만 잡고. 정 저게 필요하면 네가 설득해서 데려가. 그것까진 안 말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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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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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슥삭하고 싶으면 말하고. 대련은 얼마든지 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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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하긴 하나 참겠습니다. …그래도 저 또한 잠시 진정해질 필요가 있겠군요. 한 며칠 동안만 자리를 비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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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게 결석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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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스럽게도 생존이 잠시 보장된 빨강이, 아니 주디아 피에르였고 이한은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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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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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감님은 일단 잘 봐달라고 부탁했고, 태창이는 주의해야 한다고 말하는 악녀고, 검둥이는 죽이고 싶어 하는 대상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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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으로선 골이 아픈 상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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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저게 대체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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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시선을 돌려 그녀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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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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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감당 걱정 따윈 없는 조교에게 갈굼 당하고, 희생의 결계란 가혹한 성법을 펼친 상태에서 모두가 괴로워하고 있을 때에도 그저 묵묵히 자기 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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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심문관들이 고통에 져서 이한의 말을 잘 따르고 있는 거라면, 그녀는 그저 패배하였으니 말을 따르고 있다는 느낌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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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아무런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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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인형을 연상시키게 했고, 감정이란 게 있는지 약간 의심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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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에다 심문관이라…. 안 어울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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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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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하자마자 총구를 제 머리에 들이밀며 가차 없이 쏘려고 했던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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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지나 숭고한 대의 따윈 없는 무기질적인 모습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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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악녀 같은 일을 하려고 그래도 어느 정도로 감정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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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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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를 가지고, 혹은 어떠한 대의를 가진 사람들이 내뿜는 기운 따위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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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주디아란 여성에겐 딱히 그러한 악의나 대의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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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주디아 피에르에 대한 한 줄 평가를 내리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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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질적인 녀석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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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이건 선인이건 그 무엇도 될 수 없으며, 마냥 이질적일 뿐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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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이한이 내린 그녀에 대한 평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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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봤을 때는 어떤 것 같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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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확실히 조금 이질적인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기운이 남다르다고 해야 하나? 처음엔 신성력이라 그런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아닌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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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렇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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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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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근데 말이다, 병아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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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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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왜 2학기에도 여기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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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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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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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 교, 교관님 수업이 듣고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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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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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라고 말이나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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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쟁이가 이렇게 한가한 직업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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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2학기에도 또다시 검술학부 수업을 수강하는 마법 소녀를, 아니 아이린 윈들러의 볼을 쿡쿡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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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마다 보드라운 볼이 눌리며 쑥스러운 기색을 보이는 아이린 윈들러였고, 이한은 한숨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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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수업도 많고, 학점을 채우고 싶으면 다른 것을 수강하면 될 텐데, 굳이 이한의 수업을 다시 재수강하는 이유를 짐작하는 게 어렵지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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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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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한테 받는 애정은 부담스러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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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껌딱지처럼 병아리 마법 소녀가 검술학부에 붙어 있는지를 심적으로 짐작하는 이한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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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가 연애가 하고 싶어도 이 귀찮은 설정이 덕지덕지 붙은 애랑은 연애를 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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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의자인데다 주문쟁이. 거기다 어리고 철이 없으며 주문쟁이다. 무엇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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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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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으로선 소녀의 애정을 거절할 이유가 너무 넘쳐 무겁게 느껴질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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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내가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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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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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고, 빨리 다른 수업 수강해. 아직 정정할 기회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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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싫어요! 저, 저도 검술학부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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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부 수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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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명예 검술학부 생도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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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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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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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상 짓는 병아리는 어깨가 축 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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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약해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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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1학기일지라도 함께 한 시간이 있는지라 정 아닌 정이 쌓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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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놔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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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은 마음이 약해지는 것도 있고, 1학기 때보단 몸이 건강해졌지만, 여전히 약하기 그지없는 몸을 보노라면 안쓰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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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받아들일까 싶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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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다. 교관님. 이거 느끼한 아저씨가 전해달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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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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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도 전해드리고 싶지 않았는데, 부탁하는 통에 전해드리는 거예요….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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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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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래도 괜찮으시죠?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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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지 마, 이것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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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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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조금 담긴 손가락 누르기에 몸이 날아가는 소녀였으나 신경 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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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동력으로 넘어질 일은 없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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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소녀보다 걱정해야 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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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저걸 빨리 내쫓아야 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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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처지가 아닐까 하며 이한은 침음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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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물결을 표현한 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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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편지지일 뿐인데 보석 가루가 쓰여져 묘하게 빛을 발하는 미친 돈지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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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양과 보석을 잉크처럼 쓸 수 있는 가문은 왕국에서도 단 한 곳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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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엮이지 말아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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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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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공작가의 주인이 보내는 초대장을 보며 이한은 골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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