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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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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쉬자. 10분까지 쉬고 와.”

그 말에 악기를 정리한 다음, 잠시 바깥으로 나가는 아이들. 그 후 명전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영 갈피를 못 잡고, 시무룩한… 요샛말로 하자면, ‘멘탈이 깨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아이들.

어쩔 수 없긴 했다. 아무리 사전에 명전에게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들, 몇 주 동안 해왔던 노력이 남의 이야기 한번에 물거품으로 돌아간다는 건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니까.

이삼십대, 아니 그를 넘어서 나이 먹을 만큼 먹은 사람들도 그걸 버티기가 힘들텐데 저 애들은 어떻겠는가.

‘그래도 좀 심한데.

명전은 일주일 정도면 꽤나 아이들이 회복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주일 후에 본 아이들은 전혀 회복한 기색이 아니었다. 계속 우중충한 상태. 마음도 저 멀리 떠난 것 같아 보였다.

그렇게 고민하는 동안 하나둘씩 들어오는 아이들. 여전히 표정은 어둡다. 그 표정들을 보며 명전은 머리를 살짝 꼬았다.

“일주일 지나면 다들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명전의 말에 움찔하는 아이들. 명전은 쓰게 웃었다.

“너희들에게 뭐라고 하는 게 아냐. 문제의 발단은 결국 나한테 있으니까. 하지만 지나치게 걱정을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니, 어…”

입을 열려다 다시 닫는 이서. 명전은 계속 말을 해보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수연이 네 결정을 뭐 욕한다거나, 비난한다거나 그러려는 건 아닌데… 학폭 문제는 계속 따라다니는 거 아닐까? 지금 이 순간을 넘겨도, 결국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잖아.”

이서의 말에, 명전은 머리를 다시금 살짝 꼬았다. 명전의 계획대로라면, 학폭 문제는 어떻게든 깔끔하게 해결이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해결에 대한 믿음을 주는가.

명전의 머릿속에는 계획과 세부사항이 다 들어가 있지만, 다른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믿음을 줄 것인가.

“걱정하지 마. 올해 안에 내가 해결할 거니까.”

“그래도…”

“날 믿어. 네가, 아니 너희들이 생각하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테니까. 내가 어떻게든 해결할테니까, 너희들은 신경쓰지 마.”

명전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 반응에,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던 표정이 침착해지는 아이들.

이런 상황에서는, 뭐가 어떻고 저떻고 논리적으로 말하기보다는 강한 안심감을 주는 것이 중요한 법이다. 말이 길어지는게 안 좋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왔겠는가.

‘그보다 이 상황에서 연습을 해 봐야, 뭐 그다지 도움도 안 되겠군…’

그런 이유로, 명전은 일단 아이들의 기분을 풀어주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해보았다. 기분전환도 하고, 음악에 대해 다시 동기부여를 시킬 수 있는 방법.

과거를 되돌아보면…

‘마땅한 방법이 없네.

소름돋는 현실에 명전은 입 안이 썼다. 그도 그럴 것이, ‘하수연’이라면 모를까 ‘서명전’은 그런 걸 알 리가 없었다. 그는 기분전환을 위해서 선택할 수 있는 게 유흥과 운동 밖에 없는 시대에 산 사람이란 말이다.

‘아니, 마땅한 방법이 있지 않을까? 분명 찾아보면 있을 거야.

명전은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보았다. 아이들이 기분전환도 하고, 다시금 음악에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방법이라…

딱히 떠오르는 게 없어, 명전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렇다면, 결국 고금동서에 널리 적용되었던 고전의 방법을 사용할 수 밖에 없나.

“잠시만. 전화좀 하고 올게.”

명전은 빠르게 전화를 걸었다. 몇번 신호가 간 다음, 들려오는 목소리. 명전은 대답을 하면서 생각했다.

아무튼 일단 바쁘게 해주는 게 답이다. 바쁘면 그런 생각도 못 하니까.


며칠 뒤.

“잘 지냈어요?”

의례적인 휘석의 인사에, 명전은 잘 지내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휘석은 난감하다는 듯 쓴 웃음을 흘리다, 명전 앞의 의자에 앉았다.

“문제는 잘 해결됐나?”

“전혀요.”

휘석의 물음. ‘문제’라는 것은, 학교폭력 관련 건을 의미한다. 명전은 경연에서 자진사퇴 결정을 내린 직후, 바로 휘석에게 전화해 ‘메이킹 영상을 공개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전혀 납득을 하지 못하던 휘석이었지만 - 어디서 돈 받았냐고 물었었지 - 학교폭력 관련이라고 하니 바로 조용해졌었다. 요즘 워낙 시끄러우니.

“우리 쪽으로 오지 그래요. 우리가 다 해결해 줄 수 있는데.”

명전이 입을 열려는 찰나, 휘석이 말했다. 자신감 넘치게 말하고 있는 것을 보아,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휘석은 그걸 가능하다고 믿고 있는 듯 했다.

“괜찮습니다.”

하지만 명전은 그 제안을 거절했다.

물론 음반제작사, 나아가 기획사를 끼게 되면 일은 수월해진다. 휘석 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를 가도 마찬가지겠지. 어떤 식으로든 훌륭히 무마해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들의 대가는 어떻게 될까? 그냥 우리 기획사에 들어와줘서 고마워요~ 하고 베풀어지는 은혜에 불과할까? 감사하게 받아들이면 될 문제일까?

아니다.

댓가 없는 호의는 없다는 것을, 명전은 이전 삶의 경험으로 잘 알았다. 학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회사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노예계약으로 묶일 수도 있고, 심지어 문제 해결을 도와주겠다고 해 놓고는 해결은 커녕 그냥 투어 뺑뺑이만 돌리다가 방치당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명전은,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기획사라든지 음반사라든지를 찾아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럼 이렇게 보자고 한 거는, 진짜 그 건 때문인가? 주현 콘서트 세션 건.”

“네 맞습니다. 고려해주셨으면 좋겠는데요.”

휘석은 골치아프다는 듯 머리를 긁었다. 아무튼 이전의 문제는, 이사의 말도 있고 해서 어떻게든 해결이 됐다. 하지만 이 아이들이 콘서트 세션을 선다? 그건 좀 다른 문제 아닌가.

그러나 휘석은 얼마 전 이사가 그에게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걔들은 진짜 잡기만 하면 대박나는 애들이야. 무조건 잡아! 호의를 베풀어! 우리 없으면 아쉽게 만들어!” 였던가.

물론 휘석도 그 이야기에는 어느정도 동의하는 편이었다. 여고생 4명 밴드에, 실력까지 있다? 이건 실패하는 게 오히려 힘든 수준.

그리고 그건 휘석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전부 아는 사실이다.

최근 휘석이 “그룹 사운드라는 애들 연락처 알아?” 라고 넌지시 질문을 들은 적만 해도 몇번인가. 음반제작사나 연예기획사들이 ‘미소녀 밴드’와의 계약을 위해서 발에 땀이 나게 뛰고 있다는 것은,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일이었다.

‘그나마 아직까지는 우리 쪽에 우선권이 있긴 한데…’

연락처를 찾아 헤매는 다른 회사들과 달리, 휘석의 회사 [엔트라인]은 리더 하수연과의 끈이 이어져있는 상태. 그 탓에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며 계속 어필을 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이 애들이, 정확하게 말하면 ‘하수연’이 휘석의 회사인 [엔트라인]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거였다.

‘뭐, 어쩌겠어. 이사가 웬만한 요구는 그냥 들어주라는데.

휘석은 뭔가 더 해볼까 하다, 그냥 관뒀다. 뭐 윗 사람이 시키는 대로 해야지. 어쩌겠어.

“이사님하고 이야기해볼게요.”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어요 다들?”

간만에 본 주현과 아이들이 인사하는 사이, 명전은 주현 측 직원과 인사를 나누었다.

“조건은 좀 있다가 설명드리겠지만… 저희 팀장님이 말씀하신 그대로에요. 원래 주현 씨가 콘서트때 세션을 쓰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이사님이 갑자기 지시를 하셔서, 일단 들어나 보자는 이야기가 됐거든요.”

“네, 알고 있습니다.”

직원은 약간 못마땅한 기색으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콘서트 팀, 음향 팀에서 네거티브 - 본인 표현이었다! - 한 이야기가 나오면 바로 리젝. 두 팀에서 다 마음에 든다고 해도 가수가 영 아니라고 하면 리젝.

‘아무튼 뭔가 건덕지가 생기면 다 리젝이라는 거구만.

휘석은 분명 이쪽 회사랑 이야기가 되었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건너건너 들은 이사의 이야기 또한 마찬가지였고. 하지만 현장의 판단은 다르다는 건가.

뭐, 당연한 일이라고 명전은 생각했다. 이 ‘주현’이라는 남성 가수는 꽤나 이름이 있는 모양이었으니까. 회사가 명령하면 아 네! 알겠습니다! 이러면서 제깍제깍 따르는 사람들은 신인밖에 없다. 어느정도 머리가 굵어지면 말을 안 듣는 게 당연한 법이다.

“저희 조건은 여기까지구요. 만약 세션 테스트를 받아들이실거라면 아까 알려드린 날짜까지 답변 말해주시고, 곡 준비해오시면 됩니다. 악보라던가 뭐 그런 건 드릴게요.”

그녀의 말에, 생각에 잠긴 듯 보이는 4명의 여고생. 그녀는 속으로 한숨을 푹 쉬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하여튼 이사고 사장이고 뭐 간부진이라는 놈들이 도대체가 도움이 안 돼. 콘서트 준비하기도 바쁜데, 난데없이 전화 걸어와서 “주현 콘서트에 세션 써 줘야 할 것 같은데 가능한가? 검토 좀 해봐.” 라니.

물론 MR이 아니라 밴드로 라이브를 하면 사운드가 전반적으로 더 생동감있게 나온다는 것은, 그녀도 잘 아는 일이었다.

또한 여고생 4명으로 이루어진 밴드가 주현의 세션을 서면, 화제가 될 것이 분명하다는 것 또한 그녀도 잘 아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 콘서트가 누구의 콘서트인가. ‘주현’의 콘서트 아닌가. 왜 자꾸 곁다리에 집중을 하고 있냐고. 가수 본인은 그냥저냥 지원 해주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왜 이상한 걸로 자꾸 뽑아먹으려고 하는지…

“해 볼게요.”

“아니, 답은 이메일로 주세요. 일이잖아요. 문서로 남겨야지.”

리더로 보이는 아이의 대답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퉁명스러운 대답을 했다. 옆에서 그녀를 툭 치는 주현의 행동에 정신을 살짝 차린 직원.

‘근데 어쩔 수 없는 거 아냐?

이 애들이 잘못한 게 없다는 건 그녀도 알았다. 하지만 미운 걸 어떻게 하는가. 저 애들은 그냥 제안을 했을 뿐이겠지. 하지만 저 애들의 제안이 없었다면 이런 시간낭비 또한 없었을 텐데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