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165 lines
11 KiB
Markdown
165 lines
11 KiB
Markdown
|
||
“잠시 쉬자. 10분까지 쉬고 와.”
|
||
|
||
그 말에 악기를 정리한 다음, 잠시 바깥으로 나가는 아이들. 그 후 명전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영 갈피를 못 잡고, 시무룩한… 요샛말로 하자면, ‘멘탈이 깨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아이들.
|
||
|
||
어쩔 수 없긴 했다. 아무리 사전에 명전에게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들, 몇 주 동안 해왔던 노력이 남의 이야기 한번에 물거품으로 돌아간다는 건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니까.
|
||
|
||
이삼십대, 아니 그를 넘어서 나이 먹을 만큼 먹은 사람들도 그걸 버티기가 힘들텐데 저 애들은 어떻겠는가.
|
||
|
||
‘그래도 좀 심한데.’
|
||
|
||
명전은 일주일 정도면 꽤나 아이들이 회복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주일 후에 본 아이들은 전혀 회복한 기색이 아니었다. 계속 우중충한 상태. 마음도 저 멀리 떠난 것 같아 보였다.
|
||
|
||
그렇게 고민하는 동안 하나둘씩 들어오는 아이들. 여전히 표정은 어둡다. 그 표정들을 보며 명전은 머리를 살짝 꼬았다.
|
||
|
||
“일주일 지나면 다들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
||
|
||
명전의 말에 움찔하는 아이들. 명전은 쓰게 웃었다.
|
||
|
||
“너희들에게 뭐라고 하는 게 아냐. 문제의 발단은 결국 나한테 있으니까. 하지만 지나치게 걱정을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
||
|
||
“아니, 어…”
|
||
|
||
입을 열려다 다시 닫는 이서. 명전은 계속 말을 해보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
||
|
||
“수연이 네 결정을 뭐 욕한다거나, 비난한다거나 그러려는 건 아닌데… 학폭 문제는 계속 따라다니는 거 아닐까? 지금 이 순간을 넘겨도, 결국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잖아.”
|
||
|
||
이서의 말에, 명전은 머리를 다시금 살짝 꼬았다. 명전의 계획대로라면, 학폭 문제는 어떻게든 깔끔하게 해결이 될 예정이었다.
|
||
|
||
하지만 어떻게 해결에 대한 믿음을 주는가.
|
||
|
||
명전의 머릿속에는 계획과 세부사항이 다 들어가 있지만, 다른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믿음을 줄 것인가.
|
||
|
||
“걱정하지 마. 올해 안에 내가 해결할 거니까.”
|
||
|
||
“그래도…”
|
||
|
||
“날 믿어. 네가, 아니 너희들이 생각하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테니까. 내가 어떻게든 해결할테니까, 너희들은 신경쓰지 마.”
|
||
|
||
명전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 반응에,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던 표정이 침착해지는 아이들.
|
||
|
||
이런 상황에서는, 뭐가 어떻고 저떻고 논리적으로 말하기보다는 강한 안심감을 주는 것이 중요한 법이다. 말이 길어지는게 안 좋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왔겠는가.
|
||
|
||
‘그보다 이 상황에서 연습을 해 봐야, 뭐 그다지 도움도 안 되겠군…’
|
||
|
||
그런 이유로, 명전은 일단 아이들의 기분을 풀어주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해보았다. 기분전환도 하고, 음악에 대해 다시 동기부여를 시킬 수 있는 방법.
|
||
|
||
과거를 되돌아보면…
|
||
|
||
‘마땅한 방법이 없네.’
|
||
|
||
소름돋는 현실에 명전은 입 안이 썼다. 그도 그럴 것이, ‘하수연’이라면 모를까 ‘서명전’은 그런 걸 알 리가 없었다. 그는 기분전환을 위해서 선택할 수 있는 게 유흥과 운동 밖에 없는 시대에 산 사람이란 말이다.
|
||
|
||
‘아니, 마땅한 방법이 있지 않을까? 분명 찾아보면 있을 거야.’
|
||
|
||
명전은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보았다. 아이들이 기분전환도 하고, 다시금 음악에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방법이라…
|
||
|
||
딱히 떠오르는 게 없어, 명전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렇다면, 결국 고금동서에 널리 적용되었던 고전의 방법을 사용할 수 밖에 없나.
|
||
|
||
“잠시만. 전화좀 하고 올게.”
|
||
|
||
명전은 빠르게 전화를 걸었다. 몇번 신호가 간 다음, 들려오는 목소리. 명전은 대답을 하면서 생각했다.
|
||
|
||
아무튼 일단 바쁘게 해주는 게 답이다. 바쁘면 그런 생각도 못 하니까.
|
||
|
||
* * *
|
||
|
||
며칠 뒤.
|
||
|
||
“잘 지냈어요?”
|
||
|
||
의례적인 휘석의 인사에, 명전은 잘 지내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휘석은 난감하다는 듯 쓴 웃음을 흘리다, 명전 앞의 의자에 앉았다.
|
||
|
||
“문제는 잘 해결됐나?”
|
||
|
||
“전혀요.”
|
||
|
||
휘석의 물음. ‘문제’라는 것은, 학교폭력 관련 건을 의미한다. 명전은 경연에서 자진사퇴 결정을 내린 직후, 바로 휘석에게 전화해 ‘메이킹 영상을 공개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
||
|
||
처음에는 전혀 납득을 하지 못하던 휘석이었지만 - 어디서 돈 받았냐고 물었었지 - 학교폭력 관련이라고 하니 바로 조용해졌었다. 요즘 워낙 시끄러우니.
|
||
|
||
“우리 쪽으로 오지 그래요. 우리가 다 해결해 줄 수 있는데.”
|
||
|
||
명전이 입을 열려는 찰나, 휘석이 말했다. 자신감 넘치게 말하고 있는 것을 보아,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휘석은 그걸 가능하다고 믿고 있는 듯 했다.
|
||
|
||
“괜찮습니다.”
|
||
|
||
하지만 명전은 그 제안을 거절했다.
|
||
|
||
물론 음반제작사, 나아가 기획사를 끼게 되면 일은 수월해진다. 휘석 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를 가도 마찬가지겠지. 어떤 식으로든 훌륭히 무마해줄 것이다.
|
||
|
||
그러나 그런 일들의 대가는 어떻게 될까? 그냥 우리 기획사에 들어와줘서 고마워요~ 하고 베풀어지는 은혜에 불과할까? 감사하게 받아들이면 될 문제일까?
|
||
|
||
아니다.
|
||
|
||
댓가 없는 호의는 없다는 것을, 명전은 이전 삶의 경험으로 잘 알았다. 학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회사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노예계약으로 묶일 수도 있고, 심지어 문제 해결을 도와주겠다고 해 놓고는 해결은 커녕 그냥 투어 뺑뺑이만 돌리다가 방치당할 수도 있다.
|
||
|
||
그렇기에 명전은,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기획사라든지 음반사라든지를 찾아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
||
|
||
“그럼 이렇게 보자고 한 거는, 진짜 그 건 때문인가? 주현 콘서트 세션 건.”
|
||
|
||
“네 맞습니다. 고려해주셨으면 좋겠는데요.”
|
||
|
||
휘석은 골치아프다는 듯 머리를 긁었다. 아무튼 이전의 문제는, 이사의 말도 있고 해서 어떻게든 해결이 됐다. 하지만 이 아이들이 콘서트 세션을 선다? 그건 좀 다른 문제 아닌가.
|
||
|
||
그러나 휘석은 얼마 전 이사가 그에게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걔들은 진짜 잡기만 하면 대박나는 애들이야. 무조건 잡아! 호의를 베풀어! 우리 없으면 아쉽게 만들어!” 였던가.
|
||
|
||
물론 휘석도 그 이야기에는 어느정도 동의하는 편이었다. 여고생 4명 밴드에, 실력까지 있다? 이건 실패하는 게 오히려 힘든 수준.
|
||
|
||
그리고 그건 휘석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전부 아는 사실이다.
|
||
|
||
최근 휘석이 “그룹 사운드라는 애들 연락처 알아?” 라고 넌지시 질문을 들은 적만 해도 몇번인가. 음반제작사나 연예기획사들이 ‘미소녀 밴드’와의 계약을 위해서 발에 땀이 나게 뛰고 있다는 것은,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일이었다.
|
||
|
||
‘그나마 아직까지는 우리 쪽에 우선권이 있긴 한데…’
|
||
|
||
연락처를 찾아 헤매는 다른 회사들과 달리, 휘석의 회사 [엔트라인]은 리더 하수연과의 끈이 이어져있는 상태. 그 탓에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며 계속 어필을 할 수 있었지만…
|
||
|
||
문제는 이 애들이, 정확하게 말하면 ‘하수연’이 휘석의 회사인 [엔트라인]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거였다.
|
||
|
||
‘뭐, 어쩌겠어. 이사가 웬만한 요구는 그냥 들어주라는데.’
|
||
|
||
휘석은 뭔가 더 해볼까 하다, 그냥 관뒀다. 뭐 윗 사람이 시키는 대로 해야지. 어쩌겠어.
|
||
|
||
“이사님하고 이야기해볼게요.”
|
||
|
||
* * *
|
||
|
||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어요 다들?”
|
||
|
||
간만에 본 주현과 아이들이 인사하는 사이, 명전은 주현 측 직원과 인사를 나누었다.
|
||
|
||
“조건은 좀 있다가 설명드리겠지만… 저희 팀장님이 말씀하신 그대로에요. 원래 주현 씨가 콘서트때 세션을 쓰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이사님이 갑자기 지시를 하셔서, 일단 들어나 보자는 이야기가 됐거든요.”
|
||
|
||
“네, 알고 있습니다.”
|
||
|
||
직원은 약간 못마땅한 기색으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콘서트 팀, 음향 팀에서 네거티브 - 본인 표현이었다! - 한 이야기가 나오면 바로 리젝. 두 팀에서 다 마음에 든다고 해도 가수가 영 아니라고 하면 리젝.
|
||
|
||
‘아무튼 뭔가 건덕지가 생기면 다 리젝이라는 거구만.’
|
||
|
||
휘석은 분명 이쪽 회사랑 이야기가 되었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건너건너 들은 이사의 이야기 또한 마찬가지였고. 하지만 현장의 판단은 다르다는 건가.
|
||
|
||
뭐, 당연한 일이라고 명전은 생각했다. 이 ‘주현’이라는 남성 가수는 꽤나 이름이 있는 모양이었으니까. 회사가 명령하면 아 네! 알겠습니다! 이러면서 제깍제깍 따르는 사람들은 신인밖에 없다. 어느정도 머리가 굵어지면 말을 안 듣는 게 당연한 법이다.
|
||
|
||
“저희 조건은 여기까지구요. 만약 세션 테스트를 받아들이실거라면 아까 알려드린 날짜까지 답변 말해주시고, 곡 준비해오시면 됩니다. 악보라던가 뭐 그런 건 드릴게요.”
|
||
|
||
그녀의 말에, 생각에 잠긴 듯 보이는 4명의 여고생. 그녀는 속으로 한숨을 푹 쉬었다.
|
||
|
||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하여튼 이사고 사장이고 뭐 간부진이라는 놈들이 도대체가 도움이 안 돼. 콘서트 준비하기도 바쁜데, 난데없이 전화 걸어와서 “주현 콘서트에 세션 써 줘야 할 것 같은데 가능한가? 검토 좀 해봐.” 라니.
|
||
|
||
물론 MR이 아니라 밴드로 라이브를 하면 사운드가 전반적으로 더 생동감있게 나온다는 것은, 그녀도 잘 아는 일이었다.
|
||
|
||
또한 여고생 4명으로 이루어진 밴드가 주현의 세션을 서면, 화제가 될 것이 분명하다는 것 또한 그녀도 잘 아는 일이었다.
|
||
|
||
하지만 이 콘서트가 누구의 콘서트인가. ‘주현’의 콘서트 아닌가. 왜 자꾸 곁다리에 집중을 하고 있냐고. 가수 본인은 그냥저냥 지원 해주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왜 이상한 걸로 자꾸 뽑아먹으려고 하는지…
|
||
|
||
“해 볼게요.”
|
||
|
||
“아니, 답은 이메일로 주세요. 일이잖아요. 문서로 남겨야지.”
|
||
|
||
리더로 보이는 아이의 대답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퉁명스러운 대답을 했다. 옆에서 그녀를 툭 치는 주현의 행동에 정신을 살짝 차린 직원.
|
||
|
||
‘근데 어쩔 수 없는 거 아냐?’
|
||
|
||
이 애들이 잘못한 게 없다는 건 그녀도 알았다. 하지만 미운 걸 어떻게 하는가. 저 애들은 그냥 제안을 했을 뿐이겠지. 하지만 저 애들의 제안이 없었다면 이런 시간낭비 또한 없었을 텐데 말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