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14 KiB
아이스크림과 에그타르트.
각기 다른 두 디저트의 조합.
캐서린의 제안은 별로 특이할 것은 없었다.
특히 아이스크림에 뭔가를 곁들여 먹는 것은 전생에 흔했으니까.
차가운 아이스크림에 뜨거운 에스프레소를 부어 먹는 아포가토.
각양각색의 과자와 생과일과 절인 과일, 생크림을 곁들인 파르페.
비스킷, 쿠키 혹은 빵 두 장 사이에 끼워 넣은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그뿐만 아니라 아라모드(a la mode)라는 특정한 메뉴의 명칭 없이 디저트에 아이스크림을 곁들이는 디저트를 총칭하는 단어 또한 있었다.
그렇게 전생에 흔하디흔한 아이스크림에 디저트를 곁들인다는 미친 조합을 까먹고 있었을 줄이야.
칼을 뽑은 김에 무라도 썬다고.
카렘은 곧바로 조금 식었지만, 아직 김이 올라오는 에그타르트를 접시에 담았다.
그리고 재빨리 아이스크림을 원형으로 조금 작게 성형.
타르트의 움푹 들어간 필링에 쏙 얹었다.
뜨거운 에그타르트와 차가운 바닐라 아이스크림.
두 상반된 온도가 만나자 타르트와 직접 닿은 부분의 아이스크림이 조금씩 빠르게 녹기 시작했다.
뜨거운 타르트와 만나 녹은 아이스크림이 고인 접촉면.
떨어질 듯 말듯 흘러내리던 아이스크림.
이내 한계를 맞이하고 한, 두 줄기씩 타르트 시트를 타고 천천히 흘러내렸다.
그렇게 녹은 아이스크림은 타르트 시트에 흡수되면서 접시 바닥에 닿았고, 몇 방울씩 조그맣게 고이기 시작했다.
불과 몇 초 만에 벌어진 광경.
하지만 캐서린이 디저트를 사랑하는 한 명의 여자로 돌아오기에는 충분한 시간.
고용주의 뜨거운 갈망을 느낀 카렘은 재빨리 에그타르트 아라모드에 작은 숟가락을 가져갔다.
밀도 높게 얼었던 아이스크림은 그 짧은 시간 동안 타르트의 열기를 받아 생크림처럼 부드럽게 잘렸고, 그 밑에 깔려있던 에그타르트의 필링은 말할 것도 없었으며 타르트 시트 또한 마찬가지.
그걸 담은 숟가락이 가까이 오자 오랜 시간과 실험으로 단련된 캐서린의 코는 이전과는 다른 변화구를 감지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온도에 따라 냄새는 억제되고 활성화되기 마련.
이는 단순한 에그타르트와 아이스크림의 조화에도 당연히 적용되었다.
겨울에 피는 꽃이 봄이 되어 시들기 직전.
바람을 타고 향기로운 냄새를 흩뿌리는 것처럼 향긋한 바닐라 냄새가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전의 오븐에서 갓 나온 버터의 향기와 함께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오던 냄새와는 방향성이 다른 부드러운 냄새가 그녀의 안쪽을 쓰다듬었다.
...꿀꺽.
시각과 후각은 충분히 만족.
그렇다면 이제 미각, 그리고 촉각의 차례.
하읍. 캐서린은 에그타르트 아라모드를 입에 담았다.
그리고 과연 두 디저트의 조화는 캐서린이 예상한 그대로의 맛이었다.
아직 뜨거운 에그타르트와 차가운 아이스크림.
양 끝에 선 상반된 온도 사이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촉감은 평소에 먹었던 에그타르트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부드럽게 녹은 아이스크림을 한껏 먹어 버터향 가득한 타르트 시트는 파도에 닿은 모래성처럼 빠르게 바스러졌다.
그렇게 드러난 에그타르트의 부들부들한 커스터드 필링의 결과 틈 사이에 녹은 아이스크림이 파고들어 혀로 뭉갤 때마다 부드러운 감촉과 맛을 더하고 있었다.
거기에 이제 막 녹을 예정인.
미처 녹지 않은 차가운 아이스크림이 곁들여지고, 다시 부드러운 맛과 바닐라의 향이 은은하게 퍼지기를 반복.
입안에 내용물이 사라질 때까지 끊임없이 과정을 반복했다.
"허, 두 개를 같이 먹는 게 그렇게까지 맛있습니까?"
고든은 아이스크림을 큼직하게 퍼먹고 숟가락을 물었다.
"오, 그나저나 이 아이스크림이라고 한 물건은 괜찮은데."
"그래. 마치, 아니 설명은 됐다. 용병. 네가 직접 먹어보고 평가해봐라. 아, 그전에 한 번 더."
캐서린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작게 두드리며 재촉했다.
"고든 잠시만요. 바로 해-"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닌데 내가 직접 하지. 넌 일하고 있어."
아이스크림을 큼직하게 퍼 올린 고든은 그대로 에그타르트에 잼을 바르는 것처럼 펴 바르며 눌러 담았다.
그 압력에 타르트 그릇이 깨졌다.
하지만 고든은 신경 쓰지 않고 한입에 털어 넣었다.
와작와작와작.
까놓고 말해서 맛있는 것이 당연했다.
그리즐리 비버에서 채취한 바닐라의 달콤하고 진하지만 은은한 향은 에그타르트와 당연히 잘 어울렸다.
크림을 듬뿍 넣어서 만든 아이스크림도 마찬가지.
마법으로 얼려 만든 부드러운 크림이라는 사치스럽고 능력을 한없이 낭비한 결과물은 고든도 먹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극적인 맛은 아닌 것 같은데."
하지만 같이 먹는다고 하면, 굳이?
라는 생각을 담아 고든은 아리송하게 말했다.
"바닐라 향이 나는 디저트에 바닐라 향이 나는 디저트를 또 곁들여서 먹기보다는 뭔가 다른 걸 곁들이는 편은 어때? 제법 괜찮은 생각인 거 같은데."
"계피를 잔뜩 넣은 사과 파이라던가요?"
"오, 그래. 기왕이면 덜 익어서 새콤한 맛이 강한 사과로 만든 파이를 곁들이는 거야."
"달콤하고 새콤하고. 거기에 파이랑 사과의 식감을 더하면 확실히"
카렘은 아라모드 하나를 해치운 캐서린에게 다시 아라모드를 만들어 먹였다.
고든의 말은 매우 정확했다.
카렘은 캐서린이 맛을 음미하는 사이 재빨리 에그타르트 하나를 한입에 머금었다.
‘음, 맛은 있는데...’
엄연히 따지자면 실패작이다.
처음 카렘이 계획한 에그타르트는 포르투갈식이었다.
그리고 포르투갈식 에그타르트는 바삭한 페이스트리 그릇이 기본.
하지만 역시나 어디선가 실수했는지 페이스트리는커녕 결과물은 잘 바스러지는 촉촉한 쿠키 혹은 부숴서 굳힌 쇼트케이크같은 감촉으로 구워졌다.
분명 옛날보다는 제빵 실력이 늘긴 했지만, 여전히 제과 제빵은 카렘에게 어려웠다.
바삭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찰나에 불과했다.
따지고 들어가면 부드러운 편에 속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식감이 부족했다.
그런 상황에서 고든의 말은 부드러운 달콤함과 부드러운 달콤함의 이중주라서 맛이 심심하다는 뜻.
단맛을 한층 더 이끌어줄 맛.
요컨대 새콤씁쓸한 맛과 촉감을 자극하는 식감이 있으면 좋겠다는 피드백이었다.
"뭐, 지금 시간의 간식은 이것뿐이니 다음 기회에."
"그건 조금 아쉬운데?"
"아니, 다른 건 몰라도 제빵은 영 어렵단 말이죠. 제과도 그렇고"
"음? 조금 들었던 소문과는 영 다른데?"
"예? 소문 말이요?"
그건 또 무슨 말인가 싶었던 카렘은 고든에게 그대로 되물었다.
그리고 고든은 블랙우드 마을에서 틈틈히 들었던 카렘의 소문을 그대로 되풀이했다.
윈터홈의 총주방장에 비견되는 천재 요리사.
독초를 식용으로 끌어내려 남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즐기는 소년.
아도비스 신왕의 대리인조차 감탄하고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는-
"우와아아아아."
카렘의 얼굴은 그 상태 그대로 썩어들어갔다.
아니, 하나하나 짚어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총주방장 지그메서와 교류회를 종종 열어 요리사들로부터는 사실상 동등한 취급을 받았고, 불마손 관련 이야기도 팩트.
거기다 얼마면 고용되어 줄 거냐며 아도비스의 사절 네파네크가 질척거리는 것을 본 이들도 한둘은 아니었다.
사실상 당시 환영단의 모두가 봤다고 해도 무방했다.
하지만 중간에 설명이 하나씩 끼어들어 소문이 너무 과장됐달까.
게다가 남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즐긴다니.
이건 또 무슨 어디서부터 비롯된 소문이란 말인가.
물론 카렘은 나이에 맞지 않은 실력과 시대에 맞지 않은 레시피를 얼버무리려고 쪽팔림을 무릅쓰고 난 천재라며 말하고 다녔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견디기 힘들었다.
하다못해 그냥 놀리는 거라면 무시라도 할 수 있겠지.
고든의 말에는 순수한 감탄의 비율이 놀림보다 많아 카렘은 도무지 흘려듣기도 힘들었다.
카렘은 얼굴을 양손에 묻었다.
"으허어어어어어어-"
"흠, 꼬마. 뭐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캐서린은 카렘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 마음 다 안다는 듯 달관한 자의 미소를 지으며 허허롭게 웃었다.
"그 소문 아마 못해도 몇 년은 갈 거니까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어라. 내가 당해봐서 그건 장담할 수 있다"
"하나도 위로가 안됩니다아아아아악."
"오, 아주 정확한 발언이로군."
"네?"
"방금 한 말은 위로가 아니었거든."
카렘은 손바닥에 파묻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자세히 보니 캐서린의 미소와 눈빛은 달관한 자의 그것이 아닌, 먼저 당해본 자가 심정을 이해하는 그런 눈빛이었다.
"보통 사람은 그런 위업은 자랑하기 마련인데. 꼬마 네놈은 생각보다 감성이 나와 비슷한 거 같구나."
"그거 좋은 소리죠?"
"글쎄?"
캐서린은 어깨를 으쓱하며 카렘이 내미는 타르트 아라모드를 받아먹었다.
"네가 나랑 비슷한 감성이라면 미래를 기대해라."
"어, 그거는 별로 좋은 소리가 아닌 것 같은데요."
"앞으로 너도 뭐만 하면 소문에 시달릴 테니까."
"네? 제가요? 왜요?"
"허. 이봐. 용병."
캐서린은 타르트에 아이스크림을 바르는 중이던 고든을 불렀다.
"네가 보더스터를 떠나 아이스랜드에 올라온 지 얼마나 됐지?"
"흠. 깊게 생각해보진 않아서. 아마 한 달쯤 됐을걸요?"
"꼬마의 소문을 들은 건?"
"여기 마을에서 조금 발품 파니까 바로 알겠던데요?"
고든은 그러고는 타르트를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한입에 넣었다.
"대충 그 정도만 해도 좀 사는 사람들이 좀 과장되기는 했어도 세 가지는 알던데-"
"아아, 말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아."
카렘은 이런 일을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소문이 크게 날 줄이야.
하지만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
옆 동네 대장장이 이름은 몰라도 옆 동네 이름도 모르는 영주님의 하반신 사정은 알 정도로 정보에 목이 마른 것이 바로 사람.
하물며 교통이 편리하지 않으니 새로운 정보에 대한 갈망 또한 그만큼 컸다.
당연히 카렘의 이름은 몰라도, 그 업적을 좀 과장되었거나 편파적이겠지만 적어도 한 번쯤 좀 사는 사람이라면 들어볼 수밖에 없었다.
아이스랜드 중산층 이상의 식문화가 뒤집히고 있는데 모를 수가 있나.
물론 그 밑으로는 아직이지만, 불마손이 퍼지고 있으니 그것도 이제 곧이었다.
카렘이 좀 자주 집 밖을 나왔다면 금방 알아차렸을 일이었을 일이다.
"아 몰라 될 대로 되라지."
"오, 그거 좀 그리운 반응이군."
"네? 뭐가 말입니까."
"누가 처음 내 업적을 칭송하는 말을 들었을 때 딱 그런 반응이었지."
오랜만에 옛 기억을 떠올렸는지 캐서린은 감회가 새로웠다.
하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열이 뻗치는지 조금씩 미간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꼬마. 왜 가만히 있는 거지?"
"어, 이렇게 갑자기요?"
"이번에는 타르트만."
하지만 그 장본인은 이미 죽은 지 오래.
캐서린은 오갈 데 없는 울분을 담아 카렘을 재촉했다.
"카렘은 그렇다고 쳐도 마법사님도 참 신기하십니다. 업적을 자랑해도 사람들은 좋다고 알아서 받들어 모시면서 칭송할 텐데 그걸 굳이 싫다면서 부끄러워하는 건지-"
"시끄럽다!"
캐서린은 마침 잘 됐다는 듯 카렘에게 부리던 성질을 그대로 옮겨와 고든을 향해 풀기 시작했다.
구체적으로는, 책상 아래에서 고든의 종아리를 마구 발로 걷어찼다.
'오, 그래도 정말로 화가 나신 건 아닌가 본데.'
잠깐 시간이 생긴 카렘은 에그타르트를 크게 한 입 베어 물며 생각했다.
진짜로 화가 났더라면 올리비에한테 자주 그러는 것처럼 냅다 마법부터 쏴갈기고 봤을 터.
캐서린의 저건 부끄럽고 무안해서 보이는 반응.
그야 작년 겨울에 종종 캐서린이 저렇게 고든의 종아리를 걷어찼으니-
아니, 카렘은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했다.
"아니, 대체 왜 그렇게 부끄러워하는 겁니까. 미역 수염이라는 언데드 트롤 퇴치한 일 같은 건 오히려 칭송을 요구하는 게 당연할-"
"내가! 분명히! 시끄럽다고! 했을! 텐데!"
퍽! 퍽! 퍽! 퍽! 퍽! 퍽!
카렘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남은 타르트를 한입에 털어 넣고 씹으며 아이스크림을 덜었다.
그러고는 여유롭게 에그타르트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캐서린과 고든의 소란을 즐겼다.
지금 일방적으로 싸우는 건 캐서린이고 고든은 당하는 쪽.
즉 남 일이었다.
그리고 남이 싸우는 건 보기만 해도 재밌었다.
덤으로 간만에 여유롭게 간식을 먹을 수도 있고.
자료첨부
-에그타르트 아라모드-
챗GPT사 그려준 그림입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