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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문제든,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상황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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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인식 전에 해결부터 하려고 하면 제대로 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 못이 필요한 곳에 나사를 박고, 나사가 필요한 곳에 못을 박는다던가 하는 그런 일이 발생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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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명전이 처한 문제는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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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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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눈 앞에 다가온 위기. ‘하수연’의 좋지 않은 과거… 에 대해 떠도는 소문을 심사위원들에게 누군가 흘렸다. 그 때문에, 심사위원들은 명전이 해명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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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기를 넘어가는 것은, 매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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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소문을 주워들었다’ 라는 이야기를 할 뿐, 실제 근거도 없고 증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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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하거나, 혹은 그런 일이 있었다 하더라도… 명전이 이때까지 해왔던 일들을 공개하고, ‘나는 이만큼 반성하고 있다’ 라고 이야기하면 된다. 어차피 지금 제보가 들어온 것은 소문에 불과하니, 그 정도만 해도 주최측도 납득을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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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세상 일이 그렇게 쉽게 돌아갔다면, 지구가 이모양 이꼴이지도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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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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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 있을 위기. 명전이 오디션 등 방송가에 발을 들이며 활동을 시작할 때, 언제인지는 모르나 ‘무조건’ 찾아올 수 밖에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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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연’의 과거를 정리하기 위해서 부지런히 돌아다녔던 명전도 건드릴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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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성주희’의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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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어떻게 돌아갔냐는 사실 상관 없어. 그 애가 입을 열게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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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도 술 같이 먹었고 담배도 같이 폈고 삥도 뜯었대요!! 라고 말해봐야 소용없다. 일단 자극적인 이야기부터 터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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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신생 밴드 보컬 학교폭력 논란?’ 같은 기사들부터 시작해서, 명전이 해명을 할 때까지… 아니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논란이니 논쟁이니 하면서 뷰 수를 뽑아먹으려고 난리를 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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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성주희’의 존재 때문에, 명전은 정말 수도 없이 고민을 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어떻게 포지션을 가져가야 하나? 아니 그 전에, 대응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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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를 하고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다른 아이들과 달리, ‘성주희’는 ‘하수연’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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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준다? 합의를 한다? 들리는 이야기로 보자면, 합의를 해도 깨고 ‘하수연’을 엿먹이기 위해 입을 열 사람이 성주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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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명전은 정공법으로 대응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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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의 사과를 등에 업고, ‘어차피 너도 술 먹고 다른 사람 삥 뜯었잖아!’ 라고 몰아치는 방법. 그 과정에 생기는 이미지의 하락은, “본토 락 밴드는 다 이렇다” 라고 하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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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방금 전 이야기를 듣기 직전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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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직접 이야기를 안 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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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의 되물음에, 심사위원들은 아차 하는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다시 표정을 수습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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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쪽 밴… 아니, 뭐, 아무튼 직접적인 피해자분이… 네.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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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했는지 튀어나오는 말실수. 좋다. 밴드가 제보를 했고, 피해자는 없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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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만약 소명을 포기하게 된다면, 어떻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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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의 말에, 잠시 의견을 나누는 심사위원들. 스태프와 몇마디 말을 하더니, 담당자와 감독까지 들어와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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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아. 그만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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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시간이 생긴 틈에, 이서가 살짝 불안한 눈치로 질문을 던져왔다. 명전은 쓴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고는, 생각에 다시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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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제. 여기서 소명을 하고 그게 받아들여져서 잘 풀린다고 하더라도, 그 다음에는 분명 성주희가 나타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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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성주희가 나타난다면, 아마 밴드 파이오니어 당시에 했던 해명들까지도 싸잡아서 거짓말 취급 당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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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일이다. 물론 거짓말인 것 또한 밝혀지겠지. 하지만 그 때는, 이미 이미지가 추락한 상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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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성주희가 나타나지 않아, 명전의 말에 반박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학교폭력 의혹’은 맴돌고 있는 상황. 여론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고, 그에게 증언을 해줄 사람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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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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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도 아직 내부 결정을 내린 것은 없습니다. 촬영 도중에 들은 이야기라서요. 그래도 아마 포기했다고 하는 걸로 끝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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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회의가 끝난 듯, 답변을 하는 심사위원. 명전은 짧게 숨을 내쉰 다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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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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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상황에서는 한번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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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이 그에게 우호적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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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망받는 기타리스트’이자, ‘앞으로가 기대되는 밴드’이며, ‘아까운 인재’ 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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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명전의 이미지가 괜찮으며, '공식적으로' 뭔가 말하지 않아 트집이 잡히지 않을 시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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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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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저희가 그만둔 사유는 말하지 않는 것과, TOP 6 영상은 공개해주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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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다시 또 회의를 하기 시작하는 심사위원. 잠시 기다리자, 그 정도는 해주겠다는 답변을 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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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이 고개를 끄덕이자, 살짝 소강상태가 된 분위기. 그는 침울한 표정인 아이들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 아이들에게는 미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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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너무 침울해하지 마라. 걱정하지도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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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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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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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그렇게 위로해주는 동안, 파장이 된 분위기 속에서 심사위원 한명이 다가왔다. 유명 락 밴드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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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학교폭력 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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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지금부터 시작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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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다가올 ‘성주희’의 위협을 이겨내고, 논란 자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요샛말로 말하자면, ‘빌드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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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전에 말했던 것처럼, 기억을 잃기 전 일이라 잘 기억은 안 나요. 그래도 저는 최대한 성실히, 이전의 제가 했던 일들에 대해서 사과를 하고 다녔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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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런데 왜 이런 소문이 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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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살짝 힐난하는 듯한 질문에… 상당히 착잡한, 그러면서도 분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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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제 생각에는 아마… 어렴풋이 도는 기억이지만, 예전에 애들한테 삥 뜯고 다니는 선배와 싸운 적이 있거든요. 아마 그 선배가 퍼트린 게 아닐까 생각을 해요. 애들 삥 뜯는 거 보고 저랑 싸웠는데, 그때 이후로 눈만 뜨면 제 욕을 한다고 하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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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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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의 계획을 거칠게 요약하면 이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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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재 명전과 ‘그룹 사운드’ 밴드는 꽤나 촉망받는 상태이다. OST 녹음도 했고, 밴드 파이오니어 본선에도 올라가고, 파라독스에도 출연하는 등의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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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런 상황에서 밴드 파이오니어를 그만두면, 다들 ‘그룹 사운드’에 무슨 일이 있나 궁금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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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파이오니어를 그만두고도, 활동은 계속 정상적으로 한다. 그럼 왜 그만두었냐는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생길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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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들을 상대로 밑바닥부터 여론전을 벌인다. 친구들의 동정심을 자극하고, 팬들에게도 은근히 암시를 뿌린다. 그럼으로써 ‘성주희’가 나타나기 전 미리 신뢰도를 낮춰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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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렇게 되면 이후 오디션이나 다른 방송을 참가하고, 성주희가 나타나 증언을 한다 해도… 이미 저 시기때 만들어놓은 팬층과 친구들이 성주희의 신뢰도를 초반부터 박살내는 증언을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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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계획이라기보다는 곡예에 가깝다. ‘그룹 사운드’라는 밴드가 밴드 파이오니어를 그만두었다! 같은 것은 이혜인 씨 집에서나 이슈가 될 일이지,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이슈가 될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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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명전이 가만히 있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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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푸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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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간 전 업로드 | 조회수 25,02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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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그런 생각도 해요. 내가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구나. 그리고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도 있구나. 억울한 일이 있어도 받아들여야 하는구나. 뭐… 원래 다 그런 거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다니긴 했는데. 그래도 약간 좀 북받치는 건 어쩔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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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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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 왜그래요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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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일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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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밴드 파이오니어 하시다가 갑자기 그만두셨는데 뭐 안 좋은 일 때문인 거 같음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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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헐 노래 개좋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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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질문 하나만 읽고 자러 갈게요. 주현님! OST 밴드는 언제 소개해 주세요? 아… 그거 좀 어, 좀 약간 안타까운 일이 생겨서. 당장 공개는 힘들 것 같아요. 솔직히 엄청 기대했거든요. 그 친구들 너무 잘 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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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헐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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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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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그 밴드 알거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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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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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ㅍㅍ픂ㅍㅍㅍㅍㅍㅍ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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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헉 밴드 누구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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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도 막 그 친구들 이름 이야기하고 다니지는 않는데, 어떻게 소문이 막 돌더라고요. 제 친구들도 ‘야 너 그 OST 누구누구랑 작업한 거 맞지?’ 물어보던데. 그래도 머지 않아 어떻게든 그 친구들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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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하던 그 밴드 심사 프로, 뭐 누구 그만뒀다며? 명전 선생님 제자라고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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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그거 사연 내가 들어봤는데. 진짜 안타깝더라. 그 친구가 명전 선생님 제자잖아? 그런데 약간 그 좀 일진처럼 살던 앤데, 명전 선생님 만나고 기타 배우면서 이제 막 개과천선 하고 있었나봐. 그런데 선생님 돌아가시고, 본인도 충격받아서 사고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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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수연이 소문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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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거. 흐흫흐… 솔직히 좀 꼬시다 싶긴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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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는 걔가 얼마나 사과하고 다녔는지 알면서도 그런 이야기를 하냐? 이야기 들어보니까 예전 기억은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하더만. 그런데도 막 사과를 하고 다니던 애한테 그런 말 할 생각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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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밴드 파이오니어] 그룹 사운드 | TOP 6 온라인 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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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노래 개좋은데 왜 그만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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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프에서 보고싶어요 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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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 사정이라는데 후 그 개인사정 정말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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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리스트 안좋은 소문 있다던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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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아니 그 안좋은 소문 좀 나도 압시다 씨빨 도대체 뭔 소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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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유언비어 퍼트리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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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ㅋㅋㅋㅋ 종로구 고등학교인지 뭔지 이야기 나오던데 내 동생이 종로구 고딩인데 그 애 이야기 들어보니까 이제 완전 개과천선 했다던데? 막 선배가 삥뜯는 거 보고 덤볐다는 이야기도 있고 그러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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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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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미친 의적 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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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그야말로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서 물밑 여론 작업에 들어갔다. 자신의 유튜브, 세션 인맥, 친구들, 그 외 기타 등등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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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전의 단점은, 맞붙는 세력이 있을 때 사람들이 피곤해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와 흥미로운 이야기인데?’ 하다가도 계속 이야기가 오가면서 오락가락하다보면 ‘아니 그래서 뭐 어쩌자는 거야’ 싶게 된다. 그러다 보면 이제 이야기에 흥미를 잃고, 피곤하다는 말을 하며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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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런 ‘관심을 끄는’ 것을 노리는 여론전도 있다. 이슈를 계속 만들고 여론을 들끓게 해서 결국 “아니 둘 다 잘못했네!” 이러고 말게 함으로써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그런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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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 명전의 손에서 행해지는 여론전은, 두 쪽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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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격을 할 ‘성주희’는 돌아가는 상황 자체를 모르고 있고, ‘소문’을 심사위원 귀에 들어가게 한 밴드는 밴드 파이오니어에서 그들을 탈락시켰으니 별 생각 없이 만족하고 있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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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무주공산인 상태에서, 명전이 일으킨 ‘여론’은 그야말로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었다. 밴드니 음악이니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조금씩이나마 ‘그룹 사운드’에 대해서 들어보았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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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명전은 그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들은 더 큰 주목이 필요했다. ‘그룹 사운드’가 직접적으로 어필되지는 않지만, 관심 자체는 받을 수 있는 그런 성격의 주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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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명전은, 전화를 한통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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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주현입니다. 아 네 이사님. 네? 어… 걔들이요? 네. 제 콘서트에 세션을 설 수도 있다고요? 그 애들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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