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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353 l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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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간, 서란은 무수한 이적 제안을 받았다.
그리고 그때마다 비슷한 말로 거절했다.
자신은 금죽문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다.
류 법관이 소속 문파와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이적 제안을 거절했다더라.
사람들은 서란의 신의를 칭찬했다.
하지만 이적 제안은 여전히 계속됐다.
그저 계약 조건만 더 좋아졌을 뿐이었다.
마치 ‘이래도 안 넘어와?’라고 묻는 듯했다.
급기야 이런 제안까지 등장했다.
이적 중개인이 말했다.
“금죽문 전체를 인수하겠습니다.”
“제 이적을 조건으로요?”
“예, 류 법관님께서 계약서에 서명만 하시면 됩니다. 그 즉시 금죽문 수도자 전원의 소속이 변경될 겁니다. 모든 수도자가 꿈꾸는 거대문파의 일원이 되는 거죠.”
서란은 이적 계약서를 건네받았다.
꼼꼼히 읽어 봤다.
계약 조건 자체는 확실히 좋아 보였다.
서란은 다 읽은 계약서를 중개인에게 돌려줬다.
물론, 서명은 하지 않았다.
계약 조건이 문제가 아니었던 탓이다.
서란은 그냥 이적 자체가 싫었다.
거대문파 소속이 되면 당연히 좋다.
넘치는 수행 자원과 절세의 공법, 비전 단약, 우수한 법술, 가르침을 전수해 줄 스승 등 부족한 것 하나 없이 지낼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포기해야만 하는 것도 있었다.
바로 주도권이었다.
거대문파의 수장은 준선경 혹은 진선경일 것이다.
은한기나 광홍기의 숫자도 적지 않을 터였다.
그리고 그 아래 태성기 정도는 발에 채일 정도로 굴러다닐 게 분명했다.
서란은 필연적으로 거대문파의 결정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
금죽문 전체가 함께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극복할 수 있는 체급 차이가 아니었다.
서란은 바로 그 부분이 마음에 안 들었다.
용 꼬리 대신 뱀 머리로 남겠다는 게 아니었다.
애착 뱀을 잘 길러서 용으로 만들겠다는 거였다.
서란은 자신 있었다.
게다가 금죽문에는 숨겨야 할 비밀이 많았다.
서란의 특이성은 물론이고, 담청의 향로 법보나 등백월의 내력 등이 그 예시였다.
이런 상황에서 거대문파와 인수 합병을 추진하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서란은 인수 합병 제안을 거절했다.
그리고 일행과 함께 법원으로 들어섰다.
이적 중개인들도 관청까지 따라오지는 않았다.
서란과 담청은 환복하고 업무를 시작했다.
오전에는 법관 업무 지침서를 읽었다.
34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차곡차곡 쌓인 덕분인지 살인적인 분량을 자랑했다.
시보 기간 동안 이걸 전부 숙지해야만 했다.
열심히 공부하다 보니 정오가 되었다.
점심은 법원 구내 식당에서 먹을 예정이었다.
오늘 떡갈비 나온다고 담청이 기대를 많이 했다.
보좌관 여섯과 호법 넷은 외부로 나갔다.
각자 입맛대로 사 먹으러 간 것이었다.
경호 원칙에 따라 양쪽 다 대호법이 남았다
담청의 대호법은 말수가 적은 여인이었다.
반면에 서란의 대호법, 손달은 사교적인 편이었다.
며칠이나 지났다고, 그녀는 벌써 담청과 친해졌다.
담청은 떡갈비를 먹으며 연신 떠들었다.
손달은 경청과 호응, 질문을 반복했다.
독개구리를 화제로 저렇게 오래 얘기하는 것도 재주라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를 마친 일행은 자유 시간을 보냈다.
담청은 낮잠을 자겠다며 자기 사무실로 갔다.
서란 같은 경우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했다.
대호법 손달이 물었다.
“혹시 지금 공부하시는 겁니까?”
“예, 연수원 대체 영상 강의예요.”
“엄청 열심히 하시는군요.”
서란이 지나가는 말로 대답했다.
“감찰관이 되고 싶거든요.”
그때 단말기에 통신 엽서가 한 장 도착했다.
-금영영 : 이 몸, 천재! (^o^)b
누가 보낸 건지 봤더니 금영영이었다.
사진도 한 장 동봉되어 있었다.
까만 색안경을 쓴 채, 중역 의자에 거만한 자세로 앉아 있는 금영영 본인의 사진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적혀 있지 않았다.
하지만 무슨 의미인지는 대충 파악할 수 있었다.
통신부 주도의 연막 작전 얘기가 분명했다.
서란은 문뜩 불안해졌다.
오두방정 떠는 금영영을 보니 더 그랬다.
첫 만남으로부터 어언 80년, 서란과 금영영은 서로에 대해 너무나 잘 아는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서란은 불안함을 애써 억눌렀다.
금영영은 비로소 새 삶을 살게 되었다.
거기에 초를 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림 문자나 하나 보냈다.
-나 : (OoO) !!!
서란은 믿기로 했다.
친구인 금영영을, 통신부를, 그리고 수뇌부를.
말없이 그저 믿기로 했다.
사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서란은 요즘 지나치게 바빴다.
법관 업무와 연수원 대체 강의 수강, 추가로 자기 수행까지 병행하고 있는 판국이었다.
이따가 오후에는 재판 과정도 견학해야 했다.
몸이 두 개였으면 싶은 순간의 연속이었다.
금죽문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관해서는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다.
지금은 조력자들을 신뢰해야만 했다.
서란은 강의를 재생했다.
*****
어느덧 퇴청 시간이 되었다.
서란과 담청, 수행원단은 법원을 나섰다.
그때, 일남 일녀가 일행 쪽으로 다가왔다.
서란은 재빨리 선수쳤다.
“이적, 곤란.”
남자가 말했다.
“이적 제안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닙니다.”
“진짜요?”
“예, 그렇습니다.”
서란은 굉장히 머쓱해졌다.
최근 이적 중개인들에게 잔뜩 시달린 여파였다.
딱 5초만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서란이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이적 중개인인 줄 알고 그만...”
“이적 중개인은 맞습니다.”
“내 이럴 줄 알았지!”
남자는 재빨리 말했다.
“하, 하지만 이적 문제로 찾아뵌 건 아닙니다. 정말로요. 제 용건은 동맹 관련입니다.”
“동맹? 문파 간 동맹이요?”
“예, 피풍사문의 사 문주님께서 제 의뢰인이십니다. 혹시 들어 보셨는지요?”
못 들어 봤다.
서란의 시선이 담청을 향했다.
이쪽도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보다 못한 손달이 서란에게 설명했다.
“사 수사님께서는 은한기 수사이십니다. 사씨 수도가문, 피풍사문의 최고 어른이시죠. 세간에는 풍속성 법술의 달인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유명한 분이시군요.”
“여태까지 한 번도 못 들어 보셨습니까? 임6 구역에 거주하시면서?”
서란이 물었다.
“이 근방에 위치한 수도가문인가요?”
“임6 구역 중심지 근처는 대부분 피풍사문의 영역입니다. 도원향이 소유한 곳을 제외하면 말이죠.”
“오... 그런데 굉장히 구체적으로 아시네요?”
손달이 대답했다.
“류 법관님의 신변을 보호하는 게 제 임무입니다. 이 정도 사전 조사는 필수 사항이죠.”
“믿음직스럽네요.”
“감사합니다.”
서란이 남자에게 말했다.
“좋습니다, 한번 들어나 보죠. 어디서 얘기할까요. 근처에 있는 찻집?”
“피풍사문은 어떠십니까? 사 문주님께서도 류 법관님과의 만남을 고대하고 계십니다.”
“그러면 바로 출발하죠. 아, 그 전에. 제가 두 분을 뭐라고 부르면 될까요?”
남자, 오대랑이 대답했다.
“저는 해결사 오대랑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쪽은 제 조수입니다. 오 수사, 등 수사라고 불러주세요.”
보좌관 여섯은 금죽문으로 돌아가고, 나머지는 피풍사문으로 향했다.
*****
피풍사문의 위세는 대단했다.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영토, 거인이 지은 듯 웅장한 건물, 그리고 몇 명인지 모를 태성기 수사.
오색의 은하수를 보는 기분이었다.
응접실로 향하던 도중, 담청이 말했다.
“그런데 좀 궁금하구나.”
서란이 물었다.
“뭐가 궁금하신가요?”
“사 문주는 은한기 수사가 아니더냐. 피풍사문이 어떻게 임6 구역의 노른자위 땅을 차지했는지 의문이다. 이 구역에 준선경 수도자가 없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아, 그거요?”
담청의 고개가 서란을 향해 홱 돌아갔다.
“서란, 너는 이유를 알고 있는 것이냐?”
“그건 아마 은한기와 준선경, 두 경지 간의 차이가 극히 미미하기 때문일 거예요.”
“차이가 적어? 그럴 수가 있는 것이냐?”
서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맞아요. 예전에 등 수사가 고위계 경지에 대해 설명할 때 그랬었잖아요. 은한기와 준선경을 같은 단계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고.”
오대랑의 조수, 등 수사가 잠깐 움찔했다.
하지만 이내 자기 얘기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담청이 아리송한 얼굴로 물었다.
“그랬던가?”
“그랬어요. 아무튼, 은한기와 준선경은 양적인 측면으로만 따지면 별 차이가 없대요. 단지 준선경에 도달하면 영생자가 되고, 등선 의식을 치를 자격이 생길 뿐이죠.”
“듣고 보니 같은 단계라고 볼 여지도 있구나.”
서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과거, 그 누구도 진선경에 도달하지 못했던 때에는 준선경을 대원만이라고 부르기도 했대요. 궁극의 경지, 즉 수선의 종착지라는 뜻이죠. 아니면 그냥 신선이라고 부르든가요.”
“그렇다면 피풍사문이 중심지를 차지한 이유는 사 문주가 임6 구역에서 가장 강하기 때문이겠구나.”
“아마 그렇지 않을까 싶네요.”
서란과 담청의 눈이 동시에 손달을 향했다.
맞았는지 틀렸는지 알려 달라는 시선이었다.
손달이 말했다.
“아예 틀린 말씀은 아닙니다. 사 수사님의 무력이 적지 않은 기여를 했지요. 하지만 이렇게만 설명하면 자칫 오해를 살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짊어진 의무 만큼의 권리를 누리고 있다는 표현이 더 바람직하겠죠.”
담청이 말했다.
“아하! 치안 유지 문제로구나.”
“맞습니다. 대요괴 토벌 문제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 정도 실력자가 구태여 금죽문과 동맹을 맺을 이유가 있는 것이냐?”
손달은 굉장히 조심스러운 투로 대답했다.
“제가 그 문제를 함부로 입에 올리는 건 예의가 아닐 것 같군요. 어차피 곧 아시게 될 겁니다.”
일행은 곧이어 응접실에 도착했다.
내부에는 수도자 한 명이 앉아 있었다.
어쩐지 문약해 보이는 인상의 사내였다.
그가 바로 은한기 수사 사율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