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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44년 출시된 웨어소프트의 가상현실게임 월드 오브 아르세리아입니다. 웨어소프트는 지난 달 벌어진 유례없는 규모의 이스포츠 승부조작 사태에 미흡한 대응을 보여 그동안 거센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그리고 한국시각으로 어젯밤 11시, 또 한번의 사유도 없는 긴급점검으로 결국 이용자들이 폭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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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따르는 시위 총대진의 인터뷰, 남성은 격양된 목소리로 웨어소프트의 변화를 촉구하는 열띤 주장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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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소식입니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4국이 웨어소프트코리아 등을 상대로 3개월간 특별세무조사를 실시할 거라고 발표한 데에 이어, 유종원 웨어소프트코리아 대표이사가 검찰 소환 조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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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를 넘은 웨어소프트의 방만 운영으로 월오아 유저들은 시위를 결심할 때까지 채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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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고도 남을 장작은 이미 많이 쌓아놓고 있었지만, 모회사가 아예 외국기업이라는 점과 그동안 유저 친화적인 정책으로 쌓아온 신뢰가 있었기에 더 믿고 기다려보자는 여론이 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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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도화선에 불을 지핀 건 노네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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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12시간에 걸친 긴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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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10시간을 웨어소프트 공략에 나서면서 전 세계 각지의 월오아 유저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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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에 상관없이 나이트메어는 일단 클리어만 한다면 전 세계에서 최소 상위 5% 안에 드는 실력자라는 점을 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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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은 무한한 경쟁이 시작되는 상위 1% 마스터 티어에 발을 들인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통과해야만 하는 관문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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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5만 해도 월드 오브 아르세리아라는 게임에 정점에 오르기 위한, 챌린저들의 일종의 순례길처럼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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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10/10/10의 난이도가 인간만의 힘으로 공략 가능하리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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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운영자들도 우스갯소리로 최고 난이도를 통과하는 사람이 나온다면 그는 필시 신에 다다른 존재일 거라고 농담을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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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년간 풀리지 않는 난제에 도전하는 사람이 언제나 많은 것처럼, 한 때는 내로라 하는 프로와 천상계 스트리머들이 이에 도전해보았지만 언제나 비참하게 실패를 겪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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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실력만을 가지고서는 이론적으로 클리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대중들의 관심은 점차 식어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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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 빠지긴 하지만 해가 없다고 판명된 난제 또한 어쨌든 증명의 일종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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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편견을 정면에서 깨부수듯, 노네임의 행보는 가히 파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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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턴이 저렇게 쉽게 썰리는 애가 아니야 이 bastard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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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최정상급 게임공략 스트리머로 정평이 난 미스터와이는 그녀의 방송을 시청하고 있던 2만 명 중 한 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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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전설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최대 3개까지 캐릭터 특성을 부여받는데, 나이트메어에서는 이 절차를 간소화하고자 2부에서 녹턴 나일링크와의 보스전을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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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턴이 소환하는 3명의 랜덤 보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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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무찌를 때마다 플레이어들은 각 보스가 상징하는 특성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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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노네임이 무찔렀던 보스들은 1부 플레이에서의 영향을 받았는지 하나같이 ‘기사’ 클래스에 특화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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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소미아 이브닝의 [황혼의 분신], 로 단테의 [아지랑이 일격], 그리고 라인하르트 쉬폿의 [치국평천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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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 클래스로 시작한 캐릭터라도 일대일에 특화된 특성이 있으면 나쁠 게 없었다. 이는 다시 말해 생존력을 높여줄 수 있다는 의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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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게 쉬웠으면 개나소나 그렇게 맞춰서 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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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보스의 공통점은 마나를 차단하는 고유의 마력역장을 펼칠 수 있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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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러를 주로 쓰는 기사 외에는 원천적으로 공략을 차단해놓은 적들을 순수하게 검술만으로 압도한 노네임은 경이로운 수준에 다다랐다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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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보스전이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면, 3부 보스전은 검술이나 마법을 잘 모르는 일반 대중들에게도 크게 체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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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2발 이게 무슨 마법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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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알제붑 격파 스샷.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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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진 크기가 풋살장보다 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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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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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시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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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시전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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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범시전은 또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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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법의 출력이나 규모 등을 증폭시켜야 할 때 쓰는 method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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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그냥 마법진을 저렇게 크게 그리면 다 범시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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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히 아니지 범시전은 걍 아예 다른 마법이라고 봐도 무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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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쉽게 설명해주면 x^2+y^2=z^2를 만족하는 자연수 해는 쉽게 찾을 수 있는데, x^3+y^3=z^3으로 차원을 확대해보면 페르마 마지막 정리가 되어버리잖아? 이처럼 범시전이 아예 불가능한 마법이 대부분이고, 설령 된다 해도 전혀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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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ㄴ 복잡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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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예수, 어째서 회의를 시작하지 않는 거지?][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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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성인 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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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리 여물어봐 지금 노네임이 바알제붑을 잡았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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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충혈된 사이버펑크 예수가 멱살을 잡고 화내는 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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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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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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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념글 날로먹네 시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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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짤은 대체 어디서 구해오는 거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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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넣고 돌린 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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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 진짜 사람 맞냐? 월계수 3개 얻으니까 1부랑은 차원이 다르게 날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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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계수는 사실 노네임이라는 악마를 통제하기 위한 사슬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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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ㄹㅇ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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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옆에서 아델라가 꽂는 딜도 쏠쏠하게 들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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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델라가 꽂는 딜도 ㅗㅜ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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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대전 때 저런 사람 아군에 한명만 있었으면 든든하겠노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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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든든하다 못해 국밥 식도로 역류할 듯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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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초인은 실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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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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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멘나멘나멘나멘나멘나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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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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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헉...! 찬양합니다! 나멘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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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또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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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 사랑하면 개추ㅋㅋㅋㅋ][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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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랑 노네임 둘이서 메피스토 잡고 농밀찐득말랑보들끈적질펀뷰빔야스씬 함 찍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개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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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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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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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가라 게이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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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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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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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캡처 완료 ppt까지 다 따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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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장 이거 내리지 마라 내가 경고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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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째서 사람들은 이 글을 보고 웃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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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아, 한문철tv가 수십년 째 인기가 있는 이유를 생각해보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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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짜라는 트럭한테 치인 상황이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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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노네임 미성년자인거 모르는 사람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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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ㄹㅇ임? 나이 60쯤 먹은 퇴역장교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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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라리 반로환동 했다는 걸 믿겠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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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천외천의 플레이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하늘까지 올려놓았지만, 그들의 기대는 최악의 형태로 무너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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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보스만을 남겨놓은 마지막 챕터에서 노네임은 게임에서 튕겨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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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녀가 공략에 성공했으면 시청자들은 역사에 다시는 없을 사건을 직관했던 일원이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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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식으로 기회도 얻어보지 못하고 게임을 종료해야만 한다는 사실에 밀려오는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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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아무것도 못하고 끝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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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소프트 찾아가서 나라도 1인시위 할 생각인데 혹시 같이 참여할 사람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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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청년이 충동적으로 쓴 뻘글이었지만, 이것이 파문을 일으킬 줄은 그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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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조되어 조직한 시위대는 사람들의 우려와 달리 체계적으로 굴러갔으며, 한국 사람들의 단결성에 주목한 외신들에게까지 보도되며 점차 이슈를 몰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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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다음날, 지주회사 ‘인텔리언스 웨어소프트(INCE)’의 주가가 전 거래일 대비 48% 폭락하면서 사람들은 이를 ‘메피스토의 수요일’이라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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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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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주일 동안은 정말 아무런 이벤트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평온한 나날들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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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해져만 가는 심정과 대비되는 일상들은 어딘가 모르게 껄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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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에서는 곧 있을 현장체험학습에 대한 안내 말고는 별다른 얘기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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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과 관련해서는 배울 게 정말 하나도 없었지만, 열의를 띤 눈빛을 한 아이들을 바라보는 게 유일한 삶의 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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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와 하루는 파자마파티를 계기로 많이 친해진 것 같았다. 어느새 눈 떠보니 무리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수다를 떨고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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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소프트에는 추가적인 문의를 몇 번 더 넣어보았지만 아직 묵묵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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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AI로 인해 자동생성된 원론적인 답변을 받았을 때는 화가 나는 걸 넘어서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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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이 정지된 것은 아니지만 서버 복구 과정에서 플레이기록이 사라질 수 있으니 양해를 부탁한다는 말. 게다가 분명 한국어로 질문했는데 영어 그대로 온 게 더 괘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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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다시 주말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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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이 복잡할 때는 익숙함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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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제 한번 쭉 훑어봤던 저널들도 다시 처음부터 정독해보기도 했고, 알폰스의 고유마도를 재현해보려고 80%의 미해석된 부분을 몇 시간 동안이나 검증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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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도저도 아닌 것 같아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았다. 목욕을 하면서 생각을 비워야 마음이 조금 편해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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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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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에 드러난 내 모습은 조금 위화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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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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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포토샵으로 사람 한 명을 비율 그대로 줄여놓은 것처럼 모든 게 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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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한 피부는 대리석처럼 하야면서도 매끄럽고, 만지면 말랑말랑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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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 얇고 가느다란 목을 한 손으로 쥐어 힘을 주면 터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연약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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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를 알 수 없는 날카로운 눈매는 조용히 서로를 쳐다본다. 뭐가 그렇게 불만이 잔뜩 쌓인 표정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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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애들이 보면 무서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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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웃고 살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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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지었더니 더 이상해서 관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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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김이 수면에서부터 모락모락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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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거울이 점차 희끄무레 변했다. 옷을 벗고 드러난 나체도 점차 형상을 잃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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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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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락을 물 속에 살짝 담가보자 연약한 피부가 벌겋게 부어오르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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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꼭지를 다시 미지근한 쪽으로 맞춰놓고 물이 조금은 식어갈 때까지 욕조에 걸터앉아 폰으로 시간을 때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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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씩 서마루에게 주접을 떠는 메시지가 오는 걸 제외하면 생각보다 연락처에는 별로 사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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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친구들하고 한명 한명 모두 연락처를 교환한 것도 아니고, 굳이 밖에 나가지 않는 내 생활 습성상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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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온도가 만족스럽게 맞춰진 걸 확인하고 몸을 욕조 안으로 들이민 나는 최후의 보루로 이번엔 트게더라는 개인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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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ame 복귀기원 6일차][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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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상단 글에 하트를 눌러주는 것으로 생존신고를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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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눈치 빠른 시청자들이 새로운 글을 마구잡이로 올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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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방송을 안 할 수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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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밍을 시작합니다: 0:00:01 – No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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