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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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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그래, 솔직하게 고백하자.
진짜 솔직하게 말해서, 아무리 그래도 아직 남자와 몸을 섞는 건 좀 무섭긴 했다.
“……어, 어떡하지.”
호텔 방 욕실에서 유아린은 하얀 가운을 입은 채로 얼굴을 감싸 쥐고 있었다.
부회장 비서가 빌려준 호텔 방으로 김우진을 데려온 것까지는 좋았다.
중간에 연습이라도 하는 것처럼 만져보기도 했으니까 나름 마음의 준비도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정작 방으로 들어오니 뭔가 무서웠다.
일단 씻으면서 마음을 좀 다 잡아보려고 했는데 정작 가슴이 두근거리는 게 떨려 죽을 것만 같았다.
‘이, 이걸 도대체 서예린이랑 최이서는 어떻게 했지?
먼저 이 길을 걸어간 선배들을 떠올리니 머리가 복잡하다. 그들에게 뒤처지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막상 하자니 무서웠다.
‘이거 정말 승부욕 때문인 건가?
아무리 그래도 첫 경험을 승부욕 때문에 하는 건 좀 아니지 않은가.
심호흡하면서 차분해 보려고 노력한다.
너무 안 나가면 김우진이 이상하게 여길 테니까 나가긴 해야 하는데.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도대체 그때는 어떻게 한 거지?
예전에 김우진의 집에 갔을 때가 불현듯 떠올랐다. 아무렇지 않게 가슴을 만지라고 했으며, 섹x 하자고 말했던 스스로에게 자문한다.
‘그런 용기는 도대체 어디서 나왔니?
우습게도.
답은 생각보다 쉽게 나왔다.
‘아무렇지도 않았으니까아아!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으니까.
김우진이 가슴을 만져도, 설령 그런 식으로 하게 된다고 해도 일말의 두근거림이나 감정의 교류는 없었으니까.
막상 그때는 섹x를 단순히 경험의 일종이자 운동의 한 종류로 넘겼던 느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김우진을 좋아하게 되었고.
섹x는 단순 운동이나 경험이 아니라.
사랑을 나누는 행위였으니.
‘그러니까 부끄러워…….
이런 경험이 처음인 유아린은 너무나 부끄러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치, 침착하자.
일단 가서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해야 한다. 괜히 자신이 머뭇거리고 있으면 김우진은 또 걱정한다면서 물러날 게 뻔했다.
여기까지 온 이상 물러설 수는 없었다.
마음을 다잡은 유아린은 가운을 고쳐 입으며 밖으로 나섰고.
“와, 이게 뭐냐.”
침대에 걸터앉아 있던 김우진이 어디서 가져왔는지 수갑 같은 걸 들고 노는 중이었다.
“미친 새꺄! 그런 거 할 생각은 없어!”
그걸 본 순간 자신도 모르게 찌릿한 느낌을 받으며 다급하게 외친 유아린.
김우진도 멍하니 쳐다보다 내밀면서 답했다.
“에이, 처음 하는 애한테 이런 건 안 쓰지.”
‘뭐지 시발.
분명 배려해 주는 것 같은데 존나 고까운 감정이 차오르는 상황.
“그거 어디서 났냐.”
일단 의문이 들었기에 물어보자 김우진은 멋쩍은 표정으로 방구석을 가리켰고.
거기엔 피임기구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성인용품들이 무슨 호텔 뷔페라도 되는 것처럼 즐비해 있었다.
“뭐야? 원래 이런 방이야?”
깜짝 놀란 유아린의 눈이 점점 커지면서 묻자, 김우진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꾸했다.
“아니, 호텔에 이런 방은 없지. 그냥 형수님이 가져다 놓으신 거 같은데.”
잘 쓰라는 느낌으로 열심히 배치했을 금발 비서를 떠올리자 유아린은 어이가 없어서 한숨이 절로 흘러나왔다.
“야, 이거 봐. 이거 개 비싼 거임.”
“소파?”
앉기에는 좀 이상한 의자.
가죽 자체가 딱 봐도 고급으로 보이는 게 상당히 비싸 보이긴 했다.
미끄럼틀처럼 생긴 걸 보면서 유아린이 의아해하자 김우진은 직접 앉는다.
“이게 러브체어라는 거임.”
“러브체어? 애들 미끄럼틀처럼 생겼는데?”
“이런 식으로.”
갑자기 벌러덩 위에 눕더니 손짓으로 행해지는 기묘한 묘사.
“내가 누워 있으면 위에 올라타거나.”
“…….”
“반대로 여자가 엎드려 있으면 뒤로 가서 이런 식으로 하는 거임.”
이거 비싸다면서 얘기하는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던 유아린은 묘한 감각을 느낀다.
“씻고 와.”
얼른 씻고 오라고 재촉하자 김우진은 어깨가 살짝 움찔거리더니 묘한 심호흡을 하곤 갑자기.
“이거 봐.”
이번엔 여성용 자위기구를 꺼내 드는 게 아닌가.
“몇 개가 있는 거야. 이거 사는 것만 해도 돈 엄청 썼겠어.”
짝다리를 짚으며 팔짱을 낀 유아린이 턱을 까딱거린다.
“씻고 오라고.”
“……이건 또 뭐야? 와, 무슨 크기가!”
“야.”
“…….”
“너 초조한 거 들켰으니까, 가서 씻고 오라고.”
“크흠.”
머쓱한 표정으로 시선을 피하는 김우진을 보면서 유아린은 오히려 주도권을 잡았단 생각에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간다.
“왜? 쫄려? 갑자기 친구였던 애랑 하려니까 막 죄책감이 들어?”
“그…….”
머뭇거린 김우진은 결국 한숨을 내쉬더니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욕실로 들어갔다.
‘자, 잘했어 유아린!
그리고 김우진이 들어가자마자 바로 심호흡하며 안심하는 유아린.
어쨌든 분위기 자체는 본인이 틀어잡았다는 걸 확신하면서 안심한다.
뭔가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다소 유치하게 느껴졌지만 그게 뭔 상관인가.
“짜식이 말이야.”
괜히 성인용품으로 말을 돌리면서 피하려던 걸 비웃으며 샤워하는 소리를 듣는다.
솨아아.
“…….”
솨아아.
그 와중에 혹시 몰라서 러브체어라는 것에 이리저리 앉아본 건 비밀이었다.
* * *
“흐하핳! 저거 봐.”
“…….”
“아니, 어떻게 사람이 혼자서 저걸 다 먹지? 왜 진짜 신기하네.”
“…….”
“좀 땡기는데? C동은 룸서비스 없어서 먹으려면 시켜 먹어야 하는데 지금 피자 파는 곳이…….”
“야.”
TV 속에 나오는 연예인의 먹방을 보면서 혀를 내두르고 있자니 옆에 바짝 앉아 있는 유아린이 나를 노려본다.
씻고 나온 지 벌써 1시간.
우리는 서로 가운을 걸친 채로 TV를 보는 중이었다.
“왜? 이거 별로야? 다른 채널 틀어?”
최근에는 너튜브나 OTT가 워낙 발달이 잘 되어 있어서 TV 채널을 돌리는 게 생각 이상으로 오랜만이었는데.
막상 리모컨을 꾹꾹 누르면서 뭐 볼만한 거 찾나하고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영화 채널은 중간중간 광고가 나오는 게 좀 많이 거슬렸지만.
“남녀가 호텔 방에 같이 있어.”
나를 빤히 쳐다본 유아린은 현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둘 다 씻어서 가운 안에는 속옷만 입고 있지.”
난 안 입었는데.
‘말하지 말아야겠다.
팬티 똑같은 거 또 입으면 찝찝해서 일부러 안 입었다. 덕분에 뽀송뽀송한 가운이 쓸려서 묘하게 기분이 나쁘긴 했는데 지금은 익숙해졌다.
“둘 다 성인이야.”
“…….”
“게다가 주변에는 그, 서, 성인용품들이 널려있고?”
“…….”
“시, 심지어! 심지어어!”
탕탕!
우리가 앉아 있는 의자를 두드리며 유아린이 얼굴을 확 붉힌다.
“러, 러브체어에 앉아있는데?! 정말로 먹방 보는 게 끝이라고?”
억울함과 황당함을 토로하는 유아린을 쳐다보면서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네가 싫다며…….”
“읏.”
당연하지만.
씻고 나온 다음 나는 유아린이랑 하려고 했다. 아무리 그래도 일단 나도 남자였고, 욕망에 다소 충실한 편이지 않은가.
그래서 하려고 했는데.
막상 유아린을 만지자 녀석이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거절했다.
“아니, 네가 가슴 살짝 만진 걸로도 깜짝 놀라서는 감추면서 뭔…….”
“그으건, 부끄러워서 그래.”
“부끄럽긴 뭐가 부끄러워. 이미 두 번이나 만져봤는데.”
“…….”
“게다가 손 아래로 가니까 바로 때렸잖아.”
심지어는 애무를 해주려고 손을 뻗으니까 그대로 내 등짝을 후려쳤다.
본인 말로는 너무 부끄러워서 참기 힘들다는데 그러면 도대체 나를 여기에 왜 데려온 건가 싶었다.
“보통 남자한테 이러면 질려할걸.”
“읏!?”
당혹감에 입술을 꽉 깨문 유아린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으나.
“하지만 나는 아님.”
나는 방긋 웃으면서 위로해 준다.
“굳이 할 필요 없어. 그냥 이렇게 TV 보는 것도 재밌잖아. 우리 게임해서 진 사람이 피자 살까? 피자 먹는 거 보니까 맛있어 보이는데.”
웃으면서 피자 파는 곳이 있나 어플로 확인해 보려고 핸드폰을 꺼내 든다.
그런 나를 빤히 보던 유아린은 심호흡하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는.
툭.
내게 무언가 던졌다.
그건.
“수…갑?”
아까 내가 억지로 가지고 놀던 수갑. 갑자기 뭔가 싶어서 유아린을 쳐다보자, 녀석은 시뻘겋게 얼굴을 붉힌 채로 양손을 내밀었다.
“채워.”
“……네?”
“채우라고, 내가 너 때려서 못 하는 거니까. 그냥 못 때리게 만들어.”
내가 지금 제대로 들은 건가?
TV 소리가 너무 커서 그랬던 건가 싶어서 음소거로 바꾼 후 되묻는다.
“네?”
“아, 빨리하라고! 나 유아린이야! 할 때 하는 년이라고!”
아무리 그래도 첫 경험으로 이런 플레이는 좀 아니지 않나 싶었지만.
이미 잔뜩 머리에 열이 올라서 흥분한 유아린은 얼른 하라며 나를 노려봤기에.
“모르겠다.”
결국 수갑을 채워줄 수밖에 없었다.
“…….”
빤히 자신의 손목에 걸린 수갑을 내려다보는 유아린. 묘한 느낌이 드는지 이리저리 움직여 보지만 풀리지 않는다.
“이, 이거 생각보다 부드러운데 풀리진 않네.”
의외로 견고한 수갑에 살짝 놀랐는데 그게 의도적으로 내 시선을 피하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정말로 안 풀림?”
“진짜 안 풀려.”
“나한테 구라 치는 거 아니지?”
“이런 구라를 왜 쳐, 등신아.”
“…….”
말이 좀 심하다 싶었는데.
‘생각해 보니까.
수갑을 차고 있으면 이쪽이 절대적으로 우위를 가지고 있다는 거 아닌가?
나는 그대로 유아린의 허리춤으로 손을 뻗어 가운 끈을 잡아 당겼고, 느슨하던 끈은 손쉽게 내 손을 따라 풀려왔다.
“힉?!”
가슴팍이 훤히 열린 덕분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유아린의 속옷.
아까 내가 가져갔던 검은 팬티와 세트로 맞춘 검은 브래지어가 눈에 딱 밟힌다.
“너, 너어!”
당황해서는 나한테 뭐라 하려던 유아린이었으나 막상 손이 묶인 걸 확인하곤 말이 이어지지 못했다.
본인도 이제 알아챈 모양이었다.
자신이 지금, 절대적인 약자가 되었다는 걸.
태권도 선수였던 유아린이었기에 발을 자유자재로 두는 건 위험하다.
그러니 지금이 기회라 생각한 나는 그녀에게 달려들어 그대로 허리를 낚아채 침대에 눕혔다.
“아…….”
격하게 움직인 탓인지 가운이 흘러내려 어깨가 훤히 보인다.
지금 깨달았는데, 수갑을 채운 탓에 유아린이 가운을 벗을 수가 없는 상태였다.
“그건 그거대로 괜찮은데.”
뭐가 됐든 사나운 짐승을 제압하는 데 성공한 나는 방긋 웃어 보였고.
“이, 이 샛꺄아!”
부끄러움에 버둥거리는 유아린의 턱을 한 손으로 낚아채고 강제로 고정한 뒤, 그대로 입을 맞췄다.
“으, 후웁!?”
혹시 깨무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의외로 순종적으로 유아린의 혀는 나를 받아들였고, 녹아내리듯 부드러웠다.
과일 향이 입 안 가득 퍼져간다.
양치질한 다음 과일맛 사탕이라도 먹은 모양이었다.
진득한 키스가 이어질수록 버둥거리던 유아린의 몸은 점점 힘이 풀리기 시작했고.
“흐웁.”
숨 쉬는 걸 깜빡했는지 살짝 괴로워하는 신음을 흘렸기에, 천천히 입술을 떼자 따라오듯 내밀어지는 혀.
“헤, 헤엑.”
가쁘고 뜨거운 숨과 함께 혀를 내민 유아린의 입술에서.
“더, 더허어.”
조급한 애원이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