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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지적할 게 있는데… British steel은 1980년에 나온 음반이야. Living after midnight은 70년대 노래로 치기는 좀 그렇다고. 71~80으로 칠 수도 있겠지만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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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렇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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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쓱해 하는 서하. 명전은 고개를 돌려 다른 아이들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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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까지도 물론 진심을 다하긴 했지만… 모든 일에 있어 진심을 다한다 할지라도, 그 진심의 퍼센트라는 게 있지 않은가. 사자는 토끼를 잡을 때 전력을 다한다고 하지만, 물소를 사냥할 때의 전력과 토끼를 사냥할때의 전력이 과연 같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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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명전은, 이번에 확실히 꽤나 공을 들여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후 라운드에서 미션이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왠지 그런 미션들이 까다롭다 할지라도, 지금 이번 라운드보다 ‘실력적인 부분에서’ 까다로울 것 같진 않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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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좀 진지하게 접근해보자. 자작곡을 만들어야 되는 부분이기도 하니까. 연습 각오 좀 하고. 학교에 조퇴 좀 시켜달라고 이야기도 해 놓고. 나도 수업 내내 곡 쓸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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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엄마가 옆에 있는데 그런 말 해도 되는 거니? 수업을 안 듣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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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 말이 아니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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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하게 말한 명전의 말을 잡아채는 혜인. 친구들이 깔깔 웃어대는 사이, 명전은 머쓱하게 변명을 했다. 그런 게 아닌 걸 알면서 왜 이러는가… 사람 부끄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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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는 화면에 띄워진 영상을 바라보았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기타를 치고 있는 여자아이. 하지만 그 손에서 새어나오는 소리는 걷는 사람을 멈추게 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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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맨 처음 버스킹 할 때라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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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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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 아니네. 주제 보고 우리가 유리할 줄 알았는데. White room 한 것도 나는 맨 처음에 성민이 니가 하자고 한 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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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보고 있는 것은, ‘하수연’의 첫 번째 버스킹. Layla와 Voodoo child를 노상 버스킹에서 연주한 영상. 처음 맞춰보는 것이 분명할 드럼과 베이스인데다가, 수많은 박자 실수와 연주의 어긋남 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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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것을 기타 연주 하나만으로 다 커버해버리는 실력. 오히려 박자를 주도해야 할 드럼이 기타의 박자에 따라오고, 베이스 또한 마찬가지로 눈치를 보는 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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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쪽이 먼저 이야기를 했다니까요. 자기 유튜브 채널명이 이거일 정도로 좋아하는 노래라고. 나는 농담인 줄 알았는데 진짜였다는게 리얼 소름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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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인 건 다른 애들은 뭐 그런 건 아닌 것 같다는 건데. 근데 애들 성장속도 보면 그게 문제가 아닐 것 같은데? 나 진짜 이번에 서하 드럼 치는 거 보고 존나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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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는 서하의 예전 실력을 떠올렸다. 과거, 라이브 클럽에서 공연할 때 가끔씩 찾아와 “저는 호랑… 유서하라고 하는 사람인데요. 여러분들의 팬이고, 드럼을 치고 있는데…” 라고 이야기하며, 자신들의 팬임을 어필했던 드러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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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치 않은 여고생 팬에, 드러머이기까지 해서 성민이 가끔 실력을 봐 주었고… 승재도 그걸 본 적이 있었다. 기본기도 테크닉도 나잇대에 비해 확실히 괜찮았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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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제는, 그 나잇대 음악하는 애들이 다 그러듯이 기본기를 경시하는 성향이 컸다는 것이다. 게다가 성민과도 실력이 많이 차이가 나고 해서, “나중에 드럼 빈 자리 있으면 그때 오디션 한번 봐.” 하고 말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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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니까요. 도대체 얼마나 굴렸는지 모르겠어요. 기본기가 거의 뭐… 밥 먹고 기본기 연습만 했나 싶을 정도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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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럼 뿐만 아니고 베이스나 키보드도 둘 다 잘 쳐요. 그냥 전반적으로 멤버들 실력이 우리랑 비등하다고 봐야 될 것 같고. 기타는 좀 재혁이한테 안된 말이지만 그쪽 애가 훨씬 잘 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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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웬만하면 내가 그래도 내가 잘 친다고 하겠는데 걔한테는 안 되겠더라. 무슨 미친 애가 나타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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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 하수결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기타 정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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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저 나이때는 취미밴드한다고 깝싸고 학교 축제 올라가서 뚱땅거리는거만으로도 와 개잘한다 소리 들었는데. 쟤는 뭐 뭐라더라? 그 서명전 기타리스트 추모공연 가가지고 단독으로 라이브도 했다고 하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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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가 왜 서명전 기타리스트 추모공연을 가는데? 무슨 관련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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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어요? 걔 그분 제자래요. 마지막 제자. 기타도 그분 유품이잖아요. 들고 다니는 이펙터들도 그분 거 수집해서 쓰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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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시끄러워지는 방. 승재는 아무튼 멤버들을 진정시킨 다음, 다른 연주 영상을 쳐다보았다. EP 발매 당시 노상에서 했던 버스킹 공연이라던가, 유튜브에 올린 영상이라던가 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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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빡세게 준비해야 할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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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빡셀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이정도일줄은 몰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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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가 그룹 사운드를 선택한 것은… 녹화중에 밝힌 바대로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결국 언젠가 부딪힌다면 빠른 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승에서 이기는 게 임팩트가 더 크겠지만, 결승에서 지는 것 보다는 진행 과정 중에 지는게 더 낫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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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시 한번 더 자세히 그룹 사운드를 조사해보니, 차라리 결승에서 만날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만난다고 장담은 못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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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충분히 자신있는 승부야. 아니, 이것보다 더 조건이 좋을 순 없어! 저쪽도 풀파워로 오긴 하겠지만, 우리는 홈그라운드니까. 지금부터 작곡 들어갈테니까 전화하지 마라. 진짜 급한 거면 작업실로 찾아오고.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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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의 대답과 함께, 승재는 책상을 박차고 일어섰다. 더이상 노닥거릴 때가 아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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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zaku의 기타, 정재훈. 그룹 사운드를 음해하기 위해 녹화 무대에서 기타 줄을 끊어먹었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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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아무런 생각 없이 그렇게 한 것은 아니었다. 나름의 생각이 있었고 할 말도 있었다. 부추김도 있었지만 호승심도 있었다. 단지 세상이 그의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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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같이 싸워주겠다던 Muzaku의 밴드원들은 다 “그렇게 대놓고 티나게 하랬냐?” 라는 말을 하며 자신을 밴드에서 내쫒았다. 그리고 그들 Muzaku를 부추기던 밴드 Velvet Monochrome은 아무런 말도 없이 침묵하며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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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개새끼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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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의 치기로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고 재훈은 생각했다. 물론 인생은 길고 밴드에서 쫒겨났다고 해서 딱히 망하는 건 아니지만 현재 재훈의 시야로는 앞날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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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모르는 사람의 이름으로 카카오톡이 온 것은, 바로 그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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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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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부른 것은, 이전에 오디션에서 탈락했던 밴드 ‘울림 스톤즈’의 리더. 이름이 뭐라고 했던가. 성은 재훈 자신과 똑같았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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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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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정재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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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를 나눈 후 잠시간 침묵이 흐른다. 재훈은 [오디션 관련 건으로 한번 뵙고 싶습니다.] 같은 카톡을 보고 나오긴 했지만, 이 사람이 자신을 왜 불렀나 싶었다. 관련도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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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자진사퇴 하신 거. 그룹 사운드 관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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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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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 대신 우진은 커피를 홀짝이고는, 다시 자신의 할 말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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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룹 사운드에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요. 괜찮으시다면 관련해서 같이 뭔가 하지 않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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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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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훈은 고민했다. 사실 그가 그룹 사운드를 미워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PD를 엿먹이고 싶었을 뿐이고, 그 수단으로 그룹 사운드가 선택되었을 뿐. 밉다고 하면 자신을 그렇게 부추겨놓고 일을 저지르니 내쫒아버린 Muzaku의 밴드원들이 더 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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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룹 사운드를 엿먹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어차피 더 떨어질 곳도 없는 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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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특정될 수 있는 일이면 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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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은 아니구요. 그냥 증언만 해 주시면 되거든요. 드릴 수 있는 건 없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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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하고 자조적으로 웃는 우진은 흡사 재훈 자신을 닮은 듯 했다. 남은 것이 없는 두 사람. 재훈은 힘 없이 웃고는, 우진의 말을 들을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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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자신들보다 잘 나가는 여고생 집단이 고까워서 이상한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현실. 그러나 아무튼 본인들은 인생의 말로에서 발버둥을 친다고 생각했다. 원래 인생은 자기합리화의 연속인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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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라… 잘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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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스케쥴을 핑계로 조퇴를 한 후 카페에 모인 4인방.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시켜놓고, 받아와 한 모금 마시자마자 이서가 그렇게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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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당연한 거 아닐까요… 우리가 1970년대를 살아본 적도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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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를 사는 게 아니라, 1970년대의 음악을 이야기하는 거니까. 굳이 살아볼 필요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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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답답한지 이상한 소리나 하는 아이들. 명전은 그냥 달달한 커피나 마시고 있었다. 어차피 1970년대에 대해서 아는 것은 명전 본인밖에 없다. 나머지는 피상적으로 알 뿐이겠지. 그나마도 메탈을 좀 파본 서하 정도나 알 것이고, 나머지 둘은 전혀 그런 쪽에 대해서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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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에 태어났으면 몇 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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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50대 정도 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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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완전 늙은이네. 근데 1970년대에 음악을 들었으면 최소한 그 때 10대였다는 거잖아. 거의 뭐 70살? 60살? 헉. 슈퍼 씹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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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생각 없이 내뱉은 것 같은 이서의 말. 하지만 명전은 왠지 모르게 화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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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틀니라고 할 것 까진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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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던 명전이었다. 하지만 인터넷을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요즘 애들이 어떤 느낌으로 비속어를 쓰는지 감이 왔다. 아무튼 나이 먹었으면 그냥 비하의 대상이라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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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자기 자신이 그렇게 늙게 산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인터넷을 보면 그리 생각하는 것 자체가 늙은이의 증거라고 하지만, 아무튼 나이라는 건 결국 정신의 문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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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가 늙어도 정신 연령이 젊다면 그것은 젊은 것이지, 늙은 게 아니란 말이다. 게다가 지금은 육체까지 젊은데. 물론 이전과는 좀 다른 성별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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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이 너는 1970년대 음악 들어본 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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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지. 너희들도 공연 좀 하지 않았나? 내가 몇번 시켰던 것 같은데… 그, ‘The man who sold the world’. 주현 곡에서 세션 섰던 그 곡부터 1970년 곡이잖아.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도 1978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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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개 없는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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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명전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은근히 많이 시킨 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면 몇개 없었네. 예전부터 좀 채찍질을 시키고 선행학습을 시킬 걸 하며, 명전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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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지금이라도 들어보면 되긴 하지. 그런데 1970년대라는 게 워낙 스펙트럼이 크다 보니까. 어떤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갈리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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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의 역사는 워낙 다채로워서 이야기할 것이 너무도 많다. 그 중에서 1970년대 초반이라 하면 하드록의 약진, 프록과 글램, 펑크의 시작… 블루스와 사이케델릭의 집권기가 끝난 후, 현대 록의 장르 중 대부분이 그 시절에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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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으로 한정하지 않으면? 더 뻗어나갈 여지가 많다. 속되게 말해서 그냥 아무거나 골라잡고 1970년대라고 우겨도 레퍼런스를 찾을 수 있을 정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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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명전은 그 중에서도, 사이케델릭과 프로그레시브에 집중할 생각이었다. 그가 선호하고, 주로 듣는 노래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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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을 떠올리는 게 문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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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를 사는 사람들은 어땠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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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가운데, 현아가 질문을 던졌다. 1970년대를 사는 사람들은 어땠을까.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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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이 살기 좋았다는 사람도 있잖아. 우리 할머니도 맨날 옛날이 좋았다~ 뭐 그러던데. 그때는 사람간에 정도 있고, 우애도 있고, 아무튼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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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안 좋았지. 뭐가 좋았겠어. 그 시절에 뭐 전기가 제대로 들어오길 하나. TV가 있었나. 그때는 TV도 흑백이었어. 70년대 후반에나 컬러가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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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옛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꽤나 잘 살았던 집안의 아이(애초에 잘 사는 집이 아니었다면 기타 같은 걸 사 줄 수 있을리가 없다) 였으니 컬러 TV가 있는 건 당연했지만. 남들의 집에 가 보면 흑백TV만 있어도 부자요 없는 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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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뿐인가. 그때 당시 동네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푸세식이었던 화장실도 많았다고 했다. 당장 친구네 집 놀러가봐도 화장실이 밖에 있는 경우가 대다수였고. 아파트 같은 건 뭐 엄두도 못 내고. 기생충에 소독에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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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빈대 이야기 많았잖아. 예전에는 빈대가 일상이었어. 막 ddt 뿌려가며 빈대 잡고. 그래도 남한테 옮아오고. 그땐 냉장고도 많이 없었지. 학교 가면 막 애들이 사람 때리고 난리치고 삥뜯고 그러는 게 일상이고. 전혀 살기 좋았던 시절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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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그렇게 옛날을 추억했다. Good old day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명전은 예나 지금이나 현재가 과거보다 항상 낫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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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이 뭐가 좋은가? 그때 인터넷이 되길 했나, 유튜브가 있길 했나? 당장 음악만 봐도 그 시절에는 아버지 바짓자락 붙잡아가며 웃돈을 억소리나게 주고 외국 음반을 업어왔어야 했다. 악보도 없어서 귀로 따고도 녹음을 못 해서 긴가민가해야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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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이 너 근데 되게 그 시절 살아본 사람처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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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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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의 한탄에 가까운 중얼거림. 그 이야기를 들은 이서는, 뭔가 이상하다는 듯이 내뱉었다. 당황한 명전과 맞장구치는 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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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생생한데. 혹시 빙의라도 한 거 아냐? 병원 들어갔을 때 뭐 그 시절 사람이 빙의라도 했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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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하…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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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 소설을 너무 많이 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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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의 정곡을 찌르는 서하의 농담. 그 농담에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웃는 사이, 현아가 한심하다는 듯 서하를 보며 말했다.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는 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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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본 게 아니라, 예전 뭐… 그런 것들을 보면 그렇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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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수상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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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수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지만, 이서는 왠지 당황하는 ‘하수연’의 모습이 웃겨 그렇게 말했다. 그 말에 좀 더 삐질삐질대며 왠지 모르게 눈동자가 흔들리는 ‘하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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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잠시간 시간을 보내다, 명전은 영감이 하나 떠올랐다. 찬란한 추억을 노래하는 건 쉽다. 힘들었던 시간에 대한 찬사도 좋다. 얼핏 신선한 듯 보여도, 실은 매우 쉬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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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시절에 짓눌려갔던 사람들에 대한 노래도 할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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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러져간 사람들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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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주제로 누가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가. 결국 ‘틀니’인 명전 자신밖에 할 사람이 없을 듯 했다. 물론 남들이 보기에는 십대 여자애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가당찮을 수도 있지만… 어찌되었든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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