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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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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1년을 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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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다시하기 없어! 이제 우리 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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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나 끝내버려! 끝내 끝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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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무조건 실수한다! 공깃돌 떨어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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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해해봤자 하나도 소용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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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가 공기놀이를 가르쳐준 뒤로 2학년 A반은 이제 점심시간과 쉬는시간마다 공기놀이가 유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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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답게 배우는 속도가 빨랐다. 그들은 짧은 시간에 고인물이라고 불려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숙련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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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는 그 무리에서 한 발 떨어져 천천히 그들이 노는 광경을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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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는 어느새 아이들의 신임을 등에 잔뜩 업고 제 역할을 수행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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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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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안 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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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질을 마치고 온 하루가 나메의 옆자리에 앉아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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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말대로 조금 유치하기는 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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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만든 놀이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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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옛날에 지겹도록 많이 했거든. 혼자 있을 때 마땅히 할 만한 게 공기놀이 말고는 없었으니까. 실뜨기를 할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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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너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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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담백한 평가를 내렸다. 나메는 그럴지도 모르겠다며 수긍의 의사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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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런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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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가 지금 공기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는 건지, 그냥 허공만 응시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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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초점 잃은 눈을 할 때만 보면, 맨날 안마의자에 앉아 먼 산과 유유히 흐르는 한강만을 바라보는 자신의 증조할머니가 겹쳐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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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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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옛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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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일이 기억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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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난 아기 때도 기억나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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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거짓말하지 말라고 말하려다가도 뭔가 나메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마음에 반박의견은 고이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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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한테 갑자기 왜 내 가정사를 다 말해줬을까. 절친인 누리한테도 비밀로 하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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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내가 아니었어도 누구한테 털어놓고 싶었던 모양이었나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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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그런 얘기를 어떻게 해...? 당장 서유나도 작년에 애들이 그거 가지고 엄청 놀렸는데. 왠지 나메는 안 그럴 것 같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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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나메는 반에서 가장 어른스러운 아이로 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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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그 역할을 맡았던 하루가 직접 공인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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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문득 나메가 저번에 자신을 치료해주었던 일이 떠올라 그 얘기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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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어떻게 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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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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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나 길에서 쓰러졌을 때, 네가 나 껴안아줬잖아. 갑자기 머리가 하나도 안 아파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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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오러를 좀 썼지. 마법을 사용할까 생각했었는데 정확히 네 몸 상태를 잘 모르겠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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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러...? 그건 근육 강해지게 만들 때 쓰는 마나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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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법은 무궁무진해. 보통은 신체강화류 오러가 가장 대표적이긴 하지만 이렇게 항정신성약물을 대체하는 효과로도 쓰일 수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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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에 하나도 이해가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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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는 잘못하면 찰나일지라도 체내 밸런스를 무너뜨릴 수 있는 반면에 오러는 몸이 허용하는 적당한 선에서 공존하니까 부작용의 염려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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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심적외상 치료에 벤조디아제핀계의 항불안제나 항우울제의 사용은 추천되지 않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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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 당시 나메의 목적도 어디까지나 증상의 완화였지 치료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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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정확히 증상이 어떤데? 그냥 머리가 지끈거리듯이 아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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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상한 소리가 들려. 삐소리가 막 울려서 머리가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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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환청의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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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그녀의 환청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알지 못한다면 나메로서도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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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는 곰곰이 생각한 끝에 한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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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먼저 유나와 화해해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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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에엑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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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말에 하루의 표정이 격하게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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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급성 스트레스 장애로 인한 증상이면, 무의식적 결핍을 채워주는 것에서 시작하는 게 옳은 방향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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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머뭇거리며 대답을 회피하는 사이 나메가 가까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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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유나한테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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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자신의 긴 머리칼을 스치듯 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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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으로 머리를 베베 꼬는 모습이 그녀의 복잡한 심경을 대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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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잖아... 유나는 내가 사과하는 거 별로 원하지 않을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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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고민하다가 간신히 꺼낸 말에는 깊은 불신이 묻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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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교를 선언한 친구와 다시 정상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던 까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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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해가 잘 안 돼. 왜 사람들은 영원히 살 것처럼 서로를 미워하고 후회할 짓을 계속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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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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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에게 맞았던 그날, 넌 유나가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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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말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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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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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는 미동도 하지 않고 하루의 답을 기다리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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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가 다른 반으로 가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지금은 절대 그런 생각이 아니야, 오해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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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한테만큼은 털어놓기 싫었던 본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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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가 이 말을 듣고 자신에게 실망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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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가 당장이라도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안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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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눈썹이 움찔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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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미건조한 어투였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영 극단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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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그런 생각은 한 적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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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사과를 미루는 거야? 만약에 유나가 오늘 죽어버려서 평생 네 사과를 받지 못 하는 상황이 오면 그래도 좋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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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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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언제나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찾아와. 너도, 나도, 유나도. 이렇게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내일도 찾아오리라는 보장이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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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연인과, 부모와, 자식과 싸우는 사람들이 나메에게는 가장 이해가 어려운 부류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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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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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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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하루에게 말은 거창하게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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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애들을 데리고 도대체 어떻게 화해시키면 좋을지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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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서도, 전전생에서도 인간관계는 언제나 한 자리 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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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아싸의 표본이라고 해도 반론할 만한 거리가 없는 게 슬픈 현실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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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하루의 상태를 보아하니 정말 위태로워 보여서 한시라도 빨리 마음의 병이든 뭐든 고치는 게 낫겠다 싶어서 고안해낸 게 겨우 이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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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자마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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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가 눈이 동그래져서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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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이번 주 주말에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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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아. 으으... 난 좋은데 그럼 공부는 언제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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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서도 할 수는 있잖아. 정 걱정되면 다음 수행평가도 내가 도와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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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아 진짜? 친구 집에서 단둘이 밤새서 노는 건 처음이라 너무 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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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둘은 아니고. 이하루도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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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루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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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하게 돌변한 유나가 대놓고 싫은 기색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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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같이 놀면 재미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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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둘이서 노는 건 별로야? 내가 재미없어서 그래? 나한테 친구는 나메밖에 없는데... 그래서 설문조사 때도 네 이름밖에 안 적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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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가 내 옷깃을 붙잡고 울먹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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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유나 이름을 제일 첫 번째로 적어서 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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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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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가 한층 밝아진 목소리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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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단순한 아이였다. 이런 애가 또 성적은 최상위권이라는 사실에 아이러니함을 느낄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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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하루가 너한테 할 말이 있대서 우리 집으로 불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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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냥 여기 반에서 말해도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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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진지한 이야기인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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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어... 그래도 나메 절친은 나지? 절대 까먹으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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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의 볼을 양옆으로 쭈욱 늘려주는 걸로 긍정의 대답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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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가 정말 욕심만 많아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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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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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순수하니까 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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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뭐 챙겨가야 해? 잠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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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입을 옷이랑 칫솔같은 세면도구도 가져와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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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응. 엄마한테 일단 물어봐서 챙겨볼게! 베개는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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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개랑 이불은 우리 집에도 충분하니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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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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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가져오고 싶으면 가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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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 아니야. 사실 돌고래씨 없어도 나메 껴안고 자면 밤에도 안 무서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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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 몸을 허락한 적이 없는데 왜 벌써부터 김칫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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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녀가 잠버릇이 심하다 싶으면 난 곧바로 내 침대로 올라가버릴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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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튿날 유나가 100% 확률로 울상이 된 모습을 볼 수 있겠지만, 일단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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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하루네 집안이 허락할지가 문제였는데, 그녀는 걱정하지 말라면서 이번 주 토요일에 꼭 우리 집으로 찾아오겠다고 언질을 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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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교수님에게도 맛있는 요리를 부탁한다고 미리 말씀을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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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의 선택은 전적으로 교수님의 재량이었지만 디저트만은 양보할 수 없었다. 무조건 크레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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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유나와 하루를 친해지게 만들 수 있을지도 이제부터 차근차근 고민해봐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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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인터넷 방송이라는 미룰 수 없는 과제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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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기로는 4주 동안 도네이션을 받지 않으면 수익창출을 일시적으로 금지하는 조건이 약관상 존재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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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할지 말지는 지켜보아야겠지만 조만간 방송에도 얼굴 한 번쯤은 비춰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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