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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문과 금작파는 축제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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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하게 판돈을 올려 대박을 터트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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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삼영근자가, 두 문파는 부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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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을 어떻게 분배할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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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문파의 재정 부서는 이미 한 몸이 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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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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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수뇌부는 오늘도 회의장에 모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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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막 공동 비승을 위한 초거대 비행법기 제작 논의가 끝난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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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논제는 서란의 영근과 관련된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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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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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다음으로 영근 입수 방법에 관한 토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의견이 있는 분부터 자유롭게 발언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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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손을 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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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수영기의 해는 정확히 언제 오는 겁니까?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더욱 정밀한 예측이 가능하다고 하셨는데, 최종 결과가 나왔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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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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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최종 결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오차 범위를 꽤 줄였죠. 다음 수영기의 해는 대략 13년에서 15년 뒤에 옵니다. 보다 정확한 예측을 위해 천체 관측 담당자들이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크게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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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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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화영근만 해결하면 되겠군요. 적어도 5년 안에는 화선과를 찾았으면 싶은데요. 만약 그렇게 되면 사영근을 조화시킨 상태로 수영근을 얻을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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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최선의 결과로군요. 비승 시기를 몇 년 가까이 앞당길 수 있으니까요. 수명이 얼마 안 남은 수도자 같은 경우에는 고작 몇 개월 차이로 삶과 죽음이 결정될 수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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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화영근을 먼저 얻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것이 맞겠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될 수 있으면 많은 수도자들과 함께 올라가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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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화선과는 또 어떻게 찾죠? 솔직히 서대륙 안에서는 불가능할 겁니다. 동대륙처럼 거대한 미답 지대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선과 같은 귀물이 아직까지 주인 없이 남아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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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수사님이 드신 금선과는 어디서 얻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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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수사님께서 대요괴를 토벌하고 얻으셨습니다. 수십 년 전에 해선문이 곤혹을 치른 일, 다들 기억하십니까? 무슨 귀심 어쩌고 하는 대요괴가 연안까지 와서 난장을 쳤던 그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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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듣고 보니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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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금선과도 서대륙 바깥에서 흘러 들어온 셈이군요. 역시 화선과는 다른 대륙에서 찾아야 하나 봅니다. 다른 대륙에 관한 문헌을 살펴보면 남대륙이 그렇게 덥다고 하던데, 척 봐도 화선과가 있을 확률이 높아 보이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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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흐름이 원양 항해 쪽으로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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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대륙은 또 어떻게 갑니까? 안전한 항로를 사용하려면 세상의 중심을 지나쳐야만 하는데, 독안룡이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요. 그렇다고 위험한 바다를 통과할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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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안전한 항로를 통해 다른 대륙까지 갔다오면 제시간에 못 맞춥니다. 가는데 몇 년, 오는데 몇 년이에요. 돌아오면 벌써 수영기의 해는 지난 상태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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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송진을 사용하면 어떨까요? 고고학자들이 연구를 시작한 지도 십 년 가까이 됐는데, 뭐라도 성과가 나오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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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제작은 불가능하지만, 간단한 수리 정도는 지금도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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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상황에는 큰 의미가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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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누군가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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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위험한 바다로 가죠? 안전한 항로로 빙 돌아가는 것보다는 훨씬 빠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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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 상식적인 반론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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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문과 금작파의 원영기 수사들이 모두 함께 출발해도 누구 하나 도착할지 장담할 수가 없어요. 화신기 쯤 되는 수준이 아니면 너무 위험합니다. 차라리 수십 년을 더 기다리고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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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상식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패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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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녀님과 동행하면 괜찮은 거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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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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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종종 깜빡하곤 하는데, 담청은 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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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륙에서는 공동 수뇌부가 담청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 무렵, 서란은 대수림 심층부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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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었으니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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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대수림에 머무르면서 오행인면목들과 친목도 도모하고, 법력도 잔뜩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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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송진 근처에서 순번을 기다리던 서란은 방금 막 동대륙에 도착한 고고학자들과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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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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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류 수사님. 돌아가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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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볼일이 전부 끝났거든요. 아참, 이거 받으세요. 저번에 부탁하셨던 오행인면목들의 민간설화와 역사, 문화에 관한 기록이에요. 최대한 자세하게 적기는 했는데, 그래도 빠진 부분이 많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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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자는 서란이 내민 종이뭉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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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감사합니다. 류 수사님께서는 고고학의 발전을 위해 지대한 공헌을 하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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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최근 자료도 고고학에 도움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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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행인면목은 길게는 만 년까지도 살지 않습니까. 그들의 사회는 수만 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았을 겁니다. 장생종의 가장 큰 특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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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잠시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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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이 됐다니 다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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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큰 도움이 됐죠.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옆구리에 낀 그 바구니는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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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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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바구니 뚜껑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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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세 개 달린 토끼 요괴, 삼안묘가 고개를 빼꼼 내밀며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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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뵙겠습니다. 삼안묘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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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자들도 마주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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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만나서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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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에 적혀 있던 현지 협력자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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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문파로 영입하신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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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수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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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영안을 가진 요수는 꽤나 드무니까요. 이 기회에 영입을 했죠. 삼안묘, 너도 과일 하나 없는 고향보다는 서대륙이 훨씬 낫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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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안묘가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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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요? 대수림 심층부가? 전혀요? 입문 서약을 한 순간부터 제 고향은 오죽문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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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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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렇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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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전송진 관리자가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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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번! 132번은 전송진 앞으로 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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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의 순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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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는 이만 갈게요. 제 차례가 됐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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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자들이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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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살펴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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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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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이번에도 점프와 함께 입장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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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대문짝 만한 경고문을 보고 그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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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하니까 전송진에 뛰어들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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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전송 문양을 살며시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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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2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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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변화는 딱히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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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장선화는 몰라볼 만큼 성장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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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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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화야, 네가 올해로 몇 살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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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훌쩍 커 버린 장선화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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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이제 열여섯 살이에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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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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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서란도 알면서 물어본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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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나이에서 25살을 빼면 장선화 나이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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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도저히 안 믿겨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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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어떻게 하면 호혜문보다 커질 수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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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늦은 건 알지만 비결이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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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수에게 추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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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화제를 전환하기 위해 바구니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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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화야, 인사해. 얘는 삼안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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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구니에서 삼안묘가 깡총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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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화의 예쁜 눈매가 반달 모양으로 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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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호의로 가득찬 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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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세 개라는 사실은 신경 안 쓰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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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화가 무릎을 굽히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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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삼안묘. 나는 장선화라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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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안묘도 앞발을 사사삭 비비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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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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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하녀들에게도 삼안묘를 인사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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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외출한 담청은 나중에 소개해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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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안묘는 자연스레 서란의 저택에서 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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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과 토끼 한 마리의 즐거운 간식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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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화가 품 안에서 작은 피리를 꺼내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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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면조를 부르는 호출 신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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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사람은 못 듣는 주파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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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서란에게는 똑똑히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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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단련한 육감 덕분에 어느새 가청 범위 밖에 있는 소리마저 감지할 수 있게 된 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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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쭉한 귀가 쫑긋거리는 걸 보니 삼안묘에게도 들린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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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서 인면조 한 마리가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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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소녀의 머리통과 참새의 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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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안묘를 보고도 놀라지 않았던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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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화가 인면조의 턱을 간질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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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가요, 선생님. 정말 귀엽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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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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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귀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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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서란도 이제는 열여섯 소녀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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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인면조라는 요수를 보고 당황하던 지구인은 오래 전에 죽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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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꺼림칙하던 인면조도 요즘은 귀엽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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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염려하는 건 다른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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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화는 복슬복슬 털뭉치라면 뭐든지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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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가 요수술사가 되겠다며 인형술을 내팽개치면 어쩌나 하는 걱정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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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설마 하지만 세상 일은 원래 모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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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에게는, 예술가로서 자기 조수를 올바른 미학의 길로 인도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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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아직은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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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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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화야, 오랜만에 인형 만들러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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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화가 두 팔을 번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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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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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공방의 문이 굳게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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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서란을 찾아온 이아금이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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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너무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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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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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 귀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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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이거 흰머리오목눈이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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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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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은 넋을 놓고 오목눈이를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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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추 같은 까만 눈, 온몸을 뒤덮은 흰 깃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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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작정하고 귀엽게 만든 조형물에는 사람을 홀릴 정도의 힘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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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언니가 앞으로도 영원히 이런 인형만 만들었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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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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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혹시 지금도 움직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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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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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이건 축소 모형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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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실물 크기는 얼마 정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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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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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5척(약 150cm) 정도 되겠거니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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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 인형이 딱 그만한 크기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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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해맑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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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 높이는 1리(약 400m)보다 약간 더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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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그게 무슨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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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은 자기도 모르게 정색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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