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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진짜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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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이라 더 사람이 몰리는 것 같네. 이번 주 일요일에는 마트가 전부 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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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전부터 나는 천교수님과 함께 와서 장을 보러 대형마트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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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끼니보다 잠을 소중히 여기기에 평일처럼 일찍 일어나는 게 영 쉽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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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몇 시에 온다고 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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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오후 6시 넘어서 쯤 올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어요. 유나는 그 전에 차로 데려오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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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으로 먹고 싶은 거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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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거나. 신선한 걸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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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놈의 신선한 거. 나메 덕분에 안 해본 요리가 없다. 그래도 입맛이 살아나서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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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션은 아직도 멀었나요? 먹다 보니 너무 물려서 이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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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승인이 오래 걸린다네. 힘들어도 조금만 더 참아주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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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를 직접적으로 가공하여 나오는 제품들은 인체에 유해한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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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를 사용한 머리가 좋아지는 약도 지금의 기술력이라면 얼마든지 만들어 팔 수 있겠지만, 그러지 않는 것도 뒤따라오는 부작용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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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수험생들을 겨냥한 홍삼즙을 파는 코너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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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이유로 마나포션을 국가에서 엄격하게 규제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만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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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야채 코너와 육류 코너를 한 바퀴 빙 지나 우리는 과자 코너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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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끌고 있던 쇼핑카트를 잠시 넘겨주고 파자마 파티 때 먹을 과자를 고르러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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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사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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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먹을 만치만 사와라. 저녁도 먹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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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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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교수님은 저녁거리를 위한 식료품들을 더 보기 위해 잠시 나와 갈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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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는 정말 오랜만에 먹어보는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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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과자는 스폴리아티네 글라사테(sfogliatine glassate), 통칭 누네띠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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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료라는 멸칭으로도 불리지만 그만큼 맛도 좋으니까 나오는 말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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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안 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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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2051년의 평행세계에서는 인간의 가축화를 두고 볼 수 없었는지 일루미나티 같은 세계비밀결사단체에서 없애버린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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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개소리고 그냥 상업성이 없어서 단종된 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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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여럿이 복작거리는 코너에 들어서자 눈에 띄는 팻말이 큼지막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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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 무한담기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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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벤트는 아직도 하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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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떨이의 일환으로 주기적으로 여는 이벤트에 사람들이 제각기 봉투에 하나라도 더 담으려고 열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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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네다섯 개를 담는 게 최선이었지만 요령이 있는 사람들은 일곱 개도 담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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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과자가 있으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전부 내 취향과 들어맞지 않는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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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아저씨들 사이에서 한 어린 꼬마가 낑낑대며 봉투에 과자를 비집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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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라면 봉투 반대편이 터질 기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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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간신히 쌓은 것들이 우르르 무너지자 바닥에 주저 앉아 글썽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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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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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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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투 이리 줘 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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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계산대에서 다 걸리니까 마법이나 오러의 사용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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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계산대까지만 어떻게든 잘 유지하다가 계산 순간에만 푸는 건 상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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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싶은 과자 하나씩 건네 주면 언니가 담아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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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잘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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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읍 빨리 줘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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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기를 이용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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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 봉투에 유전분극을 일으켜 과자끼리 접착될 수 있도록 세밀한 오러의 활용으로 유지시키는 방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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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다섯 개까지 과자가 담기자 더 이상 봉투에 쌓을 수 있는 방도가 없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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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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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이 위로 쌓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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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를 쌓을 때마다 과자 표면에 오러를 흘려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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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그 위에 과자를 내려놓기도 전에 저절로 다가가 착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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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더 이상은 괜찮아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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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개째가 올라가자 아이가 난색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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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쌓을 수 있었는데 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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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신기록이다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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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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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대까지 탑을 쌓은 봉투를 옮겨주고 다시 과자 코너로 돌아가니 천교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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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안 골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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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볼 어때요? 영화 보면서 먹으면 딱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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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게 있으면 짭짤한 것도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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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것도 고를게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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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의류 코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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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봄과 여름에 맞추어 여벌의 옷을 사주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목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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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동물들이 있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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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라서 그렇게 종류가 많지는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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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유나와 하루에게 동물잠옷을 선물해주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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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잠옷을 입는 게 처음에는 탐탁지 않았는데 이제는 없으면 불편할 정도로 다른 실내복을 입으면 거부감부터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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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질 자체에 익숙해졌다 해야하나. 설명하기가 정말 어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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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쓰던 베개가 아니면 잠자리에 들기 어려운 것처럼, 이것도 하나의 애착의복의 일종이라 보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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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 편안함을 나만 누리기에는 아까워서 아이들에게도 하루 빨리 알려주고픈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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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으시는 제품이 있으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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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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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구태여 물어보지 않아도 내 눈에 바로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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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곰이나 돼지 동물잠옷도 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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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열대에는 없는데 혹시 창고쪽에 있는지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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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원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천교수가 담아온 품목들을 하나씩 들춰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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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거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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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또띠아하고 딸기 카나페를 만들 생각이다. 괜찮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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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은 피망 싫어할 거예요. 이건 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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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알겠다 알겠어. 나메는 피망을 싫어하나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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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제가 아니라 애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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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버섯은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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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양반, 어차피 내 말을 들을 생각도 없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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껄껄 웃는 사람 면전에 대고 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냥 나도 같이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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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피망은 나도 싫어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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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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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따 다섯 시에 나와서 기다리고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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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아 유나야 끊기 전에 잠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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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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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때 잠옷은 안 가져와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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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옷 없으면 어떻게 자는데? 다 벗고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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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게 아니라. 유나 줄 잠옷을 선물로 샀어. 참고로 동물 잠옷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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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엥 진짜? 나 그런 거 꼭 한번 입어보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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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끊고 이따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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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숙제도 미리 다 끝내놓고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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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개인폰이 있어서 문자 메시지로 남겨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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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와의 전화통화를 마치고 우리는 다시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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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네. 나도 어렸을 적에는 학교에서 파자마 파티를 했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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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교수가 핸들에서 손을 떼며, 눈을 감고 회상에 젖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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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수동 운전식 자동차를 고집했던 사람이지만 내가 이 집에 온 이후로부터는 계속 자율주행 자동차만 끌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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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밤을 샌 거예요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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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선생님하고 친구들하고 같이 밤 늦게까지 영화 보면서 노는 재미가 있었는데. 그게 벌써 40년 전 일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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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나름대로 괜찮을 것 같네요. 근데 저희 반은 조금 힘들 것 같기도 하고. 워낙 남자애들하고 여자애들끼리 사이가 안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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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그건 어디나 똑같은 법이지. 막상 같이 놀면 또 재밌게 어울리는 게 너희 나잇대 애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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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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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면 점심부터 먹고 그 다음에 오븐을 닦아보자. 저번에 쓰고 청소를 안 해서 많이 더러울 거야. 그리고 또 화장실 청소도 이 참에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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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교수는 혼자 산 기간이 오래돼서 그런지 몰라도 엄청나게 가정적인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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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남자 혼자 살면 집안 꼴이 말이 아니라는데. 내가 없었을 때에도 분명 오붓하게 티타임이나 보내며 살았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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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야 네 통장을 봤는데 돈이 정말 많구나. 무슨 방송을 하길래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후원을 하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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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교수는 가끔 내가 하는 방송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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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럴 때마다 이 악물고 방송닉네임과 플랫폼을 알려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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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키우는 게임? 뭐 그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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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방향성이 아델라 키우기로 넘어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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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독스캣츠 같은 게임을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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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독스...? 그게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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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너는 모르겠구나. 내 어릴 때 한창 유행했던 게임이었지. 휴대용 게임기에서 강아지하고 고양이를 키우는 게임이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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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뭔지 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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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전생에서의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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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도 없었을 때 사람들은 그런 걸 무슨 재미로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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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실제로 해보면 진짜로 키우는 기분도 들고 재밌었어. 산책도 가고, 대회도 나가고 그랬었지. 그래도 남이 하는 걸 볼만한 게임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요즘 유행은 참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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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어하는 마음은 같은 거겠죠. 교수님은 강아지나 고양이 키워보신 적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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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어. 이름이 ‘초코’라는 포메라니안이었는데 사진 한번 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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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궁금해요. 그런데 강아지 이름이 초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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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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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이상하잖아요. 사람한테 ‘청산가리’라고 이름 붙이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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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하. 듣고 보니 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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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교수는 폰을 꺼내 갤러리에 저장되어 있는 파일 하나를 열어 내게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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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된 사진만 1000장이 넘었을만큼 정말 아꼈던 강아지라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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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다리를 건넌지 벌써 10년도 더 된 일이니까. 오랜 세월 함께한 반려견을 세상에서 떠나보내는 일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지. 그래서 얘 말고 다른 애는 키운 적도 없었어. 그러니까 나메는 꼭 나보다 오래 살아야 한다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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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았던 기간이 길었던만큼, 그가 초코와 쌓아왔던 추억도 정말 많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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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롤을 내리고 내려도,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으니 삶에서 큰 의미를 차지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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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초코가 주인공이 아닌 사진을 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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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마법진이나 학회 논문과 관련된 스크린샷이라던지, 랩실 대학원생들과 등산을 갔던 사진이 전부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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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사진은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아래로 동생이 하나 있다고는 들었는데 연락하며 지내는 좋은 사이는 아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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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교수님은 예전에 결혼 생각은 없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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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 세계도 한 때 출산율이 0.6까지 떨어졌을 정도로 암울했던 때가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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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교수가 그때 시절 사람이라면 결혼을 안 했던 것도 크게 특별할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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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지. 사랑하는 사람도 있었고, 결혼 생각도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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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 아니었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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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 아니었다기보단 운명이 아니었던 거지... 그나저나 나메야 배고프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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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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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맛있는 거 많이 먹어야 하니까 오늘 점심은 간단하게 조기구이랑 해물파전으로 해 먹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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