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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6 KiB

약과.

한국의 대표적이고 전통적인 유밀과의 대표주자.

뒷정리가 귀찮을 뿐이지 제조 공정 자체는 비교적 간단하기 그지없는 간식.

카렘이 약과를 만들게 된 계기는 별것 아녔다.

이전에 약속했던 대로 밀도를 잔뜩 높인 반죽을 튀긴 후 시럽에 절인 굴랍자문(짭)을 캐서린과 메리에게 만들어주고 남은 것을 먹다가 떠올렸을 뿐이었다.

물론 카렘은 약과의 필수 재료인 조청을 만드는 방법은 몰랐다.

굳이 만들 이유도 느끼지 못했다.

그거 재료 찹쌀이나 쌀 아니었던가? 여기 쌀은 없는데.

그래서 그냥 꿀을 넣고 만들었다.

그쪽이 더 간단하기도 하고.

튀길 때 사방으로 튀기는 기름이 귀찮았지만.

애초에 뒷정리는 메리가 전부 하고 있으니 그쪽 문제도 해결이 된 상태였다.

다만 말 그대로 시험 삼아 만든 작품이었던 터라 모양은 약과 특유의 납작하게 눌린 꽃 같은 모양이 아닌 안쪽으로 움푹 들어간 쿠키 모양이었다.

물론 맛은 매우 훌륭했다.

바삭바삭하면서 부드럽게 부서지는 식감.

혀에 진득하게 남아있으면서도 삼키면 싹 사라지는 달콤함.

참기름이 없어 호두 기름을 사용한 고소한 견과류의 풍미.

"괘씸한 것! 스트루폴리(struffoli)를 고용주인 나 몰래 만들어서 숨겨두고 있었단 말이냐? 크기가 좀 크긴 한데"

"바삭하면서 부드럽다니, 이런 이율배반적이고 모순적인 식감이 있을 수 있단 말이더냐! 파이의 가장 맛있는 겉 부분과 버터케이크의 가장 부드러운 속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그리고 카렘의 실험작.

오리지널 약과와 블랙 약과는 무참하게 두 여자의 입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아니 잠깐 그게 아니라.

"잠깐만요. 스트루폴리? 그게 뭡니까?"

"응? 설마 모르고서 만든 거냐?"

"그으런거 같습니다?"

"뭐, 세르비아누스에서 명절이나 축제 때마다 만들어 먹는 특별한 간식이다. 팔라티노 제국이 탄생하기 이전부터 그 지역 사람들이 만들어 먹었던 전통 음식이라던가."

"혹시 만드는 방법을 아십니까?"

"구체적인 레시피는 나도 잘-"

"대충이라도 부탁합니다."

"손가락 한 마디 크기로 잘라서 튀긴 반죽을 시럽에 절이듯이 버무려 당과(Candied fruit)나 견과류 따위를 뿌려 먹는 물건이다."

과연 세상은 넓고 사람 사는 곳은 다 거기서 거기라더니.

설마 토핑을 빼고는 거의 똑같은 음식이 있으리라고는 카렘은 상상도 못 했다.

아니지, 이름만 다르지 똑같은 음식이나 식료품은 종종 있었지.

치즈라던가. 그건 그렇고.

"알리시아 공녀님."

"앙냠냠. 응? 무엇이지?"

"맛을 표현하는 문장구사력이 전보다 더 늘어나신 것 같습니다?"

"흐흥, 그렇지? 가정교사인 포핀스 부인한테 칭찬도 받았다."

"허허허, 그러십니까."

하긴 저렇게 볼을 빵빵하게 먹어치우는데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뭔가 과하게 기뻐하는 반응인 거 같은데...아무렴 뭐 어때. 귀여우니까 됐지 뭐.

카렘은 나이에 맞지 않는 아빠 같은 미소를 지었다.

이내 뭐하냐며 눈치를 주는 캐서린에게 반으로 쪼갠 시커먼 약과를 내밀었다.

"으음, 어쩐지 색깔이 진해서 혹시나 했는데, 검은 쪽은 대추야자 시럽인가? 모래 거북의."

"그냥 꿀 하나에만 절이면 재미없어서 시험해볼 겸 절여봤습니다."

그리고 실험의 실험을 거듭한 결과물은, 오묘했다.

맛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훌륭한 편에 속했다.

"그런데 검은 쪽은 제 입에는 너무 달아서 별로던데요."

"그러냐?"

"어떻게 두 분 취향에는 맞는가 봅니다?"

캐서린은 카렘이 내미는 검은 약과를 한입 더 베어 물고는 오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양손에 각기 다른 약과를 쥔 알리시아도 같은 의견인 듯 캐서린을 따라 했다.

"그러고 보니 알리시아님."

"응? 무슨 일인가?"

"오늘은 어쩐 일이십니까? 간식? 도주? 아직 수업 시간 아닙니까?"

카렘은 한 입 남은 스트루폴리가 되어버린 약과를 캐서린의 입에 넣어주며 새것을 집어 들며 물었다.

처음 몇 번은 카렘도, 메리도, 캐서린도 경악했다.

당연하지만 비교적 나중에 들어온 올리비에와 기타 마법사들도 마찬가지.

하지만 자고로 반복된 자극은 익숙해진다는 말처럼 카렘을 포함한 초창기 마탑 구성원들에겐 하나의 일상처럼 변해버린 지 오래였다.

홈그라운드에 있는 메리와 대마법사인 캐서린조차 감지하지 못하는 것을 무슨 수로 알아차리고 방지할까. 익숙해지는 방법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온몸으로 생명력을 뿜어낼 나이의 어린이가 한 자리에 얌전히 앉아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사실이기도 하고.

"응? 오늘은 자유시간이라서 온 거다."

"기상이변이 아니었다고....?"

"포핀스 부인이 고향에 일이 생겼다고 해서 말이다."

"아, 그래서 과할 정도로 활발한..."

"응? 뭐라고?"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조금 더 드시죠."

"그랭!"

카렘은 약과로 알리시아의 입을 다물게 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시간. 그래서 기뻐했던 건가.

"...응? 아아!"

대추야자 시럽 약과를 다람쥐처럼 갉아먹던 알리시아가 돌연 소리쳤다.

"맞다! 코르부스가 카렘 그대를 만나고 싶어 했었는데."

"코르부스라면 누구를 말씀하시는지?"

카렘의 질문은 당연했다.

당장 이 윈터홈에서 일하거나 머무는 사람의 숫자가 숫자인데.

그 많은 사람의 이름을 외우는 건 적어도 카렘에겐 무리였다.

"코르부스...코르부스라. 누구였더라."

캐서린은 검지로 탁자를 톡톡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래, 기억났다. 온실 관리인의 이름이 코르부스였지."

"본 적 있으십니까?"

"아니, 고장 난 마도구 수리를 의뢰한 이들 중 하나였던가? 이름이 고대 팔라티노 제국식이어서 기억하고 있었지."

"그러십니까?"

그나저나 온실이라.

카렘도 탑과 성을 오가면서 자주 들었던 이름이었다.

지붕부터 외벽에 이르기까지 전부 두꺼운 유리로 제작된 건물.

내부에는 윈터홈과 마찬가지로 온천수로 따뜻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여러 지역과 지방의 채소와 과일, 식물이 길러지는 곳.

당연하지만 엄중히 관리되는 시설이었으며 사전에 허락을 받았거나 관계자가 아니라면 출입도 못 하는 곳이었다.

"그나저나 저는 출입 못 할 텐데요?"

"응? 그대가? 왜 안된다는 건가?"

"예? 사전에 허락을 받지도 않았잖습니까."

조막만 한 알리시아의 얼굴이 찌푸려졌다가 펴졌다.

"흐흥, 나는 알리시아다. 내가 이 성에서 못갈 곳은 없다!"

"....하긴 그것도 그렇군요."

그야 누가 감히, 그것도 펠윈터 가문의 홈그라운드인 윈터홈에서 알리시아 공녀의 앞길을 가로막겠는가.

정말로 위험하거나 출입이 제한된 몇몇을 제외한다면 이 거대한 윈터홈이라는 요새성 자체가 그녀의 놀이터나 다름없었으니, 그녀의 위치와 땡깡이라면 누구 하나 껴서 같이 못갈 곳은 없을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남은 관문은 하나.

카렘은 슬쩍 캐서린을 돌아보았다.

종자가 마지막으로 내민 약과 조각을 입으로 굴리며 캐서린은 손을 흔들었다.

"뭐, 좋은 기회지 않느냐. 나조차도 출입하려면 사전에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음, 그렇다면 제가-"

"알리시아 공녀랑 재밌게 놀다가 오라는 말이다. 마침 저녁 연회에 참여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 해가 지기 전에만 돌아와라."

오 걱정해주는 건가.

카렘은 조금이지만 감격했다.

그야 현생에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통금 시간이었다.

"대회관의 저녁 식사에는 참석해야지."

"아, 하긴 그것도 그렇군요."

"그나저나 오늘은 야식으로 뭘 먹을까..."

카렘의 감격했던 마음은 빠르게 사라졌다.

그러면 그렇지.

"계약자. 제가 먹을 야식도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나야 상관없다만."

그리고 어느새 캐서린의 곁에서 출현한 메리가 탁자 위에 흩어진 접시를 정리하고 떨어진 가루를 쓸어 담았다.

갑작스러운 출현은 알리시아도 놀랐는지 눈에 띄게 흠칫했지만, 이내 곧바로 카렘의 손을 붙잡고 문 밖을 향해 끌어당겼다.

"그러면 바로 온실로 가자꾸나! 거기에는 신기한 게 무척이나 많다!"

그래 봤자 다섯 살짜리 꼬마 유녀의 힘.

뿌리치는 것은 간단했지만, 카렘이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알리시아의 제안을 거부할 수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소년은 그냥 못 이기는 척 캐서린과 메리의 배웅을 받으며 방을 나섰다.

"그러고 보니 온실에는 온천수가 강물처럼 흐른다던데, 사실입니까?"

"그거 말고도 차가운 물, 그리고 미지근한 물이 같이 흐르지. 게다가 작고 화려한 물고기도 많이 키운다. 직접 보면 카렘 그대도 감탄할 거다!"

"다른 물은 그렇다 쳐도, 온천수에 물고기가 말입니까?

"그렇다! 그쪽은 조금 칙칙하기는 하지만."

"그거 삶아지는 거 아닙니까?"

"...어라? 그러고 보니 그렇네."

뜨거운 온천수에 사는 물고기라면 카렘도 전생에서 들어본 적 있었다.

들어온 생물의 각질을 핥아먹는 닥터피쉬라고 했던가?

카렘은 그 외의 뜨거운 물에 사는 물고기는 들어본 적 없었다.

불마손처럼 뭔가 다른 습성의 마법적 생물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알리시아는 모르는 듯 머리를 좌우로 기울이며 눈을 굴렸다.

"으음, 코르부스한테 가서 물어보면 되겠지."

탑의 복도를 거닐던 마법사 몇몇이 오다가 알리시아를 보자마자 흠칫하더니 곧바로 발길을 돌렸다.

그걸 본 알리시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뒤를 돌아봤다.

당연히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응? 뒤에 뭐가 있나? 없는데?"

"갑자기 할 일이 생각난 거 아닐까요?"

"그런 건가?"

"마법사가 보충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수가 부족한 건 여전하니까요."

"으음, 카렘 그대의 말이 확실히..."

알리시아의 눈으로 보기엔 윈터홈의 다른 장소들에 비해 마법사의 탑은 이상할 정도로 사람이 부족해 보였다.

탑을 청소하는 사람도 메리 하나밖에 없는데. 시종이랑 시녀를 추가 배치하도록 파파한테 부탁할까?

알리시아는 메리가 들었으면 기함하며 거절할 생각을 태연하게 하면서 카렘을 탑 밖으로 질질 끌고 나갔다.

비록 전생의 일이기는 하지만 카렘은 온실을 본 적도, 들어간 적도 있었다.

그리고 학을 뗄 수밖에 없었다.

카렘이 학을 떼는 것은 당연했다.

제철이 아닌데도 작물을 기르기 위해 온실은 하나같이 온도가 높았다.

하물며 밀폐된 탓인지 작물의 생장을 위해선지 안개가 낀 것처럼 습하기까지.

다만 기대되는 것은 하나 있었다.

"......허어."

카렘은 눈이 찢어지도록 크게 뜨고는 숨넘어가는 소리를 냈다.

윈터홈은 바깥 부지를 포함해 작은 마을 하나가 통으로 들어갈 만큼 거대했다.

그렇다고 넓기만 하고 실속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윈터홈의 본성, 병영, 마법사의 탑은 물론 창고까지 분명 마법을 동원하지 않고서야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장엄했다. 물론 척박한 탓인지 칙칙한 회색 일색이기는 했지만.

"알리시아님."

"히히, 대단하지 않은가?"

"이, 이게 다 유리라는 말입니까?"

온실은 단순히 온실이라고 표현하기엔 눈앞의 온실에게 너무 실례된다고 카렘은 생각했다.

기사와 병사들이 삼엄하게 경비를 서는 온실은 그 너비만 족히 수천 명은 들어갈 정도로 넓었다. 온실보다는 식물원에 가까웠다.

단순히 천장만이 아니라 온 사방이 유리로 뒤덮여 안쪽에 보이는 무수한 나무와 이파리가 카렘의 생각을 뒷받침했다.

출입구에 서 있던 기사가 알리시아와 카렘이 다가오자 물었다.

"알리시아님? 그리고 이쪽은..."

"카렘한테 온실을 구경시켜주려고 온 거다."

"그 왜 있잖습니까? 최고 마법 고문의 전속..."

할버드를 들고 경비를 서던 병사가 기사에게 속삭이자 기사는 폭삭 늙어버린 표정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하아, 해가 지기 전엔 돌아가셔야 합니다."

"걱정하지 말아라!"

알리시아는 당당하게 한마디를 내뱉고는 고작 수 초 만에 5년은 늙어버린 것 같은 기사와 병사들을 지나쳐 카렘을 끌고 온실 안으로 들어섰다.

"카렘. 어떠한가. 놀랐나? 놀랐겠지? 놀랐을 거다!"

"습하기는커녕 쾌적하고, 아니 잠깐. 지금 여기 바람이 부는 게 맞습니까?"

"히히히."

그리고 알리시아는 생각했던 반응을 카렘이 보이자 입꼬리가 귓가에 걸리도록 크게 웃고는 다시 카렘을 질질 끌고 앞섰다.

처음 보는 꽃과 나무와 익숙한 초목이 한데 어우러진 현대의 식물원 같은 곳을 강줄기가 세 방향으로 가르며 지나가고 있었다.

비단 식물만 기르는 것이 아닌지 강줄기에서 물고기가 튀어 올랐고, 화려한 깃털을 뽐내는 다양한 새들이 여기저기에 모여 지저귀고 있었다.

바닥에 깔린 자갈길을 따라 나아가자 나무에 둘러싸인 작은 공터가 드러났다.

알리시아는 수목원의 안내인처럼 카렘을 데리고 한참 동안 온실의 이곳저곳을 안내했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지났다.

마지막 관광 코스엔 게임에서 흔히 깊은 숲속에 숨겨진 용사의 검이 꽂혀있었을 것 같은 바위가 중앙에 있었고, 그 옆에 어지간한 사람만큼 거대한 까마귀가 잡초를 뽑고 있었다.

"몬스터!?"

"몬스터라니, 실례로군."

"아, 실례합니다. 랄까 음? 말이 통한다!?"

"농담입니다. 실제로 몬스터가 맞습니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질 모르겠네!"

"까아아악! 까아아아악! 까아아악!"

거대 까마귀는 까마귀다운 울음소리를 내며 웃었다.

하물며 업계 사람이 듣는다면 당장이라도 성우로 채용될 것 같은 정도로 쓸데없이 중후하고 멋진 목소리가 거대한 까마귀의 부리 밖으로 나왔다.

알리시아가 종종걸음으로 다가가 까마귀의 날개깃을 잡아당겼다.

"코르부스! 알리시아가 카렘을 데려왔다."

"그러십니까. 알리시아 아가씨. 그런데 아가씨의 손 주변에서 달콤한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 저한테 갖다 주시겠다던 그 놀라운 간식은 어디에 있을련지요?"

그 말에 알리시아는 눈에 띌 정도로 굳었다.

하는 수 없이 카렘이 대신 말했다.

"그래서 오셨던 겁니까. 아쉽게도 그건 전부 알리시아 님의 몸속으로 들어간 지 오래 입니다."

"흠, 냄새는 나는데 실물은 손에 없는 걸 보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아뿔싸!"

자료첨부

-스트루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