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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특별할 것 없는 학창생활을 보낸 한 남자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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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은 화목했으며 평생 먹고살 만할 재산도 있었고, 교우관계도 좋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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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처럼 평범하게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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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여타 다른 수험생처럼 KGSAT를 보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일만 남았을 남자에게 큰 시련이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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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방화대교 폭파 사건 현장입니다.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유례없는 폭탄 테러 참사에, 현재까지 사망자는 57명, 부상자는 480여명으로 집계가 되고 있습니다. 부상자는 서울 시내 38개의 병원에서 분산 치료를 받고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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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죽은 눈으로 자신의 가족들의 사진이 걸린 액자를 흘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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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어머니, 형, 여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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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들 사이에는 자신의 사진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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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현실적인 상황에 아직도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신기하게도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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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소를 찾아온 손님들과 기자들은 정말 많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남자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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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되자 그는 습관처럼 독서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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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을 잡고 국어 문제를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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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에 알맞은 화자의 심정을 고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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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탄하다, 비개하다, 통탄스럽다. 그 어느 선지에도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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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음 문제집을 펼쳤다. 수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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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현수선의 길이를 구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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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대교의 길이는 2,559m, 자동차의 속도는 시속 60km이므로 150초만 일찍 또는 늦게 통과했으면 사고에 휘말릴 일은 없었을 것이다. 역시나 선지에 답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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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화가 차올라 모든 문제집을 창문 밖으로 내던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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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서야 남자는 저 문제집들이 좁은 틀에서 자유로워졌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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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무언가에 홀린 듯이 한강으로 향했다. 아무 다리나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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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도 그의 발걸음이 다다른 곳은 자살명소라는 마포대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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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난간을 두 손으로 꽉 부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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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쪽 다리를 올리려는 순간, 미야옹-하고 고양이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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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하... 제가 방해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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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고양이를 품에 안은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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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난처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더니 떠오르는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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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 저랑 같이 심야영화 보러 갈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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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서야 남자는 길 잃은 어린 꼬마아이처럼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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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을 토닥여주는 여자의 손길은 어머니의 것처럼 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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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친구가 많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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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자와는 그들 이상으로 친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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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영화를 보러 가는 건 일상이 되었고,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캠퍼스에서 산들바람을 느끼며 같이 낮잠도 자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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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키우던 고양이는 어느덧 다섯 마리의 새끼고양이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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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처럼 같이 울고, 웃으면서 서로 의지할 수 있는, 모든 이들이 부러워할만큼 재밌고 행복한 나날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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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게 영원하게 이어질 거라 생각했던 남자에게, 여자는 울음을 펑펑 터뜨리며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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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사실 시한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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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서 남자를 구해주었던 여자도 사실 생을 마무리 짓기 위해 들린 것이라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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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자신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또한 잊지 못할 상처를 줘서 미안하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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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었다는 걸 가슴에 품고 살아줘. 난 네가 나 없이도 계속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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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생명이 허무하게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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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평생을 쌓아 올린 탑을 가까스로 지탱해오던 대들보가 무너지자, 그의 삶도 덩달아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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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에 틀어박혀 폐인같은 삶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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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울고, 하루종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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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날 며칠을 굶어보기도 하고, 토할 때까지 음식을 먹어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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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한 가상현실게임을 주제로 한 옥외광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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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월오아라는 게임을 정말로 사랑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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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싫어했던 남자는 그녀의 취미를 끝까지 이해하지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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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죽고 나서야 게임을 해보게 되는 처지를 한탄하며 남자는 게임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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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어까지 특별한 스토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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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곧바로 랭겜에 참여해 사람을 있는대로 때려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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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만큼은 마음이 조금 후련해졌지만 그게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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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오직 적들을 죽였을 뿐인데 랭크가 계속해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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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자신의 계정에 한계를 느낀 남자는 나이트메어에도 자연스레 손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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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곳에서 남자를 반겨준 건 한 고양이 수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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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키우던 은빛 고양이와 여자를 반씩 합쳐놓으면 저런 모습일까 괜히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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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초롬한 표정을 짓는 아델라는 남자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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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 살릴 수 없었다면, 게임 속에서라도 그녀를 살려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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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번의 시도 끝에 아델라와 같이 1부를 마무리 지을 줄 알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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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끝내 돌아오는 것은 아델라의 자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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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장난인 건지, 아델라의 유언은 생전 여자가 자신에게 남겼던 말과도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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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릴 수 있는 방법이 분명 있을 거다. 아니, 무조건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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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게임 캐릭터 하나조차도 못 살린다면 자신의 존재가치는 영영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남자는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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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아델라는 필연적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졌음을 깨달았고, 그 의심은 VIP 초대석에서 확신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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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으로부터 비롯된 아델라에 대한 집착이 이제는 광기에 다다를 정도로 이른 남자였지만, 더 이상 그에게는 분노를 표출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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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를 떠나보낸 연인을 기억하며, 평소와 같이 아델라와 좌충우돌의 시간을 보내던 남자에게 어느날 구세주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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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를 살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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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살리려고 시도했던 사람은 전 세계에도 이미 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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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처음에는 스트리머의 선언을 믿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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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시도 덕분에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아델라와 다양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점만 알았을 뿐, 노네임조차도 아델라를 살리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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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을 터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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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스터콜’님이 100,000원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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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님 제 목소리가 들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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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힉 깜짝이야! 드... 들리는데? 내가 누군지 아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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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꿈이야 생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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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밍 서비스랑 상호작용이 된다고? NPC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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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외계인 고문해서 만들었냐 웨어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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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ㅂ 기술력 개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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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창 대기열 봐라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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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 후원해서 아델라랑 얘기해보려고 참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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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최종보스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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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다시 반등하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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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와중에도 주식 생각을 하는 너도 참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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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까 공매도 했다는 새끼 있었는데 꼴 좋네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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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스터콜은 캡슐 전원을 끄고 흘러내리듯 바닥에 쓰러진 몸을 힘겹게 일으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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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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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새끼 고양이들이 방문을 박박 긁으며 밥을 달라고 보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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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은빛 고양이들을 품에 소중히 껴안고 넌지시 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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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왜 하나같이 내 곁을 떠나는 건지 몇 번이나 하늘을 원망했어. 세상에서 나보다 불행한 사람은 없을 거라고 하루에도 몇 번이나 생각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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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시청자라 방송 속의 아델라를 직접 만질 수는 없었지만, 당황해하며 두리번거리는 고양이 귀 소녀를 바라보며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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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가슴에 품고 사는데 어떻게 동시에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때는 네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는데 말이야... 이제는 조금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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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노네임의 방송을 볼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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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라면 반드시 메피스토펠레스를 물리치고 아델라를 구해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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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스터콜 이현서는 캡슐에서 나와 가장 먼저 자신의 사촌형제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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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족이 사고를 당했을 적 가장 먼저 달려와 걱정해준 고마운 사람이었다. 최근에도 걸려온 전화가 있었지만 전부 씹어서 남자는 미안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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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너무 방에만 틀어박혀 있어서 이 말고도 근황을 전하지 못한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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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회로의 첫 디딤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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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르 – 010-XXXX-X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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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인기스타가 되어버린 아델라였지만 지금은 팬미팅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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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메피스토펠레스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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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기를 할 마음이 생겼나 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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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피스토의 외모는 전체적으로 차가운 인상을 가진 북방의 귀족을 연상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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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이 굵고 각진 턱에 오똑 솟은 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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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발의 머리는 허리까지 내려왔으며, 한쪽 머리를 귀 뒤로 쓸어넘기자 은은하게 빛나는 보라색 눈빛이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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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구두에 검은 정장 바지, 검은 장갑까지, 유일하게 대비되는 색이었던 하얀 와이셔츠의 윗단추를 푸르며 그는 낮게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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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는 투쟁의 연속이었다. 인간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싸우고, 빼앗으며, 끝끝내 죽인다. 투쟁에는 영원한 강자도 없으며 영원한 약자 또한 없으니, 의미를 일구지 못하고 낭비되는 생이 얼마나 아까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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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안개가 모두 사라지고 푸른 하늘이 비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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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악마가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초목은 생채를 잃고 끝끝내 아스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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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희들의 신이 되어주겠다. 세상에 영원한 평화와 안식을 선사해주겠다. 그러니 위그드라실을 내게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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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한 어투로 손을 내미는 메피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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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섬뜩한 눈빛이 향한 곳은 다름아닌 내 머리의 월계관과, 월계수를 엮어 만든 반지와 목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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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그가 내민 손에는 검은색으로 흉흉하게 빛나는 팔찌가 끼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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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피스토펠레스에게 건넬 월계수를 선택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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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회의 월계수 – MP +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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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월계수 – HP +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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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면의 월계수 – AD +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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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의 월계수 – AP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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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만큼은 월계수를 전부 넘겨줘도 각 월계수에 저장된 성장능력치를 잃지 않는다. 오히려 보너스 스탯을 얻는 기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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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넘겨준 월계수의 개수만큼 추가 스탯 보정을 받는 시스템이었다. 당연히 전부 넘겨주면 그 즉시 게임 오버이기 때문에 유의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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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계수를 건네면 그만큼 메피스토의 능력도 강해지지만, 높은 전투력으로 끝마치고 싶은 이들에게는 일종의 챌린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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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중위 서클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힐러보다는 마법사에 가까운 전투로 여기까지 도달한 나에게 더없이 치명적인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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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계수를 건네주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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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그의 손을 잡아 위 아래로 흔들어 가볍게 악수를 해주는 것으로 선물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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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어안이 벙벙하여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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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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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피스토는 주먹을 펼쳐 내가 악수를 통해 건네준 물건을 확인하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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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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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돌덩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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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이나 먹으라고?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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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성장스탯 필요없긴하지 지금도 충분히 강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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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집어든 것은 내심 기대했던 푸르른 잎사귀가 아닌 무채색의 금속 덩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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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에서 실망감이 내비칠 찰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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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전: 쿨롱폭발(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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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버버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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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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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오른손이 통째로 날아가며 하얀 연기를 흩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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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트륨이지만 이온이 아니라 짠맛은 안 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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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서로의 몸이 맞닿은 시점부터 전투 시작이라는 건 북방에서의 유구한 전통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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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적이 재생을 하는 놈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것은 언제나 중요한 절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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