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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내가 카리리 제왕이 되기 전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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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쓸모없는 년. 이 웬수덩어리가 뭘 잘했다고 눈을 그렇게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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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엄마라면 나를 배신하지 않을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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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술만 마셔대면 폭력을 휘두르는 아빠에게서 나를 지켜주었던 엄마가, 이제는 내 얼굴에 도자기 그릇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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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개의 조각으로 깨져버린 도자기가 바닥을 나뒹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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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와 볼에서 피가 턱까지 내려와 투두둑 떨어지고 있는데도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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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그 파편난 도자기는, 아마도 내 마음을 대변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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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 집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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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한테 얘기한대로 연습생 생활을 그만두고 소속사와 상호 동의 하에 계약을 해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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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과정은 너무나도 매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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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가 임박했다고 말씀하시던 건 전부 거짓말이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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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는 처음부터 나에게 아무런 기대를 걸지 않고 있었다는 게 또 하나의 충격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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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처음 맛보는 소세지빵을 먹고 칠칠맞게 눈물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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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그네에 걸터앉아 노을을 바라보며 먹는 첫 번째 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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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막혀오는 이유가 차라리 허겁지겁 쑤셔 넣은 빵 때문이라고 믿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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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읍... 흐끄윽... 흐아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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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이 통째로 사라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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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도대체 남은 게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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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하게 다리찢기를 하려다가 핏줄이 다 터져버린 허벅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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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세정제로 전신거울을 예쁘게 잘 닦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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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해야 노래 조금 있어보이게 부르고, 춤선을 예쁘게 가져가는 기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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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다니지 않았기에 친구는 당연히 없었고, 이제와서 다시 다니자니 마법학은 무슨 수학도 모르는 주제에 내가 뭘 할 수 있으려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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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덩그러니 던져놓은 쓰레기 조각이 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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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가치도, 쓸모도 없는 길바닥의 돌멩이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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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돌멩이는 아무런 생각이 없기라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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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같이 죽을 것 같다는 멍청이같은 생각을 달고 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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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보라서 그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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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선생님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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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결격사유 투성이인 사람이 아이돌을 어떻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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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살의 학생이 갈 곳은 마땅치 않았기에 다시 집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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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로는 가출팸 같은 게 있다는데 무서워서 그런데는 얼씬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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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고성이 오가는 집에서 방문을 꼭 잠그고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쓴 나는, 언제나처럼 비밀 아지트에 접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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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망한 중2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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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연을 구구절절하게 써서 올려보았지만 크게 반응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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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도 제대로 인생을 망친 사람이 수두룩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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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보면서 아 나는 저렇게까지는 살지 말아야지라며 잠깐의 위로를 받을 수는 있었지만, 다시 찾아오는 극심한 우울감까지 몰아내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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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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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댓글 하나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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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인생 제대로 망했네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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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걸 모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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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박할 힘조차 없어서 죽은 눈으로 스크롤을 내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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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새로고침을 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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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망했을 때 복구하는 가장 쉬운 방법: 이 중에 하나라도 안하면 걍 자살추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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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코인올인: 확률은 1%도 안 되겠지만 혹시 모른다 네가 그 행운아일지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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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원양어선: AI나 로봇으로 절대 대체 안 되는 든든한 국밥같은 직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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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생동성알바: 일반적인 알바로는 부족하다면 그건 네가 알바를 제대로 안 찾아 본 게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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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자원입대: 돈은 많이 준다! 적어도 돈만큼은! 해외파병은 따따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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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버튜버: 어차피 와꾸나 능력 되는 놈들은 여기 안 오잖아. 노베에서 시작하려면 답은 이거밖에 없음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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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이... 꾸준글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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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류의 게시물에 꾸준하게 댓글을 다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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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슨 심정으로 다는 지도 모르겠다. 우월감을 느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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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라면 눈여겨보지도 않았을 글에, 유독 ‘버튜버’라는 단어가 눈에 콕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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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연습생 생활을 지냈을 때, 가끔씩 인터넷에서 찾아보던 여러 버튜버 방송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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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나라면...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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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막연한 자신감이 도대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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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브이튜브에서 여러 버튜버 영상을 찾아보려고 앱을 열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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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튜브 추천 영상: (다큐멘터리)벌꿀오소리에게 천적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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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처럼 약해 빠진 나와는 전혀 반대되는 제목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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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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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리라는 인물은 윤슬의 훌륭한 대체제로서 제 역할을 다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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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이 창조해낸 인물은 내적으로 강하고 거리낌이랄 게 없는 성격을 가졌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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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것도 작년, 체나의 죽음 이후로는 유명무실해진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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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리로 있는 동안에는 단 한번도 겪지 못했던 공황발작이 가상현실 접속 중에도 계속해서 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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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따갚대 스크림에서 탈주하게 된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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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불가항력이었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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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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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식탁에서 식기가 달그락거리는 소리만이 조용히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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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과 안방에는 불이 모두 꺼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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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전등에서 새어나오는 불빛 하나에 의지하여 남매들은 저녁을 먹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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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동생 설태양은 지금 이 적막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 젓가락을 탁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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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오늘은 집에 안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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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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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상태가 이런데 어떻게 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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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 괜찮아 뭐 한두번 이런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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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유독 심했어. 누나도 그렇게 생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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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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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의 시뻘게진 눈에는 벌건 핏줄이 도드라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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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엄마한테 전화하고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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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부모님과 별거 중이었다. 여기는 설윤슬의 집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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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끊이지 않는 부부싸움으로 식기와 골프채, 가끔은 날붙이까지 날아다니는 집안 꼴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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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현재 중학교 2학년 동생인 설태양도 가끔씩 이렇게 윤슬의 집에 놀러오면서 해방감을 만끽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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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뭐라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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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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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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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에서 바로 왔으니까 그냥 내일은 여기서 등교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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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알아서 해. 저녁 더 안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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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누나 너무 요리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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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기껏 만들어줬더니 이 개시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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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셀프패드립 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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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는 네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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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이 눈을 부릅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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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에 누워 다시 여가시간을 보내려던 태양은 할 수 없이 고무장갑을 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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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윤슬의 지분 100%로 이루어진 집에서 태양은 철저한 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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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누나는 부자면서 왜 집에 식기세척기 하나 안 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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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사야겠다 생각은 하는데... 흐어어엉 다 귀찮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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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하는 것도 귀찮아? 누나 그런 무기력증도 고치려고 노력 좀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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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진심을 담아서 한 충고였지만 윤슬은 들은 체 만 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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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본업과 관련되지 않은 일에는 아무런 흥미도 찾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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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가 있는 사람이 캡슐을 사용하는 건 위험한 일이지만, 오히려 윤슬의 우울증 치료를 위해서는 VR만큼 제격인 게 없어 태양도 뭐라 할 수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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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아프다고 하고 방종하지 하필이면 그런 거짓말을 쳐야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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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초인종이니, 택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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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말을 덧붙여가지고 사건만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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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서 게임을 못 한거면 다들 이해해주기라도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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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리는 절대 아프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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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또 RP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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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네가 그런 상황을 겪어봐... 머리가 새하얘져서 아무런 생각도 안 드는데. 난 최... 최선을 다 한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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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보려고 틀어놓은 티비에는 여전히 노네임의 방송이 송출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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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은 소파에 거꾸로 누워 검은 머리카락을 마룻바닥에 내려놓은 기묘한 자세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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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리의 갑작스러운 탈주로 이후 스크림이 취소되어버려 각자 감독 코치들에게 피드백을 받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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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은 이미 다 가르친 것인지, 아니면 가르칠 것도 없어서인지 그녀는 묵묵히 랭겜을 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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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 어때? 개멋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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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에서 설태양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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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윤슬의 집에 놀러올 때마다 노네임이 롤 프로들을 발랐다는 등, 자신이 노네임 방의 ‘장문인’이라는 등 그녀와 관련되지 않은 주제가 안 나온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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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나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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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의 권유에 못 이겨 강제로 본 방송이었지만 의외로 그녀의 방송은 신선하다 못해 참신하다고까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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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마찬가지인 생각이겠지만 저게 진짜 14살이라고?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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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 방송의 오프닝 송으로 자신의 노래가 나왔다는 사실을 전해들었을 때는 당황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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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방송 끊을 생각은... 없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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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어...? 야 내가 너 용돈 주는 것도... 다 방송해서 버는 거야 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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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다요! 미안하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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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상대하지를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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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태양이 카리리가 자주 쓰는 말을 따라한다. 그는 다른 또래들보다 일찍 철이 든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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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애써 이렇게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것도 의도한 바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윤슬은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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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하려는 찰나, 설거지를 마친 태양이 다가와 소파에 위태롭게 걸터누운 윤슬을 뻥 차버리고는 자리를 독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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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켜. 내 자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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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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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설태양...! 너 뒤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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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지기 싫은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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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 들기는 무슨! 이럴 거였으면 차라리 집에 보내는 게 더 나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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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가? 방송 더 안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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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자러 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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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누나 오늘은 절대 커뮤니티 같은 거 확인하지 마라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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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볼 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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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으로 돌아온 윤슬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폰을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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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의 충고에도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는 에고서핑은 멈출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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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카리리라는 인물에게 있어서 일종의 의례나 다름없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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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머리로는 대충 예상하고 있음에도, 사람들에게서 쏟아져 나오는 부정적인 감정은 일개 개인이 전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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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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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체도 무단방종이 잦았던 카리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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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는 아니지만 때때로 찾아오는 공황증상 때문에 이제는 컨셉으로 밀어붙이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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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누워봤자 불면증 약을 복용하더라도 잠이 안 올 게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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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아직까지는 설윤슬보다는 카리리로 지내는 게 편하기에 그녀는 다시 캡슐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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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꿀오소리라면 절대로 상처받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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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ame님이 초대장을 보냈습니다.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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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건 또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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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iri: 뭐야뭐야? 울 네임이 나 또 보구 싶어서 연락했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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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ame: 같이 놀이공원 가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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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ir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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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공원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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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의 뜬금없는 제안에 윤슬이 눈썹을 찡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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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스페이스를 말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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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하필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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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iri: 방송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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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ame: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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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iri: 다른 한 명은 누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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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ame: 아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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