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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안 해볼 수가 없습니다! 요즘 커뮤니티에서도 핫한 주제로 가져왔는데요, 바로바로 ‘월드 오브 아르세리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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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분컨텐츠? 근데 월드 오브 아르세리아는 게임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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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무려 한국 PC방 점유율 2위를 선점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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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게임으로 힐링 좀 할 수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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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다연은 카메라 앞에서도 여전히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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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물리천문학부의 같은 과 동기 지성훈의 권유로 ‘힉스 스튜디오’에 입사하게 된 지 벌써 세 달이 되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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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적 MCN인 ‘레터박스’ 소속이었으며, 과학·마법학 컨텐츠로 인기를 끈 145만 구독자 브이튜브 채널에서 그녀는 물리학 부문 컨텐츠 PD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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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에 진행했던 ‘물수제비의 원리를 이용해서 인간이 강을 건널 수 있을까’라는 주제는 다연에게 악몽 그 자체로 남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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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 하나도 무서워서 타지 못했던 그녀는, 중력가속도 내성 강화 훈련(g-test) 체험 덕분에 이와 관련된 모든 공포증은 강제로 극복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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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게임하는 거잖아요.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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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저를 못 믿으세요? 지난번에 물수제비도 나름 재밌지 않았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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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무서워 죽을 뻔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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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다연씨가 고생을 많이 한 것 같아서, 이번 컨텐츠는 마음에 드는 걸로 준비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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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불안한 거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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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컨텐츠는 뭘로 할까 한창 고민하는 중, 지성훈이 갑자기 카메라를 들이밀며 브이튜브 각을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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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짓 당황할 뻔도 했지만 여기서 받아쳐주지 않으면 프로답지 못했기에 다연은 자연스럽게 성훈의 의도에 어울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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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 해본 적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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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그냥 가끔 브이튜브 쇼츠로 뜨는 것만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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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먼저 화제의 영상을 한번 시청하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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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 형광등이 모두 꺼지고 빔프로젝터에 불빛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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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은 손톱을 아그작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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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훈이 저렇게 음흉한 미소를 지을 때가 세상에서 제일 불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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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 물리천문학부의 명실상부한 과탑이자 이론마법학과까지 복수전공을 해버리는 말도 안 되는 스펙의 초인이었지만, 동시에 엄청난 괴짜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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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신박한 컨텐츠를 물어다 준 덕분에 다연도 힉스 스튜디오에서 명성을 얻을 수 있었지만, 그 과정이 항상 순탄치만은 않았다는 게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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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운 나이에 한강 한가운데에 빠져 익사해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는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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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화면이 점등하고 화려한 금발의 여성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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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을 머금은 울창한 숲속에서 그녀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기사의 검을 빼앗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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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십여명의 기사가 그녀를 에워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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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녀는 확신에 찬 눈빛으로 전투 태세에 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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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아...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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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현란한 몸놀림으로 기사들을 차례대로 격파시켜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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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과정에서 자유자재로 마법까지 시전하는 건 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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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에서 찔러 들어오는 검의 궤적을 바꾸었고, 때로는 삼중 합동 마법진의 연산까지도 무리 없이 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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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은 다시 빠르게 넘어가 고풍스러운 서재로 인물들이 옮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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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C 하나가 비명을 꽥 지르며 천장에 처박히는 것으로 전투의 개시를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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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라면 재현하는 게 거의 불가능한 수준으로 여인은 좁은 공간을 요리조리도 잘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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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다연은 보스에게 마지막 일격을 날리는 장면에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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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중 합동 마법진? 아니 5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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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이 종료하기도 전에 다연은 성훈에게 작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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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에 마법 어시스트 기능도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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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롤을 제외하면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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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대박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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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정장의 신사가 철퍼덕 쓰러지는 걸로 영상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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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밝아진 주변에 다연은 쨍한 눈을 한번 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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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훈이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 뒤 소감을 물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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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오브 아르세리아가 이런 게임인 줄 상상도 못 했네요. 진짜 해보고 싶어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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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캐릭터가 정말 다연의 마음에 쏙 드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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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영화에서 등장할 법한 가련한 여주인공이 도리어 학살극을 펼치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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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직접 해볼 기회가 많지는 않을 거예요! 이번 컨텐츠는 체험보다는 분석에 가깝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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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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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본 건 ‘노네임’이라는 스트리머 분의 플레이 영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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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플레이 영상이었다고요? 뭐 티저 이런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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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자유도가 높고 어시스트 기능이 존재하는 가상현실게임이라고 해도 방금 그녀가 본 건 너무 규격 외로 비현실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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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재능을 왜 방송으로 썩히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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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정도 운동신경이라면 당장 진천선수촌에 가서 올림픽을 준비해도 되는 것이고, 만약 현실의 육체가 따라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캐스팅 시간을 보아하건대 마법학 쪽으로 가도 대성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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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이번 컨텐츠는 노네임씨가 사용한 마법 분석하기입니다! 오늘부터 다연씨랑 저랑 같이 지겹게 볼 영상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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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은데 이걸 다? 아니, 영상 길이만 봐도 몰라요? 게다가 전 마법진에 대해서는 성훈씨만큼 잘 모른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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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3회차까지 있는데 다연씨 생각해서 1회차만 가져온 거니까 더 이상의 투정은 못 받아들이겠네요. 그리고 그냥 분석만 하면 재미없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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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뭘 하려고 꿍꿍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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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현실에서 똑같은 마법을 사용했을 때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갈지, 저희 한번 계산해봅시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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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라 태클을 걸기도 전에 성훈이 재빠르게 영상의 종료 버튼을 눌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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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가 풀린 다연이 매몰차게 그를 몰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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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우리 이걸로 할 거야? 그냥 지금이라도 찍은 거 지워버리고 다른 주제로 바꾸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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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에? 재밌어 보이잖아! 방금 플레이 영상 못 봤어? 그 영상 달랑 하나만으로 벌써 100만 조회수야! 우리가 분석만 해도 최소 200만 조회수는 기본으로 먹고 들어가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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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왜 아무도 안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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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가 보장되어 있는 컨텐츠를 다른 이들이 가만히 놔둘 리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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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질문이야. 일단 노네임님이 쓴 마법들이 1서클 마법 치고는 너무 어려운 게 첫 번째 이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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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서클 마법? 방금 그게 다 1서클 마법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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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여기서부터 다연은 쎄한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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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서클 마법은 늦어도 중고등학교 때는 다 떼는 지극히 단순한 마법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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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머리 아파지는 몇몇 복잡한 마법진들이 사실 다 1서클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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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사칙연산만으로 KGSAT 수학 영역을 푸는 게 더 신빙성 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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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확장은 전문가의 영역이었다. 아무리 지성훈이라도 이건 명백히 선 넘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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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개인이 혼자서 분석하기에는 양이 많다는 점도 한몫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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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사용한 마법만 100개가 남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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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중복된 것도 거의 없고 말이야. 그래서 이건 ‘핫이슈’가 아니라 ‘핫포테이토’야. 어떻게 해야 하긴 하는데 다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지. 까서 먹을 수만 있다면 잭팟이지만 너무 뜨거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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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은 다시 성훈이 보여준 브이튜브 영상에 눈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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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는 지금도 실시간으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추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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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오아가 미국 게임이었기에 외국인 댓글도 꽤나 많이 보이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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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잘만 하면 힉스 스튜디오에서 외국인 구독자들도 모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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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계획이 있어? 나는 막막하기만 한데. 너는 대충 감이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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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하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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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떡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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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안 되면 발로 뛰기라도 해야지. 우리한테는 좋은 인맥과 학벌이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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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그의 작전은, 할 일 없는 대학원생과 한국대학교 마법학부 교수들을 붙들고 그녀가 보여준 마법진을 분석하려는 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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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남이 해주는 밥이 가장 맛있는 법이라면서, 성훈은 벌써부터 아는 사람들에게 연락을 돌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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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이번 컨텐츠도 유순하게 흘러가지만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든 다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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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밍을 시작합니다: 0:00:01 – No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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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Chatting – 제목을 설정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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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시간 - 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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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수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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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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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꿈이야 생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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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어디 갔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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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을 시작하자마자 채팅을 칠 수가 있다니 장족의 발전이다 노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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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시간 - 0: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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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수 – 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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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입속도 ㅅㅂ 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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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작은 불면증 치료제였는데!!! 내가 먼저 좋아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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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한 번으로 월클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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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 사람은 왜 이제껏 물 들어올 때 노 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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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물 들어올 때 배를 아예 부숴버렸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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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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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시간 - 0: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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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수 – 1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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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말 좀 해봐요 방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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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동안 공지 하나 없이 잠수 타도 되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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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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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도 악질 출신이었는데 새삼스럽게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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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대남 맛 좀 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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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방장은 롤대녀라서 면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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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님 브이튜브 보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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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델라 보고 싶어 빨리 월오아 켜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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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창은 그야말로 난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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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의 지난 행보는 월오아 커뮤니티에서 떡밥이 강하게 굴러가나 했더니, ACK 프로게이머의 승부조작 자백 사건으로 순식간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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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뜰 사람은 언젠가는 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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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튜브를 중심으로 그녀의 단편적인 플레이 영상이 업로드 되면서 노네임의 유명세는 수면 아래에서 크기를 조금씩 불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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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틀 전, 한국에서 과학 컨텐츠 채널로 가장 유명한 ‘힉스 스튜디오’와 ‘도비 사이언스’가 거의 동시에 노네임을 대상으로 한 영상을 업로드한 것이 기어이 촉매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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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서로 짜기라도 한 듯이 노네임의 활약상을 일반인들도 쉽게 알 수 있도록 친절한 정보를 제공했었고, 이는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알려지게 되는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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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몇몇 방송사에서 노네임을 취재하고 싶다는 댓글까지 개인 커뮤니티에 알음알음 보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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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끼 대체 어디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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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저챗인거지?왜월오아가아닌거지?왜저챗인거지?왜월오아가아닌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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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보니까 방제도 없네 ㅁㅊ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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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의 불규칙적인 방송 시간 때문에 그녀의 구독자들은 대부분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상태로 방송에 참여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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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노네임의 감미로운 목소리를 들으며 화를 삭히는 게 일종의 관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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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가장 최근에 유입된 시청자들은 그녀가 방송을 킨지 몇 분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점에 대해 당황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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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도 이런 방송이라며 안심시키는 기존 시청자들의 댓글은 거친 텍스트의 파도 속으로 휩쓸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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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아저씨의마법교실’님이 10,000원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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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방송 날로 먹고 싶은 노네임이면 개추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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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그녀의 방송에서 첫 번째 후원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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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빨리 방장이 갈 곳 없는 피난민들을 이끌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보낸 도네이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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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얼 해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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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실현시키지 못한 월오아의 최고 난이도를 재도전해봐도 좋고, 꽤 오랜 시간 놓아줬던 레거시 오브 레전드에서 챌린저를 찍기를 바라는 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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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의 제멋대로인 방송 스타일을 비꼬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듯, 채팅창에는 다시 강력한 화력의 도배 문구가 쏟아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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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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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흘리며 개추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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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추는 무슨 빨랑 안 튀어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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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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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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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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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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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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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위에 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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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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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채팅을 치지 말고 방송을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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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노네임이잖아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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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탱이가 없네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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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몰아치는 급류 속에 조용히 묻어가려는 노네임을 귀신같이 찾아낸 시청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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