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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343 l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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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신제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하지만 어인 교단은 여전히 바빴다.
하루빨리 기획 상품을 생산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조각상과 초상화를 만들어서 팔겠다고?”
서란의 질문에 교주가 공손하게 대답했다.
“예, 바로 그렇습니다. 여기 시제품이 있으니 한번 구경해 보시지요.”
서란은 일단 조각상부터 살펴봤다.
손바닥만 한 발광 산호로 만든 섬세한 작품이었다.
대지모신 조각상과 용신 조각상 두 종류였다.
서란이 보기에는 꼭 피규어 같았다.
조각상을 내려놓고 초상화를 살펴봤다.
초상화는 작은 돌액자에 들어있었다.
이것도 조각상처럼 두 종류였다.
접이식 액자 다리 덕분에 세울 수 있는 형태였다.
서란이 물었다.
“이런 걸 사는 신도들이 많은가?”
“그럼요, 없어서 못 팝니다.”
“전대 용신 시절에도 팔았나?”
“맞습니다.”
“그렇다면 크게 상관없겠지. 앞으로 이런 상품 판매는 나에게 허락받을 필요가 없다. 알아서 진행하거라.”
서란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요즘 서류에 도장 찍느라 바빴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담청은 용궁 탐험하느라 파업 중이었다.
판매 허가를 받은 교주가 물러갔다.
굿즈는 바로 다음 날부터 판매되었다.
개점 시간이 되자 신상 판매점의 문이 열렸다.
전날부터 줄을 선 어인족 신도들이 매장 내부로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잔뜩 쌓여있는 신상을 등진 종업원이 물었다.
“어떤 신상을 드릴까요?”
“용신님 초상화랑 조각상 두 개씩, 대지모신님 초상화랑 조각상 두 개씩 주세요!”
“이쪽에서 절을 해주세요.”
가격을 지불한 구매자는 근처 방석 위로 갔다.
그리고 경건한 마음으로 큰절을 했다.
종업원이 잘 포장된 상자를 건네줬다.
구매자는 신상이 든 상자를 공손히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분.”
다음 차례였던 어인이 곧장 말했다.
“저는 모두 다섯 개씩 주세요!”
“고객님 정말 죄송하지만, 발매일에는 일 인당 두 개까지만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어쩔 수 없지... 그러면 그렇게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여기서 절을 해주세요.”
대금 지급, 절 한 번, 상자 수령, 빠른 귀가.
구매자는 포장된 상자가 흔들리지 않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빠른 속도로 집에 돌아갔다.
그뿐만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이들 모두가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경보를 하고 있었다.
집에 돌아온 어인을 가족들이 환영해 줬다.
“장하다, 아들아!”
“이렇게 빨리 신상을 모셔오다니!”
“역시 내 동생이야!”
“오빠, 나 빨리 신님을 영접하고 싶어!”
밤새 줄을 선 어인 사내가 말했다.
“발매일이라서 인원수에 맞게 구매하지 못했습니다. 종류별로 두 개씩 제한이 있더군요. 나중에 다시 방문 해야겠습니다.”
“정말로 아쉽구나.”
“일단 모두가 숭배할 수 있게 거실에 모셔두죠.”
“오빠, 상자는 내가 열고 싶어!”
“얘야, 우선 절부터 해야지.”
어인 가족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절을 하고 상자를 열었다.
파손 방지를 위한 완충재를 치우자 신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허전한 선반을 신상이 장식하니 만족스러웠다.
신상 판매점은 연일 사람으로 붐볐다.
처음 구입한 어인, 재구매한 어인, 곰곰이 생각해보니 선반이 허전한 것 같아서 삼차 구매한 어인.
생산하는 족족 팔려서 판매점이 보유한 재고 수량은 항상 영으로 수렴했다.
어인 교단은 열렬한 성원에 힘입어 신님 캐릭터 상품을 다각화하기 시작했다.
추가적으로 허가를 받을 필요는 없었다.
이미 상품 제작에 관한 전권을 위임받지 않았던가.
신상 판매 방식도 대대적으로 리뉴얼되었다.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새로운 도입.
심지어 판매점도 용신 전문점과 대지모신 전문점으로 분할됐다.
캐치프레이즈는 ‘사랑하자’였다.
“새로운 ‘대지모신님 사랑하자’ 소형 깃발이 출시되었습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대지모신님의 상징색은 노란색입니다! 현재 재고 소진 직전입니다!”
“저건 꼭 사야만 해!”
“오늘부터 ‘용신님 사랑하자’ 발광 산호 막대가 판매됩니다! 이대 용신님의 상징색은 파란색! 오로지 지금만 손에 넣을 수 있는 기간 한정 상품입니다!”
“빨리 내 돈 가져가요!”
‘사랑하자’라는 문구가 해저 도시를 강타했다.
모두가 사랑 타령을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자연히 운명적인 만남도 속출했다.
사내가 신상을 건네며 여인에게 청혼했다.
“평생 내 곁에서 기도해 줘!”
“기뻐요, 우리 함께 숭배해요!”
신혼 첫날밤, 부부는 수온 상승에 기여했다.
침실 벽면에도 역시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대지모신과 용신의 그림이 둘을 지켜보고 있었다.
신의 말씀에 순종하는 신실한 신도들이었다.
*****
신 노릇을 하던 사이에 가을이 왔다.
하지만 사랑 열풍은 쉽사리 식지 않았다.
오히려 혼인율과 출산율, 해수 온도만 치솟았다.
산호를 모조리 하얗게 바꿔버릴 기세였다.
그때 서란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산호 백화 현상을 걱정한 건 아니고, 그냥 오죽문 식구들 얼굴이 보고 싶어져서 그랬다.
“슬슬 집에 가야할 것 같구나.”
어인족 시동이 물었다.
“지금도 용궁 안에 계시지 않습니까?”
“육지를 말하는 것이다.”
“허억!”
참담한 현실에 어인족 시동이 경악했다.
서란도 마음이 불편했다.
어인 교단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언제 올지도 모르는 신들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이다.
하지만 서란과 담청이 어인족을 위해서 영원히 용궁에 눌러앉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기분 내키는 대로 사는 담청은 몰라도 서란에게는 문파 비승이라는 인생 목표가 있었다.
서란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마땅한 대안 없이 육지로 돌아가면 어인 교단이 바친 공물을 먹튀한 셈이 된다.
그렇다고 심해에 틀어박혀서 신 노릇을 계속해도 오죽문이 몰아준 지원을 먹튀한 셈이 된다.
뭘 골라도 먹튀범이 되는 극한의 양자택일이다.
도저히 선택하지 못한 서란이 시동에게 물었다.
“담청 님은 어디 계시지?”
“예?”
“용신님은 어디 계시지?”
시동도 이번에는 알아들었다.
“수집품 창고에 계십니다.”
“그래, 알겠다.”
담청은 요즘 전대 용신이 남기고 간 수집품에 빠져 있었다.
서란은 담청이 있는 장소로 향했다.
귀환 문제를 함께 상의할 생각이었다.
용궁은 다 좋은데 복잡한 구조가 문제군.
누구 만나려고 찾아가는 게 이렇게 힘들어서야.
응? 찾아간다고?
서란은 그 자리에서 멈춰섰다.
묘수가 떠오른 탓이었다.
*****
서란은 곧장 담청과 교단 고위 인사들을 소집했다.
그리고 자기 계획을 개략적으로 설명했다.
열심히 듣던 담청이 대표로 물었다.
“그래서 어인족이 우리를 찾아오게 하자고?”
“정확하십니다!”
성지 순례가 바로 묘수의 정체였다.
서란과 담청은 일단 오죽문으로 돌아간다.
대신 어인 교단이 정기적으로 오죽문을 방문하는 것이 계획의 골자였다.
그럴 경우 오죽문은 성지, 어인족 방문객은 순례단이 되는 것이다.
이러면 대지모신과 용신은 멀고 먼 심해 속 용궁에 주기적으로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어인 교단도 신이 부재한 상황에서 기약 없는 기다림으로 고통받을 필요가 없었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최선책이었다.
담청이 이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순례하는 어인족만 고생하는 것 아니냐?”
“담청 님, 아직도 어인족을 잘 모르시는군요.”
“내가?”
“예, 뒤돌아 보시지요.”
담청이 순순히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리고 경악했다.
슬픔에 잠겨서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았던 어인 교단 고위 인사들이 활짝 웃고 있었다.
“신이 계신 곳으로 찾아간다고?”
“우리가 원할 때 언제든지?”
“어쩌지, 숨이 쉬어지지, 않아...”
“순례라니... 너무 즐겁겠다.”
힘든 여정도 그들에게는 새로운 콘텐츠일 뿐이었다.
담청은 여전히 반론을 멈추지 않았다.
“그, 그러면 이동 수단은 어쩔 생각이냐? 어인족은 물을 떠나서는 오래 살 수 없고, 속세에 가득한 범인들의 눈도 피해야만 한다. 바다에서부터 오죽문까지 그 먼 거리를 어찌 안 들키고 걸어오지?”
“걸어올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면 헤엄치기라도 한다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재차 반박하려던 담청이 문득 입을 다물었다.
드넓은 육지를 가로질러서 헤엄친다.
최근 급격하게 익숙해진 뭔가가 막 떠올랐다.
“혹시, 운하?”
서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계획은 단순했다.
건나라 동부 해안부터 운하를 만든다.
그대로 오죽문이 위치한 산맥 근처까지 직진한다.
어인 교단은 대지를 횡단한 운하를 따라서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헤엄치기만 하면 된다.
이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어인이 순례 도중 말라죽을 일도 없다.
물이라면 운하에 잔뜩 있으니까.
범인들에게 들킬 염려도 없었다.
운하 바닥에 붙어서 이동할 테니까.
정말로 완벽한 계획이었다.
어인 교단은 즐겁게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작전명 : 성지 순례
출발지 : 어인 교단 본부가 위치한 해저 도시
경유지 : 해선문이 다스리는 건나라
도착지 : 성지 오죽문이 위치한 양나라 서부
이동 방법 : 운하’
심해에 잠들어 있던 어인족이 깨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