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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신제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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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인 교단은 여전히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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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빨리 기획 상품을 생산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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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상과 초상화를 만들어서 팔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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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의 질문에 교주가 공손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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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바로 그렇습니다. 여기 시제품이 있으니 한번 구경해 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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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일단 조각상부터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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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만 한 발광 산호로 만든 섬세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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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모신 조각상과 용신 조각상 두 종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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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보기에는 꼭 피규어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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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상을 내려놓고 초상화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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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화는 작은 돌액자에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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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조각상처럼 두 종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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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이식 액자 다리 덕분에 세울 수 있는 형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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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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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사는 신도들이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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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없어서 못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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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 용신 시절에도 팔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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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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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크게 상관없겠지. 앞으로 이런 상품 판매는 나에게 허락받을 필요가 없다. 알아서 진행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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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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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류에 도장 찍느라 바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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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담청은 용궁 탐험하느라 파업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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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허가를 받은 교주가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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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즈는 바로 다음 날부터 판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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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점 시간이 되자 신상 판매점의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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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부터 줄을 선 어인족 신도들이 매장 내부로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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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쌓여있는 신상을 등진 종업원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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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신상을 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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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신님 초상화랑 조각상 두 개씩, 대지모신님 초상화랑 조각상 두 개씩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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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에서 절을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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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을 지불한 구매자는 근처 방석 위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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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경건한 마음으로 큰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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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업원이 잘 포장된 상자를 건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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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자는 신상이 든 상자를 공손히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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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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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차례였던 어인이 곧장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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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모두 다섯 개씩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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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 정말 죄송하지만, 발매일에는 일 인당 두 개까지만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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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지... 그러면 그렇게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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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알겠습니다. 여기서 절을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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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금 지급, 절 한 번, 상자 수령, 빠른 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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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자는 포장된 상자가 흔들리지 않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빠른 속도로 집에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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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이들 모두가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경보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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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온 어인을 가족들이 환영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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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다,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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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빨리 신상을 모셔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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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내 동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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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나 빨리 신님을 영접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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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줄을 선 어인 사내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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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일이라서 인원수에 맞게 구매하지 못했습니다. 종류별로 두 개씩 제한이 있더군요. 나중에 다시 방문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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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아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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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모두가 숭배할 수 있게 거실에 모셔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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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상자는 내가 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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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야, 우선 절부터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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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인 가족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절을 하고 상자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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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손 방지를 위한 완충재를 치우자 신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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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전한 선반을 신상이 장식하니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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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 판매점은 연일 사람으로 붐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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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구입한 어인, 재구매한 어인, 곰곰이 생각해보니 선반이 허전한 것 같아서 삼차 구매한 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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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하는 족족 팔려서 판매점이 보유한 재고 수량은 항상 영으로 수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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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인 교단은 열렬한 성원에 힘입어 신님 캐릭터 상품을 다각화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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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적으로 허가를 받을 필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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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상품 제작에 관한 전권을 위임받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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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 판매 방식도 대대적으로 리뉴얼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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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새로운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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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판매점도 용신 전문점과 대지모신 전문점으로 분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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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치프레이즈는 ‘사랑하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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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대지모신님 사랑하자’ 소형 깃발이 출시되었습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대지모신님의 상징색은 노란색입니다! 현재 재고 소진 직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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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꼭 사야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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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용신님 사랑하자’ 발광 산호 막대가 판매됩니다! 이대 용신님의 상징색은 파란색! 오로지 지금만 손에 넣을 수 있는 기간 한정 상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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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내 돈 가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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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자’라는 문구가 해저 도시를 강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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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사랑 타령을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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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히 운명적인 만남도 속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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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가 신상을 건네며 여인에게 청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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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내 곁에서 기도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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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뻐요, 우리 함께 숭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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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 첫날밤, 부부는 수온 상승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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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실 벽면에도 역시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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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모신과 용신의 그림이 둘을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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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말씀에 순종하는 신실한 신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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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노릇을 하던 사이에 가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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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랑 열풍은 쉽사리 식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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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혼인율과 출산율, 해수 온도만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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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를 모조리 하얗게 바꿔버릴 기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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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서란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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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 백화 현상을 걱정한 건 아니고, 그냥 오죽문 식구들 얼굴이 보고 싶어져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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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집에 가야할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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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인족 시동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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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용궁 안에 계시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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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를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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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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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한 현실에 어인족 시동이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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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도 마음이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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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인 교단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언제 올지도 모르는 신들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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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란과 담청이 어인족을 위해서 영원히 용궁에 눌러앉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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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내키는 대로 사는 담청은 몰라도 서란에게는 문파 비승이라는 인생 목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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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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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마땅한 대안 없이 육지로 돌아가면 어인 교단이 바친 공물을 먹튀한 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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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심해에 틀어박혀서 신 노릇을 계속해도 오죽문이 몰아준 지원을 먹튀한 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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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골라도 먹튀범이 되는 극한의 양자택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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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선택하지 못한 서란이 시동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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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 님은 어디 계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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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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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신님은 어디 계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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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도 이번에는 알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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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품 창고에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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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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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은 요즘 전대 용신이 남기고 간 수집품에 빠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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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담청이 있는 장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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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문제를 함께 상의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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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궁은 다 좋은데 복잡한 구조가 문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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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만나려고 찾아가는 게 이렇게 힘들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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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찾아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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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그 자리에서 멈춰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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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수가 떠오른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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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곧장 담청과 교단 고위 인사들을 소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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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기 계획을 개략적으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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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듣던 담청이 대표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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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인족이 우리를 찾아오게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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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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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순례가 바로 묘수의 정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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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과 담청은 일단 오죽문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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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어인 교단이 정기적으로 오죽문을 방문하는 것이 계획의 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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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경우 오죽문은 성지, 어인족 방문객은 순례단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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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대지모신과 용신은 멀고 먼 심해 속 용궁에 주기적으로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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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인 교단도 신이 부재한 상황에서 기약 없는 기다림으로 고통받을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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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최선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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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이 이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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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순례하는 어인족만 고생하는 것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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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 님, 아직도 어인족을 잘 모르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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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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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뒤돌아 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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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이 순순히 고개를 뒤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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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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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 잠겨서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았던 어인 교단 고위 인사들이 활짝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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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계신 곳으로 찾아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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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원할 때 언제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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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지, 숨이 쉬어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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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라니... 너무 즐겁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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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여정도 그들에게는 새로운 콘텐츠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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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은 여전히 반론을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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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러면 이동 수단은 어쩔 생각이냐? 어인족은 물을 떠나서는 오래 살 수 없고, 속세에 가득한 범인들의 눈도 피해야만 한다. 바다에서부터 오죽문까지 그 먼 거리를 어찌 안 들키고 걸어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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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올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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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헤엄치기라도 한다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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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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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차 반박하려던 담청이 문득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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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육지를 가로질러서 헤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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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급격하게 익숙해진 뭔가가 막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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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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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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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은 단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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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나라 동부 해안부터 운하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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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오죽문이 위치한 산맥 근처까지 직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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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인 교단은 대지를 횡단한 운하를 따라서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헤엄치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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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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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인이 순례 도중 말라죽을 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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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라면 운하에 잔뜩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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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들에게 들킬 염려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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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 바닥에 붙어서 이동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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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완벽한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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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인 교단은 즐겁게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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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명 : 성지 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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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지 : 어인 교단 본부가 위치한 해저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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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지 : 해선문이 다스리는 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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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지 : 성지 오죽문이 위치한 양나라 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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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방법 : 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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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에 잠들어 있던 어인족이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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