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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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몸이... 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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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알제붑을 물리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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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핑하고 돌더니 빈혈이 일어난 것처럼 세상이 깜깜해지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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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도 한번 경험해본 것 같은데 언제였더라...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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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슐에서 몸 상태는 신경 안 쓰고 스스로를 지나치게 몰아붙였을 적, 세계에서 튕겨져 나올 때 딱 이런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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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의 목소리만이 희미하게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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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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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윽 이거 뭐야... 왜 안 잡히는 건데... 흐윽 으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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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가 계속해서 팔을 휘저어보지만 허무하게도 그녀의 손에 잡히는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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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신 파리도 물리쳤고, 이제 최종보스만 물리치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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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스토리를 간과했었던 것 같다. 아델라가 살아있어도 어떤 식으로든 보스가 나오겠지라고 간편하게 생각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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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보스가 없을 경우를 대비했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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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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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가 따로 생겨나는 것도 아니고, 그럼 클리어는 어떻게 하지? 내가 대비할 수 있는 영역을 아득히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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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의 모습은 연못에 빠진 돌멩이처럼 점차 희미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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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침대와 테이블, 칠판이 있는 3평짜리의 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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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내 몸은 안락의자에 기대어 앉아있었지만 곧바로 일어나 로그인 화면을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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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오아에 다시 접속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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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denied for User NoName#3947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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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ror Code: 75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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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내용은 시스템 이벤트 로그를 참조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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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안 지났는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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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10시 24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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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안에 사람들이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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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ㅊㅁㅊㅁㅊㅁㅊㅁ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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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스토리 왜 막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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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길 열어! 쓸고 가버리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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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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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검 시작도 안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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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 또한 클리어의 기쁨을 즐길 새도 없이 황당함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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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denied for User NoName#3947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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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denied for User NoName#3947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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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denied for User NoName#3947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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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의 아이콘을 몇 번이나 눌러봐도 결과는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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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얼음’님이 1,000원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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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권한으로 실행해봐도 안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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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도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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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ardsilver’님이 1,000원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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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캡슐 계정부터 재접해보고 다시 눌러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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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말대로 계정을 새로 파고 들어와도, 방송을 껐다가 다시 켜도, 월오아의 아이콘은 묵묵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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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안 되는데... 하으으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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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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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님 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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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엄청 떨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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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을 울린 웨어소프트를 죽인다. 처음부터 그 생각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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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딴 경우가 다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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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점검까지 20분밖에 안 남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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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 제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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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지기야 우리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아? 어라 왜 눈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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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계속 자극하지 말라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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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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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나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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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볼 기회는 줘야지 갑자기 이게 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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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로 안 울어요. 아 근데. 하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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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ㅁㅇ’님이 1,000원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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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멘탈 잡으시고 고객센터 가서 문의 넣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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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그게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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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인 점검이라 웨어소프트도 아예 생각이 없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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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들도 같이 문의 넣을게요. 방장님 오픈월드 시드 적어둔 거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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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Q39Z487YO166ML4338JA이었던 것 같아요. 도와줘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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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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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저걸 어케 외움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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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ㄷㄷㄷ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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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리 돌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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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면 방장도 좀 무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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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깍째깍 시간이 계속 지나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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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자리를 계속 빙빙 돌면서 팔다리가 저릿저릿한 게 근육통이 단번에 몰려온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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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온몸을 행주처럼 쥐어짠 듯 너무 피곤했다. 여기서 정신을 놓는다면 캡슐에서마저 추방당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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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지금 뭘 어떻게 해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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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감을 느낄 때 가장 초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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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슐에 완벽하게 갇혀 나오지 못할 때처럼 나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존재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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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55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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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센터로부터의 답장은 당연히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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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도 내일 오전 9시에나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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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쥐어뜯고 싶은 심정을 꾹 참아내고 심호흡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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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나아지는 것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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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 번, 두 번, 수십 번을 계속 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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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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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를 알리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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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 치워놨던 창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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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fs://worldofarceria.waresoft.com/k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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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창에는 아까 시청자들이 말한 긴급점검 일정이 달랑 게시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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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들이 댓글들로 항의의 불을 질렀지만 아직 운영자의 별다른 답변은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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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홈페이지로 돌아가니 월오아의 트레일러가 저절로 재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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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숲의 풍경이 빠르게 지나가더니 휘황찬란한 제도(帝都)와 렘넌트 아카데미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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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차림의 학생들이 검술과 마법 대련을 하다가 화면을 발견하곤 활짝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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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턴을 잡기 위해 빠르게 공략했던 레티스카야의 동굴의 입구에서 박쥐들이 우르르 빠져나오고, 이에 놀란 루나 파빌리스가 엉덩방아를 찧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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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은 다시 빠르게 바뀌어 성국에 방문한 용사 일행들은 레피와 다니엘을 다시 만나게 되고, 인자해보이는 교황이 와서 성수로 그들의 세례식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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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난이도를 했다면 볼 수 있었을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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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를 다시 고를 기회는 충분히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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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러지 않았던 건 내 오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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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메어 난이도라는 사실에 크게 감흥이 없었던 것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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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봤자 나오는 몬스터들과 적들은 피라미 수준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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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내 알량한 자존심과 고집 때문에 결국 이런 사단이 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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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에러 메시지가 연이어 떴을 때부터 불안한 감이 엄습해왔지만 지금와서 되돌이킬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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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함께했던 추억을 지켜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제는 확실하게 그녀와 꼭 이야기를 나누어봐야할 이유가 추가로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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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나는 확실히 아델라를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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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전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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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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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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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고 상냥한 목소리가 이름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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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차가운 기운에 몸을 움츠렸다가 그녀의 긴 속눈썹이 천천히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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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여긴 어디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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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3지구 와이니어 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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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우웅... 그렇구낭... 에엥? 잠시만 뭐라고? 3지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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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는 몸을 서둘러 일으키려다가 침대에서 굴러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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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머리를 콩 박은 그녀는 아야얏하는 귀여운 소리를 내다가도 몸을 바닥에 낮춘채 주위를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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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 설마 우리... 해낸 거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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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월계수 2개도 모두 되찾아왔고, 어비스 동료들도 무사하고, 무엇보다 살아남았어. 더 이상은 안 죽어도 돼 아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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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윽... 흐냐아아앙! 그렇구나 해냈구낭... 히끄윽... 언니는 내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기나 하냥...! 흐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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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곧바로 금발머리의 여성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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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다, 심장이 뛰고 있다. 아델라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한동안 그녀의 품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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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아델라. 몇 번이나 죽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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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내가 언니한테 할 소리야! 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거냥! 그리고 회귀는 뭐였고...! 그것도 설마 월계수의 능력이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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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월계수는 아니고. 그보다 더 고차원적인 게 있어 아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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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돌아와서 정말 다행이다... 진짜로 다행이야... 왜 나를 위해서 그렇게까지 해준 거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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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널 누구보다도 잘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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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아? 나를 알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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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어쩌면 너 이상으로 널 잘 알고 있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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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 허언증이다... 이제는 언니 말 못 믿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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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휙 돌리는 아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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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에 금발머리 여성은 아델라의 몸을 휘감아 자신의 쪽으로 밀착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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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스킨십에 놀란 나머지 아델라는 흡하고 숨을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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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게 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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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담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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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리를 쓰다듬는 손길이 점차 등을 타고 내려가더니 꼬리 윗부분에서 멈추어 가볍게 툭툭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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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진동이 일어날 때마다 눈이 확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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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감각에 신경이 곤두선 아델라가 신음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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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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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손길은 멈출 새 없이 그녀의 은빛 꼬리를 가볍게 잡아채 뿌리 부분부터 끝까지 단번에 어루만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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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이이이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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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도 모르게 소리가 새어나간 아델라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앞뒤로 흔들며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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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미미... 미쳤냥? 우리 묘인족이 꼬리가 얼마나 예민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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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난 분명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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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고 말고를 떠나 함부로 만지면 실례잖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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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아델라와 밤의 노네임과의 첫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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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노네임이라는 어구 그대로 밤에만 나타나는 건 아니었지만(첫 만남은 시간 상으로는 아침이었다), 그저 편의상 부르기로 한 말이 의외로 그녀의 성격과 찰떡같이 들어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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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그렇게 아무데서나 훌렁 벗어대면 안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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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 내 몸에 연고 좀 발라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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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무슨 어린 애도 아니고 그런 것쯤은 혼자서 할 수...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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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던 아델라는 손틈 사이로 숲지기의 하얀 등을 보자마자 경악어린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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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가... 이게 다 뭐냥...? 누가 이런 짓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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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 깊게 베인 자상부터, 날카로운 무언가에 찔린 듯한 상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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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개의 크고 작은 흉터들이 그녀의 몸에 골고루 자리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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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크림을 등에 얇게 펴서 발라줄 때마다 아델라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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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언니는 과거에 노예였던 거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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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추론이야. 비슷하지만 조금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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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아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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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거를 인지하지 못해. 다만 기억할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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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아르세리아 숲과 월계수의 정체에 대해 아델라에 쭉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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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잔인하고 파렴치한 행색에 아델라는 분노를 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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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 없는 어린 노예들은 모두 위그드라실의 성장을 위해 제물로 희생된다는 사실을, 그리고 운이 조금만 없었다면 자신도 거기에 포함되었을 거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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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비밀을 알아버린 아델라는 또다시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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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목표는 현재 ‘월계수’라 불리는 위그드라실의 영혼을 다시 원래 자리로 돌려놔 악마의 파편들을 영원히 봉인시키는 거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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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왜 하필 언니가 맡게 된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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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답은 간단하고도 오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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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위해서. 그리고 클리어를 위해서. 그리고 난 여기까지야. 나를 만나고 싶으면 메피스토를 계속 쓰러뜨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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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던 아델라는 또다시 새로운 아침을 맞이했지만 그 뒤로 밤의 모습을 그녀에게서 찾아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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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고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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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꼴. 하지만 대충은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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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자신의 사명은 낮의 노네임과 함께 메피스토를 물리쳐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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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라 불리는 낮의 노네임과 다니엘의 처분과 관련하여 약간의 다툼이 있었지만, 결국은 아델라는 그녀의 마음을 돌리는 데에도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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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능력은 정말이지 한계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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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피에게 걸려있던 폴리모프 마법을 풀어 불치병을 단숨에 고쳐버렸고, 대악마가 소환되어도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땅 속에 영원히 봉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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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완벽한 하루였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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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그랬을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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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위험하게끔 낭떠러지가 아득한 절벽 위에 엉덩이를 걸터앉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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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World is currently under Mainten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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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ror 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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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이 죽었을 적과 비슷하지만 다른 문구가 하늘을 가득 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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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흑백으로 물들고, 가장자리부터 천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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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헷... 난 지금 악몽을 꾸고 있는 걸까. 그런 거라면 제발 빨리 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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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라도 이건 너무 무서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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