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319 lines
13 KiB
Markdown
319 lines
13 KiB
Markdown
|
|
강렬한 비린내가 모든 것을 뒤덮었지만.
|
|
|
|
그렇다고 맛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
|
|
|
아이스웜.
|
|
|
|
웜이라는 이름에 벌레라고 무심코 생각했지만, 얼핏 장어가 떠오르는 생김새답게 카렘은 하얀 살점에서 흰살생선 특유의 식감과 맛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
|
|
|
그리고 살코기가 있는 부분은 비린내가 적었다.
|
|
|
|
비린내의 근원은 아무래도 내장을 감싼 뱃살 부분이 분명했다.
|
|
|
|
그렇다면 근막을 잘라내고 그냥 소금만 쳐서 구워 먹어도 맛있을 텐데.
|
|
|
|
대체 왜?
|
|
|
|
"아니, 조금만 공을 들이면 맛있게 먹을 수 있을 텐데. 대체 왜 이렇게 그냥 먹는 겁니까?"
|
|
|
|
"예? 이게 가장 빨리 먹을 수 있어서 그렇습니다만."
|
|
|
|
"....아니 아무리 빨리 먹을 수 있다고 해도-"
|
|
|
|
"야전 식사란 다 그런 법입니다. 지금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도 엄청 많기도 하고요."
|
|
|
|
음, 좋아. 그건 그렇다고 치자.
|
|
|
|
현대처럼 전투식량이나 배식차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안 그래도 토벌대장인 조릭이 준 시간도 촉박한데 후딱 먹고 일로 복귀해야 하는 사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
|
|
|
보급병이 다음 말을 하기 전까진.
|
|
|
|
“무엇보다 신선한 몬스터 고기라면 본연 그대로의 맛으로 먹어야 힘이 되는 법이죠. 여기서 공을 들여 변형을 가하는 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저희 아랫것들에게는 사치일 뿐입니다."
|
|
|
|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걸 그대로 먹는다고요?"
|
|
|
|
"저기 육수를 푹 끓여서 굳힌 아이스웜 젤리도 있고, 그냥 따로 불에 구워 드시는 것도 있는데 어떠신지?"
|
|
|
|
카렘은 보급병의 그 말에 고개를 돌렸다. 따로 피운 모닥불에 덩어리 채로 구우며 냅다 소금을 치는 건 양반이었다.
|
|
|
|
아이스웜 살코기와 가죽 일부를 푹 우려낸 육수가 담긴 냄비를 눈과 얼음으로 식히면서 젤리처럼 굳어가는 것을 국자가 휘저어질 때마다 부서지며 끔찍한 점성을 자랑하고 있었다.
|
|
|
|
"웃기지마아아아아아아아!!!"
|
|
|
|
*
|
|
|
|
*
|
|
|
|
*
|
|
|
|
카렘의 마음은 지금 당장 흉물로 끓어오르는 냄비들을 엎어버리라고 외쳤지만, 그럴 수 없었다. 사람에게는 죄가 있어도 음식에는 죄가 없었다.
|
|
|
|
아이스웜 고기로 빵빵한 자루를 얻어온 카렘은 힘없이 메리에게 떠넘겼다.
|
|
|
|
영혼이 반쯤 빠져나간 모습에 캐서린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반개한 눈으로 카렘을 응시했다.
|
|
|
|
"그래서, 감상은?"
|
|
|
|
"...저게 우리 왕국의 평균이라고요?"
|
|
|
|
“전부 그렇지는 않겠지만. 일반적이겠지.”
|
|
|
|
중세란 기본적으로 닫힌 사회였다.
|
|
|
|
지방, 도시, 마을마다 문화가 다르기 마련.
|
|
|
|
물론 세오폰 왕국의 일반적인 귀족 미만의 음식이 대부분 박살 난 것은 에우로파 대륙의 모두가 알고 있었다.
|
|
|
|
캐서린은 가당찮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
|
|
|
"고기가 부족하다고 쥐랑 뱀, 벌레까지 잡아다 구워 먹었다는 꼬마가 말이 많군."
|
|
|
|
"아니, 그렇지만..."
|
|
|
|
"내가 세오폰에는 그닥 오래 머무르진 않았지만, 내가 보기엔 저것들이나 과거의 네놈이나 다 거기서 거기다. 꼬마, 네놈이 조금 더 낫긴 하다만은."
|
|
|
|
"뭣....?!"
|
|
|
|
"뭐, 그런데도 요리를 이만큼이나 잘하는 건 뭔 돌연변이인가 싶다만."
|
|
|
|
캐서린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투로 카렘의 등을 두드렸지만 정작 당사자는 그에 반응할 수 없었다. 그야 이렇게나 큰 모욕을 정면에서 받으면....
|
|
|
|
아니 잠깐. 잠깐?
|
|
|
|
카렘의 머리에 충격적인 생각이 번뜩였다.
|
|
|
|
생존을 위해서라지만 맛도 없는 벌레랑 쥐랑 뱀 따위를 틈틈이 구워 먹던 내 쪽도 딱히 할 말은 없는 거 아닌가?
|
|
|
|
충격적인 자아 성찰을 하게 된 카렘은 캐서린과 메리의 뒤를 따라 멍하니 걸었다가 이내 왔던 길을 되짚어 캐서린의 천막으로 돌아오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
|
|
|
"꼬마야. 식사는 얼마나 걸리지?"
|
|
|
|
"금방 대령하겠습니다."
|
|
|
|
카렘은 눈을 질끈 감고 멍한 기운을 몰아냈다.
|
|
|
|
고용주가 배가 고프다는데 이러고 있을 수는 없었다.
|
|
|
|
천막의 중심에서 꺼져가던 화로에 장작을 몇 개 더 집어넣어 불씨를 키운 카렘은 어느새 다가온 메리에게서 아이스웜 고기를 받아 넓고 길게 손질했다.
|
|
|
|
통으로 된 고깃덩어리도 못 구울 건 없지만.
|
|
|
|
지금 그걸 굽고 앉아있을 시간이 없었다.
|
|
|
|
고용주께서 배가 고프다고 하시니까.
|
|
|
|
카렘은 조금 전에 먹었던 흉물의 맛을 곱씹었다.
|
|
|
|
강렬한 비린내에 감춰진 숨겨진 맛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
|
|
|
일단 고소한 맛이 강했고 무척이나 기름졌다.
|
|
|
|
동시에 탄력 있는 살코기를 씹고 나면 부드러워지는 이중적인 식감.
|
|
|
|
그리고 카렘은 이와 유사한 맛의 생선을 알고 있었다.
|
|
|
|
"설마 어렴풋이 장어랑 비슷하다고 생각은 했는데."
|
|
|
|
맛도 비슷할 줄이야. 혹시 몰라 끄트머리를 잘라 화로에 구워보자 확실히 장어의 그것과 맛이 비슷했다.
|
|
|
|
아니, 고소한 맛은 이쪽이 더 강했다.
|
|
|
|
간을 하지 않았는데도 맛이 느껴질 정도로 맛이 확실했다.
|
|
|
|
게다가 담백한 것에 반해 기름기도 상당했다.
|
|
|
|
그렇다면 조리법은 간단했다.
|
|
|
|
"메리. 밀짚을 좀 구할 수 있을까요?"
|
|
|
|
"밀짚을 말입니까?"
|
|
|
|
"예."
|
|
|
|
"토벌대의 그건 사료용이라 안 되겠군요. 마을까지 갔다 와야겠습니다. 계약자?"
|
|
|
|
"그래. 갔다 와라."
|
|
|
|
캐서린에게 허락을 받은 메리는 천막 밖을 나섰다.
|
|
|
|
"그나저나 밀짚이라니. 장작이라면 충분할 텐데?"
|
|
|
|
"장작불이랑 밀짚으로 피운 불에 고기를 구울 겁니다."
|
|
|
|
"밀짚으로? 확실히."
|
|
|
|
캐서린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경험이 많은 그녀에게도 지푸라기란 사료, 건축 및 도구 재료에 불과했다.
|
|
|
|
하지만 카렘의 머릿속 깊은 곳에는 장작불과 지푸라기에 구운 삼겹살과 장어의 맛이 분명하게 남아 있었다.
|
|
|
|
민감한 사람은 밀짚과 볏짚 구이는 향의 차이를 느낀다지만, 카렘의 감각은 그 정도로 민감한 것은 아니었다.
|
|
|
|
하지만 아무튼 구수한 향이 더해진다는 것은 알았다.
|
|
|
|
"내장 비린내가 가득한 뱃살 부위도 이거라면 해결되겠지."
|
|
|
|
"다녀왔습니다."
|
|
|
|
"금방 돌아오셨네요?"
|
|
|
|
"별로 먼 거리도 아니니 당연합니다."
|
|
|
|
그리고 메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어깨에 커다란 원통으로 묶인 밀짚을 들고 당당하게 천막 안으로 들어와 사뿐하게 내려놓았다.
|
|
|
|
그렇다면 재료들은 다 준비되...었지만 카렘은 아쉬웠다.
|
|
|
|
간장도 고추장도 없는 마당에 장어 소스를 바라는 건 사치.
|
|
|
|
설탕에 후추도 있었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
|
|
|
카렘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길쭉하게 손질한 아이스웜 고기를 쇠꼬챙이에 구불구불하게 꿰었다.
|
|
|
|
"꼬마. 뭐 아쉬운 거라도 있냐?"
|
|
|
|
"아뇨. 그냥 재료가 없어서 아쉬워서요."
|
|
|
|
"재료? 들고 온 설탕이랑 후추가 벌써 다 떨어지기라도 했나. 메리?"
|
|
|
|
"아뇨. 그냥.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나저나 연기가 많이-"
|
|
|
|
"일단 구워라."
|
|
|
|
카렘은 불이 잦아든 장작불에 냅다 밀짚을 던져넣었다.
|
|
|
|
바짝 말랐던 짚은 화로에 닿기도 전에 불타오르며 매캐한 연기를 내뿜었다.
|
|
|
|
캐서린이 마력으로 가볍게 바람을 일으키자 천막 안에 퍼지려던 시커먼 연기는 빨아들이는 것처럼 천막의 천장 중앙에 뚫린 구멍을 통해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
|
|
|
아이스웜의 하얀 고기가 지글거리기 시작.
|
|
|
|
카렘이 재빨리 꼬치에 소금을 뿌리자 타닥거리며 튀어 올랐다.
|
|
|
|
"메리."
|
|
|
|
"무엇입니까."
|
|
|
|
"이거 불에 직접 닿지 않게 익혀주세요."
|
|
|
|
"음? 알겠습니다."
|
|
|
|
메리가 능숙하게 꼬치를 받고 요구대로 굽기 시작하자 카렘은 곧바로 보관함을 열었다.
|
|
|
|
소금과 식초.
|
|
|
|
설탕과 후추.
|
|
|
|
카렘은 요리의 필수 조미료 네 가지를 팬에 담아 달궜다.
|
|
|
|
설탕이 녹으며 갈색으로 변하자 물을 조금 넣고 타지 않게 저어주었다.
|
|
|
|
그렇게 완성한 양념을 메리가 꼬치를 굽는 동안 얇게 반복적으로 펴 바르며 틈틈이 화로에 밀짚을 투입하자 꺼져가던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
|
|
|
메리는 한쪽 눈을 치켜떴다.
|
|
|
|
소스 바른 고기를 지푸라기 연기에 쐬면서 굽는다니.
|
|
|
|
훈제는 익숙했다. 그런데 밀짚으로?
|
|
|
|
아이스웜이 장어랑 맛이 비슷한 것은 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장어란 스튜, 수프, 파이, 구이의 재료.
|
|
|
|
자욱한 연기를 쐬며 굽는 반 훈제 방식은 영 낯설었다.
|
|
|
|
하물며 장작 연기도 아니고 지푸라기로?
|
|
|
|
하지만 메리는 꼬치의 냄새를 맡자마자 혀를 찼다.
|
|
|
|
“아무튼, 굴러 들어온 돌이 실력은 뛰어나단 말이지.”
|
|
|
|
“인정하시면서 툴툴거리신다니까.”
|
|
|
|
“카렘 후배는 조용히 하시죠.”
|
|
|
|
*
|
|
|
|
*
|
|
|
|
*
|
|
|
|
천막 안의 공기가 변했다.
|
|
|
|
캐서린은 변화를 재빨리 인식했다.
|
|
|
|
소스에 들어간 설탕 때문에 새하얀 빛을 띠던 꼬치의 고기는 카렘이 붓질을 할 때마다 옅은 갈색에서 자욱한 연기와 바깥을 오갈 때마다 조금씩 짙어졌다.
|
|
|
|
그러면서 강렬하고 구수한 냄새와 어우러지는 달콤한 향기. 끝을 자극하는 날카롭고 톡 쏘는 식초와 후추 향이 코끝을 자극했다.
|
|
|
|
"허, 왜 연기가 많이 나는 밀짚으로 굽나 했더니."
|
|
|
|
"직화로 구우면 양념이 전부 타버리니까요."
|
|
|
|
많은 요리사가 말하듯, 겉에 탄 부분이야말로 고기가 가진 감칠맛의 극한이라고 하지만, 그것도 적당히 타야 맛이지 아니라면 그냥 검댕에 불과했다.
|
|
|
|
하지만 불을 다루는 것이야말로 요리의 기본
|
|
|
|
그리고 모름지기 기본이란 통달하기 제일 어려운 법.
|
|
|
|
불질은 진작에 숙달한 메리는 꼬치를 이리저리 살폈다.
|
|
|
|
"슬슬 다 익어가는 것 같군요."
|
|
|
|
"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발라 굽고 끝내죠."
|
|
|
|
소스의 설탕이 캐러멜라이징되어서 처음엔 하얬던 것과는 달리 먹음직스러운 갈색 크러스트를 두른 아이스웜 고기는 은은하게 윤기가 났다.
|
|
|
|
카렘이 접시를 내오자 꼬치를 놓은 메리는 곧바로 간이 테이블을 들고 와 식사 준비를 순식간에 끝냈다.
|
|
|
|
꼬치를 굽느라 점심시간이 평소보다 조금 늦어진 탓인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는 캐서린의 표정에 기대감이 조금씩 피어올랐다.
|
|
|
|
메리가 곧바로 능숙하게 꼬치에 꿰어진 고기를 손질해 내밀자 드디어 기대감이 폭발한 캐서린은 냉큼 베어 물었다.
|
|
|
|
"어떻게 마음에 드십니까?"
|
|
|
|
"그걸 말이라고!"
|
|
|
|
캐서린은 경쾌하게 소리쳤다.
|
|
|
|
고기를 처음 씹자마자 입 전체로 퍼지기 시작했다.
|
|
|
|
그리고 이어지는 불 향은 코, 머리를 자극하며 뻗어 나왔다.
|
|
|
|
그리고 그보다 부족하지 않은 구수한 향이 은은하게 밑바닥에 깔고 들어왔다. 수확을 끝마치고 산더미처럼 쌓아 올린 밀짚에 전신을 파 묻었을 때나 느껴지는 그윽한 가을의 향취가 말이다.
|
|
|
|
거기에 간접적인 열로 소스가 졸여지듯이 바짝 마르고 층을 이루며 자체적인 기름기로 튀겨지듯이 구워졌지만 속은 쪄지듯이 구워져 부드러웠다.
|
|
|
|
거기에 짜고, 달콤하고, 매콤하며 끝으로는 산미까지.
|
|
|
|
시각, 후각, 청각, 촉각, 미각.
|
|
|
|
후각을 주축으로 나머지 네 감각을 모조리 자극하는 파괴적인 맛이었다.
|
|
|
|
"크흠, 메리."
|
|
|
|
"계약자. 찾으시는 것이라도 있습니까?"
|
|
|
|
"와인, 아니 맥주를 한 잔-"
|
|
|
|
달콤짭짤매콤한데 끝에 산미까지 느끼니 맥주가 마려운 것은 당연했다.
|
|
|
|
캐서린의 요구에 메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
음....그리고 카렘도 조금 눈치를 보았다.
|
|
|
|
"크흠."
|
|
|
|
"카렘 후배?"
|
|
|
|
"저도 한 잔만...."
|
|
|
|
솔직히 이건 참으면 사람이 아니지.
|
|
|
|
카렘은 반개한 눈으로 째려보는 메리의 시선을 피하며 간절함을 담아 부탁했다.
|
|
|
|
그리고 다행히, 그녀가 얻어온 맥주는 두 사람이 원하던 청량함을 가지고 있었다.
|
|
|
|
**자료첨부***
|
|
|
|
-아이스웜 꼬치구이의 모티브가 된 장어 구이
|
|
|
|
챗GPT가 그려준 그림입니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