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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현대 축제에서 가자아아아앙 핫한 노점! 영문과 주점입니다! 여기가 제육볶음이 그렇게 맛있다는데요?”
셀카봉에 달린 핸드폰을 향해 뭔가 말하고 있는 포포. 아무래도 저걸로 방송하는 모양인데 실제로 방송하는 걸 보는 건 처음이었다.
신기하긴 했지만 나만 신기하게 생각한 게 아닌지 몰려든 인파 탓에 짜증 날 뿐이었다.
“한번 제가 뿌셔보겠습니다!”
뿌시긴 뭘 뿌셔.
슬쩍 내 쪽으로 다가온 포포가 웃으면서 묻는다.
“안녕하세요, 주문은 여기서 하나요?”
방송인이라 그런 걸까.
확실히 미인은 미인이었다. 듣기로는 먹방 방송인이라고 하는데 먹방을 하기에는 몸이 좀 많이 작은 편이지 않나 싶었으나.
“주점 안으로 들어가서 하시면 됩니다.”
혹시라도 방송에 나오지 않게 목을 뒤로 빼서 답해주자 포포가 웃으며 주점 안으로 들어간다.
확실히 가현대 인기인이라서 그런지 주점 안에서도 소란이 일었는데 포포의 뒤를 따라가는 건공과 남학생들.
거기엔 찬우도 있었다.
“엥? 너 왜 여기 있냐?”
맨 뒤에서 끌려가듯 따라가는 찬우를 부르자 녀석도 한숨을 내쉬면서 뺨을 긁적였다.
“선배님들이 포포 방송에 출현하라고 억지로 데려오셨어.”
“…….”
“하아, 내가 왜.”
분명 쟤네도 햄 축제한다고 바쁘다고 했는데 여기까지 정찬우를 끌고 올 정도면 그만큼 진심이라는 소리겠지.
정찬우가 방송에 게스트로 나오면 여자 시청자 수가 폭발하는 건 당연할 테니까.
“고생해라.”
“응, 너도.”
손짓하며 안으로 들어간 정찬우. 다시 제육을 굽기 시작하는데 옆에 있던 현아가 입을 떡 벌리고는 내 옆구리를 툭툭 치며 묻는다.
“저, 저분이랑 아는 사이야?”
저분?
“찬우?”
“건공과 남신님이잖아. 와, 아까 우리 부스 왔다고 듣긴 했는데 진짜였네! 미쳤다! 개 잘생겼어!”
잘생기긴 했지.
“나 소개 해줄 수 있어?!”
“소개는 해줄 수 있지. 근데 라이벌이 엄청 많을 텐데 이길 수 있겠어?”
“…….”
내 말에 현아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내가 굽는 고기를 멍하니 바라본다.
그래도 애가 계산은 확실해서 다행이다.
그때.
“우, 우진아! 제육 20인분 들어왔어!”
다급하니 나한테 주문을 알려오는 서예린. 순간적으로 벙찐 표정이 되었으나 포포라는 여자가 먹방 방송인이라는 걸 다시 떠올린 순간.
“잠깐 여기 좀 지키고 있어 봐.”
들고 있던 집게를 현아에게 맡긴 다음 곧장 홀 천막으로 향하는 걸 서예린이 말린다.
“어, 어디 가려고!”
양손을 쭉 뻗은 채로 못 지나간다고 막아선 서예린을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현피 뜨기 싫으면 2인분으로 바꾸라고 말하려고.”
“안 되에! 우리 방송 탔잖아아! 그리고 너 질 것 같아아!”
이년이?!
“이걸로 평생 벌어먹을 거냐? 내일까지만 하면 끝인데 소문이 안 좋게 나든 말든 뭔 상관인데.”
“아이 차암!”
양손으로 내 가슴을 꾹꾹 밀면서 말리는 서예린. 그렇게 일진일퇴의 공방을 지속하고 있었는데.
“우진아, 아까 20인분이 아니라 5인분으로 바꿨어.”
슬쩍 우리 쪽으로 다가와서는 말해주는 최이서.
“너무 무리하지 마.”
상쾌한 미소를 지어주면서 그대로 가버린 최이서. 아무래도 제육 20인분을 다른 메뉴로 돌려준 모양이었다.
“최이서가 최고다.”
“…….”
동의하라고 눈치를 줬으나 서예린은 한숨을 내쉬면서 다시 홀로 가버렸다.
언제까지고 계속될 줄 알았던 손님 세례는 어느 정도 안정화되었다.
왜냐면 주점은 기본적으로 술자리고, 술자리는 한 번 앉으면 길게 이어지니까.
꽉 찬 테이블에 안주 추가 주문은 몇 없고, 술만 분주하게 가져다주면 되는 상황.
“가서 놀고 와라.”
뻘뻘 흘리던 땀을 수건으로 닦으며 민주희 선배를 쳐다본다.
“네?”
“놀고 와. 제육 들어오면 내가 해줄게. 너 너무 고생했어.”
“…….”
“다른 애들은 다 1, 2시간은 쉬거나 놀고 왔는데 너는 계속했잖아. 좀 놀고 와라.”
“감사합니다!”
혹시라도 말 바뀔까 봐 냉큼 받아 들자 민주희 선배는 피식 웃으면서 등을 두드려준다.
“고생했어. 네 덕분에 이번 년도 축제 역대급 수익이 날 것 같다.”
“그럼 다행이네요.”
근데 수익을 내봤자 내 주머니에 들어오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운영비 같은 걸로 전부 들어가 버리겠지.
나 말고 다른 애들도 휴식에 들어가서 몇몇만 주점에 남는지 다들 가벼워진 분위기.
앞치마를 벗고 지긋지긋한 그릴 앞에서 벗어나려니 계속 같이 있던 현아가 다가온다.
“너 뭐할 거야? 할 거 없으면 우리랑 같이 다닐래?”
“허.”
이런 제안을 받게 될 줄은 몰랐는데. 조금 놀라서 빤히 쳐다보고 있자 현아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묻는다.
“왜 섹x좌하고 있는지도 궁금해서.”
“그거 나 아니라고.”
“푸흣! 어차피 너 약속 있는 것도 아니잖아. 남자애들도 있으니까 너도 거기 껴서 가자.”
아, 나만 부르는 건 아니었구나.
그냥 쉬는 애들이 단체로 움직이려는 생각인 것 같은데.
“약속 있어.”
“그래? 못 믿긴 하겠는데. 그럼 잘 놀아.”
“……못 믿는 건 뭐지?”
“혹시 계단 같은 곳에 쭈그려 앉아서 게임하고 있는 건 아니지? 사쿠라쨩 기모띠 막 이러면서.”
“넌 나 봐도 인사하지 마라.”
키득거리면서 가버리는 현아. 어쨌든 나도 대충 옷을 갈아입고 우리 쪽 부스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톡을 하나 보낸다.
몇 분 후.
겉옷을 챙겨 입고 다급하니 나온 최이서. 그녀의 뺨이 살짝 붉어진 게 술이라도 마신 건가 싶을 정도였다.
“뭐야, 혼자 그냥 가버린 줄 알았잖아.”
오자마자 나를 툭 치는 최이서. 힘도 들어가지 않았고 오히려 애정 어린 제스처였다.
“네가 만나자면서요.”
“바빠서 그냥 넘어가는 줄 알았지.”
“안현호 같은 애들한테 들키면 좀 귀찮아지긴 할 것 같긴 한데…….”
또 음침한 질투가 시작되는 게 아닌가 싶었으나.
“그런 애 하나 눈치 보면서 다니는 것도 생각해 보면 웃기잖아.”
내 말에 최이서는 풋 웃으면서 슬며시 다가온다. 팔짱을 끼려는 건가 했으나 순간 멈칫하더니 거리를 두고는 어색하게 손을 뻗는다.
“저, 저기! 탕후루 파는 곳 있던데 거기 가자.”
“나 먹어본 적 없는데.”
“나도 없어.”
조금 뜬금없는 상황이긴 했으나 어쨌든 미묘한 데이트의 시작이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탕후루를 먹고, 에어건을 쏴보거나 건강검진 같은 걸 받았다.
원래라면 익명90을 찾으러 가야 했지만 유아린이랑 다녀온 탓에 최이서가 물치과 쪽으로는 쳐다도 보지 않았다.
나쁘지 않은 분위기였으나.
스킨십 하나가 없는 건 좀 아쉬웠다.
의도적으로 최이서가 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 어쨌든 거리감이 확실히 있었다.
“흐으, 이제 슬슬 돌아가야 할 것 같네.”
핸드폰으로 시간을 보면서 아쉬워하는 최이서. 그러면서도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보여 우물쭈물한다.
“잠깐 벤치에 앉아서 쉬고 가자.”
내가 손으로 비어있는 벤치를 가리키자 최이서도 냉큼 고개를 끄덕이며 그쪽으로 향했다.
멍하니 축제를 본다.
초대 가수가 와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중이었기에 그쪽으로 시선이 전부 쏠려서 상대적으로 이쪽은 사람이 적었다.
아마 우리 과 사람들도 다 저쪽에 있겠지.
“나, 할 말 있어.”
“응, 말해.”
기다리고 있었기에 너스레를 떨며 답하자 최이서의 표정이 조금 편해졌다.
“나 말이야…….”
심호흡하며 뭔가 말하려던 순간.
“저기요!”
뜬금없이 산통을 깨는 누군가. 아까 들었던 여자 목소리에 퍼뜩 고개를 돌리자.
거기엔 아까 봤던 개인방송인 포포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좀 분위기가 묘한 게 분홍색 머리는 모자 위에 후드까지 써서 감췄고, 옷도 회색 후드티라는 다소 밋밋한 복장이다.
다급한 목소리로 숨을 고르면서 내게 물어오는 포포.
“죄, 죄송한데 저 좀 도와주실 수 있으세요?”
팬한테 쫓기기라도 하는 건가?
나는 그녀를 올려다보며 답했다.
“아뇨, 가세요.”
“…….”
“진지한 얘기 중이니까 가라고요.”
“……네, 죄송합니다.”
그리 말하곤 그대로 가버리는 포포. 뭔가 싶긴 했으나 귀찮아서 그냥 무시하자 최이서가 갸웃거리며 나를 쳐다본다.
“보통 이런 거 도와주는 편이잖아.”
“내가? 쟤를? 제육 20인분 시킨 애를 왜 도와줘.”
그리고 지금은 최이서가 진지한 얘기를 하려고 용기를 낸 타이밍이지 않은가.
미안하지만 포포 같은 방송인보다는 최이서 쪽이 더 중요했고.
그걸 눈치챈 최이서는 포포를 향해 미안해하면서도 내가 고마운 모양이었다.
“있잖아, 내가 좀 미안해서.”
미안하다고?
되묻고 싶었지만 말하진 않았다.
또 최이서의 흐름을 끊고 싶진 않았다.
“이번에 축제에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 관심을 주셨거든?”
말을 순화해서 그렇지 아마 헌팅을 당했다는 소리겠지. 최이서 정도면 충분히 그럴만 했다.
주점에서 그러지 말라고 경고문구를 적어둬도 술 거나하게 취하면 그런 게 보이겠는가.
“솔직히 좀 짜증 났어. 귀찮기도 했고.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음흉한 시선들도 느껴지곤 했거든.”
“안 이상해.”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
내 말에 손을 꼼지락거리면서 최이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내, 내가 너한테 똑같이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엥?”
순간적으로 말의 맥락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잠깐 정리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니까 네가 나한테 찝쩍거리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됐다는 거야?”
“으, 으응.”
그래서 오늘 의도적으로 스킨십도 피했던 거구나. 대충 이해는 됐다.
내 대답을 기다리며 슬쩍 눈치를 보는 최이서.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서 나도 숨을 내쉬면서 진지하게 말했다.
“모든 남자가 그러진 않겠지만.”
“응?”
“난 정말 싫어하는 애 말고는 들이대면 다 환영인데?”
“다 환영……?”
말이 이상했던 걸까.
살짝 혐오스럽단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최이서.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야. 어쨌든 나는 막 인기가 있고 그렇지 않아서 누구든 나한테 호의를 보내주면 고맙다 이거지…… 사귀는 건 좀 별개의 문제겠지만.”
“……쓰레기.”
삐줍거리며 내게 말하는 최이서에게 나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답했다.
“난 숨기지 않아. 당장에는 누구랑 사귈 생각은 없어. 이건 변하지 않아.”
왜냐고 굳이 최이서는 묻지 않았다. 같은 고등학교 동창인 오윤지 때문이라는 걸 그녀가 모를 리 없으니까.
“아직 미련이 남았어?”
“설마.”
피식 웃으면서 답하자 최이서는 미묘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속내를 읽고 싶다는 듯.
어쨌든 내 입장은 분명하게 전했다. 최이서가 데이트하자고 했으니 약속을 지켰을 뿐이지만 사귀거나 할 생각은 없다고.
최이서도 대충 정리가 됐는지 숨을 길게 내쉬더니 슬쩍 나를 쳐다본다.
“그럼 만약…… 누가 너한테 호텔만 가자고 한다면?”
“엥?”
뜬금없는 질문이다 싶었는데 최이서는 꽤나 진지했다.
“유아린처럼 가슴만 만지게 해주는 사람도 있잖아.”
그건.
“쓰읍, 그건 다른 문제인데요.”
“…….”
“일단 기회 되면 하고 싶죠.”
“…….”
“저는 솔직합니다.”
진심으로 혐오스럽단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는 최이서에게 어색하게 변명을 해본다.
“아, 아니! 이게 아무랑 하겠다는 건 아니야! 당연히 갑자기 모르는 여자가 와서 나한테 하자고 하면 거절하지!”
“예쁘면?”
“…….”
아주 핵심을 뚫는구나.
괜히 공부 잘하는 게 아니야.
내가 입을 꾹 다물고 있자 최이서의 주먹이 말린다. 다급하게 변명을 해보자.
“얼마나 예쁜데?”
“이 개자……!”
바로 주먹을 쥐고 달려드는 최이서. 잠깐 티격태격했지만 방금 전의 무거운 분위기는 확실히 날아갔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아무하고 하진 않는다는 거지.”
“유아린이 하자고 하면?”
“……해요.”
검치검팬을 보지 않았으면 참았을 텐데. 아쉽다.
최이서의 이마에 혈관이 툭 튀어나온 게 보였다.
“예린이는?”
“어휴, 감사하죠.”
“후우.”
손부채로 뜨거운 머리를 식히는 최이서.
그러더니 슬쩍 눈치를 보며 물어온다.
“그, 그럼 나는?”
“호텔 갈까?”
능글맞게 웃으면서 묻자 최이서의 표정이 진지하게 변한다.
“잡아.”
“…….”
“잡으라고. 어플 켜.”
최이서의 당돌한 반응에 나도 모르게 순간 몸이 움찔거렸다. 핸드폰을 슬쩍 내려다본 후 다시 묻는다.
“지, 진심이야?”
“어, 가자고.”
“……생각을 좀 잘 해봐. 너무 충동적으로 구는 것도 안 좋아.”
“…….”
“차분하게 생각해. 나 아무랑 잘 수 있는 남자라니까? 너 이런 식으로 경험하는 건 별로 안 좋…!”
“흐.”
내 말에 입꼬리를 슬쩍 올리는 최이서. 그제야 당했다는 걸 깨닫는다.
“말만 번지르르하긴.”
그러면서 다리를 꼬고 앉아서는 여유를 뽐내는 최이서. 내가 정말로 말한 대로 아무하고나 하는지 확인하려던 걸 알아챈 이후에야.
“가자, 오늘 아주 울게 해줄게!”
벌떡 일어나서 흥분한 원주민처럼 외쳤지만 최이서는 비웃음과 함께 답했다.
“늦었어.”
“늦긴 뭐가 늦어! 몇 초 만에 사람 마음이 그렇게 바뀐다고?!”
이제는 진짜 갈 거다!
나 안 말릴 거라고!
그리 외쳤으나 최이서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내 팔에 팔짱을 끼면서 영문과 부스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안 돼. 적어도 오늘은 너 괘씸해서 싫어.”
오늘은?
살짝 두근거렸으나 어쨌든 마음은 차분해졌다. 뭔가 정리됐던 이야기가 흐지부지된 느낌이 들긴 해도 말이다.
그렇게 최이서에게 끌려가면서 나는 혼란스러운 머리를 좀 정리하고 싶었는데.
“사귀는 것도 아니니까. 최근에 너한테 했던 것처럼 막 강압적으로 굴지는 않을게. 네가 누구랑 친하게 지내고, 같이 있어도 내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니까.”
강압적으로 굴었던 적이 있나 싶긴 했으나 최이서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런 거겠지.
“그래도.”
옆구리를 콕 찌르며 최이서는 작게 속삭였다.
“질투 정도는 좀 봐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