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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기 하나 없이 유지되는 원곡의 떠들썩한 디스코 팝 멜로디와 보컬. 하지만 뒤에 깔리는 것은 인더스트리얼한 메탈 사운드. 흔히 말해 ‘어질어질한’ 곡을 들으며, 사람들은 이걸 뭐 어떻게 점수를 줘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다. 좋아하는 사람은 웃음을 터트리고, 싫어하는 사람은 이게 뭔지 모르겠다며 질색을 하는 상반되는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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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느낌이 시종일관 유지되진 않는다. 2절 후반쯤 되어 클라이막스에 다다르자, 기타 솔로가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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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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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미 페달을 사용한 초고음역의 피치 시프팅 솔로가 쏟아지자, 저도 모르게 환호성을 지르는 몇몇 밴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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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어지러운 곡은 반전을 위한 빌드업이었다는 것 마냥 솔로를 연주하는 수연. 복장은 여전히 헬멧과 플레어 스커트 그대로지만, 그녀의 손 끝에서 펼쳐지는 것은 웃음기 하나 없는 맹렬한 기타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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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가 진행될수록 공연에 부정적이었던 관객들의 불만도 조금씩 잦아든다. 곡 초반부가 좀 이상했던 것은 그냥 웃기려고 했던 게 아니라, 어떻게든 이 곡을 살려보려고 최선을 다했다는 게 느껴졌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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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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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가 끝난 후 응원의 박수가 쏟아진다. 찬사보다는 격려에 가까운 쪽. “잘 하는 애들 같은데 왜 이런 곡을 준 거야?” 같은 반응들도 조금씩 흘러나온다. 동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편집점을 잡을 수 있기는 한 공연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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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그룹 사운드는, 총 24개 밴드 중! 관객 점수 68점! 밴드 점수 73점! 멘토 점수 82점으로…! 총 74.2점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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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점수 30%, 밴드 점수 20%, 멘토 점수 50%가 반영되는 이번 라운드. 100점 만점에 74.2점은 높은 점수는 아니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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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마지막으로 그룹 사운드가 16등을 차지하게 되면서… 자동으로 나머지 밴드들은 탈락하게 되었습니다. 울림 스톤즈, NOTK, 2MAJOR … 안타깝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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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보이는 MC. 탈락당한 밴드들은 고개를 푹 떨구고 있다. 그러나 그 중 ‘울림 스톤즈’의 리더는 왠지 불타는 듯한 눈빛으로 명전을 바라보고 있어, 명전은 뭔가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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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뭐 맡겨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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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그냥 핸드폰이나 살짝 쳐다보았다. 뭐, 억하심정이 생길 수도 있긴 한데… 그걸 왜 하필 자신들에게 가지고 있단 말인가? 웃기는 놈들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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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사이 이런저런 멘트를 외치던 MC는 내려가고, 대신 스태프가 올라와서 안내사항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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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안내해드렸던 대로 다음 주 촬영은 1라운드와 2라운드 탈락 밴드 12팀이 패자부활전 분량을 촬영할 예정입니다. 그 다음 주는 패자부활전에서 부활한 밴드가 기존 밴드를 지목해서 대결을 펼칠 예정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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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럼 우리 쉬겠네? 한 2주동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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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긴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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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프의 이야기를 들은 이서가 싱글거리며 입을 열었다. 물론 확정적인 것은 1주 정도고 그 다음 주는 확정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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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사람들 아니면 우리 지목 안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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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번 라운드에서는 16등을 하긴 했지만… 그 노래를 가지고 탈락을 하지 않은 것만 해도 성공한 것 아닐까. 게다가 이전 촬영에서 보여줬던 퍼포먼스까지 고려하면, 감히 그들을 지목할만한 밴드가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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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2주 동안 쉬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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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자, 여행. 일본! 지금 시즌이잖아. 아니면 제주도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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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다고 해도 촬영은 나와야 되잖아. 거기다 아직 방학 안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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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서 날뛰는 현아와 이서에게 핀잔을 주는 서하. 금새 시무룩해지는 둘을 보면서, 명전은 낮게 웃음을 흘렸다. 열심히 따라오고 있긴 하지만 결국 얘들도 아이들. 노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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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뭐 먹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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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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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경한 수연의 목소리. 이서는 자동으로 화가 뻗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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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뭔 국밥이야. 너 늙은이냐? 아니면 뭐 문신에 언더아머 이런 거 입고 다녀? 뭐만 하면 국밥 먹자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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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마라 아니면 떡볶이인데 국밥 먹는거랑 큰 차이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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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소리야. 우리가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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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의 반론에 이서는 화부터 냈지만, 천천히 생각해보면 왠지 그런 것 같기도 했다. 보통 만나면 마라탕이나 떡볶이, 탕후루, 뭐 그런 비슷한 거 먹었던 것 같기도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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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국밥은 싫어. 너무 노인네같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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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이 어디가 노인네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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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곳이면 모르겠는데, 수연이 너는 무슨 맨날 시장이나 허름한 가게 보고 저런데가 진국이라면서 자꾸 가자고 하잖아. 너 옛날에는 안 그랬던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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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입이 불쑥 튀어나온 수연을 두고, 이서는 계속해서 불만을 토해냈다. 1년 전만 해도 엄청 깔끔떨던(물론 그 시절에는 이렇게 친하지 않았지만) 애가 사고난 다음엔 몸에 할아버지가 들어간 것처럼 국밥을 찾고 다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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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도 이랬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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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아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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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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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거든. 너 전혀 안 그랬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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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본인이 그랬다는데 왜 자꾸 안 그랬대? 너 혹시 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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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일 기억도 못하면서 뭐 자꾸 맞다고 그래. 다인이도 너 입맛이 좀 이상해졌다고 그러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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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서와 수연은 약속장소인 명동역 포토시그니쳐 앞에 도착했다. 가게 바깥에서 손을 흔드는 현아와 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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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너무 많아요… 이런 데 엄청 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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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니까. 사진은 도대체 왜 자꾸 찍으려고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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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불만을 늘어놓고 있는 수연과 현아. 이제는 익숙해진 광경에, 서하와 이서는 둘을 끌고 가게 안으로 향했다. 휴일이라 그런지 바글바글한 사람들. 남자는 여자친구에게 끌려 온 몇명 밖에 안 보이고, 나머지는 다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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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데기 해, 고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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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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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진짜 이쁘게 태어난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돼. 못생겼는데도 그러고 다녔으면 진짜 큰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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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의 중얼거림에 수연은 아무 말 없이 이서를 쳐다보았다. 많은 말이 함축된 시선에, 이서는 “개년아!” 를 외치며 수연의 등짝을 후려쳤다. 비명을 지르는 수연. 그러는 사이, 서하에게 잡혀 얌전히 고데기를 받던 현아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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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도 우리 사진 찍었는데 오늘 또 찍을 이유가 있을까요? 이 시간에 다른 걸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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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거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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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홍대에 메이드 카페 재미있는 데 있다고 그러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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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의 물음에 대답한 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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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카페? 재미있겠다. 그거 뭐 일본어 쓰면서 언니들이 막 뭐 해주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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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는 그 이야기를 듣고 중얼거리며 수연을 살펴보았다. 관심이 없어 보이는 수연이었지만, 끌고 가면 또 별 말 없이 잘 놀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서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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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대요, 빈님. 요즘은 손님들보다 메이드들이 더 덕력이 높다고 하더라고요. 손님들은 별 거 모르고 그냥 왔는데 메이드들이 막 오타쿠 이야기 하면서 그런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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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고 싶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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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는 그런 생각을 하며 수연의 머리를 계속 빗겼다. 점점 수연의 표정이 안 좋아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서는 눈치를 못 채고 있던 와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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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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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 이서는 별 생각 없이 고개를 돌렸다. 여자 세 명 정도가 이서와 일행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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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왜 그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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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 그, 밴드 하시는 분들 아니세요? 아, 아니신가…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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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주저하며 말을 건 여자들은, 왠지 모르게 꼬리를 내리며 스르륵 사라지려고 했다. 이서는 무심코 옆을 바라보았다. 별 생각 없어 보이는 수연의 얼굴. 하지만 타인이 보기에는 ‘뭐 씨발년들아’ 같은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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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아! 저희 밴드 해요. 맞아요. 혹시 저희 방송에서 보신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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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 그룹 사운드 분들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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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는 수연의 뒷목을 팍 때리고는, “켁!” 하는 수연의 목소리는 무시한 채로 밝게 웃으며 여자들에게 대답했다. 그러자 돌아오는 상대방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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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희 그룹 사운드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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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화 공연 잘 봤어요! 너무 잘하시더라고요. 이전부터 파라독스에 잘 하는 밴드 있다고 이야기는 들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가질 못했는데… 0화 보고 진짜 놀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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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고 긍정을 해 주자 마자 돌아오는 격렬한 대답. 주위에서 “유명한 사람들인가?” 하며 웅성대는 이야기가 들리는 것 같았지만, 이서는 아무래도 좋았다. 파라독스 바깥에서 만나보는 첫 팬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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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재미있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야, 너희들도 인사 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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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그녀의 뒤에 숨어버린 현아와, 살짝 거리를 벌리고 선 서하. 특유의 ‘별 생각 없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개빡친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 수연. 이서는 한숨을 푹 쉬고는, 아이들에게 인사를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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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아니, 다들 쉬시고 계신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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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다들 낯가려서 그래요. 파라독스 오시면 얘들 얼마나 웃고 다니는데요 흐흫… 저희가 아직 바깥에서 저희를 알아보는 분들을 한번도 뵌 적이 없어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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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의 강권에 비척거리며 일어나 인사를 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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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바라보는 주위 사람들에 다들 쪽팔려하는 것 같았지만, 이서는 그런 것 까지도 좋았다. 이런 게 방송에 출연하는 이유 아니겠는가. 주위 사람들이 알아봐주고 인정해주고. 왠지 유명인이 된 기분이라, 상당히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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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화 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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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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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잠시 감았다. 아무래도 상관 없는 12팀의 공연을 보면서 리액션을 해주는 것은 꽤나 고역인 일이었기에. 이전까지는 그래도 ‘그룹 사운드’의 순위와 영향이 있는 밴드들이었기에 좀 나았지만 지금은 다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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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되든 아무런 상관 없는데. 어차피 우리 지목할 정신나간 애들이 있을 것 같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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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그렇게 생각하며 기계적인 리액션을 했다. 박수를 치거나, 고개를 끄덕이거나. 솔직히 그와는 별 상관 없다고 생각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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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 이길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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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잘 모르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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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의 질문. 명전은 솔직히 말해서 그게 그거 아닌가? 라고 입을 열 뻔 했지만, 그렇게 말했다가는 분명 편집점을 줄 터. 그는 억지로 이야기를 집어삼킨 후, “치열해서 예상이 안 되네.” 라고 대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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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로도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난 이후, 겨우 끝난 패자부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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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파차지, 패자부활전의 우승자는 ‘2MAJOR’와 ‘울림 스톤즈’입니다! … 그리고 이 두 팀은, 각자 한 팀씩을 지목하여 대결을 펼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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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는 스크린을 가리켰다. 패자부활전의 방식이 타이포로 기재된 화면. 각자 1팀씩을 선택하여 대결하며, 대결의 승자는 해당 멘토의 팀으로 들어가게 되고 패자는 탈락하게 된다는 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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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밑으로는 대결 방식이 적혀 있다. 제작진에서 선정한 특정 곡이 무작위로 선택되며, 똑같은 곡을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하여 승패를 겨룬다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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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제! 지목의 시간입니다. 밴드2MAJOR! 2MAJOR 여러분들께서는… 어떤 밴드를 지목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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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COTRA]를 선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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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하는 감탄사와 함께, 웅성임이 이어진다. COTRA. 명전이 기억하기로는, 그렇게 임팩트를 남긴 밴드는 아니었다. 멘토 픽때도 1팀만 픽했었고, 2라운드는 18위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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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약체를 잡고 올라간다는 건 꽤나 현명한 선택이다. 가오가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다음 라운드 진출이지 가오 같은 게 아니니까.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면 기회라도 있지 여기서 강팀 잡았다가는 진출도 못할 수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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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MAJOR의 선택은… COTRA! 그렇다면 밴드 울림 스톤즈! 울림 스톤즈 여러분들께서는… 어떤 밴드를 지목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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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그룹 사운드를 지목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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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전과는 다르게, 큰 웅성임이 일어난다. 명전은 순간 잘못 들었는가 싶었다. 누구를 지목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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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잘못 들은 것일수도 있는데요! 다시 한번 여쭤보겠습니다! 어떤 팀을 지목하신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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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사운드를, 선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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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 스톤즈 리더의 말이 마이크를 통해 스피커로 퍼져나왔다. 부정하기 힘들 정도로 명확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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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우리를 지목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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