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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 구름 타고 날아다니는 영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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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세에 사는 범인들도 신선이 뭔지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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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진지하게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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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무수한 전설 중 하나로 치부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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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문파와 속세 지배층이 협력한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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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범인들이 수선계에 대해서 몰랐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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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쁜 뜻은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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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상관없는 일로 근심하지 말라는 배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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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들에게는 수선에 대한 지식이 필요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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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근이 있다면 수도자가 된 뒤에 배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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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영근이 없다면 알아도 무용지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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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세계관을 부수고, 사회를 혼란스럽게 할 금단의 지식 같은 건 애초에 모르는 게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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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비밀주의는 상고 시대부터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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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양나라도 이런 원칙을 준수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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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자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운하를 뚝딱 건설하는 식으로 일을 처리하면 곤란하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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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근처 초원에 갑자기 운하가 나타나면 범인들이 얼마나 혼비백산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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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해결책은 처음부터 하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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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세의 왕국들은 농한기가 되자마자 건설 인부를 대량으로 모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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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추수도 끝났겠다 집에 앉아서 새끼줄이나 꼬던 사내들은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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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혀 있는 일당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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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하루 일하고 이렇게나 큰돈을 받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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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운하는 갑자기 왜 만드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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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야, 지금 그게 중요한가! 자리가 다 차기 전에 얼른 달려가서 지원부터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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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보니 자네 말이 맞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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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이 퍼지자 지원자가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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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부들은 저마다 나무 괭이 하나씩 들고 공사 현장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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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아무것도 없는 들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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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감독이 손짓을 하면 십장들이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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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촌락에서 온 청년도 십장이 지시하는 바에 따라서 열심히 괭이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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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바짝 일해서 결혼 자금을 마련할 작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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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을 정오까지 땅을 파다가 새참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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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시에 따라서 다시 노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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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어느 정도 기울자 십장들이 돌아다니면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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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중지, 작업 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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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공사는 끝났습니다! 연장 반납한 사람부터 일당 받고 돌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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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범벅이 된 청년도 일당을 받고 숙소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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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피곤해서 저녁도 대충 먹고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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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눈을 한 번 감았다 뜨자 아침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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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부랴부랴 공사 현장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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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좋아! 안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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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좋아! 좋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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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지 않게 도착한 청년이 힘차게 구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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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다음 어제 파던 구멍으로 다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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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문득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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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제 이렇게나 깊이 팠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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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공사가 끝날 때까지만 해도 분명히 허리 높이 정도 되는 구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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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늘 와서 다시 보니 구멍 안에서 바깥이 전혀 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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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궁금해서 감독하던 십장에게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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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왠지 구멍이 우리가 팠던 것보다 깊어진 것 같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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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받은 십장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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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조상님께서 오셔서 대신 파주셨겠소?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땅이나 파시오. 계속 딴짓하면 일당을 절반으로 깎을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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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장이라는 지위가 부여한 권위에 주눅이 든 청년은 얌전히 괭이질이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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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떠돌던 미약한 의문도 곧바로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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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피곤해서 고민할 기운도 사라진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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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가진 의문에 대한 해답은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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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막용 공사가 끝난 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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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처럼 살금살금 등장한 수도자 무리가 토속성 법술을 이용해서 대규모 굴착 작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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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온 수도자들은 새벽이 되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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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훨씬 깊어진 구멍만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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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적으로는 인부들의 노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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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으로는 토속성 수도자들의 야근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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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가 끝나고 시작된 대규모 운하 공사는 다음해 파종 직전에서 끝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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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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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은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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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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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쑥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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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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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상대는 누군데? 나도 아는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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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아마도 모를 거야. 금작파 사람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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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어쩌다가 만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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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인재 교류다 뭐다 소란스러웠잖아. 그때 유학 온 사람인데, 법술 모임에서 친해졌거든? 내심 신경이 쓰였는데 운 좋게 중매가 들어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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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신경 쓰인다던 남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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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수줍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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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정말 우연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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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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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을 전한 친구는 행복한 얼굴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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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도 걸음을 옮겨 목적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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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당 입구에서 만난 다른 친구가 이아금을 보고 급하게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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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금아, 그 소식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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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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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사저 이번 봄에 결혼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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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이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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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자기는 죽어도 결혼 안 한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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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는 유학가서 만난 남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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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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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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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사저와는 별로 안 친해서 관심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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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헤어진 이아금은 약당 복도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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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친구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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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굉장히 익숙한 화제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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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금아, 그 소식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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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은 혹시나 싶어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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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혹시 누가 결혼이라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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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송 사형 결혼하는 거 벌써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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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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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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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랑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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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작파 유학생이야. 미녀라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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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이전에 들은 소식과 비슷한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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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한담을 나누다가 친구는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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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혼자가 된 이아금이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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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결혼하는 사람이 많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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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품실에 도착한 이아금에게 연단술사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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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사, 그 소식 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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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직감이 이아금의 경추를 관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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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누가 유학생이랑 중매 결혼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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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들었구만? 임 수사 결혼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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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수사 결혼 소식은 처음이지만, 비슷한 소리를 많이 듣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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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작파, 유학, 중매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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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굉장히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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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은 즉시 정보를 수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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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인간 관계 덕분에 과정은 수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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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결혼할 예정이 있는 사람들의 명단이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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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수도자들도 결혼은 많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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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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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은 빽빽한 친구들 결혼식 일정 때문에 당장 분신술이라도 익혀야할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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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이 명단을 보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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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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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던 이아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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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을 것 같은 사람에게 물어볼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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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서란의 친구, 금영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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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 대충했다가 끌려간 금영영은 외출 금지가 풀리자마자 오죽문으로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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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서란의 저택에서 지내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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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금작파 수도자라고 부르기도 민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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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은 긴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서란의 저택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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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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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로 비명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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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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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은 황급히 저택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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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을 박차고 들어서자 가까운 건물에서 연기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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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장 문을 연 이아금은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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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로 자욱한 방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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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과 담청, 금영영이 향로 근처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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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뭐라도 구워 먹는 듯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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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서란, 담청, 금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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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잇값 못하는 삼인방은 요리를 하던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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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연히 수행 도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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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이 전대 용신의 수집품 창고에서 발견한 향로 법보에는 영혼을 단련해주는 효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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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수양이 필요한 담청과 서란, 그리고 신선이 만들었다는 법보를 연구하고 싶었던 금영영은 한 방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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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은 향로를 가운데 놓고 둘러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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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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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어떻게 작동시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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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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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력을 주입하면 알아서 불이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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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있던 서란이 직접 시범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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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로 손잡이를 잡고 정토법력을 불어넣자 텅 빈 향로 안에서 황색 불꽃이 저절로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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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서 타오르던 불이 이내 흰 연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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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급격하게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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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군요. 뭘로 만들고,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 걸까요? 불은 법력은 계속 주입해주지 않아도 계속 타오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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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과 서란이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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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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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력을 보충해주지 않으면 일정 시간 타다가 저절로 꺼지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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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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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법력말고 다른 연료는 넣어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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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과 담청이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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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본 금영영이 이마를 탁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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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 정도는 실험해 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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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서란이 벌떡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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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내가 태울 만한 걸 가져올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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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부엌에 다녀온 서란이 작은 상자를 향로 안에 던져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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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연기에서 굉장히 익숙한 냄새가 풍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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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가민가하던 담청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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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가져온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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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에서 찻잎을 가져왔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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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이 다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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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잎? 어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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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장작을 가져올 생각이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안 보이더군요. 그래서 가장 비슷할 걸로 가져왔습니다. 냄새도 좋고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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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금영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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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장작 몇 개를 가지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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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신기한 듯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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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장작 어디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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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장작을 향로에 넣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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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에 있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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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들은 서란이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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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가 찾았을 때는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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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 몇 개를 삼킨 향로는 검은 연기를 풀풀 뱉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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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은 순식간에 매캐해졌지만, 독한 연기 좀 들이마셨다고 죽는 나약한 생물은 여기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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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냄새가 별로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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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이 대표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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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 유쾌한 냄새는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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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더니 선반 위에 놓인 향초를 집어서 향로 안에 통째로 던져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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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찻잎, 잘 마른 장작, 거기에 장미 향초까지 함유된 연기는 그럭저럭 괜찮은 향기를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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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리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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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대표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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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를 넣었으니 더 오래 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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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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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잘 모르겠구나. 계속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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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도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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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검은 연기에도 영혼을 맑게 해주는 효능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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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가 있는 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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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연기 말고 검은 연기에도 효능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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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인방은 연기로 자욱한 방 안에서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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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금이 문을 열고 들어올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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