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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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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솔직하게 고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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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솔직하게 말해서, 아무리 그래도 아직 남자와 몸을 섞는 건 좀 무섭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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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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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방 욕실에서 유아린은 하얀 가운을 입은 채로 얼굴을 감싸 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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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회장 비서가 빌려준 호텔 방으로 김우진을 데려온 것까지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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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연습이라도 하는 것처럼 만져보기도 했으니까 나름 마음의 준비도 되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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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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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방으로 들어오니 뭔가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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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씻으면서 마음을 좀 다 잡아보려고 했는데 정작 가슴이 두근거리는 게 떨려 죽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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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걸 도대체 서예린이랑 최이서는 어떻게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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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길을 걸어간 선배들을 떠올리니 머리가 복잡하다. 그들에게 뒤처지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막상 하자니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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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정말 승부욕 때문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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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래도 첫 경험을 승부욕 때문에 하는 건 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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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호흡하면서 차분해 보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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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안 나가면 김우진이 이상하게 여길 테니까 나가긴 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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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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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그때는 어떻게 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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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김우진의 집에 갔을 때가 불현듯 떠올랐다. 아무렇지 않게 가슴을 만지라고 했으며, 섹x 하자고 말했던 스스로에게 자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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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용기는 도대체 어디서 나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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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습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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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생각보다 쉽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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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지도 않았으니까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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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무렇지도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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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이 가슴을 만져도, 설령 그런 식으로 하게 된다고 해도 일말의 두근거림이나 감정의 교류는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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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그때는 섹x를 단순히 경험의 일종이자 운동의 한 종류로 넘겼던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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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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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을 좋아하게 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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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x는 단순 운동이나 경험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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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나누는 행위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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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부끄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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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험이 처음인 유아린은 너무나 부끄러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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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 침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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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가서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해야 한다. 괜히 자신이 머뭇거리고 있으면 김우진은 또 걱정한다면서 물러날 게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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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온 이상 물러설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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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다잡은 유아린은 가운을 고쳐 입으며 밖으로 나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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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게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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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 걸터앉아 있던 김우진이 어디서 가져왔는지 수갑 같은 걸 들고 노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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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새꺄! 그런 거 할 생각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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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본 순간 자신도 모르게 찌릿한 느낌을 받으며 다급하게 외친 유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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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도 멍하니 쳐다보다 내밀면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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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처음 하는 애한테 이런 건 안 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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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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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배려해 주는 것 같은데 존나 고까운 감정이 차오르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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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어디서 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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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의문이 들었기에 물어보자 김우진은 멋쩍은 표정으로 방구석을 가리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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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엔 피임기구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성인용품들이 무슨 호텔 뷔페라도 되는 것처럼 즐비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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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원래 이런 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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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란 유아린의 눈이 점점 커지면서 묻자, 김우진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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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호텔에 이런 방은 없지. 그냥 형수님이 가져다 놓으신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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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쓰라는 느낌으로 열심히 배치했을 금발 비서를 떠올리자 유아린은 어이가 없어서 한숨이 절로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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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거 봐. 이거 개 비싼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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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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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기에는 좀 이상한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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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자체가 딱 봐도 고급으로 보이는 게 상당히 비싸 보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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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끄럼틀처럼 생긴 걸 보면서 유아린이 의아해하자 김우진은 직접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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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러브체어라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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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체어? 애들 미끄럼틀처럼 생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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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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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벌러덩 위에 눕더니 손짓으로 행해지는 기묘한 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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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워 있으면 위에 올라타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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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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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여자가 엎드려 있으면 뒤로 가서 이런 식으로 하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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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비싸다면서 얘기하는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던 유아린은 묘한 감각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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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고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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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씻고 오라고 재촉하자 김우진은 어깨가 살짝 움찔거리더니 묘한 심호흡을 하곤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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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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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여성용 자위기구를 꺼내 드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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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가 있는 거야. 이거 사는 것만 해도 돈 엄청 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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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다리를 짚으며 팔짱을 낀 유아린이 턱을 까딱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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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고 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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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또 뭐야? 와, 무슨 크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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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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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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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초조한 거 들켰으니까, 가서 씻고 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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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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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쓱한 표정으로 시선을 피하는 김우진을 보면서 유아린은 오히려 주도권을 잡았단 생각에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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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쫄려? 갑자기 친구였던 애랑 하려니까 막 죄책감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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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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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뭇거린 김우진은 결국 한숨을 내쉬더니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욕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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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잘했어 유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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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김우진이 들어가자마자 바로 심호흡하며 안심하는 유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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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분위기 자체는 본인이 틀어잡았다는 걸 확신하면서 안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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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다소 유치하게 느껴졌지만 그게 뭔 상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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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식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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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성인용품으로 말을 돌리면서 피하려던 걸 비웃으며 샤워하는 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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솨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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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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솨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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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혹시 몰라서 러브체어라는 것에 이리저리 앉아본 건 비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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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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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하핳! 저거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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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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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어떻게 사람이 혼자서 저걸 다 먹지? 왜 진짜 신기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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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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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땡기는데? C동은 룸서비스 없어서 먹으려면 시켜 먹어야 하는데 지금 피자 파는 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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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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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속에 나오는 연예인의 먹방을 보면서 혀를 내두르고 있자니 옆에 바짝 앉아 있는 유아린이 나를 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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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고 나온 지 벌써 1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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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가운을 걸친 채로 TV를 보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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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거 별로야? 다른 채널 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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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너튜브나 OTT가 워낙 발달이 잘 되어 있어서 TV 채널을 돌리는 게 생각 이상으로 오랜만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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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리모컨을 꾹꾹 누르면서 뭐 볼만한 거 찾나하고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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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채널은 중간중간 광고가 나오는 게 좀 많이 거슬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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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가 호텔 방에 같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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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빤히 쳐다본 유아린은 현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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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둘 다 씻어서 가운 안에는 속옷만 입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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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안 입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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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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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티 똑같은 거 또 입으면 찝찝해서 일부러 안 입었다. 덕분에 뽀송뽀송한 가운이 쓸려서 묘하게 기분이 나쁘긴 했는데 지금은 익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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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성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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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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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주변에는 그, 서, 성인용품들이 널려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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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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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심지어! 심지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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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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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앉아 있는 의자를 두드리며 유아린이 얼굴을 확 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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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러브체어에 앉아있는데?! 정말로 먹방 보는 게 끝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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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함과 황당함을 토로하는 유아린을 쳐다보면서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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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싫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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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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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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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고 나온 다음 나는 유아린이랑 하려고 했다. 아무리 그래도 일단 나도 남자였고, 욕망에 다소 충실한 편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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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하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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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유아린을 만지자 녀석이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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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네가 가슴 살짝 만진 걸로도 깜짝 놀라서는 감추면서 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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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으건, 부끄러워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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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긴 뭐가 부끄러워. 이미 두 번이나 만져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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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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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손 아래로 가니까 바로 때렸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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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는 애무를 해주려고 손을 뻗으니까 그대로 내 등짝을 후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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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말로는 너무 부끄러워서 참기 힘들다는데 그러면 도대체 나를 여기에 왜 데려온 건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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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남자한테 이러면 질려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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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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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혹감에 입술을 꽉 깨문 유아린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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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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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방긋 웃으면서 위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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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할 필요 없어. 그냥 이렇게 TV 보는 것도 재밌잖아. 우리 게임해서 진 사람이 피자 살까? 피자 먹는 거 보니까 맛있어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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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면서 피자 파는 곳이 있나 어플로 확인해 보려고 핸드폰을 꺼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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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나를 빤히 보던 유아린은 심호흡하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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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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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무언가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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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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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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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내가 억지로 가지고 놀던 수갑. 갑자기 뭔가 싶어서 유아린을 쳐다보자, 녀석은 시뻘겋게 얼굴을 붉힌 채로 양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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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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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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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우라고, 내가 너 때려서 못 하는 거니까. 그냥 못 때리게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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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제대로 들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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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소리가 너무 커서 그랬던 건가 싶어서 음소거로 바꾼 후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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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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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빨리하라고! 나 유아린이야! 할 때 하는 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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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래도 첫 경험으로 이런 플레이는 좀 아니지 않나 싶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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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잔뜩 머리에 열이 올라서 흥분한 유아린은 얼른 하라며 나를 노려봤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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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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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수갑을 채워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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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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빤히 자신의 손목에 걸린 수갑을 내려다보는 유아린. 묘한 느낌이 드는지 이리저리 움직여 보지만 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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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거 생각보다 부드러운데 풀리진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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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견고한 수갑에 살짝 놀랐는데 그게 의도적으로 내 시선을 피하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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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안 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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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안 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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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구라 치는 거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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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구라를 왜 쳐, 등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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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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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좀 심하다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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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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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갑을 차고 있으면 이쪽이 절대적으로 우위를 가지고 있다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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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대로 유아린의 허리춤으로 손을 뻗어 가운 끈을 잡아 당겼고, 느슨하던 끈은 손쉽게 내 손을 따라 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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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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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팍이 훤히 열린 덕분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유아린의 속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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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내가 가져갔던 검은 팬티와 세트로 맞춘 검은 브래지어가 눈에 딱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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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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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해서는 나한테 뭐라 하려던 유아린이었으나 막상 손이 묶인 걸 확인하곤 말이 이어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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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도 이제 알아챈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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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지금, 절대적인 약자가 되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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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선수였던 유아린이었기에 발을 자유자재로 두는 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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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지금이 기회라 생각한 나는 그녀에게 달려들어 그대로 허리를 낚아채 침대에 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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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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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하게 움직인 탓인지 가운이 흘러내려 어깨가 훤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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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깨달았는데, 수갑을 채운 탓에 유아린이 가운을 벗을 수가 없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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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거대로 괜찮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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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됐든 사나운 짐승을 제압하는 데 성공한 나는 방긋 웃어 보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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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 샛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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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에 버둥거리는 유아린의 턱을 한 손으로 낚아채고 강제로 고정한 뒤, 그대로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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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후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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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깨무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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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순종적으로 유아린의 혀는 나를 받아들였고, 녹아내리듯 부드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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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향이 입 안 가득 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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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질한 다음 과일맛 사탕이라도 먹은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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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득한 키스가 이어질수록 버둥거리던 유아린의 몸은 점점 힘이 풀리기 시작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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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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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는 걸 깜빡했는지 살짝 괴로워하는 신음을 흘렸기에, 천천히 입술을 떼자 따라오듯 내밀어지는 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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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 헤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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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쁘고 뜨거운 숨과 함께 혀를 내민 유아린의 입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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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더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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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한 애원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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