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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천망기 연구소의 오랜 연구가 성공했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수선연맹 전체로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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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열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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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서 입으로 전파된 희망이 남대륙을 휩쓸고 있을 무렵, 관천망기 연구소는 이미 흥분을 가라앉히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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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 연구원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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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500리, 이거 분명 화산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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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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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추측하는 것이 합리적이겠지. 아무런 이유 없이 저토록 방대한 화영기가 모여 있지는 않을 테니까. 화산 정도면 납득할 만한 원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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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서란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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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도가 어느 정도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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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를 뒤적이던 선임 연구원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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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비경과 비교하면 대략 7배 정도의 농도입니다. 이것도 꽤나 보수적으로 계산한 추정치고 어쩌면 10배 가까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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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옆에 있던 원정대원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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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배면 영근 생성이 가능한 수준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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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싱크 탱크 아니랄까 봐 즉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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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시기가 도래했을 경우, 비경의 영기 증폭률이 5배가 좀 안됩니다. 7배라면 굳이 화영기의 해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당장이라도 화영근 생성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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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화선과를 통해서 영근을 얻고자 했던 이유는 순전히 비승을 앞당기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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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경을 통한 방법이든, 선과를 통한 방법이든 결과물만 놓고 봤을 때는 차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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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계획을 변경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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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지시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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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선과 수색 작전은 잠정 중단하겠습니다. 대신에 비경 의식을 준비해 주세요. 저는 이런 분야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니까 여러분에게 맡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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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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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대에는 온갖 분야의 전문가가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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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비경 의식을 준비하라는 갑작스러운 요청에도 문제없이 대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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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수뇌부의 준비성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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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장도 한마디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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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연맹 진법 연구소에도 협조를 구하시지요. 남대륙 수선계는 예로부터 진법과 함께하는 효율적인 수행을 중시했습니다.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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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륙은 다른 대륙보다 진법이 발달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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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글쎄요... 직접적으로 어디가 더 낫다고 비교하기는 힘들 것 같군요. 제가 다른 대륙을 방문해 본 경험이 없어서 말이죠. 그래도 전반적으로 진법 연구가 활발했던 건 사실입니다. 과거에는 산천 어디를 둘러봐도 진법을 발견할 수 있을 정도였죠. 지금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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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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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남대륙에 도착한 다음부터는 진법을 거의 못 봤네요. 수선연맹 인근에나 조금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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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륙의 천지영기가 불안정하기 때문입니다. 수시로 급변하는 환경에서 진법처럼 주변 영향을 많이 타는 구조물은 도태될 수밖에 없었지요. 실제로 실전된 기술도 적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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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알고 계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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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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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예전에는 진법가였으니까요. 이백 년 전까지는 진법 연구소의 책임자였습니다. 관천망기 연구소의 전임 소장이 사망한 뒤에 이쪽으로 옮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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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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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스물에 축기기 수사가 된 이후 진법 연구만 육백 년을 했으니 틀린 말은 아니죠. 그런데 무슨 얘기를 하다가 대화 주제가 여기까지 왔죠? 아, 협조 공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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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남대륙 수호대가 결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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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천망기 연구소, 진법 연구소, 그리고 위험한 바다를 건너온 서란 원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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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경력만 수백 년 이상, 그야말로 내로라하는 석학들의 모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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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난제도 이들을 막아설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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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외교 문제는 별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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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족은 유독 다른 종족과 교류하기를 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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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부끄럼쟁이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 밖에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그 누구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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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체 폐쇄적인 탓에 알아낼 방도 또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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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폐쇄성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표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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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비교적 소극적인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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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륙에서 만난 심해거인들이 그 예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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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종족과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심해거인들은 보통 자기들이 이주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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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으니까 내가 피한다는 회피적인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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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꽤나 적극적인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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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륙에 사는 사막거인들이 딱 이런 부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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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종족과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사막거인들은 거인살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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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싫으면 너희가 피하라는 배타적인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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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척쯤 되는 심해거인과 비교를 해 보면 사막거인의 종족적 배타성은 정말 놀라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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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배타성에도 불구하고 사막거인들이 공격성을 드러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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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없으면 공격성도 의미를 잃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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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거인의 서식지는 사막 한가운데, 그것도 영속적인 모래 폭풍 안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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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더 깊게 들어가면 모래 대신 자갈로 이루어진 폭풍이 불어닥친다는 얘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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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겠지만 그딴 거지 같은 땅에 살고 싶어 하는 종족은 사막거인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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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사막거인의 종족적 배타성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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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식지 선호가 극명하게 엇갈린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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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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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륙 수호대의 목표, 이상현상의 근원지는 사막거인의 영역 한복판에 위치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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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연맹은 사막으로 사절단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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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상 해결을 위해서 조사대의 국경 출입 및 연구 활동을 허가받는 것이 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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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대가를 지불한다면 비무장 집단 정도는 들여보내 주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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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거인의 배타성을 얕봤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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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믿기지 않는 소식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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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사절단이 쫓겨났다고요? 말도 못 해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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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절단을 따라갔던 원정대원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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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모래 폭풍 안쪽에서 조우한 사막거인의 첫 마디가 이거였습니다. 당장 이 땅을 떠나라, 마지막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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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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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절단 대표가 뭐라고 말을 붙여보려던 순간 공격해 오더군요. 진짜 마지막 경고였던 셈이죠. 협상 대상과 갈등을 빚을 수는 없으니 사절단은 퇴각할 수밖에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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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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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게 말이 됩니까? 혹시 그 사막거인이 유독 배타적이었던 거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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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절단도 당시에는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몇 군데 다른 장소를 통해서 사막거인과 접촉을 시도했죠.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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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단이 빈손으로 돌아온 전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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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말이 통한다고 대화가 성립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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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거인들은 소통 자체를 거부하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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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륙 수호대 전체가 소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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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으로 밀고 들어가는 건 안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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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족이랑 전쟁을 하자고요? 차라리 자연재해를 방치하는 쪽이 인명 피해가 더 적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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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거인들, 못 날지 않나? 비행 법기를 탄 상태로 원거리 공격을 하면 되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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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님, 걔들도 공격 법술 쓸 줄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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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들어가는 건 어때요? 설마하니 그 넓은 국경을 모조리 지키고 있지는 않을 거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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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족의 눈은 용안에 버금가는 희대의 영안, 천리안입니다. 수도자의 법력 정도는 천 리 밖에서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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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애초에 국경만 통과한다고 끝이 아니잖아요. 이상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조사와 연구도 아직 한참이나 남았습니다. 거인족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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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을 어쩌죠? 사절단을 다시 보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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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운으로 협상을 시작한다고 해도 문제예요. 거인족은 장생종입니다. 가뜩이나 배타적인 종족이 수천 년이 넘는 수명까지 지닌 셈이죠. 조사단이 국경을 통과하는 건 도대체 몇 년 뒤일까요? 백 년? 아니면, 천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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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도 안되고 주먹으로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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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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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장은 점차 혼란스러워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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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밀수 전문가 서란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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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한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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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장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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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정말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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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렇습니다. 시간도 오래 안 걸리고, 거인족과 마찰을 빚을 걱정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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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무슨 방법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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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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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방법은 바로, 밀입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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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 연구원이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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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입국이요? 회의 내용 듣고 계셨던 거 맞죠? 거인족은 천리안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눈은 어떻게 피해 가시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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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이라고 해도 결국 멀리 볼 뿐이죠. 용안처럼 삼라만상을 꿰뚫어 보는 눈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냥 거대인형 안에 타고 당당히 들어가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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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인형이요? 혹시 저 밖에 서 있는 대붕 어쩌고 하는 새 인형 말씀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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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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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제가 만든 식산대붕이요. 외형을 조금만 손보면 그냥 법력을 지닌 거대 요수인 줄 알 겁니다. 물론 감쪽같은 의태 능력도 추가할 필요는 있겠죠. 내부를 개조하는 김에 아예 해석기관까지 탑재하죠. 거주 공간을 확장해서 연구원들도 전부 태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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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 연구원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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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진짜 이래도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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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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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들키면 그만입니다, 안 들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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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밀입국 작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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