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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음식/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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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어지간해선 시도할 엄두조차 못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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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완식에 선공하는 이도 드문 그것은 그 자체만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벅차게 만드는 로망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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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문에 사람들은 영상으로나마 수십 kg인 통구이를 보며 눈을 반짝거리고,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비현실적인 만화 고기 같은 거대 음식에 호기심을 품는 것은 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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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 또한 얼마든지 그런 대상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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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를 먹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두껍고 기다란 샌드위치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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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카렘 또한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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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바보의 황금빵(Fool's Gold Loaf)는 그런 카렘의 로망을 충실하게 달래주는 샌드위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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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은 바삭, 속은 부드러운 두꺼운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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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속을 파내어 포도잼과 땅콩버터를 한 통 다 넣고 그사이에 바싹하게 구운 베이컨을 수십 장 넣은 샌드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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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땅콩버터가 없어서 아몬드로 비슷하게 재현한 아몬드 버터가 들어갔다고는 하지만, 맛 하나만큼은 카렘도 장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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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포도잼, 짭조름하고 바삭한 베이컨, 고소한 아몬드 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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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짭짤한 맛에 더해진 고소함은 진리를 뛰어넘는 맛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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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보통 샌드위치는 크기만 작아서 감질나던데, 이건 큼지막한 게 아주 만족스럽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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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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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의 곁에 앉은 구출대의 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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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처칠의 이름답게 거대한 손에 붙잡혀 눈에 띄는 속도로 사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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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요리 시간은 짧았지만) 공을 들인 음식이 눈앞에서 한순간에 사라지는 허망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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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꼬마! 뭘 그렇게 당황하고 있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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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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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촉하는 말에 화들짝 제정신을 차린 카렘은 얼른 (자이언트가 집어 들기 전에 미리 잘라놓았던) 바보의 황금 빵 조각을 들고 캐서린에게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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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입 베어 물고, 입안에 퍼지는 맛의 조화에 미소지었던 캐서린은 곧바로 내용물을 씹어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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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처칠 경. 무슨 중요한 일이길래 구출대의 지휘자가 여기까지 직접 찾아온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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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이 그런 질문을 하는 것도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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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권력자의 발걸음은 무거워야 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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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카렘이 생각하기엔 그동안 캐서린은 자주 여기저기 움직였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거야 사정이 사정(일손 부족, 긴급 상황 등등)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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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권력자란 발걸음과 손짓 하나에조차 숨겨진 의미가 담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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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이 지적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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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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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냥 아타니타스공의 요리사의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한번 슬쩍 와본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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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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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간혹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파천황이 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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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는 태연하게 마지막 샌드위치 조각(라고 해도 캐서린 몫의 것보다 한참 더 큰)을 한입에 털어 넣으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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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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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단호하기 짝이 없는 말에 캐서린도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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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오랜 직감과 경험이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고 확인시켜주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한층 더 당황하는 것이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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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그런 이유로 아무런 연락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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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반대로 물어보겠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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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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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안 그럴 이유라도 있나? 듣자 하니 고드윈 공자님도 종종 방문한다 들었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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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귀염둥이 막내 공녀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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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덧붙이니 캐서린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에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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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가면 갈수록 풍채를 위엄 넘치게 부풀리는 고드윈과 마법사의 탑에 설치된 최신 보안체계를 뚫고 출현하는 알리시아는 이젠 마법사의 탑의 자연스러운 일상이 된 지 오래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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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이....거기 카렘이라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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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그렇습니다. 처칠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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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 샌드위치 빵의 이름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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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의 황금 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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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이 맛있고 큼지막한 샌드위치가 하필 그런 이름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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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질문에 카렘은 대답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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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짐작 가는 바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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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걸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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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바보나 아니고서야 한 번에 먹을 일이 없을 것 같은 거대한 샌드위치인데 또 맛은 있으니 그런 게 당연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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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바보가 아니고서야 이 거대한 샌드위치를 한 끼에 전부 다 먹어치울 리는 없을 테니까 그런 이름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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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의 명쾌한 답변에 카렘은 흠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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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내 마음을 읽은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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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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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캐서린도 카렘과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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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그거 왠지 나를 콕 집어서 말하는 것 같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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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특정한 누구라고 콕 집어서 말한 적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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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카렘을 재촉해 다시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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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정말로 여기까지 찾아온 이유가 그거 하나뿐이라고? 그냥 내 전속 요리사가 한 요리를 맛보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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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사실은 한가지 이유가 더 있기는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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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좋아. 드디어 진지한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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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칠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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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숙소 바깥에서 어렴풋한, 하지만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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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재차 자이언트의 성을 연신 부르며 그를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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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뿔싸-. 여기까지 찾아오고야 말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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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하게 손바닥에 묻은 가루를 접시에 탈탈 털던 처칠은 당혹스러웠는지 그 거대한 덩치에 걸맞지 않게, 하지만 소드마스터에 걸맞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숙소의 창문으로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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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 왔었다는 사실은 비밀로 해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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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대로 창문 너머로 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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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에 벌어진 그 황당하기 짝이 없는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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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도 캐서린도 무심코 서로를 돌아보며 이게 무슨 상황인지 서로를 향해 시선으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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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똑똑똑-! 똑똑똑똑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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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누군가 문을 정중히, 하지만 빠르게 반복해서 두드리자 카렘은 시선을 돌리고 곧바로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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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오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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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무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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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그 유명한 요리사 카렘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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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의 종자 리무스에게 마주 인사한 카렘은 곧바로 용건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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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상황이라 실례하게 되었군. 미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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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무슨 일로 이렇게 급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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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혹시 여기로 처칠 경이 도망-실례. 방문하셨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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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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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카렘은 자이언트가 방문했던 진짜 목적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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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슬쩍 숙소 안쪽의, 테이블에 앉은 자기 고용주를 손바닥으로 공손하게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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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니타스님? 리무스님께서 그렇다고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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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이라니. 그냥 리무스라고 불러주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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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캐서린은 그걸 받아서 그대로 숙소의 한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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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는 조금 전에 활짝 열린 창문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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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의 커튼이 리무스를 향해 아련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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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뿔싸! 한발 늦어버리고야 말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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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까지 저기 앉아서 아타니타스님의 간식을 뺏어 먹으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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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종자인 내가 대신 사과하겠네. 이 무례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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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대체 무슨 상황인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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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카렘보다 고작 몇 살 더 많은 리무스의 얼굴은 10년은 폭삭 늙어버리며 주름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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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정말 실례되는 말이지만, 처칠 경은 속되게 말해 머리 쓰는 일은 참모와 부하들에게 떠넘기시고 탈주하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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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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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나는 처칠 경을 추적해야 해서. 이만 실례하겠네. 아타니타스님. 실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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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에게 한 번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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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에게 한 번 꾸벅 머리를 숙인 리무스는 과연 자이언트의 종자답게 그와 같이 한 줄기의 바람처럼 재빨리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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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독특한 주종관계라고 잠시 생각하던 카렘은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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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떨떠름하게 창문까지 닫고 나서야 제자리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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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소드마스터는 저런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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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급하게 일반화하지 말아라. 전에 그 용병도 태도가 가벼워서 그렇지 저만큼은 아니었잖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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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으랬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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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러니 샌드위치나 마저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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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곧바로 방치되어 있던 샌드위치를 캐서린의 입가로 가져가다가 문득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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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이거 생각보다 별로 특이한 일도 아니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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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툭하면 서로 마법을 갈기는 캐서린과 올리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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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경우와 비교해보니 고든이나 처칠 경도 별로 특이할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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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스스로 납득한 카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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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 가벼워진 기분으로 손수건을 들어 캐서린의 입가에 묻은 가루를 털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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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출대의 총대장이 회의를 탈주하는 찐빠는 계속해서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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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임무 자체는 정상적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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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구출대의 목적이 그 무엇보다도 명확했거니와, 알프레드도 딱히 자이언트가 구출대를 지휘할 거라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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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가 무려 소드마스터인 자이언트 처칠 경을 구출대로 편성한 이유는 구출대를 지휘하라는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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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가 명목상 구출대장인 것은 지위가 높고 실력이 뛰어나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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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그 무력 하나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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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를 잘 해서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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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실질적으로 구출대는 참모들에 의해서 굴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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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막히는 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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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모들의 작전은 모두 자이언트의 이름으로 실행되었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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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높으신 분이 없더라도 굴러가는 것이 현장 일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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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와 달리 캐서린은 자유와 여유를 만끽할 틈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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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우드 마을에 도착한 지 이틀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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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툭하면 이쪽 영주가 초대하고, 그다음엔 저쪽 영주가, 어느 날엔 한 귀족이 작은 연회를 벌이니 초대장을 보내오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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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초대받았던 캐서린은 적당히 시간을 보내며 분위기를 살피다 숙소로 돌아오며 연신 한숨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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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귀찮으시면 그냥 거절하시면 되는 거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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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내일부터는 그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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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깊게 들이마신 캐서린은 그녀가 받은 선물을 대신 들고 있는 카렘을 흘끗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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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래도 이쯤 만났으면 적당히 만나볼 만한 이들은 다 만났으니 이후엔 초대를 거절해도 상관은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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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후에 초대장이 오면 적당히 거절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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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캐서린은 손을 휘적휘적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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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의미인지는 말이 없어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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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이 이렇게 귀족들의 초대를 받고 이리저리 발품을 파는 이유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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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지위는 알프레드의 직속 대기사장에 맞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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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습적으로 어지간한 백작보다도 지위가 높은데 그러면 초대를 거절해도 아쉬운 건 상대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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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사실을 캐서린에게 물어볼 만큼 궁금했던 것은 아니니 카렘은 그녀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머릿속을 뒤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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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니타스님. 간식으로는 단 게 당기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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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혀와 뇌가 녹아버릴 만큼 달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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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 정도면 지금 있는 거로는 부족할 텐데. 또 창고에서 보급관을 털어봐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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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그럴 것까지야. 숙소에 잔뜩 쌓인 선물을 뒤져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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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지팡이로 흙바닥을 툭툭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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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 분명 꿀이나 설탕이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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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아타니타스님의 선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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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 첫날부터 잔뜩 보내져 온 상자 무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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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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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준거라지만 그래도 선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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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그래도 되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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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캐서린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확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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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하니 카렘은 어쩔 수 없이 수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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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랜덤 박스 가챠 대리를 맡았다고 생각하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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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이전에 선물로 식품이 들어있기라도 하면 캐서린이 건드렸을 때 순식간에 바스러지면서 사라질 테니까 캐서린으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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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아? 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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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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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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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카렘은 왜 캐서린이 그렇게 귀찮다면서도 지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새벽부터 심야까지 초대에 응했는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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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으신 분을 초대하기 위해서는 으레 대가가 와야 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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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캐서린은 당연하게도 권력자들이 친해지고 싶어서 어쩔 줄을 몰라 발을 동동 구르는 외교적 보물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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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렴 그녀는 아이스랜드에서 사실상 왕인 존재의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측근인데 아이스랜드에서 살아가는 하위 권력자들의 생태야 뻔할 뻔 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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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성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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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카렘이 캐서린을 따라 숙소로 발걸음을 옮길수록, 그와 비교적 가까운 목책의 소란스러운 소리도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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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뭔가 시끄럽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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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근처까지 몬스터라도 온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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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출대의 그 많은 수색대랑 모험가 파티를 움직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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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모르니 한번 가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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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조용했는데 무슨 일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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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호기심을 품고 캐서린을 따라 목책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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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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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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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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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책 위가 소란스러웠던 만큼 그 위에 있던 병사와 용병, 모험가의 숫자도 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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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캐서린을 알아본 병사들 덕분에 카렘은 그녀의 곁에서 목책이 분주했던 원인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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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까. 보지 못할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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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렴 정면의 숲이 바람이라도 부는 것처럼 요란스럽게 흔들리며 흐릿한 먼지가 피어오른다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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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의 습격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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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렇다고 내가 나설 일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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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두운 숲속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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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정도가 아니라 무더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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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에 쫓기는 것처럼 달려오던 이들은 카렘이 서 있는 목책과 마을을 발견하고는 화색이 변하며 더욱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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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잠시 후, 숲에서 튀어나오는 약간 더러워진 사제복을 입은 뚱뚱한 산타클로스같은 노인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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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아니 저분 아이오나님 아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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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육중한 몸매와 성성한 수염. 확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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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카렘은 경악스러운 광경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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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숲에서 나온 아이오나의 주먹이 얼음으로 뒤덮이더니, 그대로 옆에 있던 나무를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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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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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채 뽑아 넘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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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잠깐? 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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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나이가 저래도 삼신교의 장로라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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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그걸로 설명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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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한 종교의 장로 자리를 어떻게 정치질과 금권으로 후려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도시 밖에서는 법보다 도끼가 앞서는 이 척박한 아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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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무는 반 토막 나 땅으로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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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로 롱소드를 들고 뛰쳐나온 남자는 카렘이 잊을 수 없는 은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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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저기 저 고든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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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라도 벌려고 왔던 모양인데. 그나저나 이 소란의 주범이 등장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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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드드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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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카렘과 목책에 있던 모두가 진동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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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진동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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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수많은 생명체가 일으키는 발걸음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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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숲 위로 떠오르는 먼지구름이 생명체들의 규모를 짐작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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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얼마 거대한 스웜이 숲을 뛰쳐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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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만큼이나 육중한 덩치와 그만큼 두터워 보이는 모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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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만큼 빠르진 않지만, 곰만큼 육중한 무게에서 오는 위력적인 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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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휘두르는 것으로 고목을 부러트릴 것 같은 두껍고 넓은, 전선의 노를 뚝 떼어다 놓은 것 같은 검은 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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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조악하기 짝이 없는 돌창을 앙 물고 햇빛을 받아 위협적으로 빛나는 거대하고 네모난 이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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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곰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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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즐리 비버! 그런가, 지금 시기가 그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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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네? 뭐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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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즐리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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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위협적이지만 전혀 그렇지 못한 단어가 공존하는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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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잘 못 들었나 싶었지만, 눈앞의 광경은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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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나왔던 그리즐리 비버가 창을 쥐고 블랙우드 마을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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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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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신호라도 된 듯, 아니 그걸 신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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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그 뒤로 숲에서 뛰쳐나오는 더 많은 그리즐리 비버가 제각기 조악한 석제 무기를 들고 돌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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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타고 달콤하고 매혹적인 향기가 풍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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