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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라이브는 당연히 아니지. 본편에는 녹화 방송이 올라갈 건데, 예선 공연 자체는 관객 앞에서 라이브로 치뤄진다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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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렇지 하고 명전은 생각했다. 예선을 완전 라이브로 치른다는 것이 가능키나 하겠는가. 만약 참가팀이 50팀이라고 한다면, 각각 10분씩 공연해도 앞뒤로 세팅시간 5분씩 20분이다 하면 1000분이다. 이 정도면 정규 프로 하나 정도 나오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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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관객 앞에서 라이브로 치뤄지는 것도 불가능 할 것 같은데요. 밴드가 얼마나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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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야 내가 피디가 아니니까 아니니 알 수가 없지. 하지만 라이브로 치뤄진다는 건 확실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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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몇가지 이야기를 더 한 후, 힘내라는 덕담 한마디와 함께 통화를 종료하는 박휘석 피디. 명전은 천장을 잠시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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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라이브가 아니라고 해도, 어떤 방식으로 치뤄질 지 도저히 짐작이 안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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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방송이 아니라고 할지언정 시간이 드는 것은 마찬가지다. 1천분이 방송으로 송출되지 않는 것일 뿐이지 녹화가 되어야 하는 점은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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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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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회 인베이전 프롬 서울 방송은, 아예 흥행이 박살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흥행하지도 않았다. 락 씬 자체에서는 꽤나 흥미를 불러일으켰고 음악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은 재미있게 봤다지만, 그것이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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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인베이전을 통해 발굴된 밴드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유명세를 좀 타긴 했지만, 뭔가 거창하게 ‘인베이전’ 이라는 이름을 따와 붙인 것 만큼 활약도가 있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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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이전을 만든 방송국인 Mtown에서는 도대체 왜 이런 결과를 맞이했는지 궁금해했다. 음악성이 걸출한 밴드들을 가져다놓고, 흥미로운 경연을 보여주었다. 밴드 풀도 좋고 경쟁 구도도 좋았고 나온 음악도 좋았고 비주얼도 좋았고 아무튼 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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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흥행에는 실패했다. 뭐가 문제인가. 고민하던 경영진은, 어떤 이유인지 알아내기보다는 확실하게 2회를 흥행시킬 수 있을만한 인력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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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인 감정이 중요하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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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피디는 담배를 피우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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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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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own이 만들어낸 전설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즌 2를 담당했던, 그리고 그 시즌 2를 흥행시켰던 피디다. 그가 맡았던 시즌 2는 그야말로 전 국민이 그 프로그램을 본다고 할 정도의 흥행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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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부정적인 반응 또한 엄청날 정도였다. 대표적인 장면이라 하면, 탈락한 연습생들이 눈물을 흘리며 퇴장하는 롱테이크 장면과 그 후 즉시 나가는 본인 및 다른 연습생의 탈락 소감 인터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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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방심위의 권고, “이런 식의 잔인한 프로를 내보내도 되는가!” 하는 수많은 디스 기사를 불러왔다.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윤발놈 개새끼 죽이니 마니 이러는 것은 네거티브 반응으로 기록하기도 뭣한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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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 인해 시즌 2의 역사적인 흥행에도 불구하고 Mtown은 윤동욱을 하차시킬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성공을 위해서라면, 독약인 것을 알면서도 먹어야 할 때가 있는 법. 경영진은 다른 업무를 하고 있던 윤동욱 피디를 인베이전의 메인 피디로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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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소리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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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몰입하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감정만을 줘서는 안 돼. 부정적인 상황을 주고 그게 개선되어가는 걸 보여줘야 제대로 몰입이 되는 거지. 그런 점에서 인베이전 1회는 너무 부정적 감정이 부족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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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욱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아름다운 경쟁? 공정하고 정의로운 과정? 다 좋은 이야기다. 하지만 그런 것으로는 사람을 몰입시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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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이런 방식대로 라이브를 하면 무조건 공정하지 못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텐데요. 어떻게 감당하시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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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한 것은 김지원 피디였다. 윤동욱을 메인 피디로 발탁하긴 했으나, 메인 피디의 폭주를 조금이나마 막아낼 참으로 Mtown이 붙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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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은 동욱이 제시한 예선 방식이 참으로 황당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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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강남, 신촌, 그 외 다른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라이브. 보장된 관객들이라고는 자발적으로 지원받아 초청되는 관객단 30명 뿐.밴드들은 그들 앞에서 라이브를 하고, 점수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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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된 관객단 외에도 행인들 또한 투표가 가능하며, 중복은 걸러진다. 점수는 5점 만점이며, 총합과 평균 둘 다 중요하다. 이 점수와 녹화된 영상을 보고 평가하는 전문가 점수 둘을 합쳐 예선 진출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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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시간은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다. 밴드의 공연 시간은 준비시간까지 합쳐서 45분. 그 이상을 넘기면 자동 탈락된다. 공연 순서는 랜덤으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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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방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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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은 그렇게 생각했다. 중복을 거른다고 해도 팬들이 와서 투표하는 것은 어떻게 막는가? 사람들 없는 9시 타임에 걸리는 것은 또 어떻게 하고? 위치 선정은 또 어떻고?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논란 투성이인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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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당을 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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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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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잖아. 랜덤. 그거면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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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동욱의 대답은, 속칭 ‘알빠노’ 였다. 누가 오디션 참가하라고 칼 들고 협박이라도 했나? 불리한 조건이 있더라도 음악 잘 하면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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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공정하게 랜덤으로 돌렸어. 안 좋은게 나왔다? 극복하는 건 밴드가 알아서 해야 할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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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은 어떻게 감당하시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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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아. 너 아직도 방송을 모르냐? 욕을 먹는다는 건 노이즈가 발생한다는 거야. 노이즈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본다. 이런 당연한 사실을 모르다니, 아직 멀었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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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욱은 쯧쯧대며 담배를 한대 더 물었다. 그가 뿜어내는 연기를, 지원은 켁켁대며 흩어냈다. 동욱은 웃음을 흘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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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방송 나가는 건 본선부터. 랜덤 돌려서 안 좋은 시간 장소 걸려서 탈락하는 애들? 걔들 어차피 원래부터 안 될 애들이고, 시청자들은 걔들의 병신같은 모습만 볼 거야. 왜냐하면 우리가 그거만 보여줄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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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기존 팬들이 와서 투표하는 건요? 그건 어떻게 막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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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왜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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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은 정신나갔냐는 듯 동욱을 쳐다보았다. 동욱은 단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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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냥 시간 장소를 랜덤으로 보내기만 하면 돼. 그걸로 우리 책임은 끝이다. 팬들이 몰려가서 투표를 했다? ‘자발적 행동’을 어떻게 막을 건데? 게다가 그 정도의 열성 팬층이 있으면, 그런 팬층이 시청자로 붙어주면 그 자체로 이미 이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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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층이 없는 밴드는 손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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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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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욱은 샘플 몇개를 틱틱 쳤다. 메이크업을 받은 밴드들의 얼굴. 혼신의 보정이 가해져 누구나 미남미녀로 보이는 사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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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 참가 밴드가 확정되고 나서, 이 사진을 바이럴 더해서 쫙 뿌릴거야. 그럼 이제 밴드는 조또 몰라도 얼굴만 보고 좋다고 중얼거리는 미친 애들이 와르르 붙을 걸. 어필 영상도 찍을 거고. 물론 그건 자기들이 알아서 지들 돈 내고 찍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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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동욱의 말에, 지원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 방송 초반 어그로를 위해서 저렇게까지 한단 말인가. 왜 그가 맡았던 시즌 2가 대성공했는지, 그리고 욕도 엄청난 규모로 먹었는지 알 것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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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 신청이 종료된 다음 발표된 방식에, 명전은 난감함을 넘은 황당함을 느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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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함은 개나 줘버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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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다른 의미로 보면 또 공정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누구나 다 망할 확률이 있다는 거니까. 하지만 그거야 추첨을 돌리기 전의 이야기고, 추천을 돌린 다음은 어떻게 하는가? 쓰레기 장소, 쓰레기 시간을 뽑은 사람은 그냥 자기 운이나 탓하면서 탈락하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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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너무한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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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의 심정을 그대로 대변해주는 이야기가 옆에서 튀어나왔다. 어처구니 없다는 듯한 이서의 말투. 자신이 제대로 읽은 게 맞는지 계속 확인을 하고 있는 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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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완전 개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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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는 자신이 읽던 커뮤니티를 슬쩍 보여주었다. 사전 사진 촬영때 스튜디오에서 슬쩍 봤던 사람들의 얼굴이, 상당한 창작과정을 거쳐 인터넷에 실려 있었다. 그 밑에는 [대박이다], [솔직히 얼굴합 보면 얘들이 최고인듯], [여기 보컬 진짜 와꾸 미쳤다] 같은 댓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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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도 들어보기 전에 일단 얼굴 보고 결정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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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저쪽 판은 저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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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아이돌도 파 봤다는 듯 이서가 아는 척을 했다. 얘는 안 해본 게 뭘까 하고 생각하며, 명전은 인터넷 게시글을 좀 더 뒤져보았다. 바이럴 마케팅이 성공적이었던 건지, ‘인베이전’ 관련 글들이 꽤나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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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중에는 밴드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도 많았으나, 대부분은 얼굴과 ‘케미’에 대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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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오디션인데 이래도 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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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메인 피디가 그 아이돌 오디션 하던 사람이라잖아. 그래서 그런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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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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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사운드’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들도 있었다. 일단 팬들이 올린게 분명한 [우리 애들 미모봐 ㄷㄷㄷㄷ] 같은 글. [얘들은 여자 밴드인가?] 하는 글이나, 음악 관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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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분명한 것은, 긍정적인 반응이던 부정적인 반응이던 그 수가 적다는 것이었다. 정확한 수치로 말할 수는 없지만, 평균 정도에서 머무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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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 통과 가능할까? 이런 방식이면 솔직히 자신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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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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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평가도 붙긴 한다지만 기사를 보면 그 비중이 높은 것 같지 않다. 그리고 아무리 우리가 음악을 잘한다고 한들 영 안 좋은 시간에 안 좋은 지역에 걸려버리면 어떻게 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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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악조건을 극복하면 더 빛나는 법이지. 그런 것을 극복하는 게 오히려 더 드라마틱해서, 방송에 더 나올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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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아무튼 더 생각해봐야 소용이 없다. 다음 주면 예선 라이브가 시작되니, 연습만이 답인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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