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365 lines
13 KiB
Markdown
365 lines
13 KiB
Markdown
|
|
비승 행렬은 빠른 속도로 동쪽을 향해 나아갔다.
|
|
|
|
은닉 결계를 두른 채 대운하를 따라 움직이길 얼마, 마침내 해안 지대에 당도했다.
|
|
|
|
먼바다로 나가기 전에 어인족과 합류해야 했다.
|
|
|
|
꿀차를 마시던 담청이 서란에게 말했다.
|
|
|
|
“슬슬 어인족을 데리고 오마.”
|
|
|
|
“혼자 가시게요? 등 진군이랑 함께 가시지.”
|
|
|
|
“괜찮다, 크게 어려운 법술도 아니고.”
|
|
|
|
말을 마친 담청은 식산대붕 밖으로 나갔다.
|
|
|
|
직후, 매서운 폭풍이 휘몰아쳤다.
|
|
|
|
담청이 본신을 드러냈다.
|
|
|
|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비늘, 턱 아래에 있는 여의주, 밑동부터 부러진 왼쪽 뿔.
|
|
|
|
뿔이 한 개라는 점만 제외하면 그림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용의 형태였다.
|
|
|
|
다만 크기가 좀 아담했다.
|
|
|
|
알고 지낸 지는 꽤 오래 됐지만, 서란은 담청의 본모습을 오늘에서야 처음 목격했다.
|
|
|
|
하늘마저도 가릴 듯 거대했던 독안룡의 위용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
|
|
|
어째서 전대 용신이 담청을 어린 용이라고 불렀는지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
|
|
|
담청은 몸을 이리 꼬고 저리 꼬느라 바빴다.
|
|
|
|
너무 오랜만에 본신을 드러낸 탓에 적응이 잘 안되는 모양이었다.
|
|
|
|
잠시 후, 용의 형상에 그럭저럭 익숙해졌는지 바닷속으로 쏙 사라졌다.
|
|
|
|
서란은 옆에 있던 등 진군에게 물었다.
|
|
|
|
“용족은 원래 서로 몸집 차이가 큰 편인가요?”
|
|
|
|
“영생종답게 연령에 비례하는 편이죠. 어떤 진선경 용족 같은 경우에는 본신을 드러내면 조수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라고 합니다.”
|
|
|
|
“오...”
|
|
|
|
존재만으로 자연계에 영향을 끼칠 정도라니.
|
|
|
|
사실상 피와 살로 이루어진 천체나 다름 없었다.
|
|
|
|
감탄이 절로 나왔다.
|
|
|
|
서란은 눈을 감고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
|
|
|
모든 한계를 초월하고 우주적 존재로 거듭난 자신이 행성으로 구슬치기를 하는 광경이었다.
|
|
|
|
하등 쓸데없지만 시간은 잘 갔다.
|
|
|
|
그러는 동안 담청이 돌아왔다.
|
|
|
|
한층 작아진 용궁을 품에 꼭 끌어안고 있었다.
|
|
|
|
종족 전체를 데리고 비승할 수 있다니, 법보 만만세였다.
|
|
|
|
어인족과 합류한 이후, 비행 선단은 본격적으로 속도를 높였다.
|
|
|
|
바람은 화신기 수사와 용의 앞을 차마 가로막지 못하고 황급히 비켜섰다.
|
|
|
|
몇 달 간의 대장정이 이어졌다.
|
|
|
|
초겨울 무렵, 일행은 세상의 중심에 도착했다.
|
|
|
|
때마침 승천문이 활짝 열렸다.
|
|
|
|
중간중간 천기를 관찰하며 비행 속도를 조절해 온 탓이었다.
|
|
|
|
명계의 입구가 닫히며 용오름이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
|
|
|
서란과 담청은 재빨리 그 위로 올라탔다.
|
|
|
|
항거할 수 없는 흐름에 비행 선단 전체가 승천문을 향해 비상했다.
|
|
|
|
천겁을 머금은 구름길이 비승 행렬을 기다리고 있었다.
|
|
|
|
서란은 차원 압력에 대비해 결계를 생성했다.
|
|
|
|
부정형 법화 결계가 일행을 휘감았다.
|
|
|
|
구름길 너머로 새까만 공허가 엿보였다.
|
|
|
|
서란은 마지막으로 지상을 돌아봤다.
|
|
|
|
굳게 닫힌 명계의 입구가 눈에 들어왔다.
|
|
|
|
한줄기 번뜩임이 서란의 뇌리를 스쳤다.
|
|
|
|
대수림 심층부에 있던 대균열은 명계의 입구에서 영감을 얻어 건설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
|
|
|
사고가 끝나기도 전에 승천문에 진입했다.
|
|
|
|
*****
|
|
|
|
엄청난 차원 압력이 법화 결계를 짓눌렀다.
|
|
|
|
수도문파를 두 개나 짊어지고 비승하는 탓에 결계에 가해지는 부담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
|
|
|
일반적인 화신기 수사였다면 결코 견뎌 낼 수 없었을 터였다.
|
|
|
|
서란의 금단이 요동쳤다.
|
|
|
|
오색의 혼원법력이 결계에 동력을 공급했다.
|
|
|
|
비행 선단을 감싸 안은 법화가 더욱 맹렬하게 타오르며 차원 압력에 저항했다.
|
|
|
|
법화 결계와 차원 압력의 힘겨루기가 이어졌다.
|
|
|
|
물론 최후의 승자는 서란이었다.
|
|
|
|
안팎의 두 힘은 서서히 균형을 이루었다.
|
|
|
|
여유가 생긴 서란은 주변을 둘러봤다.
|
|
|
|
담청은 오색 운무를 두른 채 낑낑거리고 있었다.
|
|
|
|
그러다 뭔가 감을 잡았는지 결계가 급속도로 팽창하기 시작했다.
|
|
|
|
조만간 안정화가 될 듯했다.
|
|
|
|
서란의 시선이 옆사람을 향했다.
|
|
|
|
함께 관제실에 있던 등 진군이었다.
|
|
|
|
비승에 관해서 뭘 좀 물어볼 셈이었다.
|
|
|
|
하지만 서란은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
|
|
|
수정을 세공하여 만든 등 진군의 눈은 머나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
|
|
|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식산대붕의 시선을 통해 외부를 구경하는 모양이었다.
|
|
|
|
그제서야 서란은 등 진군이 선계 태생이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
|
|
|
본인 개인사를 제외하면 뭐든지 다 아는 것처럼 굴던 그녀에게도 미지의 영역은 존재했다.
|
|
|
|
등 진군은 난생처음 목도하는 우주의 자태에 푹 빠져 있었다.
|
|
|
|
서란은 하고자 했던 말을 도로 삼켰다.
|
|
|
|
등 진군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다.
|
|
|
|
그래서 그냥 우주나 구경하기로 했다.
|
|
|
|
관천안을 통해 보이는 우주는 어둡고 공허하기는커녕 형형색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
|
|
|
가지각색의 항성과 성간 물질 덕분이었다.
|
|
|
|
마치 작품을 완성하고 난 이후의 유화 팔레트를 보는 기분이었다.
|
|
|
|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을 꼽아 보라면 당연 서란 일행이 타고 있는 공허의 흐름이었다.
|
|
|
|
비슷한 종류의 흐름들이 혈관처럼 이리저리 뒤엉킨 채 우주 전역을 뒤덮고 있었다.
|
|
|
|
너무나 복잡한 탓에 천기를 읽지 못하면 영원토록 떠돌아도 길을 찾을 수 없을 게 분명했다.
|
|
|
|
서란은 담청을 바라봤다.
|
|
|
|
어느덧 결계를 안정화시킨 모양이었다.
|
|
|
|
왼쪽 뿔이 부러진 탓에 천기를 못 읽게 된 담청은 까딱 잘못하면 우주 미아가 될 수도 있었다.
|
|
|
|
서란이 전심술을 통해 말했다.
|
|
|
|
“담청 님, 속도를 좀 더 낼까요?”
|
|
|
|
“그러자꾸나.”
|
|
|
|
“제 뒤 잘 따라오세요.”
|
|
|
|
일행은 점차 가속하기 시작했다.
|
|
|
|
상하좌우, 무수한 갈림길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
|
|
|
하지만 선계로의 경로를 또렷하게 표시해 주는 관천안 덕분에 길을 잃을 염려는 없었다.
|
|
|
|
계속해서 나아가자 깔때기 모양의 거대한 소용돌이 통로가 나타났다.
|
|
|
|
일행은 빙글빙글 회전하며 그 안으로 입장했다.
|
|
|
|
눈 깜짝 사이에 퇴장하자 저멀리 선계가 보였다.
|
|
|
|
서란이 말했다.
|
|
|
|
“담청 님, 저기 보세요! 선계예요!”
|
|
|
|
“정말로 광활하구나!”
|
|
|
|
“거의 다 도착한 모양이네요!”
|
|
|
|
일행은 공허의 통로를 질주했다.
|
|
|
|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도착할 기미가 없었다.
|
|
|
|
아무리 다가가고 또 다가가도 행성은 계속해서 커지기만 할 뿐이었다.
|
|
|
|
그때 등 진군이 어딘가를 가리켰다.
|
|
|
|
“오, 저기 좀 보십시오.”
|
|
|
|
서란과 담청의 고개가 그쪽 방향으로 회전했다.
|
|
|
|
그러다가 다른 우주 여행객과 눈이 마주쳤다.
|
|
|
|
저쪽도 문파 비승 중인 듯했다.
|
|
|
|
담청이 말했다.
|
|
|
|
“일전에 선계는 하나고 하계는 여럿이라고 했었지? 저기도 우리처럼 선계로 가는 모양이다. 그나저나 이런 우연이 다 있구나, 비승 시기가 겹치다니.”
|
|
|
|
등 진군이 말했다.
|
|
|
|
“흔히들 선계와 명계, 그리고 무수한 하계를 통틀어 삼천 세계라고 부르곤 합니다. 이렇게 비승하다 마주치는 정도는 드문 일도 아닐 겁니다. 두고 보시지요, 선계에 접근할수록 더 많은 비승 행렬과 마주칠 테니까요.”
|
|
|
|
운전에 열중하던 서란이 말했다.
|
|
|
|
“앞에 있는 합류점에서 저쪽 흐름과 우리 흐름이 만나네요. 통로가 좁아서 나란히 갈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우리가 양보하죠?”
|
|
|
|
서란 일행은 양보를 위해 속도를 줄였다.
|
|
|
|
하지만 두 비승 행렬의 상대 속도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
|
|
|
저쪽도 동시에 속도를 줄인 탓이었다.
|
|
|
|
담청이 말했다.
|
|
|
|
“비켜주려나 보다. 우리가 어서 지나가 주자꾸나.”
|
|
|
|
서란 일행은 서둘러서 속도를 높였다.
|
|
|
|
물론 이번에도 양쪽의 상대 속도는 불변이었다.
|
|
|
|
정말 손발이 착착 맞았다.
|
|
|
|
지켜보던 등 진군이 말했다.
|
|
|
|
“헷갈리지 않게 속도를 아예 줄이죠.”
|
|
|
|
서란 일행은 급격히 감속했다.
|
|
|
|
찰나에 무수한 눈짓이 두 집단 사이를 오고 갔다.
|
|
|
|
저쪽 비행 선단이 가속하기 시작했다.
|
|
|
|
마침내 길 비켜주기 신경전이 끝났다.
|
|
|
|
양측은 충돌하지 않고 합류점을 연달아 통과할 수 있었다.
|
|
|
|
앞서 날던 비승 행렬의 후미에서 감사의 표시로 등불을 몇 차례 깜빡거렸다.
|
|
|
|
이윽고 두 집단 모두 선계 영향권에 접어들었다.
|
|
|
|
*****
|
|
|
|
등 진군의 말이 맞았다.
|
|
|
|
행성에 가까워질수록 비승 행렬은 더 많아졌다.
|
|
|
|
수많은 승천자의 모습에 눈이 어지러울 정도였다.
|
|
|
|
서란의 관천안이 이변을 감지했다.
|
|
|
|
여태 한줄기로만 그어져 있던 비승 경로가 수천, 수만 가닥으로 흩뿌려졌다.
|
|
|
|
무수한 빛줄기가 선계 곳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
|
|
|
서란은 금세 그 의미를 눈치챘다.
|
|
|
|
“비승에 성공한 모양이에요. 이제부터는 그냥 아무데나 착륙하면 되나 봐요. 어디가 좋을까요?”
|
|
|
|
등 진군이 다급하게 말했다.
|
|
|
|
“저쪽, 저 방향으로 가세요.”
|
|
|
|
“북쪽으로요? 왜요?”
|
|
|
|
“시간이 없습니다. 가면서 설명하죠.”
|
|
|
|
서란은 일단 등 진군이 시키는 대로 했다.
|
|
|
|
빠르게 움직이는 흐름 속에서 갈림길을 만날 때마다 이리저리 방향을 틀었다.
|
|
|
|
대부분의 비승 행렬은 선계 중심부를 향해 곧장 하강하고 있었다.
|
|
|
|
일행이 선계 북부 지역으로 뻗은 외길에 접어들자 등 진군이 설명을 시작했다.
|
|
|
|
“선계는 갑을 병정 무기 경신 임계, 총 열 개의 구역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제각기 인접한 두 구역씩 묶여 방위와 색상, 오행속성에 대응되죠. 그 중에서도 임계 구역은 북방, 흑색, 수속성을 상징합니다. 담청 님과 어인족, 오죽문의 주속성을 고려하면 북부 지역이 최선의 선택입니다. 그 부근에 용족이 많이 서식하기도 하고요.”
|
|
|
|
“아하, 그래서 남들처럼 중부 지역으로 안 가고 북부 지역으로 가는 거군요?”
|
|
|
|
“물론 중부 지역의 정신 나간 지가도 결정에 한몫 거들었습니다. 방금 중부 지역에 하강했던 승천자들 대부분은 얼마 못 가서 변방으로 이주할 겁니다.”
|
|
|
|
서란은 고개를 주억였다.
|
|
|
|
땅값 문제라고 하니까 정말 확 와닿았다.
|
|
|
|
비행 선단은 서서히 고도를 낮췄다.
|
|
|
|
막 구름 밑으로 하강한 순간, 농후한 천지영기가 그들을 반겼다.
|
|
|
|
인계와 선계 사이에는 우기의 습도와 수중 환경 정도의 영기 농도 차이가 존재했다.
|
|
|
|
체내로 밀려드는 맑은 기운이 서란의 수명을 4000년까지 늘려 놓았다.
|
|
|
|
순식간에 두 배로 증가한 수명에 놀란 서란은 등 진군을 보고 다시 한번 놀랐다.
|
|
|
|
선계에서는 의식 없이도 화신기까지 경지를 올릴 수 있다더니 정말이었다.
|
|
|
|
등 진군은 자리에 가만히 선 채로 금단을 완성해 버렸다.
|
|
|
|
서란의 경계심이 급격하게 치솟았다.
|
|
|
|
생각해 보니 예전에 싸웠던 등 진군은 금단과 육체 없이 원영만으로 존재하는 상태였다.
|
|
|
|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금단을 완성한 걸 보아하니 준선경 수도자였다는 증언이 마냥 거짓말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
시선을 눈치챘는지 등 진군이 말했다.
|
|
|
|
“너무 그렇게 경계하지는 마세요. 무서우니까.”
|
|
|
|
“무섭다고요?”
|
|
|
|
“운무기 수사가 영성의 별을 세 개나 지닌 용을 죽였는데 어떻게 안 무섭겠습니까? 당연히 무섭죠. 그보다 담청 님을 봐 주시겠어요?”
|
|
|
|
서란은 뒤따라오던 담청을 바라봤다.
|
|
|
|
인근 천지영기를 탐욕스럽게 흡수한 영성의 별이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
|
|
|
담청이 진정으로 태성기에 도달하는 순간이었다.
|
|
|
|
외뿔의 어린 용을 휘감은 오색 운무의 맥동, 정말 장엄한 광경이었다.
|
|
|
|
그 과정을 함께 지켜보던 등 진군이 말했다.
|
|
|
|
“거의 다 끝났군요. 이만 착륙하도록 하죠.”
|
|
|
|
발아래에는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
|
|
|
일대를 탐색하던 서란 일행은 몇 개의 크고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군도를 정착지로 낙점했다.
|
|
|
|
용궁도 근처 해저에 안착했다.
|
|
|
|
오죽문과 금작파 사람들이 몇 개월만에 하선하고, 어인족 또한 동면에서 깨어났다.
|
|
|
|
인간 수도자들과 어인족은 저마다 바삐 움직이며 정착지를 건설해 나갔다.
|
|
|
|
선계까지 타고 온 비행선은 대부분 해체되어 거주지로 재조립됐다.
|
|
|
|
활기차게 돌아가는 공사 현장을 바라보던 서란이 물었다.
|
|
|
|
“그런데 우리 이제 뭐 해요?”
|
|
|
|
등 진군이 대답했다.
|
|
|
|
“갑시다, 관청에 무주지 점유 신고하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