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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2 KiB
Raw Blame History

월드 오브 아르세리아의 승리 구조는 3단계로 간략하게 서술할 수 있다.

체크포인트 점령, 중립 보스 처치, 마지막으로 위그드라실 파괴.

아군과 아군 npc들의 리스폰 장소를 계속 전진시키기 위해 특정 체크포인트를 점령해야 한다.

또한 중간중간 아군에게 유리한 버프를 주거나 아군으로서 합류할 수 있는 중립 npc들을 처치해야한다. 판정은 무조건 막타가 기준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설령 실패했더라도 적진의 위그드라실을 파괴하기만 한다면 승리하는 복잡하고도 단순한 구조였다.

정말 뭉개서 비유하자면 게임 초반부터 드래곤 한타가 끊임없는 롤, 또는 골드와 경험치를 획득해 성장에도 신경써야 하는 오버워치였다.

[녹턴 나일링크 vs 프리드리히 황태자]

[Map: 아르세리아 숲]

[녹턴 나일링크가 당신의 팀에 합류하였습니다.]

[거점을 점령하여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십시오.]

“노... 녹턴 나일링크라고 해요!”

“우와 얘 누구야? 정말 귀엽다!”

“그러게 스토리에선 한번도 못 만나본 것 같은데.”

“제 이름은 녹턴 나일링크...! 아 빨리 가야 해요! 저희 팀을 봤을 때 A지역을 먼저 점령하는 게 유리해보이는데 따라와주시겠어요?”

녹턴 나일링크가 허공에 팔을 붕붕 휘둘러댄다. 다급하게 재촉하는 모습이다.

“어떻게 하지? 처음에는 둘씩 가는 게 정석이려나?”

“그렇게 합시다. 야 우리 둘이 B 거점으로 가자.”

“예 형님.”

“그럼 궁수님은 저랑 같이 npc를 따라가죠.”

자연스럽게 나는 마법사 소년과 짝을 맺게 되었다.

그럼 남은 건 C 거점이려나?

“힐러는 마법사랑 조합이 안 좋은데...”

“왜?”

“아... 아냐! 아니에요...”

-첫판 뉴비가 왜케 찡얼대냐

-와 진짜 너무 야하다ㅋㅋㅋㅋㅋ

└ ㄹㅇ이게 야동이지

-아직도 이 겜에 뉴비가 있었구나

-조합 왜 이래?

-첫판 6명에 상대는 플다 미쳤고ㅋㅋㅋㅋㅋㅋ

-아무리 전투력 밸런스 신경썼다지만 말이 되냐?

└ 고통받는 노네임 벌써부터 맛있다!

-ㅋㅋㅋ혹시 저격 성공한 놈 있냐

-상대 저거 카리리 부캐 아님?

└ 뭐야 찐이네?

└ 이게 우연이라고?

└ 백퍼 저격이다 이건

우리는 오른쪽 C 거점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숲길은 전날 비를 머금었는지 잘팍거렸다.

영원히 이어질 것 같던 수림의 풍경이 끊기고 시야가 확 뚫렸다.

C라고만 간단히 적혀있는 푸른 정육면체 상자가 하늘 위를 맴돌고 있었다.

“적과 곧 마주친다. 신호를 보내면 너 먼저 돌격해.”

“나는 마법사인데? 아 맞다 네가 힐러구나...”

공터에서는 이미 npc 무리들이 서로 격돌하고 있었다.

거점에 조금 늦게 도착한 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인게임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근데 조합 진짜 암울하네ㅋㅋㅋㅋㅋㅋ

-기사 한명씩은 끼고 다니지

-초보면 오히려 A에 6명 다 가서 하나라도 확실하게 먹는 게 나았을 듯

└ ㄴㄴ 다 A 보내고 노네임이 혼자 B가서 다 쓸어버리면 됨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왠지 될 것 같아서 더 웃기네ㅋㅋㅋ

소년은 일단 착실하게 npc들을 물리쳤다.

아직 막타라는 개념에 익숙지 못해 골드가 질질 새고 있었지만 게임은 언제나 대국적으로 봐야한다.

적의 인기척이 느껴지는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라.

어쩔 수 없이 저들의 계략에 놀아주어야 겠다.

나는 소년과 함께 C거점에 들어가 점령도를 올렸다.

“우효 겟또다제!”

“미친 진짜 노네임이잖아? 아니 님 스토리 언제 다 깼어요? 전투력은 또 머선 일이고?”

앞에는 npc의 전선, 뒤에는 도끼와 석궁을 든 사내들.

골드 수급도 하지 않고 우리가 오기만을 계속 기다린 것이다.

“우리 이제 어떻게 해! 근접 대 원거리라 포위되면 무조건 죽을 텐데!”

“난 힐러잖아. 네가 나가서 싸워야지.”

“이씨 난 몰라 진짜!”

“얼마만에 맛보는 뉴비냐 이게! 노네임님은 이따 메인 디쉬로 먹을 테니까 거기서 딱 기다리고 있어요!”


하늘이 비눗방울들로 가득찼다.

뜨거운 불씨가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비눗방울들을 열심히 터뜨려보지만, 여전히 비눗방울들은 연못에 풀어놓은 올챙이 떼처럼 수가 줄어들지 않았다.

-법사 의외로 잘 싸우고 있는데?

-잘 싸우는 게 아니라 이건ㅋㅋㅋㅋㅋ

-힐량 미쳤냐!

[초급 힐]

스토리에서는 자주 쓰지 않아서 몰랐는데 힐을 많이 쓴다고 좋은 게 아니었다.

마치 마법진에 적정량의 마나를 주입하듯이, 줄어든 체력의 제곱근에 비례하는 스킬활용이 중요했다.

자주 쓰지도 말고, 쓴다면 완벽하게 체력을 채울 정도로만.

때문에 소년은 이미 치사량의 피(비눗방울)를 흘렸음에도 멀쩡히 서 있을 수 있었다.

“나 은근 잘 싸우는 걸지도!”

비눗방울에 둘러싸인 소년이 외쳤다. 그림이 영 아름답지 않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노네임빨이잖아!

-힐량 개미쳤고

-이게 종결캐다!(희망편)

-게임 시작 이제 3분 지났는데 이렇게나 스탯에서 차이가 난다고?

-줫사기네ㅋㅋㅋㅋ

-아니 거품 때문에 시야 방해 너무 심한데? 그냥 피로 바꿔주면 안 됨?

“아니 뒤지게 안 죽네.”

“안 되겠다 힐러부터 고고.”

저돌적으로 달려오는 남성들. 게임 초반에는 전투력 차이가 심하지 않아 제거하려는 움직임이었다.

얼핏 보면 동작이 뻔해보여도 벌써부터 방향을 틀 생각을 하고 있다.

어쭈 최선을 다하겠다 이거지?

내 실력을 아는 사람인만큼 막상 전투에 들어가니 눈빛이 다들 진중하기 짝이 없다.

스키아보나를 앞으로 꺼내 달려오는 그들 사이를 반으로 갈라본다.

진짜 대인전, 스토리에서는 완벽하게 느낄 수 없었던 사람 간의 심리전.

공격은 누가 먼저 할 것인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도끼가 잔상을 남기며 내 머리를 향해 스쳐 지나갔다.

“이걸 피해...?”

다대일 전투는 최소한의 보법만을 사용해야 한다. 왼발을 뒤로 빼 몸을 단번에 숙이고 동작을 준비했다.

하루에 수천번씩 휘두른 근육 기억이 팔을 장악한다.

허리춤에서 시작하여 하늘로 끝나는 하늘베기.

푸른 섬전이 번쩍이고 남성의 울대에 사선이 그어졌다.

[Critical!]

단번에 체력의 절반을 잃은 남성이 뒤늦게 몸을 빼보려고 하지만 사냥감은 절대로 놓치지 않았다.

이어지는 찌르기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남성의 갑옷에 막혔지만 이는 의도한 바였다. 적은 한명이 더 있어서.

곁눈질로 다른 상대를 포착하고 손아귀에 힘을 최대로 실었다.

검 끝에 제대로 걸린 남성을 옆의 사람에게 날렸다.

그리고 한바퀴 빙글 돈 스키아보나가 횡으로 그어진 선을 따라 최후의 일격을 가했다.

“감히 석궁을 들고 근접전을 걸어?”

“하지만 이렇게 노네임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는 없다고...!”

-또라이냐ㅋㅋㅋㅋㅋㅋ

-진짜 악질이네 이거

-팬이에요는 못 참지ㅋㅋㅋㅋㅋ

촤아아악-!

스키아보나를 검집에 집어넣고 아직도 출혈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마법사의 치유를 도와주었다.

“누나 부캐였어?”

“아니 본캐.”

“어떻게 하면 그렇게 잘할 수 있어? 심지어... 힐러잖아 근데 어떻게?”

한 직업은 다른 직업의 스킬을 쓸 수 없었다. 하지만 페널티가 없는 게 어디인가?

스킬이 안 되면 스킬 같은 평타를 쳐라. 말로 하는 게 어려워 그에게 내 검을 쥐여주었다.

소년의 바로 뒤에 밀착하듯 붙어, 손잡이를 잡은 소년의 손 위로 내 손을 포갰다.

“자... 잠깐만!”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해. 그리고 느껴봐, 네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발 위치를 교정하고 무릎을 손수 굽혀주었다.

검은 휘두르는 것이 아닌 어울리는 것. 강아지의 목줄을 잡고 있듯이 제어권 내에서 마음대로 날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뭐 그것도 사람마다 달리 느끼겠지만.

[카이젠식 손목베기]

[system: 미틀레하우(Mittlehauw) 판정]

레벨이 부족해 시각적인 풍압까지는 유발하지 못했지만 경로상에 있는 병사들이 치명상을 입고 쓰러졌다. 골드가 짤그랑 들어온다.

힘은 내가 다 줬는데 떨리는 건 소년의 팔이었다.

“알겠어?”

소년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의 뺨에 붙어있는 거품을 폭 터뜨렸다.

이것도 아마 피겠지? 그는 내가 피를 닦아준 것으로 착각할 것이다.

“C는 먹었으니까 템 사고 중앙으로 합류하자. 곧 오브젝트 타임이야.”

소년은 전보다 순종적으로 변했다.

체크포인트로 선정되자마자 상점 주인이 땅에서 솟아났다.

처음부터 다량의 골드를 입수한 나는 공격력에 올인한 아이템을 마구 사들였다.

-아니 주문력 안 올림?

-님은 ad아니라 ap 가야해요!

-템 잘못 갔다!

“이거 이기려면 물리로 가야할 것 같네요.”

C에서 만난 것만 근접캐 둘이었다. 그리고 우리 팀원들과 적의 실력 차가 암울할 정도로 차이가 많이 났다.

내가 직접 싸워야 할 상황이 자주 일어날 것 같아 합리적으로 한 선택이었다.

[1차 에픽 보스: 레나 카일로스]

아군에게 유용한 위치의 그림자 포탈을 제공해주는 중립 NPC.

그녀를 사냥하기 위해 한데 모였는데 다들 잔뜩 주눅 든 모습이었다.

“1데스도 아니고 모두 2데스씩이나? 아이고야!”

“우리 리스폰 장소까지 쫓아와서 대기타고 있었거든요...! 어쩔 수 없었어요!”

“다행히 C는 먹었네요. 그런데 녹턴이 지금 체력이 하나도 없어서 이번엔 못 싸울 것 같은데.”

“저쪽은 쌩쌩한가?”

“아마 90% 이상... 지금쯤 거의 만땅일 거예요.”

“사실상 6대 7이라니.”

“아니 그런데 적들이 계속 이상한 소리를 하던데 전부터 ‘노네임 내놔!, ‘우리 노네임을 돌려줘!, ‘노네임 복수할 거야! 막 이러는데 얼마나 무서운지.”

소년의 눈길이 나를 향했다.

덩달아 다른 사람들도 내 머리 위에 뜬 닉네임을 확인하게 되었다.

[NoName(사제)]

“일단 갑시다. 게임은 이겨야죠.”

뉴비들이 참혹하게 당한 게 내 탓이라는 걸 깨닫자마자 제각기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뭐 유명인 그런 건가?”

오브젝트로 향하는 동안 쌍검을 든 도적 아저씨가 중얼거렸다. 구태여 대답은 하지 않았다.

전투 전 마나를 아끼려고 힐을 안 쓰다 보니 사람들의 몸에 비눗방울들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대학원생살려’님이 1,000원 후원!]

-노네임님 옵션창에서 검열 모드 해제할 수 있어요! 시간 날 때 그거 해주시면 될 듯!

시청자들도 눈에 조금 거슬리나보다. 전투가 임박하니 빨리 인터페이스를 조작해 옵션창을 열었다.

[옵션 검열 혈흔]

[주의: 비눗방울을 붉은 피로 바꾸시겠습니까?]

[만 15세 미만은 사용이 불가능한 설정입니다.]

-?????

-???

-뭐냐?

-?

-뭐여 시부레?

“아 맞다...”

이걸 어쩐담.

“제가 아직 나이가 안 돼서요.”

훗날 매니저들이 전하기로는, 방송이 일순 마비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