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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거기서 뭐 해 애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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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서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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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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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랑 실컷 떠들다가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누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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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 모자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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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데려올게. 야 윤시후 너도 와서 빨리 해. 4대 4 팀전으로 공기놀이 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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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잡아당기지 마, 옷 늘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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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앉아서 책을 읽던 시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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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여덟 명이나 되는 인원이 둥글게 모여서 공기놀이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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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앗간을 지나치는 참새는 존재할 수 없듯이, 무언가 신기한 놀이를 본 아이들은 홀린 듯이 우리 무리에 합류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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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와 내가 서로 다른 팀이 되어서 시작하게 된 공기놀이 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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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이 실패하면 다른 이가 똑같은 단계에서 넘겨받아서 쭉 이어지게 하는 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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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판은 가볍게 30년으로 시작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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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심으로 하면 백 년이고 천 년이고 할 수 있으니까 적당히 5년 선에서 끝냈는데, 처음부터 유나가 연달아 9년을 성공시켜버리면서 판이 기울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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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최종은 31대 26으로 유나팀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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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아아아! 이겼다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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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쉬운데 나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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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을 바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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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50년으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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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제부터 상대팀은 공깃돌의 무게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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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공깃돌 내부를 마나를 응집해서 만든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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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내다보는 큰 그림을 그렸다고 볼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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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깃돌은 주변의 마나 농도에 따라 무게가 달라지게 만들어놨어. 만약에 내가 여기서 대량의 마나를 주입하면, 유나야 그거 한번 집어봐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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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거 엄청 무거워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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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깃돌의 무게가 시시각각 바뀌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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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년수만 늘리면 게임이 루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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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팀전이기 때문에 자신의 차례가 돌아오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리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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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꺾기’도 해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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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가 다섯 개의 공깃돌을 집어 허공에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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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앗!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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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힘으로 던졌을 때, 가벼운 공깃돌은 한참 위로 올라가고 무거운 공깃돌은 얼마 못 가서 떨어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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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상대팀은 공깃돌마다 무게를 바꾸면서 방해할 수 있어. 똑같이 30년으로 시작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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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공기놀이 팀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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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열심히 하는 상대를 방해하는 것만큼 재밌는 게 또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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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누리, 너 화장실 갔다 온다면서 여기서 뭐 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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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위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하루가 팔짱을 끼고 우리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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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완전 재밌어! 같이 해보자 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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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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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쪼그리고 앉아서 볼품없는 플라스틱 조각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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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4라 인원이 안 맞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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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수 없이 내가 일어서서 이하루도 게임에 합류시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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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 너 어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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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람이 홀수잖아. 이번판에는 내가 빠질게. 대신 우리 팀에 하루가 들어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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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가 갑자기 내게 귀를 대보라고 해서 얼굴을 가까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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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쟤 싫은데. 이하루 맨날 나 뒷담까는 애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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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회에 친해져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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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어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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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어안이 벙벙한 건 이하루도 마찬가지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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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한다고는 말 안 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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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유나 옆자리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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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유나와 누리 사이에 낑겨서 공기놀이에 참여하게 된 하루는 최소한 룰이라도 알려달라며 울상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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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떻게 하는지 하나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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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면서~ 배우는~ 재미난~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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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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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없구나 참. 그냥 애들보고 따라해. 별로 어렵지는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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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제에 괜히 되도 않는 멘트로 분위기를 띄워보려 했다가, 다들 모르는 눈치에 무안해진 나머지 하루에게 정색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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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돌보는 게 이렇게나 힘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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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유난히 술이 고픈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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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이나 다녀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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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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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이라 함은 막상막하의 경쟁상대라고 볼 수도 있었지만 이는 서로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를 가정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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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후는 그저 유나가 혼자서 경쟁자라고 생각할 뿐이었다면, 유나의 진정한 의미의 라이벌은 이하루라고 보는 게 타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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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천지원수를 바라보는 두 소녀의 눈이 뜨겁게 불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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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엇이든 간에 절대로 이 녀석에게 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그녀들을 지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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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게임에서 유리한 건 아무래도 나메에게서 가장 먼저 공기놀이를 전수받은 유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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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싸 3년! 이제 2년 남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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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서는 환호성이, 다른 쪽에서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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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무작정 다 무겁게 만들어버리면 어떡해! 서유나가 너무 쉽게 잡아버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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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번에 정말로 마나 안 썼어. 이하루 네가 힘조절을 잘못해서 그런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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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 이것도 슬슬 적응이 되네? 이러다 우리가 먼저 끝나버리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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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롭게 으쓱대는 유나였지만 그 말이 무색하게도 바로 다음 1단계에서 갑자기 가벼워진 공깃돌을 놓치며 턴을 내주게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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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루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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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히 봐둬 서유나. 네 턴까지 안 올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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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공깃돌이 무거워지는 원리를 깨달았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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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마나의 농도에 따라 무게가 달라진다는 뜻은 곧 이를 역으로 조절하여 파훼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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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을 던지고 받는 것도 어려운데 동시에 마나까지 다루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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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서유나를 이기기 위해서라면 이 또한 감내해야겠지. 하루가 이를 악물고 모든 정신을 공깃돌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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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 공깃돌은 무거워, 반면에 푸른색은 지나치게 가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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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는 마나를 흐뜨려뜨려서 무게를 낮추는 방법을, 후자는 그 마나를 다시 응집시키는 방향으로 전략을 짜온 하루가 마침내 돌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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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유나의 눈이 붉게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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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작은 마나 폭풍을 일으켜서 순식간에 가벼웠던 것을 무겁게, 무거웠던 것을 가볍게 만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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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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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들이 반대로 움직이는 자전거는 인간의 두뇌로는 탈 수 없듯이, 갑자기 뒤바뀌어버린 개념을 단시간에 적응해내기에는 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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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주먹에서 공깃돌 한 개가 튕겨 바닥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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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이 나가버린 하루에게 공깃돌을 넘겨받은 시후가 단 한 번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고 꺾기에서 공깃돌 2개를 잡아내며 두 번째 팀전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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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아악! 윤시후 역시 대단해. 너만 믿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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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좀 떨어져 서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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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겼다 이겼다 우리가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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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재수없는 왕따가 좋아하는 모습이 꼴보기 싫었던 하루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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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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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화장실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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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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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혼자 가도 돼. 누리 넌 아까 다녀왔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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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자신의 두 볼을 만져보았다. 뜨겁게 달구어진 얼굴을 식히기 위해 간단하게 세수라도 할 심산으로 반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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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반부터 D반까지는 다른 과목 수업 중이라서 대체로 조용한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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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복도를 쭉 지나치면 나오는 화장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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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딴 유치한 게임 다시는 하나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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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하게 무거워진 공깃돌 때문에 하루의 손등도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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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면대에 찬물을 틀어서 조금 담가놓고 있으면 낫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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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자 화장실의 불은 하루가 들어오기 전부터 켜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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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서로 작동하는 전등이었기 때문에 누가 이미 화장실에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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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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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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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풍기가 있는 화장실 마지막 칸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덜컹거리는 음이 울려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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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하루의 기억으로는 마지막 칸에는 변기가 분명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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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시간대에는 화장실을 청소해주시는 분도 안 계실 텐데 과연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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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씻다 말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하루의 몸이 화장실 가장 안쪽으로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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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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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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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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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인기척은 똑똑히 하루의 귀까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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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으로 들어온 다람쥐일까? 설마 생쥐면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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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고민을 마치고 하루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보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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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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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아아아악! 뭐야 노나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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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까지 공기놀이를 했던 아이가 언제 화장실에 왔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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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나메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것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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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서 잠시 빠진 김에 화장실에 온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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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렇다고 하기에는 나메는 작은 의자 위에 위태롭게 올라서있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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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활짝 열자 달달한 사과향이 화장실 전체에 확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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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냄새야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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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록! 하루구나. 깜짝 놀랄뻔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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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입에서 왜 연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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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게 기침을 토해낸 나메의 입에서 칙칙한 연기가 피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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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연기는 뱅글뱅글 돌면서 천장으로 올라가더니, 이내 환풍기를 통해 밖으로 빨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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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자신의 언니로부터 전해들은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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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나쁜 아이들이 틈만 나면 화장실 환풍기 앞에 붙어서 담배를 피고 온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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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옷에 담배 냄새가 묻지 않기 위함이었다는 것도 덩달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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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그런 짓을 이 전학생이 하고 있는지는 하루로서도 의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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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야 잠깐 이리 와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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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내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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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만 있는 김에 얘기 좀 나눠볼까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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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나 다시 반으로 돌아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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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말에 소스라치게 놀란 하루가 뒷걸음치며 화장실을 빠져나오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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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나메와도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한순간에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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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나메는 유나와는 달리 키도 몸집도 모두 작아서 무섭게 보이는 구석이라고는 단 한 군데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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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하루는 왜 자신이 겁을 먹었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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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저런 아이와 엮이지 말아야한다는 본능에서 나온 움직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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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전: 회전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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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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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영화의 한 장면처럼, 화장실 출입문을 잠그는 수동식 장치가 90도 회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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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8세 아이의 손이 그 높이까지 닿을 리 만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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