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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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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알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한에겐 어쩌다 보니 회귀자 못지않은 정보통이 한 명이 있었고, 덕분인지 이한은 본의 아니게 검둥이의 연애사…가, 아니라 ‘이혼사’에 대해 알게 되었다.
“주디아 피에르는 설정상 순례 도중 라파엘 추기경이 구해준 고아 중 한 명입니다. 그녀는 추기경에게 구원받은 은혜를 갚기 위해 신전에 들어왔지만, 여차저차해서 이단 심문관이 되었고, 또 여차저차해서 남장까지 했다는 설정이 있지요.”
“그 ‘여차저차’가 되게 궁금한데….”
“저, 저도 알려드리고 싶긴 한데…, 안타깝게도 저도 그 여차저차를 잘 몰라요. 설정이랑 기본적인 것만 알아서….”
“…….”
“게, 게임 스포일러를 싫어해서 그냥 기획팀이 만들어달란 것만 해줘서 세세한 걸 모르는 것뿐이에요….”
“…넌 가끔 쓸모 있는 것 같으면서도 없는 것 같다?”
“너, 너무하세요….”
허나 핑계는 듣지 않는 이한은 매몰찼고, 그는 울상을 지었다.
“…됐고, 그래서 쟤들은 어쩌다 결혼까지 하게 된 건데?”
“아, 그건 알아요.”
“……이상한 것만 아네.”
“…어, 어쨌든.”
데릭은 자신이 아는 것을 입에 담아갔다.
“시, 신전의 이단 심문관이 된 주디아 피에르는 혁명군, 그러니까 로엔 공자가 이끄는 군대에 잠입하는 스파이 캐릭터라고 보면 되며, 스파이답게 정보를 빼내어 혁명군에 대한 정보를 신전에 갖다 바치죠. 그러던 중 주디아 피에르가 맡은 새로운 임무는 로엔 공자를 유혹해서 ‘제거’하는 거였죠.”
“제거?”
“신전 입장에선 혁명군의 리더인 로엔 공자가 상당히 거슬렸을 테니까요. 그리고 예로부터 미인계는 고전적인 수법이지만, 가장 잘 먹히는 수법 중 하나잖아요? 그렇게….”
“……유혹 당했다고?”
자신이 아는 한 검둥이가 미인계에 당할 일은 없을 것 같았는데….
“으음, 쉽지는 않았지만, 또 여차저차 하는 걸로….”
“그러니까 그 여차저차가 뭐야?”
“…그러게요?”
“…….”
“그, 그렇게 보지 마세요.”
“썩을 놈의 여차저차 같으니.”
“이, 이후에는…!”
태창이는 눈치를 살며시 보며 자신이 아는 한에서 주디아 피에르에 대한 스토리를 언급했고, 이한은 대충 듣는 것 같으면서도 집중을 놓지 않았다.
“물론 로엔 공자가 유혹 당한 과정에도 이런 저런 이유가 있어서였고, 나중에는 결혼식 직전에 주디아 피에르의 정체가 스파이인 게 밝혀지면서 허무하게 퇴장하고 말아요. 즉, 극후반에 등장하는 악역 캐릭터인 셈이죠. 그런데도 3대 악녀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전개상 로엔 공자에게 가장 피해를 많이 준 캐릭터이기 때문이고요.”
“흐음.”
“…원한이 만만치 않을 거예요. 그녀가 저지른 죄 중에는 이간질부터 정보 교란까지 있었고, 그 때문에 혁명군이 입은 피해는 천문학적이었으니까요. 무엇보다 로엔 공자가 아끼는 몇몇 기사들도 주디아 피에르 때문에 죽었다고 하네요.”
“정당한 복수심이긴 하네.”
“다, 다만 결국 그것도 지금 시간대가 아닌, ‘미래의 일’인 셈이잖아요? 그것으로 분노를 태운다는 건 좀 불합리한 게….”
“……너, 되게 오만한 발언을 하네?”
“네에?”
이한은 제 발언 중 무어가 이상한 줄 모르며 어리둥절 하는 그에게 물었다.
만약….
“-카린이란 애가 죽었어도 넌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
“네 말대로 딜레마일 수도 있을 거야. 미래의 일일 뿐이고, 현재는 일어나지 않은 일이니까. 하지만 사람은 그렇게 합리적인 동물이 아니야, 지금 네 표정이 되게 무서운 것처럼.”
“?”
“거울이나 봐, 자식아. 네 얼굴 지금 되게 살벌하니까.”
“…….”
이한의 말대로 뒤늦게 제 얼굴을 매만지는 것으로 확인한 데릭은 제 스스로에게 놀라고 말았다.
…놀랍도록 경직된 상태여서.
‘아, 이런 거구나.
데릭은 자신이 오만하다는 것을 인정했으며, 왜 로엔이 아직 한없이 어린 소녀를 저토록 죽여 버릴 듯 살기 어린 시선을 주는 건지 알 것 같았다.
‘용서’란 타인이 함부로 내뱉어선 안 될 경솔한 충고임을 깨닫는 그였다.
‘그래도 잘못한 걸 빠르게 받아들여서 다행이란 말이지.
태창이가 나쁜 놈이라 저런 경솔한 언행을 보인 게 아니다.
단지 세상을 좀 낙천적이게 보는 경향이 있어서 문제일 뿐.
뭐, 저런 악의 없는 발언이 가끔 큰 싸움으로 번지게 하는 경우가 있다만.
‘내 앞에서만 저러지, 다른 놈들한텐 안 저러겠지.
애초에 다른 녀석들이랑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떨어지는 태창이다.
그의 앞에서나 말을 제대로 하지, 남이랑 대화할 땐….
‘진동 마사지기나 다름없고.
아마 타인 앞에서 말실수할 일은 그다지 없으리라.
‘…생각해 보니 되게 안쓰러운 녀석일세?
아직 대화가 통하는 친구조차 없다는 뜻이 아니던가?
그건 정말이지….
‘아, 여자 친구는 있지 참?
그것도 똑똑하고 예쁘기까지 한 여자 친구가 말이다.
‘……전혀 불쌍할 것 없었네.
이한은 급격히 배가 아팠다.
타인의 행복이 이렇게 꼴 보기 싫었던 것이었구나 싶은 마음과 함께.
다만 이런 배알이 꼴리는 심경도 잠시 집어둬야 했는데, 다름 아닌.
“신전의 사냥개가 이러고 있는 걸 보니 웃기는군.”
“…….”
“아, 그러고 보니 사냥개란 말도 너희에겐 아깝군. 주인을 얼마든지 갈아치울 수 있는 놈들이니 말이다. 역겨운 쥐새끼 같은 것들.”
“…….”
“무시로 일관하는가.”
“…왜 나에게 갑자기 시비를 거는지 모르겠군, 어린 사자. 난 너에게 원한을 산 적이 없는 것 같은데.”
“…….”
“불만이 있다면 덤벼도 좋다. 물론, 기사의 허락이 떨어져야겠지만.”
“…언젠가 칼을 맞댈 날이 있을 거다.”
“그래? 그날을 기대하지.”
“…….”
뿌득!
“……이빨 나가겠다, 저거.”
저것들을 어찌 하면 좋을꼬?
항상 냉정함을 유지하던 모습은 어디 가고 미간에 핏대마저 세우며 시비를 거는 검둥이와 이를 덤덤히 받아들이는 빨강이.
이렇게 보니 참.
“개판이네.”
새삼 끝이 좋지 않게 깨진 커플의 형태란 것은 끔찍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 * *
…결론만 딱 말하자면 이한은 로엔의 제안을 거절했다.
이유?
뭐 별건 아니고.
“사람은 물건이 아니야 검둥아. 쟤들이 진짜 노예인 것도 아니고.”
“지금 하는 행위만 봤을 땐 노예보다 처지가 안 좋습니다만.”
“인턴이잖아?”
“…대체 인턴이란 게 뭡니까?”
“있어, 조교보다 지위가 낮은, 어쨌든 저것들은 지금은 내 밑에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한테 소유권이 있는 게 아니야. 나중에 잘 쓰고 돌려줘야 한다고,”
“…정말 사람 취급하는 거 맞습니까?”
“트집 그만 잡고. 정 저게 필요하면 네가 설득해서 데려가. 그것까진 안 말릴 테니까.”
“…….”
“슥삭하고 싶으면 말하고. 대련은 얼마든지 시켜준다.”
“…혹하긴 하나 참겠습니다. …그래도 저 또한 잠시 진정해질 필요가 있겠군요. 한 며칠 동안만 자리를 비우겠습니다.”
“당당하게 결석하냐?”
다행스럽게도 생존이 잠시 보장된 빨강이, 아니 주디아 피에르였고 이한은 혀를 찼다.
복잡하다….
‘그 영감님은 일단 잘 봐달라고 부탁했고, 태창이는 주의해야 한다고 말하는 악녀고, 검둥이는 죽이고 싶어 하는 대상이고….
이한으로선 골이 아픈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어휴, 저게 대체 뭐라고….
슬쩍 시선을 돌려 그녀를 보았다.
“…….”
뒷감당 걱정 따윈 없는 조교에게 갈굼 당하고, 희생의 결계란 가혹한 성법을 펼친 상태에서 모두가 괴로워하고 있을 때에도 그저 묵묵히 자기 일만 한다.
다른 심문관들이 고통에 져서 이한의 말을 잘 따르고 있는 거라면, 그녀는 그저 패배하였으니 말을 따르고 있다는 느낌일 뿐.
정작 아무런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인형을 연상시키게 했고, 감정이란 게 있는지 약간 의심마저 든다.
‘악녀에다 심문관이라…. 안 어울리는데?
이한은 떠올린다.
패배하자마자 총구를 제 머리에 들이밀며 가차 없이 쏘려고 했던 모습을.
삶의 의지나 숭고한 대의 따윈 없는 무기질적인 모습을 말이다.
‘흐음, 악녀 같은 일을 하려고 그래도 어느 정도로 감정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는 안다.
악의를 가지고, 혹은 어떠한 대의를 가진 사람들이 내뿜는 기운 따위를 말이다.
한데 주디아란 여성에겐 딱히 그러한 악의나 대의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주디아 피에르에 대한 한 줄 평가를 내리자면.
“…이질적인 녀석이네.”
악인이건 선인이건 그 무엇도 될 수 없으며, 마냥 이질적일 뿐인 사람.
그게 이한이 내린 그녀에 대한 평가였다.
“…네가 봤을 때는 어떤 것 같냐?”
“으음, 확실히 조금 이질적인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기운이 남다르다고 해야 하나? 처음엔 신성력이라 그런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아닌 것 같고.”
“그래? 그렇단 말이지.”
“네에!”
“흠…. 근데 말이다, 병아리야.”
“네엥?”
“…넌 왜 2학기에도 여기 있니?”
“…….”
“왜 굳이?”
“어어, 교, 교관님 수업이 듣고 싶어서요?”
“…….”
“뭐, 뭐라고 말이나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헤헤.”
“주문쟁이가 이렇게 한가한 직업이었나?”
이한은 2학기에도 또다시 검술학부 수업을 수강하는 마법 소녀를, 아니 아이린 윈들러의 볼을 쿡쿡 찔렀다.
그때마다 보드라운 볼이 눌리며 쑥스러운 기색을 보이는 아이린 윈들러였고, 이한은 한숨이 나왔다.
다른 수업도 많고, 학점을 채우고 싶으면 다른 것을 수강하면 될 텐데, 굳이 이한의 수업을 다시 재수강하는 이유를 짐작하는 게 어렵지가 않아서.
하여.
‘애한테 받는 애정은 부담스러운데….
왜 껌딱지처럼 병아리 마법 소녀가 검술학부에 붙어 있는지를 심적으로 짐작하는 이한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아무리 그가 연애가 하고 싶어도 이 귀찮은 설정이 덕지덕지 붙은 애랑은 연애를 하고 싶지 않았다.
‘빙의자인데다 주문쟁이. 거기다 어리고 철이 없으며 주문쟁이다. 무엇보다….
……주문쟁이지.
이한으로선 소녀의 애정을 거절할 이유가 너무 넘쳐 무겁게 느껴질 따름.
“어휴, 내가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네에?”
“됐고, 빨리 다른 수업 수강해. 아직 정정할 기회 있으니까.”
“시, 싫어요! 저, 저도 검술학부 할래요!”
“마법학부 수석이?”
“며, 명예 검술학부 생도면 안 돼요?”
“…되겠냐?”
“히잉….”
울상 짓는 병아리는 어깨가 축 늘어졌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약해지려고 한다.
비록 1학기일지라도 함께 한 시간이 있는지라 정 아닌 정이 쌓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냥 놔둘까?
약간은 마음이 약해지는 것도 있고, 1학기 때보단 몸이 건강해졌지만, 여전히 약하기 그지없는 몸을 보노라면 안쓰럽기도 하다.
하여 받아들일까 싶었으나….
“…아, 맞다. 교관님. 이거 느끼한 아저씨가 전해달래요.”
“??”
“저, 저도 전해드리고 싶지 않았는데, 부탁하는 통에 전해드리는 거예요…. …죄송해요.”
“…….”
“그, 그래도 괜찮으시죠? 헤헤.”
“웃지 마, 이것아.”
“아야!”
감정이 조금 담긴 손가락 누르기에 몸이 날아가는 소녀였으나 신경 쓰지 않는다.
염동력으로 넘어질 일은 없을 테니.
그러니 소녀보다 걱정해야 하는 것은.
“역시 저걸 빨리 내쫓아야 했었는데.”
…자신의 처지가 아닐까 하며 이한은 침음을 내뱉었다.
호수의 물결을 표현한 문양.
단순히 편지지일 뿐인데 보석 가루가 쓰여져 묘하게 빛을 발하는 미친 돈지랄까지.
이런 문양과 보석을 잉크처럼 쓸 수 있는 가문은 왕국에서도 단 한 곳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엮이지 말아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있었네….
갈라하드.
당대 공작가의 주인이 보내는 초대장을 보며 이한은 골이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