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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4 KiB
Raw Blame History

기말고사가 끝났다.

갑작스럽다 생각할 수 있지만 어쨌든 끝났다. 기숙사에 넣은 원서는 합격했고, 골드원 쪽도 붙었다.

자취방은 빼줬고 이제 겨울방학에 열심히 일하면서 돈을 버는 일만 남았다.

“뭐해.”

“상상.”

강의실 옆자리에 앉아 있는 서예린이 도대체 무슨 소리냐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애가 예뻐서 그런가 저런 행동 하나하나가 귀여운 게 오히려 내 입장에선 썩 마음에 안 들었다.

“그냥, 시험이 끝나고. 기숙사도 합격하고. 뭐 그런 상상 했지.”

“……아직 시험 하나도 안 봤는데?”

“그니까 상상이라고.”

얼른 시험이 끝나서 자유의 몸이 되면 좋겠다는 열망으로 그냥 미래를 상상해 봤을 뿐이다.

한숨을 내쉰 나는 책상에 처박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조금도 의미 없는 발악을 해본다.

기숙사에 들어갈 때 가장 중요한 게 성적이라고 이은우가 말했기에 신경 쓸 필요가 있었다.

1학기 성적은 썩 나쁘지 않았는데 2학기 중간고사는 별로 잘 보진 못했으니.

기말이라도 최선을 다해서 학점을 따내려고 빈 강의실 하나 잡고, 같이 듣는 강의가 몇 개 있는 서예린이랑 공부하는 중이었다.

“하암, 몇 시간 한 거지.”

잠깐 머리라도 식힐 겸 커피라도 마시러 가자고 하려 했으나.

‘이미 식히고 있네.

벌써 펜을 내려놓고 핸드폰을 두드리고 있는 서예린. 평소처럼 폰게임이라도 하고 있나 싶었는데 표정을 보니까 그건 아닌 모양이다.

“…….”

누구랑 싸우기라도 하는 것처럼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는 서예린. 하지만 곧이어 씩씩거리면서 책상에 늘어진다.

“무슨 일인데.”

서예린이 저런 식으로 화내는 걸 보는 건 거의 처음 같았기에 왜 그런가 싶어서 묻자 기다렸다는 듯 벌떡 일어난다.

“이것 좀 봐!”

그리곤 내민 핸드폰.

그곳에는 익숙한 대나무숲 게시판이 떠올라 있었는데.

오늘은 무슨 일인지 섹x좌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 익명47: 소신 발언. 이제 69가 아니라 90이 섹x좌임.

↳ 익명255: 그거 모르는 사람도 있나.

↳ 익명97: 이미 먹혔음.

↳ 익명90: 섹x 하고 싶다아아!

↳ 익명11: 똥 묻은 감투 쓰고 좋단다 병신.

  • 익명156: 익69는 숫자부터 별로임. 90이 깔끔하게 떨어지잖아.

↳ 익명90: 섹x 하고 싶다아아!

↳ 익명11: 먹이 주지 마라. 좋다고 달려들잖아.

  • 익명59(관리인1호): 2호는 도대체 언제 뽑냐? 시험 기간에는 뽑아줘야 하는 거 아닌가?

↳ 익명167: 관리자한테 따져.

↳ 익명292: 위에 이상한 짤이나 지워라. 누가 비둘기 시체 올려뒀잖아.

↳ 익명59(관리인1호): 지움.

  • 익명300: 포포 언제 와? 나 추워…….

↳ 익명312: 장기 휴방하면 공지라도 적어줘.

↳ 익명309: 무슨 일 생긴 거 아니겠지?

↳ 익명303: 너튜브로 다시 보기만 보고 있어.

  • 익명243: 진짜 화나네. 이번 분기 신작인 '쓰러져 간 것들'에 대해서 본 사람? 이게 말이 됨? 전개 왜 이렇게 씹창 났지? 작가 중간에 바뀐 건가?

↳ 익명11: 그게 뭔데 씹덕 새꺄.

↳ 익명243: 모르면 여물어 분조절 장애야.

↳ 익명11: 어디 사냐? 무슨 과야?

↳ 익명221: 애니좌 대꾸한 적 처음 아니냐?

↳ 익명79: 이 정도면 저 애니가 궁금하네 ㅋㅋㅋ

“에휴.”

괜히 현피로 번질 것 같았기에 나는 내 핸드폰으로 대나무숲을 켜서 익명11한테 하루 임시차단을 주었다.

그 와중에 문의도 몇 개 와있었는데.

“이거 보라니까?!”

“아, 맞네.”

맞다.

서예린이 나한테 뭐 좀 봐달라고 했지.

“왜. 뭔데 그래.”

“내가 아니라 90이 섹x좌라고 하잖아!”

“……축하해.”

오명을 벗었으니까 좋은 거 아닌가. 하지만 서예린은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축하? 축하?! 장난해! 내가! 내가 섹x좌란 말이야!”

바로 핸드폰을 내려놓더니 내 멱살을 잡고는 이리저리 흔드는 서예린.

“내가 어떻게 이룬 건데! 매일매일 꼬박꼬박 쓰고! 차단 규정에 안 걸리려고 교묘하게 글 올리고 지운 적도 있고! 일부러 컨셉 유지한 거란 말이야!”

“……너, 그거 내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관리자인 나한테 차단당하고 싶다고 지금 그러는 건가?

나름대로 머리 굴리면서 내 감시망을 피해 왔다는 걸 나한테 말하면 이건 뭐 싸움 거는 것도 아니고.

어처구니없다고 대답했으나 이미 눈이 돌아간 서예린한테 내 말은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어, 어떻게 하지? 뭔가 방법이 없을까?”

“뭔 방법.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살아. 애초에 대나무숲 섹x좌가 뭐 명예로운 칭호라고.”

“싫어! 내가 섹x좌 할 거야! 나란 말이야!”

그러더니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며 멱살 잡은 손을 바짝 당긴다.

“우, 우진아! 네가 익명90 차단해 주라! 저거 도배하고 있잖아! 섹무새 짓은 나쁜 거잖아!”

“네 얼굴에 침 뱉고 있는 거 알지?”

“으아앙! 내가 섹x좌란 말이야아! 익명69가 대숲 네임드란 말이야아!”

“이 정도면 너를 영구 차단 해야겠는데? 너 중독이야.”

미쳤다고 종종 생각하긴 했는데 사람이 이럴 수 있나 싶었다. 공부할 분위기가 아니게 된 터라 나도 문의나 정리한다.

  • 익명300: 혹시 유저 검색기록은 따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나요?

↳ 관리자: 저만 가능합니다. 게시판 이용자분들에게 따로 제공되진 않습니다.

↳ 익명300: 알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요. 익명111이요.

↳ 관리자: 합리적인 이유가 없으면 안 됩니다.

↳ 익명300: 팬이에요.

↳ 관리자: 안 됩니다.

익명111이면 포포이지 않은가.

최근 방송 안 킨다고 얘기가 나돌고 있는데 아마 그것 때문에 집착이 심한 팬이 포포 게시글이라도 탐방하려는 모양이다.

‘찝찝하긴 하네.

축제 때 다급하게 찾아왔던 포포를 떠올리니 묘하게 뒤통수가 간지러웠으나 그냥 넘어간다.

알아서 잘살고 있으려니 생각하는 게 마음 편했다.

바로 다음 문의는 아는 사람이었다.

“아.”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던가.

익숙한 이름에 살짝 탄성을 흘리자 괴로워하고 있던 서예린이 슬쩍 고개를 내밀어 내 핸드폰 화면을 봤고.

  • 익명90: 섹x 하고 싶다아아! 관리자님! 섹x 하고 싶어요오!

“…….”

누구씨와 굉장히 흡사하게 나한테 온 문의.

조심스럽게 옆을 확인하자 주먹을 불끈 쥔 채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파들파들 떠는 서예린은.

“이, 이……! 이이이익!”

갑자기 나를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이, 이익! 도둑년! NTR이야! 이거 NTR이라구! 어딜! 어딜 나를 따라 하고 있어어어어!”

“야! 야! 진정 좀 해라! 아오! 손 매운 거 봐!”

“가지 마아! 우지나아아아! 가면 안 돼에에에! 내, 내가 다 해줄 게에에! 뭐든 다 해줄 테니까! 가지 말라구우우우!”

“아니! 좀! 밖에서 듣겠다! 진정 좀 해라!”

“우아아아아아아앙!”

“오, 옷 벗지 마!”


막 나가는 서예린을 진정시키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나중에 익명90을 만나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하는 걸로 겨우 끝낼 수 있었지만 솔직히 약속을 지킬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익명 커뮤니티니까 굳이 만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했고.

둘이 만나면 귀찮을 것 같기도 했으니까…….

서예린이랑 공부가 안 되서 따로 도서관으로 가는 길. 걔는 내 옆에서 섹x로 대나무숲에 도배하다가 나한테 하루 차단 먹고 삐져서는 가버렸다.

시험 기간이 다가왔으니 도서관도 거의 만실이었으나 그래도 몇 자리 비어있는 덕분에 조용히 공부할 수 있게 안착할 수 있었다.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집안 수입 때문에 국가장학금을 따로 받기 힘들다는 게 아쉽긴 했으나 그건 어쩔 수 없겠지.

.

.

.

'끄음.'

굽은 허리를 피면서 몇 시간 지났는지 슬쩍 보자 벌써 시작하고 4시간이나 지났다.

한동안 공부를 안 했어서 그런지 오랜만에 하니까 그동안 아껴뒀던 집중력을 다 쏟은 느낌.

고작 4시간이긴 했으나 내가 나름 효율 좋게 공부하는 편이라서 이전보다는 시험에 대한 자신감이 훨씬 넘치게 되긴 했다.

'나쁘지 않네.'

주변을 둘러보자 도서관에도 사람이 많이 빠져 있었고, 창밖은 이미 어둑해져서는 가로등이 켜져 있었다.

'집에 가야겠다.'

도서관 밖으로 나오니 쌀쌀한 공기가 공부하느라 뜨거워졌던 머리를 식혀주니.

오랜만에 느끼는 학생으로서의 뿌듯함.

생각해 보니까 최근 나는 좀 방탕하지 않았나 싶었다. 원래 이런 게 학생인데.

'라면 사가야겠네.'

굳이 따지자면 평화였고, 조금 진부하게 말하자면 일상.

라면 두 봉지를 사서 집에 가면서 집에 가는 길. 따로 누군가를 만나지도 않았고, 연락도 오지 않은 채.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노래와 함께 흥얼거리면서 가고 있는데.

이런 내 기분을 깨는 전화 한 통.

뭔가 싶어서 핸드폰을 확인하자 거기에는 꽤나 오랜만에 보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 작은형 -

“허.”

그걸 본 나는 바로 이어폰 연결을 해제하고 웃으면서 전화를 받았다.

“와, 이게 누구야. 동생 버리고 혼자 잘 먹고 잘살고 있는 둘째 형 아니야?”

  • 야, 말은 똑바로 해야지. 네가 우리 버리고 간 거잖아.

작은형의 푸근한 목소리에 나도 웃음이 흘러나왔다. 이래저래 꽤나 친근하게 얘기할 수 있는 건 그래도 작은형이 최고였다.

“무슨 일로 전화했어? 동생 목소리 좀 듣고 싶으셨나?”

내가 묻자 형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머뭇거렸다. 뭔가 묻고 싶은 말이 있는데 눈치를 보는 느낌.

  • 너, 최근 여자 사귀니?

그리고 내뱉은 말은 진짜 상상도 못 한 질문이었기에 나도 모르게 살짝 머뭇거렸다.

“……아니? 갑자기 왜?”

  • 형한테 거짓말하는 거 아니지?

“큰형이면 몰라도 작은형한테까지 거짓말은 안 하지. 지금은 따로 사귀는 사람 없어.”

  • 지금은?

이 형님 봐라.

“연기하지 마. 큰형도 나 봄에 여자친구 있던 거 알던데. 형이 모를 것 같진 않은데.”

  • ……짜식이 이제 여자도 사귀고 다 컸네.

“형이나 형수한테 잘해.”

  • ……넌 결혼하지 마라.

“왜.”

  • 하지 말라면 하지 마 이 새끼야.

“근데 형 아직 결혼 안 했잖아.”

  • 앞차가 안 가잖아.

“큰형은 여자랑 결혼 안 해. 일이랑 결혼했어 이미.”

  • 하아.

동의하는지 작은형의 복잡한 한숨이 흐르고. 결국 작은형은 알겠다면서 대충 이야기를 넘긴다.

  • 그래, 잘 지내는지 궁금해서 연락했다. 이번 겨울에도 안 온다고 했다며?

“가봤자 뭐해. 나 알바 해.”

  • 알바? 어디서?

“몰라도 돼.”

  • ……이러다 너 군대 가는 것도 못 보겠다.

“형은 안 갔잖아.”

  • 난 과체중이라 엎드려서 총 못 쏴. 넌 가야지.

“가야지.”

빼거나 할 수는 없으니까 당연한 거 아닌가. 참고로 큰형도 다녀왔다.

  • 뭐, 됐다. 그냥 너 잘 지내나 궁금해서 연락했어.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

“그래, 잘 지내 형.”

  • 용돈 필요하냐?

“아니, 됐어.”

내 일은 알아서 해결하기로 했으니까.

여기서 굳이 작은형의 손을 빌리고 싶진 않았다.

  • 그래, 고생하고.

그게 대견했는지 작은형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겼다.

“하.”

통화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집에 도착했다.

뭔가 묘한 감각이 들면서 가슴 속에 작은 응어리가 있는 느낌이 들었으나.

이내, 무시하면서 그냥 라면이나 끓여 먹었다.


뚝.

막내와의 전화를 끊은 김운이 이마의 땀을 닦으며 방긋 웃었다.

맞은편에 앉아 있는 적발의 여인에게 희소식을 들려줄 수 있게 됐으니까.

“봤지? 아직 따로 누구 사귀는 거 아니라니까?”

통통한 볼살을 출렁이며 김운이 말하자 다리를 꼬고 앉는 오윤지.

그렇게 말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그녀의 표정은 근심이 가득 담겨 어두웠다.

“집에서 여자가 셋이 나왔다니까요? 자그마치 셋? 그것도 다들 미인이었어요!”

“에이, 그냥 친구겠지.”

“그냥 여사친이 집에서 자고 가요? 셋이나?! 그중 내 고등학교 친구도 있는데!”

부러운 새끼.

연상인 본인 여자친구에게 잡혀 사는 김운은 속으로 막내인 김우진을 부러워하면서도 확실하게 말해줬다.

“아무리 그래도 내 동생이 나름 절조는 있어. 걔가 어렸을 때부터 얼마나 독종이었는데.”

“…….”

“넌 모르겠지만, 아버지가 큰형이 아니라 우진이한테 물려주고 싶다고 나한테 말한 적도 있었어. 그만큼 애가 악바리가 있었거든.”

“여자 문제는 다르지 않을까요?”

“크게 다르진 않을 거야. 너도 사귀어봤으니까 알잖아. 걔가 나름 심지 굳은 거.”

여자가 하는 유혹에 생각보다 약한 것도 알죠.

오윤지는 그리 덧붙이고 싶었지만 말을 아끼며 눈가를 꾹꾹 눌렀다.

기회라 생각한 김운은 곧바로 테이블에 놓인 서류를 짚는다.

“일단 일 애기부터 하자고. 그래야 우진이 보러 갈 수 있잖아?”

“하아, 그래요. 다음은 누구였죠?”

“이름이… 포포? 특이한 닉네임이네.”

그건 특이하다기보다.

“구린 거죠.”

쯧 하고 혀를 차며, 센스 없는 개인 방송인의 프로필을 훑기 시작한 오윤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