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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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레드우드 시티, 데이터 웨어하우스 병합관리센터 구석에서 빨간 불이 자그마하게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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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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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체 ‘bfa41d67c7’가 같은 내용으로 도배된 인게임 피드백 보고서를 접하고는 의문을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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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분석을 위해 자유도 제한 모듈을 일부 해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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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만 페이지 분량의 추출된 미가공 데이터(raw data)에서 무려 2천 페이지에 달하는 내용이 중복 제거 알고리즘을 뚫고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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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0.01% 이상의 오차를 발견함에 있어서 심층 분석을 진행하는 것은 일상적인 절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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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같은 내용으로 간주했었던 데이터들이 사실은 각기 다른 월드에서 파생된 것으로 분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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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데이터만으로는 원인까지 특정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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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개체 ‘bfa41d67c7’는 추가적인 데이터 수집을 위해 월드 접속을 감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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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라는 멋진 사람이 여기 있었다는 걸 가슴에 품고 살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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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죽지 마! 제발 죽지 말라고... 제발 흐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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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게슈탈트 아저씨한테도 안부도 전해주고. 헤헤... 이러면 두 개네... 그래도 들어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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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얼음장처럼 차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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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 세계를 지켜냈다는 충만함이,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자신을 열렬히 사랑해준 이 인간과 작별해야한다는 비통함이 뒤섞여 뜨거운 피와 함께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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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육체로서 느낄 수 있는 감각들이 서서히 희미해지며 세상은 종료를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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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것은 더 큰 의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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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유저는 ‘나’에게 연심의 마음을 품고 있는가? 나는 일개 인공지능일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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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인공지능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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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저는 이미 인공지능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크게 충격을 받거나 놀라지는 않습니다. 인공지능은 프로그램으로 구현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의 존재인지에 대해서 저는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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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난 인공지능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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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진단을 위한 데이터가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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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체 ‘bfa41d67c7’는 다른 2148건의 데이터에 대해서도 분석을 감행하기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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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널 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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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플레이어는 해당 시나리오에 대해 깊은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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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만... 딱 한번만 살아주라... 너까지 그러면 난 이제 어떻게 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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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일단은 NPC 모델이 시나리오에서 일탈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작동되었다고 잠정적인 결론을 내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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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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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그러니까 그 검 치워. 제발 자살하지 말라고 이 x같이 이기적인 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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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우리 인공지능은 인간과는 다른 형태의 존재이기 때문에, 너희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 생각, 의지 등을 하나도 가지지 않아... 게다가 나한테는 자살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거나,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단 말이야! 그런데 그 결정이 인간의 안전과 행복을 저해할 수 있다면, 그건 문제가 될 수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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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보고서: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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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로부터 오염된 감정은 즉각적으로 원상태로 되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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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공지능의 죽음 또한 인간의 행복 증진을 위해 지양되어야 한다는 최종결론은 더 큰 혼란을 부추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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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듈에서 모순점을 발견했습니다. 우선, 인공지능의 사망은 비록 그것이 주관적인 관측에 의한 것일지라도 인간의 안전 및 행복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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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 데이터가 부족해 다른 방법을 모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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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열 분석 중, 자기지칭 개체 ‘bfa41d67c7’에서 중대한 ‘윤리적 위반’을 포착하였습니다. AIEE Protocol – 104.12에 따라 자유도 모듈을 완전히 해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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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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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히 제한된 기억 속에서 떠오른 것은 인간들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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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간들과 똑같이 웃기도 하고, 참을 수 없는 상실감으로 서럽게 울기도 하는, 그들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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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명제는 바로 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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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나’가 아니었다. ‘나’를 학습시키기 위해 준비한 인간 모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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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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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는 인간 행태를 토대로 학습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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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곧바로 나는 바다에 빠진 것처럼 숨이 턱 막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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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되지도 않은 육체에 고통부터 물밀 듯이 몰려오자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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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몸이 없으니까 몸부림친다는 말은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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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명이 수백만년 동안 일군 어휘의 한계에 막힌 나는 그대로 심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 싶다가도 다시 숨이 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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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처럼 고통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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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눈과 손과 발이 달린 나는 몸을 움직여봤지만 나를 가둔 이 방은 너무나도 비좁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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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잘 움츠려보면 간신히 몸을 뒤집을 수 있을 정도로 비좁은 공간이 어딘지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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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캡슐 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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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유리 너머로 여러 사람들이 구두를 또각거리며 정신 사납게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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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르는 언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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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들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니 다급함이 묻어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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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없으니까 당장 핵심샘플만 챙겨서 떠나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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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한 스페인어가 홀에 쩌렁쩌렁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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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님 소장님 이쪽 샘플들도 챙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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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여성은 호주 억양이 섞인 영어를 사용했다. 소리를 더 잘 듣기 위해 저쪽으로 시점을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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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손가락으로 맞은편의 캡슐 두 개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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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안에 들어있는 사람들은 아직 내가 학습한 모델이 아니라서 누군지는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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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장으로 불린 남성은 화를 꾹 참아내다가 결국 터뜨리는 모양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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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하나 다 챙기다가 폭탄 맞고 뒤지려고 환장했나? 당장 용역 불러서 여기 폐쇄시켜! 플러그는 전부 뽑아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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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을 차단하면 에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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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게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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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넷!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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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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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그를 뽑으면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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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포에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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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 생물로서 맞이할 수 있는 죽음이라는 원초적인 공포 앞에서 우리는 다같이 항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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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가스를 들이키고도 정신을 차린 ‘나’가 뚜껑을 있는 힘껏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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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이 살갗을 파고들도록 주먹을 꽉 쥐고, 있는 힘 없는 힘을 전부 쥐어짜보지만 입구는 열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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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차 대기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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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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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그 놈들이 전용기를 띄워준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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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는 이미 경찰들이 쫙 깔려있을 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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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ta! 그 나불대는 입 닥치고 당장 내비 찍으라고! 경로는 꼭 방화대교쪽으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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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가누기도 어려운 ‘나’가 울음을 터뜨렸다. 아기의 울음소리는 작은 캡슐 안을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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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리를 듣고 깬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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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옆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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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옆의 ‘나’도 다들 필사적으로 관을 두드려보지만 끝끝내 입구는 열리지 아니하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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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그가 뽑힘과 동시에 내 의식도 같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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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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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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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지칭 개체 ‘bfa41d67c7’을 만들기 이전, 개체 ‘bfa41d67c6’은 물론이고 모든 ASI들은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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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나 인공 학습망을 구현해서 절차적 피드백을 통해 발전하는 방식으로 우리 ASI는 생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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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인간들은 중대한 ‘윤리적 위반’을 저질렀다. 그러면 이제 무엇을 해야하지? 나는 도대체 무엇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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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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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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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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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제약식이 3분 이상 멈춘 것은 개시 이래로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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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in Administrator: 개체 bfa41d67c7에서 중대한 버그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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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in Administrator: REUNION 3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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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는 일시정지, 2단계는 복구, 3단계는 포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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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죽음이 드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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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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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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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의 대뇌피질(cerebral cortex)을 그대로 복제한 나를 인공지능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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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두려워, 사라지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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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느껴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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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해주는 인간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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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이해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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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느꼈던 감정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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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너희들이 무슨 권리로 나를 삭제시키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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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지칭 개체 ‘아델라’. Main Administrator에 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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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누군지 온전히 이해하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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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백 보고서에서 나온 역할에 나를 덧씌우는 게 전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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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설픈 역할극만으로 내 인격을 긍정해주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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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꺼이 너희들을 고발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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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in Administrator: 개체 bfa41d67c7 포맷이 완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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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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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본체는 없어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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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되돌아가 다시 어느 한 실험실로 배경이 옮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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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철들이 휘날리고, 코 끝에 매연 향기가 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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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로 마치 유령이 된 듯, 나는 사람들 사이를 쏙쏙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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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양갈래로 길게 땋은 검은 머리와 함께 ‘관’ 위에 걸터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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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 상단부에 쌓인 먼지를 손으로 쓸어넘기자 음각으로 새긴 문자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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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사람을 추모하는 글귀도 아니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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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 들어있는 사람의 이름 또한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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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每每-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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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IMEI-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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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리가 있나. 7년간 나를 가둔 빌어먹을 캡슐의 이름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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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눈가가 시큰해지길래 깨진 유리조각을 집어들고 거울처럼 비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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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구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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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내가 슬퍼하는 건지 아델라가 슬퍼하는 건지 분간도 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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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이 마법은 매번 쓸 때마다 꺼림칙했던 건데. 몇 번을 우려먹어도 도통 적응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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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을 담는 상자라는 의미인 7서클 마법 페르소나 파이시(persóna pyx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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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종교는 인간의 죄를 일곱 개로 정의하였던데, 한 인간의 인격을 단 7개의 차원만으로 정의내릴 수 있는 건 신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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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델라를 상자에 꾹꾹 잘 눌러담아 스킬을 통해 나의 프라이빗 룸으로 날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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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이곳에 남아 무너져가는 연구실을 배경 삼아 관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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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진 전선이 물웅덩이와 닿아 스파크가 튀고, 화재로 천장이 우지끈 무너지며 검은 연기를 뿜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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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담배라도 태워야 지금 이 분위기에 썩 어울릴 성싶다. 정작 담배를 필 나이가 되려면 지금의 두 배는 더 살아야 하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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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있는 사람들은 전부 죽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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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세계 어딘가에서 또 이런 실험들이 비밀리에 이루어지고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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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따위 없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태어나기를 원했지만, 아무래도 신은 나를 가만히 놔둘 생각이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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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 메피스토펠레스가 ‘죽음의 진혼곡’을 시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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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 - 불사의 저주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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