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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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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찬은 성황리에 끝났다.

윈터홈에 초대받았던 손님들은 성을 떠나 제자리로 돌아갔고, 화려하게 장식되어있던 대회관은 시종 시녀들이 밤새도록 정리한 덕분에 하루 만에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그리고 비로소 윈터홈의 고용인들은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요리사들을 포함해서.

원래였다면 어림도 없는 소리.

안 그래도 출장으로 요리사가 줄어든 상황이었다.

인력이 부족한데 요리사들 모두가 일제히 휴식을 취할 수는 없었다.

누군가는 남아있는 사람들을 위해 요리를 해야 했다.

하지만, 만찬은 실수 없이 진행되었고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은 알프레드는 포상과 더불어 이번은 예외로 요리사들에게 휴식을 허락했다.

물론 그마저도 순번을 정해서 휴가를 취하는 것이 전부.

그래도 사람이 부족해 시종, 시녀를 차출해야 했지만.

요리사들은 간만에 꿀 같은 휴식을 만끽할 수 있었다.

물론 카렘은 이에 해당하지 않았다.

그는 어디까지나 캐서린의 직속 요리사.

윈터홈의 본성 주방이 아닌, 마법사의 탑 소속.

하물며 그가 요리하는 대상은 하나뿐.

카렘은 다른 요리사들이 반쯤 진심이었던 도움 요청을 뿌리쳤다.

"...어어억. 죽겠다."

그리고 반쯤 죽어가고 있었다.

자기 방 침대 위에 누워서.

뼈마디는 욱신욱신.

근육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찌릿찌릿.

하루가 지나 긴장이 풀리자 지난 며칠간의 밤샘 업무로 인한 피로가 한 번에 몰아치고 있었다.

사람이 너무 배고프거나 아프면 잠도 못 잔다고 했다.

물론 카렘은 그만큼 아픈 것은 아니었지만, 일정 간격으로 아침 해가 밝아올 때까지 여섯 번 정도 자다 깨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래도 아침에 어찌어찌 일어나기는 했다.

천근같이 무거운 눈은 어떻게 뜨기는 했지만, 자리에서 일어나기 위해 팔다리를 움직이려 하면 후들거리면서 오히려 침대에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카렘은 눈만 움직여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두컴컴했던 방은 어느새 희미하지만 푸른 기미가 돌기 시작.

아직은 한없이 검은색에 가까웠지만, 해가 뜨기 시작했다는 징조였다.

몇 달 전이었다면 그냥 퍼질러 자면 됐다.

하지만 지금은 여름의 끝물.

체내 시계가 지금이 일어나야 할 때라고 카렘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그렇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푹신한 침대가 피로감에 찌든 카렘의 몸을 놓아주지 않았다. 뜨뜻한 침대와 이불과는 달리 서늘한 공기는 위에서 무겁게 카렘의 몸을 누르고 있었다.

'아, 일어나야 하는데. 우리 아타니타스님 밥 차려주려면 지금 일어나야 하는데.'

마음과는 달리 몸은 끄어어어어 하급 언데드같은 소리를 내며 일어나지 않으려고 했다.

똑똑똑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카렘 후배. 일어나셨습니까?"

"끄어어어어어어-"

"흠, 계약자랑 제 생각이 딱 알맞았군요."

램프를 들고 방 안으로 들어온 메리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뭐가,아아."

"아, 카렘 후배가 성수를 맞은 뱀파이어처럼 늘어져서 일어나지 못하리라는 걸 말하는 겁니다. 어린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고생했으니까요."

"어어, 어어억-"

"음, 제대로 말할 기운도 없군요. 자, 입을 벌리시죠."

메리는 품속에서 작은 유리병을 꺼냈다.

투명한 병의 내용물은 램프의 빛을 받아 영롱한 노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뽕-!

마개를 뜯은 메리가 좀비처럼 신음만 흘리는 카렘의 입에 내용물을 흘려 넣었다.

"자아, 자. 포션입니다. 한 번에 쭈욱 들이키십시오."

"이, 이이이그으."

"음, 뭐가 들어갔냐고 묻는 겁니까? 사자 나비의 날개, 호박(Amber)땅벌, 초롱 반딧불 외에 또 무슨 벌레가-"

"읍? 읍읍? 읍읍읍??????"

"자아, 자. 뭐 전에도 벌레를 잔뜩 먹었다고 하셨지 않았습니까? 그에 대한 연장 선상이라고 생각하십시오."

"읍! 으읍! 읍!"

"어, 어어. 입 벌리면 안 됩니다. 한 방울도 남김없이 다 마셔야 한다고 계약자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걸 내가 좋아서 먹었다고 생각하는 거냐! 라는 심정으로 소리치고 싶었지만, 이어지는 내용에 카렘은 얌전히 병의 내용물을 삼켰다.

미묘하게 찝찔하고 달달한, 이온 음료가 생각나는 맛.

왠지 모르게 입안 전체에서 목까지 느껴지는 청량함.

최소 3종류 이상의 벌레가 들어갔을 노란 액체의 포션은 분하게도, 정말 분하게도 맛있었다. 향수를 자극할 정도로.

그리고 병의 내용물을 비운 카렘은 숨을 몰아쉬었다.

"푸하! 이게 벌레가 들어갔다고요?"

"뜻밖의 반응이로군요. 이게 맛있습니까?"

"어, 일단 제 입에는 딱 맞는데. 취향은 갈리겠지만요."

"흐음, 재료가 거의 전부 벌레였던 거 같은데."

메리는 빈 병을 코르크 마개로 봉하고 잠시 병을 살폈다.

"뭐, 별로 중요한 사실은 아니니 넘어갑시다. 그나저나 계약자의 말대로 효과가 빠른 것 같군요."

"효과, 어. 그러고 보니 말이..."

"어디 한번 일어나 보시겠습니까?"

"어, 어어어."

뼈마디는 지끈지끈, 근육은 찌릿찌릿.

천근같이 무거웠던 몸은 온데간데 없었다.

마치 늦잠을 잔 것처럼 개운했다.

카렘은 시험 삼아 가볍다 못해 날아갈 것 같은 몸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대체 저한테 뭘 먹인 겁니까?"

"스태미나 포션입니다. 요 며칠간 고생했으니 필요할 거라고 아침 일찍 전달하라고 했습니다."

"어휴, 직접 먹여주실 것까지야."

"말도 제대로 못 하셨으면서 겸양 떨 필요는 없습니다."

유리병을 도로 품에 집어넣은 메리는 카렘을 가볍게 흘겼다.

"그래도 어린 나이에 그렇게 고생했는데. 오늘은 조금 쉬시는 게 어떠십니까? 오늘만큼은 제가 후배가 할 일을 대신하도록 하지요."

"하, 제가 속을 것 같나요?"

"뭐가 말입니까? 전 어디까지나 카렘 후배를 돕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에-"

"은근슬쩍 제 일을 뺏으려는 걸 누가 모를 것 같습니까?"

체엣!

메리는 당사자가 눈앞에 있는데도 노골적으로 혀를 크게 찼다.

"분명 계획은 완벽했을 텐데."

"틈만 주면 이러시는데 제가 모를 리가요."

아쉬움이 뚝뚝 묻어나오는 메리의 눈빛에 카렘은 어이가 없었다.

이 일중독 집요정은 방심하면 안 된다니까.

어쨌든 피로도 싹 사라졌겠다.

카렘은 망설임 없이 힘차게 방을 나서 어두운 통로를 몇 걸음 가로질러 바로 옆의 주방에 들어섰다.

한창 마법사의 탑의 마법사들이 먹을 음식을 준비하는 중이었는지 거대한 냄비에 버섯 수프가 뭉근하게 끓어오르고 있었고, 거대하게 부풀어 오른 빵 반죽이 놓여 있었다.

"그런데 반죽? 빵 구우려고요?"

"예. 이틀 전에 빵이 다 떨어졌습니다."

"빵은 주방에서 받아오시면 될 텐데-"

"그래서 어제 연회가 끝나고 주방에 갔지만, 제빵사가 며칠 휴가를 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걸 그냥 냅다 굽는다고요?"

"직접 빵 구운지도 제법 오래됐으니 그냥 제가 구우려고 어제저녁 늦게 미리 준비했었습니다."

그나저나 빵 반죽이라.

대량의 빵 반죽을 보고 있으니 카렘도 뭔가 욕구가 피어올랐다.

아니, 재미없고 자신 없는 반죽 과정을 다 건너뛰고 써먹기 좋은 반죽이 저렇게 떡하니 놓여 있는데 요리사가 이걸 참아?

"메리. 혹시 만찬에 넘기고 남은 토마토나 페이스트가 있을까요?"

"토마토는 없습니다만, 페이스트는 한 반병 남아있습니다."

"그러면 됐네."

"창고에 항상 있던 곳에 덩그러니 놓여 있을 겁니다."

"네엡"

그렇다면 답은 나왔다.

피자나 만들어야지.

남은 토마토 페이스트 전부에 마늘과 양파.

거기에 각종 허브와 다양한 치즈, 소고기를 바리바리 싸 들고 오자 한창 성형을 마친 반죽을 오븐에 집어넣고 일어나던 메리가 고개를 기울였다.

"소스라도 만드시려는 겁니까?"

"생토마토가 있으면 좋았을 텐데. 없으면 없는 대로 대체해야죠. 뭐."

"그렇다면 파스타로군요."

"아아니요?"

"예?"

"피자요. 피자."

"아, 세르비아누스 요리입니까."

피자를 만드는 과정은 무척 간단하다.

소스를 펴 바른 넓게 펼친 도우에 토핑을 올려 구워내면 끝.

과정이 너무 간단해 이세계판 유사 이탈리아인 세르비아누스에서 계층에 상관없이 폭넓게 먹는 요리라고 하며 카렘도 윈터홈 본성의 주방에서 몇 번 먹어본 적 있었다.

물론 그때는 토마토소스가 없었다.

하지만 어느 제과제빵이 그러하듯, 과정이 간단할 뿐.

실천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반죽의 정도와 화덕 온도에 따라 구워지는 동안 온도 조절을 위해 시시 때때로 위치를 바꿔주며 완전히 구워지기까지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야 했으니까.

버튼 하나 눌러서 모든 게 끝나는 오븐도 없는데 아무리 마법사의 탑의 주방이라고 해도 카렘의 실력으로는 맛있는 피자를 구울 수 없었다.

단 한 종류만 빼고.

다진 양파와 마늘을 아쿠사레 버섯유에 볶아 토마토 페이스트와 각종 향신료를 약간의 물과 함께 투입. 다져서 볶은 소고기와 섞은 후 끓여서 소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카렘은 곧바로 치즈를 수북하게 쌓일 만큼 잔뜩 갈았다.

간을 약하게 한 것도 이것 때문이다.

짠 치즈에 짠 소스라니.

피자가 아니라 소금 덩어리가 될 테니까.

빵을 굽는 틈틈이 메리는 카렘의 행동을 관찰했다.

피자나 파이도 아니고, 펠메니랑 비슷하다니?

하지만 호기심 어린 메리의 눈빛이 금세 썩어 들어갔다.

"음, 이렇게 잔뜩 만들어서 굽기만 하면 끝인데 왜 그런 눈빛으로 절 보시는 겁니까?"

"...이게 피자라는 말입니까?"

"네. 피자입니다."

"이게 어딜 봐서 피자입니까."

잠시 허리 숙여 오븐 속의 반죽 위치를 꼬챙이로 바꾸고 일어난 메리가 다시 한번 카렘이 차곡차곡 쌓아 놓고 있는 피자라고 주장하는 물건의 제조 과정을 지켜보았다.

도우를 넓게 펼친다.

소스를 바르고 빠르게 익혀야 하니 당연했다.

그 위로 미리 만든 소스를 골고루 펴 바른다.

누구도 소스가 덜 발린 피자를 먹고 싶지는 않으니 이것도 마찬가지.

도우 면적의 반에 소스가 보이지 않도록 치즈를 두껍게 투하.

뭔가 좀 이상한데. 일단 보자.

그리고 도우를 반으로 접어서 끝을 말아주는데 이게 어딜 봐서 피자란 말인가.

"어딜 보아 이건 파이잖습니까."

"피자입니다."

"아니, 좋게 말해줘도 구운 펠메니로밖에 보이지 않습니까. 전에 봤던 엠파나다와 비슷하게 생겼군요. 그건 기름에 튀겼었지만."

"칼조네입니다. 이거 오븐에 넣고 좀 구워주시죠."

"아무리 봐도 파이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만.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구우면 되겠습니까?"

"네."

메리가 파이라고 할 때마다 카렘은 정정했다.

하지만 메리의 반응도 이해 못 할 것은 아니었다.

당장 전생에서도 칼조네는 피자인가, 파이인가는 한국의 부먹or찍먹만큼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문제였으니까.

아마 세상이 멸망하거나 피자의 본고장이 멸망하기 전까지 결론이 나지 않을 논쟁이었지만, 칼조네를 피자로 처음 접한 카렘은 그저 기계적으로 피자라 주장할 따름이었다.

근데 이거 본토로 역류하면 비슷한 논쟁이 생기는 건가?

카렘이 깊은 고찰에 빠져있는 사이, 오븐에서는 어느덧 고소한 갓 구운 빵 냄새가 오븐을 뚫고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갓 구운 짙은 빵 냄새 사이로 색다른 냄새가 섞여 있었다.

식욕을 자극하는 산미와 고소한 치즈의 냄새.

메리는 눈을 질끈 감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개다래 나무를 고양이가 지나칠 수 없듯, 어찌 집요정이 갓 구운 빵 냄새를 지나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녀는 프로 집요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먹을 빵에 손을 대서는 안 되었다.

애초에 그러기 위해 자기 몫의 빵을 굽지 않았던가?

그렇지만 빵 냄새와 함께 피어오르는 식욕을 돋우는 신선하고 새콤한 냄새와 고소한 치즈 냄새가 끼어들자 메리는 가슴이 다 두근거렸다.

생각해보니 펠메니나 파이는 아닌 것 같았다.

"카렘 후배. 정정하겠습니다."

"네? 어떤 것을요?"

"칼조네는 피자가 맞는 것 같습니다."

"다 구워지면 하나 드시렵니까?"

메리는 거절하지 않았다.

다만, 캐서린의 식사가 끝난 후에 먹겠다는 일말의 저항을 했을 뿐.

자료첨부

-칼조네-

-엠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