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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 어디로 도망쳤지? 여기서 확실하게 잡아놓으면 게임은 우리쪽으로 확실하게 넘어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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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마법이라도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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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그럴 시간까지는 없고. 어차피 여기는 막다른 길 많으니까 멀리는 못 갔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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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 뒤 뒤에!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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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사적으로 터져나온 비명이 경고장을 날렸지만 사제가 검을 내리치는 속도가 더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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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후열을 담당한 기사의 허리춤을 향해 시퍼런 날의 검이 쇄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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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패를 든 다른 기사가 곧장 몸을 날려 보호하려는 노력이 무색하게도, 나메의 검이 확실하게 숨통을 끊은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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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의 정기를 받은 서슬퍼런 날에는 반대로 뚝뚝 피가 떨어져 아카데미의 복도에 흩뿌리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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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도한 사람들이 이를 내버려둘리 만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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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패기사의 직검이 나메의 허리춤을 향해 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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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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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옷을 두드리는 둔탁한 소리가 아닌, 검과 검이 만나는 경쾌한 소리가 몸을 타고 진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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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간단하게 막힌 일격이었지만 기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검을 회수해 방패를 세웠다. 지금은 시간을 버는 판단이 우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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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신호가 없었음에도 마법사는 다시 그의 뒤로 돌아서서 진형을 가다듬고 캐스팅을 준비했다. 시간을 확실하게 번 방패기사에게 무언의 감사함을 표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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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상대 마나 0이야! 계속 밀어붙일 테니까 뒤만 잘 봐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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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을 가다듬은 기사가 쩌렁쩌렁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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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발이 얽힐 것만 같은 지척에서 이내 직검을 뽑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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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한 상대는 아무리 봐도 도망칠 생각은 없어보였다. 정말 둘을 상대로 맞서겠다는 생각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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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그림자가 포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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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러까지 활용하여 극한으로 속도를 높인 기사가 계속해서 상대를 몰아붙이며 전진했지만, 그때마다 정확하게 마디를 끊어내는 나메의 반격이 매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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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을 만들기 위해 이따금씩 섞여서 들어오는 훼이크에는 오히려 거리를 좁히고, 급소를 찔러 들어오는 일격에는 뱀같이 휘어들어오는 스키아보나가 아가리를 벌려서 막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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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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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끼리 바짝 달라붙었다. 여기서 공격을 한번이라도 멈추거나 몸을 내빼면 바로 목숨을 잃어버릴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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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바닥을 보여가는 스태미나, 누가 먼저 떨어질지에 대해서는 천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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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굳센 다짐에도 무색하게, 잔상으로 생각했던 검날이 옆구리를 후려치며 기사의 몸이 주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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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적으로 한발을 뒤로 뺀 기사가 눈살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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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바라본 나메는 곧바로 무게중심을 무너뜨리기 위해 어깨를 밀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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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 난전에서 먼저 넘어질 수 없었던 기사는 방패를 꾹 움켜쥐어 앞으로 뻗어지는 충격에 버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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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하게 다시 반대편으로 몸을 돌린 나메가 계속해서 기사의 다리에 돌이킬 수 없는 자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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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패기사가 눈 먼 검을 휘둘러보지만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해낸 나메가 다시 급소를 찔러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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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기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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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히 바닥에서 회수한 방패가 기사의 목숨줄을 연명시켜보지만, 금속끼리 일으키는 불쾌한 소음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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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한번 박자를 놓쳤을 뿐인데 따라잡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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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된 피해에 신음을 가까스로 삼켜내는 기사에게 마법사가 구원의 목소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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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마법 캐스팅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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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죽어도 상관없으니까 걍 같이 쏴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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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오히려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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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거머쥔 직검이 사제의 것과 교차하였지만 이는 기사가 의도한 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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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힘을 몰릴 수도 없는 대치 형국에서 거대한 마나의 흐름이 감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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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사제에게는 블링크 쿨타임이 돌고도 남았겠지만 기사가 다른 손은 봉쇄하고 있으니 스크롤을 꺼낼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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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막힌 작전과 우연히 만들어진 대치형국으로 완성된 체크메이트에 기사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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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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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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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사제가 몸을 빼버리면 오히려 기사에게 이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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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마법이 발동되기까지는 시간이 남았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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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상대가 착각을 했으리라고 판단한 기사는 차가운 복도바닥에서 일어서 곧바로 사제에게 따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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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여기서 한 명 더 죽어도 마법사만 살아 있었다면 전황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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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가 과감하게 앞으로 대시까지 내지르며 거리를 좁히고, 온 힘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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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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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의 공기를 모두 뭉개버릴 강한 일격이 결국 허공을 갈라버리는 것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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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분신: 체력이 15% 이하로 내려가면 10초 동안 분신을 생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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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신이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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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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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렁이는 시야에 뒤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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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크를 통해 순식간에 마법사에게 달라붙은 사제는 짧게 잡은 검으로 그녀의 심장을 확실하게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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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벽지에 붉은 선혈이 사방으로 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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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거무튀튀한 피에 젖은 검을 뽑아낸 나메는 검날 중간을 꽉 잡고 마치 창을 내던지듯 기사를 향해 투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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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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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한 기사가 방패부터 치켜들어 검을 튕겨냈다. 어처구니없는 그녀의 행동에 의문을 표하는 것도 잠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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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잘 튕겨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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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 날아오른 검이 어느새 나메의 손에 들려있다.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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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오른손에 확실히 쥐어진 스키아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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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놀라서 기사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며 자세를 바로잡아보지만 방금의 행동으로 몸 왼편으로 너무 쏠려버린 방패 때문에 속도가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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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를 가르는 건 찰나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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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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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로 길게 휘둘러진 일격이 기사의 목에 흔적을 남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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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t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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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국평천하: 중첩된 일격을 가할 때마다 3%에 해당하는 추가 피해가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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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12스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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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5(14080+5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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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 단일 공격이라고 상정할 수 없을만큼의 큰 대미지가 거구의 기사에게 박혀버리며 전투의 종료를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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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1 따갚대 시즌2 쇼케이스 1~5일차 결과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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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ame(사제): 5전 3승 2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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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산 KDA: 48/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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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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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두 판은 왜 진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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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메는 캐릭터의 한계는 진작 뛰어 넘었을지언정 게임을 승리로 이끌지는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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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같이 10만에서 5만 전투력으로 조정했을 때 대회 운영 관계자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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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가 너무 쓰레기 되는 메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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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프로게임 메타에서는 밸런스 패치가 10만 전투력을 기준으로 산정된 반면, 모든 클래스가 그 절반의 능력치를 가지게 되었을 때 힐러라는 직업이 압도적으로 썩어버린다는 사실까지는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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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경매 포인트 힐러에 쓰면 흑우 인증하겠네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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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이 따갚대에 참여한다는 소식은 비탈길을 구르는 눈덩이처럼 빠르게 커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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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커뮤니티에서는 벌써부터 대회 운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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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의견은 통일되지 않고 첨예하면서, 때로는 난잡하게 대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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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1위를 따갚대에 출전시키는 게 말이나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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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은 이미 피지컬적으로 완성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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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나이트메어에서 선보인 출중한 검술 실력은 이미 인간의 영역을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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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낮은 티어에서의 사람들이 똘똘 뭉친 팀워크로 승리를 일구어내는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겨우 노네임 한 사람에 의해 무너질 수도 있겠다는 우려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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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적 보면 노네임 이제 게임 5판 했어. 고평가 때문에 손해보는 건 오히려 노네임임. 운영법 같은 건 1도 모르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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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스토리모드와 멀티플레이는 아예 다른 게임이라는 시선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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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풋살 선수라고 해서 뛰어난 축구 선수가 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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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살에서 연마한 개인기가 축구에서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도움은 될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능력치가 다른 차원에 있었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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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멀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마법은 ‘블링크’가 전부였고, 노네임은 월오아의 모든 시스템을 알지도 못하는 뉴비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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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스토리모드 방송만을 본 사람, 배치고사만 본 사람, 그리고 둘 다 챙겨본 사람들마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니 형국은 점점 혼란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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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 방송 한번도 안 봤지만 아무튼 중학생이 대회 참가해서 좋다고 생각하면 개추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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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이성적인 이유보다도 나이나, 나이나, 나이같은 게임 외적 요소를 중시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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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미덥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쨌거나 노네임을 응원하는 글이니 ‘좋아요’ 버튼을 누르는 소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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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너머에는 숨을 고르는 노네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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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렬한 전투는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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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만 승리했다면 더욱 큰 찬사를 받을 자격이 있는 그녀였지만, 아쉽게도 노네임에 대한 칭찬보다는 같은 팀 카리리에 대한 비난이 더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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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야무야호’님이 1,000원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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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아깝지만 멋있었어요...!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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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호야무야호님. 오랜만에 도네 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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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스포츠에 열광할 수 있는 이유는 언제나 제약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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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축구에서 손을 쓸 수 있었다면 아무도 이에 열광하지 않았을 테고, 톱스타 플레이어들이 그 많은 연봉을 쓸어담을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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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게임이 이스포츠라고 불릴 수 있게 된 이유 또한 서로 같은 제약 하에서 사람 간에 치열한 승부를 겨루는 경기라는 공통점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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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언제나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면, 역설적으로 그 규칙 내에서 얼마나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지가 실력과 인기를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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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대에 근접해서 슛을 할수록, 공이 안정된 상황에서 슛을 할수록 골을 넣을 확률이 올라가지만 중거리슛이나 아크로바틱한 오버헤드킥이라는 선택지가 있는 선수들은 언제나 최고의 대우를 받는 것과 같은 논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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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이 이루어지는 곳에서 희소가치가 있으면, 자본과 관심은 대개 쏟아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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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이 전장에서만큼은, 노네임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너무 빛나 눈이 멀어버릴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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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야무야호’님이 1,000원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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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카리리랑 합방 생각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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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넌지시 그녀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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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방...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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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탐탁지 않아 하는 것도 이해는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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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도 거의 카리리 하나 때문에 진 판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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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팀 되면 생각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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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오랜만에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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