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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간, 서란은 무수한 이적 제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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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때마다 비슷한 말로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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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금죽문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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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은 삽시간에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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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법관이 소속 문파와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이적 제안을 거절했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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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서란의 신의를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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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적 제안은 여전히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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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계약 조건만 더 좋아졌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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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이래도 안 넘어와?’라고 묻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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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이런 제안까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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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 중개인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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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죽문 전체를 인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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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적을 조건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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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류 법관님께서 계약서에 서명만 하시면 됩니다. 그 즉시 금죽문 수도자 전원의 소속이 변경될 겁니다. 모든 수도자가 꿈꾸는 거대문파의 일원이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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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이적 계약서를 건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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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히 읽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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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조건 자체는 확실히 좋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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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다 읽은 계약서를 중개인에게 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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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서명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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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조건이 문제가 아니었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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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그냥 이적 자체가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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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문파 소속이 되면 당연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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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수행 자원과 절세의 공법, 비전 단약, 우수한 법술, 가르침을 전수해 줄 스승 등 부족한 것 하나 없이 지낼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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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포기해야만 하는 것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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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주도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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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문파의 수장은 준선경 혹은 진선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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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한기나 광홍기의 숫자도 적지 않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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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아래 태성기 정도는 발에 채일 정도로 굴러다닐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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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필연적으로 거대문파의 결정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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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죽문 전체가 함께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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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극복할 수 있는 체급 차이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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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바로 그 부분이 마음에 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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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 꼬리 대신 뱀 머리로 남겠다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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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착 뱀을 잘 길러서 용으로 만들겠다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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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자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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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금죽문에는 숨겨야 할 비밀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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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의 특이성은 물론이고, 담청의 향로 법보나 등백월의 내력 등이 그 예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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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거대문파와 인수 합병을 추진하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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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인수 합병 제안을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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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일행과 함께 법원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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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 중개인들도 관청까지 따라오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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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과 담청은 환복하고 업무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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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는 법관 업무 지침서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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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차곡차곡 쌓인 덕분인지 살인적인 분량을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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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보 기간 동안 이걸 전부 숙지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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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공부하다 보니 정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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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법원 구내 식당에서 먹을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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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떡갈비 나온다고 담청이 기대를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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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관 여섯과 호법 넷은 외부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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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입맛대로 사 먹으러 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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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 원칙에 따라 양쪽 다 대호법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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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의 대호법은 말수가 적은 여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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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서란의 대호법, 손달은 사교적인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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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이나 지났다고, 그녀는 벌써 담청과 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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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은 떡갈비를 먹으며 연신 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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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달은 경청과 호응, 질문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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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개구리를 화제로 저렇게 오래 얘기하는 것도 재주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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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친 일행은 자유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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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은 낮잠을 자겠다며 자기 사무실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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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 같은 경우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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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호법 손달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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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지금 공부하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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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연수원 대체 영상 강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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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열심히 하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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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지나가는 말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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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찰관이 되고 싶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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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단말기에 통신 엽서가 한 장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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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 : 이 몸, 천재! (^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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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보낸 건지 봤더니 금영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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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 한 장 동봉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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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색안경을 쓴 채, 중역 의자에 거만한 자세로 앉아 있는 금영영 본인의 사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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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내용은 적혀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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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슨 의미인지는 대충 파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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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부 주도의 연막 작전 얘기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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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문뜩 불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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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방정 떠는 금영영을 보니 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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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으로부터 어언 80년, 서란과 금영영은 서로에 대해 너무나 잘 아는 사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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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란은 불안함을 애써 억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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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영영은 비로소 새 삶을 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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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초를 치고 싶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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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림 문자나 하나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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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 (Oo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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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믿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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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인 금영영을, 통신부를, 그리고 수뇌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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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이 그저 믿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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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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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요즘 지나치게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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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업무와 연수원 대체 강의 수강, 추가로 자기 수행까지 병행하고 있는 판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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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가 오후에는 재판 과정도 견학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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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두 개였으면 싶은 순간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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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죽문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관해서는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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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조력자들을 신뢰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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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강의를 재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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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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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퇴청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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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과 담청, 수행원단은 법원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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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일남 일녀가 일행 쪽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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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재빨리 선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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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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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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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 제안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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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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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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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은 굉장히 머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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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적 중개인들에게 잔뜩 시달린 여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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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5초만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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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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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이적 중개인인 줄 알고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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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 중개인은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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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럴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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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재빨리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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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하지만 이적 문제로 찾아뵌 건 아닙니다. 정말로요. 제 용건은 동맹 관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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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 문파 간 동맹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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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피풍사문의 사 문주님께서 제 의뢰인이십니다. 혹시 들어 보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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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들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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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의 시선이 담청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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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도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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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못한 손달이 서란에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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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수사님께서는 은한기 수사이십니다. 사씨 수도가문, 피풍사문의 최고 어른이시죠. 세간에는 풍속성 법술의 달인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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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분이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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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까지 한 번도 못 들어 보셨습니까? 임6 구역에 거주하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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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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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근방에 위치한 수도가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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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6 구역 중심지 근처는 대부분 피풍사문의 영역입니다. 도원향이 소유한 곳을 제외하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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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그런데 굉장히 구체적으로 아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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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달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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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법관님의 신변을 보호하는 게 제 임무입니다. 이 정도 사전 조사는 필수 사항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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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직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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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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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남자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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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습니다, 한번 들어나 보죠. 어디서 얘기할까요. 근처에 있는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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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풍사문은 어떠십니까? 사 문주님께서도 류 법관님과의 만남을 고대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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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바로 출발하죠. 아, 그 전에. 제가 두 분을 뭐라고 부르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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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오대랑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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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해결사 오대랑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쪽은 제 조수입니다. 오 수사, 등 수사라고 불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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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관 여섯은 금죽문으로 돌아가고, 나머지는 피풍사문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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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풍사문의 위세는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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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영토, 거인이 지은 듯 웅장한 건물, 그리고 몇 명인지 모를 태성기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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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의 은하수를 보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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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접실로 향하던 도중, 담청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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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좀 궁금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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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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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궁금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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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문주는 은한기 수사가 아니더냐. 피풍사문이 어떻게 임6 구역의 노른자위 땅을 차지했는지 의문이다. 이 구역에 준선경 수도자가 없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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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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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의 고개가 서란을 향해 홱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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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 너는 이유를 알고 있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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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아마 은한기와 준선경, 두 경지 간의 차이가 극히 미미하기 때문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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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가 적어? 그럴 수가 있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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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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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맞아요. 예전에 등 수사가 고위계 경지에 대해 설명할 때 그랬었잖아요. 은한기와 준선경을 같은 단계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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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랑의 조수, 등 수사가 잠깐 움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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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내 자기 얘기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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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이 아리송한 얼굴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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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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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어요. 아무튼, 은한기와 준선경은 양적인 측면으로만 따지면 별 차이가 없대요. 단지 준선경에 도달하면 영생자가 되고, 등선 의식을 치를 자격이 생길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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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보니 같은 단계라고 볼 여지도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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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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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과거, 그 누구도 진선경에 도달하지 못했던 때에는 준선경을 대원만이라고 부르기도 했대요. 궁극의 경지, 즉 수선의 종착지라는 뜻이죠. 아니면 그냥 신선이라고 부르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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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피풍사문이 중심지를 차지한 이유는 사 문주가 임6 구역에서 가장 강하기 때문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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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렇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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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란과 담청의 눈이 동시에 손달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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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았는지 틀렸는지 알려 달라는 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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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달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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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틀린 말씀은 아닙니다. 사 수사님의 무력이 적지 않은 기여를 했지요. 하지만 이렇게만 설명하면 자칫 오해를 살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짊어진 의무 만큼의 권리를 누리고 있다는 표현이 더 바람직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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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청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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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치안 유지 문제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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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대요괴 토벌 문제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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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정도 실력자가 구태여 금죽문과 동맹을 맺을 이유가 있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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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달은 굉장히 조심스러운 투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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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 문제를 함부로 입에 올리는 건 예의가 아닐 것 같군요. 어차피 곧 아시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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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은 곧이어 응접실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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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에는 수도자 한 명이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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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문약해 보이는 인상의 사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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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바로 은한기 수사 사율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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